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아 중앙대 문헌정보교육 석사, 서울 한성중 사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새로운 미래교육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기관이자 정보센터 도서관의 기능을 가진 학교도서관에서도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변화를 추진 중이다. 실제로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인쇄 매체 중심의 학교도서관 서비스는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와 학습 형태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공교육 내 이용자 간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정보 소외층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메이커스페이스를 조성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사회·정책적 전략만 논의됐을 뿐 이에 관한 실무자들의 생각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이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개정된 교육과정과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의 내용이 잘 적용되고 있는지 정확히 평가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봐야 한다. 실효성 있는 학교도서관 역할 재정립과 운영안 개발을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므로, 필자는 전국의 초·중·고 사서교사 및 사서(131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맞춰 학교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스마트 디바이스, 어디까지 구축되어 있나

먼저 최신 기술이 실제로 학교도서관에서 얼마나, 어떻게 도입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무에 활용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파악하고자 학교도서관 내에서 지능기술을 기반으로 하는‘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등‘지능 정보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한 결과‘그렇지 않다’라는 응답이 75.57%로 나타났다. 현 학교도서관 내에서 지능 정보화 서비스가 매우 적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실제 국내외 도서관에서 활용되고 있는 IT 장비 및 스마트 디바이스들인 ‘노트북, 태블릿, 전자책 전용 단말기, 3D 프린터, 비콘, RFID, QR코드, 웨어러블북, 구글 클래스, 로봇’이 학교도서관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태블릿과 노트북(37.11%)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 태블릿과 노트북이 한정적인 도서관 예산 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금액대의 디바이스이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QR코드(13.03%)가 많이 활용되었다. 이는 QR코드가 모바일 기기 사용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특별한 기기를 구입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학교도서관 행사 안내 페이지나 도서 정보 및 추천 관련 페이지로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곤 한다. 이 밖의 기기는 RFID(10.76%), 구글 클래스(10,20%), 전자책 전용 단말기(6.80%), 3D 프린터(6.52%) 순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근무 학교도서관 내에 IT 장비 및 스마트 디바이스가 전혀 없다’라는 의견(5%)이 있기도 했다.

이를 정리해 보았을 때, 현재 학교도서관 내에서 IT 장비 및 스마트 디바이스가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에 비해 예산이 적어서 고가의 디바이스를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비교적 간단하고 적은 비용이 지출되는 기기를 구비하는 것으로 최신 기술이 접목되고 있었다. (...)



강봉숙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한 가지 가정을 해 보자. 입구와 출구가 12개인 회전 교차로에서 한 이방인이 운전을 한다. 회전 교차로의 중심은 240m, 교차로 내 차선은 8개, 신호등은 설치 불가능, 통행하는 규칙은 우측 진입 차량 우선, 우회전 2가지만 허용한다. 신호등이 없으니 운전자는 반시계 방향으로 따라 돌다가 원하는 도로에서 우회전해서 나가야 한다. 12개 방향에서 들어오고 다시 12개 방향으로 나가는 차량들은 8개 차선에서 질서가 없는 듯 있는 듯 움직인다. 12개의 출구는 파리 곳곳으로 연결되고, 회전 교차로 중심 지름 240m 내에는 개선문이 있다. 정보가 없는 이방인이 그곳을 운전해 지나다 회전 교차로 위에서야 현실을 마주한다. 2차원을 넘어선 공간에 있는 듯 우주를 비행하는 힘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혼란의 경험에 이른 뒤에야 악명 높은 개선문 회전 교차로 정보와 함께 ‘별다른 규칙이 없음’이 규칙임을 알게 된다. 정보와 규칙을 알고 개선문 위에 올라서 회전 교차로 전체를 아울러 내려보면, 혼란의 경험은 다소 객관화되지만 이방인은 여전히 두렵다. 어쩌면 학교도서관이 조망하는 미래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그럼에도 교차로 각각의 규칙과 행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OECD 학습나침반 2030 

