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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책과 함께하는,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_ 자유학기제의 창의체험활동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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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2-15 17:19 조회 7,8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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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희 서울 관악중 교사
 
배움이라는 것은 어떤 지식이 나의 것으로 된다는 말이다. 그것을 내가 실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쓸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배움은 실천과 결합될 때 힘을 갖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처럼 당연한 말이 참 쉽지 않다. 어떤 때는 책과 지식만 주입했고 어떤 때는 이것저것 활동만 시켰으니까. 앎과 삶이 따로 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레네 랑에 학교나 여러 북유럽 학교의 사례들을 살피고 직접 찾아가 보고 들으며 이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자유학기제를 시범으로
실시하는 학교로 옮겨오면서도 내 화두는 그것이었다. 다양한 활동들을 하되, 이것이 책과 연계되게.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준비 과정을 거치고 실행에 옮긴 후 그것을 스스로 평가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다음은 내가 관악중학교에서 2014년과 2015년 상반기 동안 교과 수업을 넘나들며 저질렀던 앎과 삶의 일치를 향한 좌충우돌기이다.

진로 체험 활동
자유학기제의 명분 중 하나는 당장의 시험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아이들에게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준다는 데 있다. 아일랜드와 덴마크에서 그러하듯.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유학기제라 하면 다양한 진로체험을 하는 학기로 인식한다. 진로체험이 자유학기제의 전부는 아니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어느 학교의 자유학기제든 진로체험 활동이 큰 줄기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서울형 자유학기제에서는 시험을 한 번만 보고 나머지 세 번의 고사 기간은 다양한 진로 체험을 한다. 보통 진로부에서 준비를 하지만 욕심을 부려 하루씩은 국어 수업과 학년부가 주체가 되어 진로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준비했다.
처음 1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외부로 나가게 되었을 때에는 국어 수업과 연계하였다. 6개 반의 아이들을 7군데의 원하는 장소에 배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둠이 만들어졌고, 국어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가야할 장소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한 후 퀴즈와 미션을 주고, 관련된 직업을 조사하여 활동지를 만들게 하였다. 장소에 관한 내용은 주로 홈페이지 정보를 이용하였으나, 직업과 관련된 정보를 찾을 때에는 도서실의 책 자료들도 활용하였다. 자료를 2부씩 출력하여 상호 평가를 통해 자신이 가 보지 못한 장소에 대한 정보도 얻게 했다. 학생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모둠별 활동지를 바탕으로 괜찮은 문제와 미션지를 뽑아 다시 편집하여 최종 활동지를 만들었다. 모든 문제와 미션에 출제자의 이름을 달아주었더니 아이들이 활동지를 잘 간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각 장소에 가서 활동지를 작성한 후 국어 공책에 붙이게 했고 그중 잘된 활동지는 교무실 바깥 복도 벽에 붙여 놓아 전시하였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갈 장소에 대해 더 깊게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음 외부 행사 때에는 도서관에서 더 오랜 시간 책을 읽혔다. 처음 한 시간은 컴퓨터를 이용해 갈 곳에 대한 정보, 가는 방법을 조사하게 하였으며 갈 장소와 관련된 책을 3권 정도 찾아 간단한 서지 사항을 적어 보게 했다. 아이들은 어떤 책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의논하면서 자신들이 읽을 만한 수준의 책 목록을 만들어 보았다. 도서실의 책들로 미리 각 장소와 관련된 책 바구니를 만들어 놓은 후 도서관에서 2~3시간씩 읽으며 학습지를 작성하게 했다. 책 내용 중 나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정리하게 하고 그 이유를 적게 했으며, 진로 체험 장소와 관련이 있을 만한 내용도 정리하고 그 이유를 적게 했다. 설명하는 사람의 설명을 요약하여 적게 하거나 본 전시물, 인상 깊은 사물 등을 그리고 고른 이유를 적게 하는 활동지를 만들어 활동 당일에 하게 했다. 다녀와서는 새롭게 알게 된 점, 활동 시 어려웠던 점, 책을 읽고 활동에 임한 것에 대한 평가 등을 포함한 소감문을 작성하게 했다. 이 또한 성실하게 작성한 친구들의 작품은 전시를 통해 서로 공유했다.
마지막 진로 체험은 반별로 진행했다. 미술관, 박물관 등 100여 개 체험 가능 장소 목록을 주고 각자가 가고 싶은 곳에 관한 장소 소개, 가는 방법, 장점, 단점, 안전에 유의해야 할 점, 입장료 등을 조사하게 했다. 모둠을 만들어 개인이 조사해 온 것을 발표한 후 모둠별로 의견 조정을 하여 한 장소를 정하게 한 후, 소개할 수 있는 PPT를 만들게 했다.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PPT를 발표시킨 후 반에서 한 장소를 정하고 각 반별로 예약하기, 활동지 만들기, 장소 안내하기, 입장료 걷기 등을 아이들이 직접 하게 하였다. 활동지를 작성한 후 잘된 것을 이용하여 게시물 만드는 것도 아이들이 직접 하였다.
깊이 있게 책을 이용하여 활동을 전개한 것은 아니지만 책과 인터넷 매체를 고루 이용하여 아이들이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고, 점점 아이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활동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봉사 활동
봉사 활동도 책을 이용하여 미리 준비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학교 계획에 의한 봉사 활동으로 1학기에 한 번, 2학기에 한 번 외부로 나갔고, 봉사활동추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방학 동안 학생들이 하는 사회참여프로젝트가 개인 봉사 활동 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1학기에는 샛강 생태 공원에 환삼덩굴을 제거하러 갔다. 인터넷을 통해 환경을 파괴하는 외래 식물종과 환삼덩굴의 특징과 제거 방법을 미리 조사해 오도록 한 후 봉사 활동을 하고 마무리 작업으로 소감을 나누었다.
2학기에는 좀 더 담당 교과와 관련을 지었다. 과학・가정 선생님은 양재천의 외래식물 제거하러 가는 봉사 활동을, 국어・일본어 선생님은 안산에 다문화 거리 환경정화 하는 봉사 활동을, 도덕・역사 선생님은 현충원에서 환경정화를 하는 봉사 활동을 기획했다.
