특집 도서대출이력, 활용과 열람 범위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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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1-18 15:09 조회 6,204회 댓글 0건본문
박선미 전남 나주고 사서교사
1학년 학부모가 학생의 도서대출이력이 궁금하다고 도서관에 찾아오셨다. 부러 찾아오셨으니, 출력해 드릴 수 없으나 모니터 상으로 보시라고 하고 학생의 대출이력을 보여드렸다. 전문상담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이 평소 아이가 자주 멍하게 딴 세상에 빠져 있곤 한다며, 심리 상담을 하고 학부모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그 아이는 특별하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판타지 소설을 주로 보았다. 보건선생님도 일전에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판타지 소설을 두고 보았던 아이라고 하며 그 아이의 도서대출이력을 보고 싶다고 했다. 보여 드리기 망설여졌다. 교육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게 보여 드릴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교육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내겐 학부 때 주워들은 사서윤리가 전부이기에 판단이 쉽지 않다. 우리는 이런 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공론화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교사와 학부모라고 해서 학생의 독서이력을 자유롭게 열람한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 학생 본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서교사라는 조금 흔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어서 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하곤 한다. 책장에 꽂힌 책을 눈으로 훑기도 하고 책상에 누워 있는 책을 부러 등을 돌려 제목을 확인할 때도 있다. 솔직한 그 궁금증이 재밌기도 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하물며 누군가 나의 독서이력을 본다고 치면 아주 끔찍하다.
짧은 소견으로 굳이 도서대출이력을 활용할 방법을 찾자면 정보 이용 동의를 구할 때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도서대출이력을 열람할 수 있다’란 칸을 만들어 개인이 동의 혹은 반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본인 이외에 열람할 수 있는 사유를 학기 초에 학교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세울 때 넣어 운영위원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특별한 사유로 독서이력을 열람하고자 할 경우 결재 등의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사서 개인을 보호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그만큼 독서이력을 쉽게 열람할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양식에 열람한 내용은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서약이 들어가도 좋겠다. 개인의 독서이력은 함부로 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사서들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아이들이 자살이나 우울증에 관한 책을 빌릴 때면 나부터도 혹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대출이력을 살펴본다. 또 넌지시 담임선생님이나 교과 선생님에게 아이의 요즘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또 책을 추천할 때 지금껏 읽은 책을 참고하여 추천하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활용하는 것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학교에서 도서대출이력을 활용할 때 ‘교육용’이라는 막연한 말 대신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제한을 두고 있나 구체적인 활용 방법과 제한 범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대입에서 독서활동 상황이 중요해지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책 읽기가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교과별로 입력하고 공통으로 입력하는 글자 수를 합치면 학교생활기록부에서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관한 책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는 독서에 관한 한 개인의 윤리 수준은 바닥이다. 때로 아이들은 읽지도 않은 책을 생기부에 써 달라고 할 때도 있다. 수능이 끝나고 생기부나 자기소개서에 쓴 책을 읽고 면접 보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세상을 사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먼저 산 사람으로서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진짜’로 사는 것을 배우지 못한 학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교육’이라고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지도 모른다. 사족이 길었다.
교사와 학부모라고 해서 학생의 독서이력을 자유롭게 열람한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 학생 본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서교사라는 조금 흔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어서 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하곤 한다. 책장에 꽂힌 책을 눈으로 훑기도 하고 책상에 누워 있는 책을 부러 등을 돌려 제목을 확인할 때도 있다. 솔직한 그 궁금증이 재밌기도 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하물며 누군가 나의 독서이력을 본다고 치면 아주 끔찍하다.
짧은 소견으로 굳이 도서대출이력을 활용할 방법을 찾자면 정보 이용 동의를 구할 때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도서대출이력을 열람할 수 있다’란 칸을 만들어 개인이 동의 혹은 반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본인 이외에 열람할 수 있는 사유를 학기 초에 학교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세울 때 넣어 운영위원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특별한 사유로 독서이력을 열람하고자 할 경우 결재 등의 행정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사서 개인을 보호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그만큼 독서이력을 쉽게 열람할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양식에 열람한 내용은 타인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서약이 들어가도 좋겠다. 개인의 독서이력은 함부로 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사서들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아이들이 자살이나 우울증에 관한 책을 빌릴 때면 나부터도 혹시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대출이력을 살펴본다. 또 넌지시 담임선생님이나 교과 선생님에게 아이의 요즘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또 책을 추천할 때 지금껏 읽은 책을 참고하여 추천하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활용하는 것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학교에서 도서대출이력을 활용할 때 ‘교육용’이라는 막연한 말 대신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제한을 두고 있나 구체적인 활용 방법과 제한 범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대입에서 독서활동 상황이 중요해지는 만큼 아이들에게는 책 읽기가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교과별로 입력하고 공통으로 입력하는 글자 수를 합치면 학교생활기록부에서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관한 책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는 독서에 관한 한 개인의 윤리 수준은 바닥이다. 때로 아이들은 읽지도 않은 책을 생기부에 써 달라고 할 때도 있다. 수능이 끝나고 생기부나 자기소개서에 쓴 책을 읽고 면접 보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세상을 사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먼저 산 사람으로서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진짜’로 사는 것을 배우지 못한 학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교육’이라고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우선인지도 모른다. 사족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