 

OECD는 2003년 발표한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 2.0 버전이라 할 수 있는 EDUCATION 2030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1주기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2주기로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연구한다. 1주기 결과 요약본인 OECD 학습나침반 2030을 공개했다. 요약본에 따르면 자기주도성(Agency)을 지닌 학생이 학습나침반에 따라 또래,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와 협력적 자기주도성을 발휘해 ‘웰빙 2030’이라는 목적지로 가야 한다. 이를 돕는 학습나침반은 평면 위에 그려졌지만 2차원을 넘어선 것이 분명하고 여러 요소로 하여금 혼란이 더 커지는 듯하다. 학습자도 교육자도 개선문 회전 교차로 위 혼란의 경험을, 개선문 위에서 나침반을 갖고 회전 교차로를 봐도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는 이방인 같다. DeSeCo가 그랬던 것처럼 OECD 학습나침반도 향후 20년간 세계 교육계에 화두가 될 내용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교육과 역량

OECD 학습나침반 2030은 학생이 자기 자신과 사회의 웰빙을 위한 웰빙 2030 목표(Well-being 2030)에 도달하고자 영향력을 미치며 성장하기 위한 역량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웰빙의 정의와 범위는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바라보기도 하는데, OECD는 The OECD’s Better Life Index에서 웰빙의 11가지 주제를 주거(Housing), 수입(Income), 직업(Jobs), 공동체(Community), 교육(Education), 환경(Environment),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 건강(Health), 삶 만족(Life Satisfaction), 안전(Safety),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으로 정한 바 있다. (...)

IB 교육과정

OECD 학습나침반 2030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이 표방하는 인간상 및 역량과 전반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특히 학습자의 주체적 선택과 의견 표현을 장려하는 자기주도성(Agency)에 기반한 학습자를 표방하는 점에서는 용어가 일치한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전면 도입하고 장기간 의욕적으로 정책화하고 있다. 제주도, 전라북도 등에서도 IB 후보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공립 학교 IB 교육과정에서 공부한 학생이 학생부 종합 전형 등으로 유수 대학에 진학한 우수 성과가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IB 교육과정은 개념 기반 탐구학습과 실천을 통한 실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ATL(Approach To Learning), 즉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을 위해 사고 기능, 대인 관계 기능, 연구 기능, 소통 기능, 자기관리 기능을 강조한다. IB가 추구하는 10가지 학습자상은 탐구하는 사람(Inquirers)부터 성찰하는 사람(Reflective)까지 이뤄져 있으며 전인적 교육을 표방한다. (...)

 

학교도서관을 둘러싼 국내 정책

 

2023년 12월에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을 수립하여 통보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서비스 보장, 공동체 균형발전 및 활력 촉진, 지식문화국가 창출 기여, 도서관 핵심역량 강화를 4대 정책으로 한다. 교육부는 2024년 3월 말에 제4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학교도서관, 독서교육, 인프라와 거버넌스를 3대 정책으로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24∼2028)을 수립하여 2024년 4월에 발표했다. 독서 가치 공유 및 독자 외연 확대, 독서 습관 형성 지원, 독서문화 환경 개선, 독서문화 진흥 기반 고도화를 주요 정책으로 한다. 거대한 중장기 정책은 톱니바퀴처럼 물려 학교도서관 생태계를 움직일 것이다. (...)

책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가 담긴 정보와 정서를 매개로 하는 정보 리터러시, 정서 리터러시 기반 프로그램으로 외연을 확장한다면, 도서관 서비스와 연결되지 않을 국가 정책은 단언컨대 없다. 그러나 도서관 프로그램의 외연 확장이 자료와 이용자의 삶을 연결하는 도서관 고유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면 이는 도서관이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도서관계는 여러 정책을 망라하여 살피려는 시야는 열어두되, 도서관의 자원 투입 상황과 이용자의 삶과 요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라 개별 도서관 특수성에 기반하여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 그리고 인력 확보, 조례 제정 등 제반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 시작점은 여전히 공간 중심 서비스 확장보다는 자료 중심 서비스의 확장이 먼저다. 나아가 자료와 이용자를 매개하는 지점에서시작하여 여건에 따라 다른 지점을 확장해 가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제안하자면 수많은 분야에서 주목하는 정책에 연계한 도서관 자료의 큐레이션이 도서관 서비스 확장 모델이 중심이 될 것이다.