사서 선생님과 협의하여 각 봉사 활동 장소에 맞는 책들을 바구니에 담아 놓았으며 학생들은 도서실에서 2~3시간에 걸쳐 봉사 활동 내용, 장소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학습지를 작성했다. 양재천으로 가는 학생들은 도감을 뒤지며 다양한 외래식물종들의 그림을 그리고 특징을 쓰며 그 지식을 바탕으로 피켓을 만들었다. 안산으로 가는 학생들은 다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읽었다. 현충원으로 가는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등 근현대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었다. 책의 내용 중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그 이유, 봉사 활동 장소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과 이유를 적게 하였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각각의 장소와 관련된 활동지를 작성하였고 다녀온 후에는 소감문을 작성하였다.
사회참여 프로젝트는 국어 시간에 이루어졌다. 학기 초에 봉사활동추진위원회를 통해 개인 봉사 활동으로 최대 3시간씩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올해엔 4시간) 기말고사가 끝난 후 국어 시간에 『10대, 세상을 디자인 하다』(바바라 루이스, 소금창고), 『죽지 마, 무당벌레야』(이환희, 임정진, 명진출판),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박남정, 소나무) 등 10대가 세상을 바꾼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였다. 모둠을 만들어 학생들은 주변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찾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계획을 세워 발표하였다. 다른 모둠의 발표를 들으며 학생들은 그 모둠이 실천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코멘트를 해 주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름방학 때 설문조사, 건의문 쓰기(민원), SNS 홍보, UCC 홍보, 거리 캠페인 등 모둠별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하였다.
개학 후에 자신들이 어떤 실천 활동을 했는지 보고서를 쓰고 PT 발표도 했다. 올해에는 에너지 프로젝트로 진행했는데 반별 잘한 모둠들을 뽑아 전체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경연대회를 열기도 했다.
아이들의 소감문에 따르면 사전 조사, 책 읽기 등 미리 준비하고 봉사 활동을 했을 때 자신이 하는 활동의 의미를 더 정확히 알고 열심히 실천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 교육에 의한 봉사 활동을 할 때 이왕이면 사전 준비와 사후 평가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겠다. 사회참여 프로젝트는 민주 시민의 자질을 기르는 데도 매우 좋은 만큼, 국어과, 사회과와 연계하여 매해 실시한다면 아이들의 발전하는 모습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계절 축제
관악중학교는 교정이 아름답다. 아름드리나무와 예쁜 꽃들, 다양한 식물들이 계절을 장식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수도 없이 교정을 지나다니면서도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살구나무가 활짝 핀 날, 예쁜 학교 모습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생태환경교육이 그리 특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봄꽃 축제는 옆 학교의 벚꽃 축제 소식을 듣고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따뜻한 봄날 방과 후에 아이들과 의논을 통해 반별로 작은 부스들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홍보 포스터도 만들었고 부스 진행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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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 시집, 종이접기 책 등 다양한 책들을 활용하여 봄꽃 축제를 만들었고 그 결과물들을 복도에 전시하였다.
여름 축제는 더위 쫓기 축제로 진행했다. 아이들이 먹거리 부스를 원해서 그것도 포함했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홀가분하게 즐기는 콘셉트이어서 그다지 책과 관련 있게 진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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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축제는 낙엽 축제였다. 수업 시간에 진행했기에 좀 더 교과와 관련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낙엽과 교과를 관련지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는 반별로 아이들이 정했다. 축제를 하기 전 과학 수업 시간을 이용하여 도감을 찾아가며 우리 학교 생태지도를 만들었고, 학교 나무들에 이름표와 간단한 설명 팻말을 만들어 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나무 이름 3행시 준비와 가을 도감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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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전 과정은 아이들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자신들이 활동 내용과 음식 메뉴를 정했고, 준비물과 영수증들을 챙겼으며, 부스 운영을 돌아가며 했다. 여름 축제와 가을축제에서 먹거리를 판매한 수익금 또한 스스로 의논하여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도 했다.
겨울 축제는 눈꽃 축제로 학년 마무리 축제 콘셉트로 진행했다. 도덕과 기술 과목에서 융합수업으로 진행했던 행복한 학교 만들기 UCC 상연, 국어와 음악 융합 수업으로 진행했던 반가 부르기 경연대회, 연극, 선택 프로그램 결과 발표 등 강당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아울러 다른 수업 시간에 진행했던 결과물과 학년에서 진행했던 ‘나의 발자국’(개인 포트폴리오), 여러 과목 수업 일기 등도 전시하여 학부모들과 함께 학생들의 성장을 나누었다.
계절 축제는 그다지 책과 관련성이 있지는 않다. 책은 아이들의 배움을 깊게 해주고 정신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 주지만 사람은 책만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은 앎과 주체적인 활동을 통한 더 많은 실천, 즉 삶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할 터다. 그것을 어설프게나마 축제의 장에서 실현해 보려고 했다.

시험 없이 그야말로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볼 수 있는 자유학기제.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이 책과 결합한다면 더욱 깊이 있게 이루어질 것이다. 학사력에 있기 때문에 실행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행사의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게 구성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순간순간이 책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하고 싶다. 하지만 언제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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