 

포스트 휴먼 리터러시

 

1974년 11월, 미국의 정보산업협회장 주르코프스키는 도서관과 정보학 분야 국가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정보활용능력(Information Literacy)이라는 용어를 세계 최초로 사용한다. 전통의 문해력인 리터러시 담론을 넘어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2000년 7월, 미국의 대학도서관 사서였던 브레이빅은 도서관의 평생교육 주제 학술 발표에서 리터러시(Literacy)에 비판적 사고 기술을 결합해 조어한 용어인 컴퓨터 리터러시, 도서관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네트워크 리터러시, 시각 리터러시를 모두 아우르는 우산 용어로 정보활용능력(Information Literacy Umbrella)을 이야기한 바 있다. 

2022년, 2018년 두 거장이 각각 고인이 된 즈음부터 리터러시와 관련된 용어가 폭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메타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멀티 리터러시, 멀티 모달 리터러시, 복합 리터러시, 복합 양식 리터러시 등이다. 이는 동의어, 번역어, 부분집합을 이루거나 교집합을 만들거나 미묘하게 다른 영역에 강조점을 두는 유사어로 활용되고 있다. (...)

최근의 리터러시로 모든 리터러시 담론에 담긴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포스트 휴먼 리터러시가 있다. 식물, 동물은 물론 물질과 AI를 포함한 비생물과도 대등한 소통으로 개방감 있게 공존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역량을 강조한다. 개미나 고양이와 인간이 소통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속 세계관, 혹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리좀(rhizome, 뿌리와 줄기의 구별이 모호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위계화되지 않은 복수성, 접속, 무한한 가능성 등을 뜻하는 철학 용어)의 다양태 개념을 생각하면 이해를 도울 수 있겠다. 한편, 나무의 뿌리가 아닌 땅 속 줄기 식물의 뿌리인 리좀으로 천 개의 고원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들뢰즈와 가타리는 “지도를 만들어라, 사본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

급변의 미래,

사서교사가 갖춰야 할 역량

 

박혜림 대구 포산고 사서교사

큰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 가지런히 정렬된 서가와 빼곡히 꽂힌 책들 사이에서 묵은 종이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여유로이 책을 정리하는 사서의 모습. 대개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인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부를 하거나 중요한 자료를 찾는 곳으로 도서관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사서교사로 일한 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지만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도서관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요?” 어쩌다 사서교사는 도서관에 있는 심심해 보이는 사람이 되었을까?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의 발달로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통한 개인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일상을 동영상 콘텐츠(VLOG)로 만들어 공유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사서교사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도 많아졌는데, 이를 통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학교도서관의 모습과 역동적인 사서교사의 하루를 엿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만 읽고 있을 것 같은 ‘사서교사’도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용자와 정보 매체 그리고 사서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특히, 기원전 3세기 초 이집트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약 70만 권의 장서를 소장했다. 이곳은 사서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학자들의 연구를 돕는 대표적인 학문 연구센터로서의 기능을 했다.¹⁾ 기록을 위한 수단이 활자와 종이가 전부였던 과거의 도서관은 인쇄술의 발달로 책 보급이 활발해지는 근대화를 거치며 현대의 도서관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했다. 21세기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도서관 역시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모습을 요구받게 되었다. 종이 외의 기록을 위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책이 전부였던 도서관은 각종 디지털 장비를 갖춘 모습으로 변화한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와 정보 매체, 그리고 사서라는 3가지 요소가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요구가 있는 이용자와 정보를 이어 주고, 시대적 상황을 파악하여 도서관을 변화시키는 사서를 통해 도서관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다. 

교육계 변화의 바람 속 학교도서관

 

가속화되는 정보화 시대에서 도서관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발표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챗gpt는 인공지능 과학 기술의 발전 정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공지능과 대화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글이나 그림, 영상으로 바로 시각화할 수 있는 상상 속 미래의 모습이 도래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교육계 변화의 움직임도 크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부터 2학년을 대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교육과정을 통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및 기초 소양 함양을 강화하고, 삶과 연계한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포용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²⁾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계된 학교도서관의 변화는 학생과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육공동체, 정보 매체, 그리고 사서교사를 중심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따른 교육공동체의 요구를 파악해 필요한 정보 매체를 수집하고, 이를 잘 이어 주는 사서교사를 통해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에 깊숙이 연계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도서관의 성장을 위해 사서교사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http://encykorea.aks.ac.kr)

2)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2022.(https://www.moe.go.kr)

 지식정보처리 역량  정보와 이용자의 긴밀한 연결고리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깊게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활용하는 것을 지식정보처리 역량이라고 말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평가하여 바르게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보 전문가의 자질 갖추기

따라서 학교도서관은 학교 교육과정의 중심에서 여러 교과의 지식과 정보를 아우르고, 사서교사는 이용자와 정보를 이어 줄 수 있는 정보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료가 보편화 되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디지털 기기의 활용 및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실제적인 문제 해결 능력 함양을 위한 교양 과목 ‘창의융합 과제연구’가 사서교사 단독 수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교수·학습센터로서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자원을 기반으로 학생 주도의 과제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학생들은 여러 교과에서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연구 문제를 선정하고 소규모 연구를 수행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자료를 수집·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이를 자신의 연구에 실제로 적용해 봄으로써 탐구 능력을 함양한다. (...)

협의체 마련하기

정보 매체의 흐름 역시 바뀌고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로 ‘책’이 대부분이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디지털 자료가 등장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는 등 교육 환경이 확장되고 있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사서교사 교육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원을 발굴하고, 활용 방법을 연구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마련해 함께한다면 미래 교육을 위한 정보전문가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협력적 소통 역량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 감수성

협력적 소통 역량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상호 협력적인 관계에서 공동의 목적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학교에 1인이 배정 되는 사서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을 하나만 꼽으라면 ‘소통’이 아닐까.  

IB교육을 잇는 다리로 기능하기

필자가 근무하는 대구 포산고는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의 고등학교 단계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 Diploma Programme)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6개의 교과와 3개의 핵심과정으로 이뤄져 있고, 학교도서관은 IB교육 전 과정의 중심에서 교수·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핵심과정 중 하나인 소논문(EE, Extended Essay)의 작성이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소논문은 학생이 관심 분야의 과목 및 주제를 스스로 선정하여 학술적인 글로 작성하는 개별 연구 프로젝트다. 2년 과정(고2∼3)으로 진행되며 과목별 지도교사를 배정받게 된다. 학생이 소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해당 과목의 지도교사와 사서교사가 2년 동안 함께 지도한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주 1회(2차시) 수업을 통해 논문 작성법, 연구 윤리, 학술정보 검색 및 활용법, 참고문헌 인용 및 출처 표기법 등을 학습한다. 지도교사와 지정된 별도의 수업 시간은 없으며, 수시로 면담을 통해 논문의 주제 및 연구, 작성 과정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 (...) 

 심미적 감성 역량  공감하고 경청하는 태도

심미적 감성 역량은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와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고 향유하는 것을 말한다. 사서교사로 도서관에서 일하며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책도,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사서교사가 가장 좋아해야 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학교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각자가 원하는 책을 찾는다. 마음이 힘들어서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고 싶은 학생,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한 학생, 과중한 업무로 휴식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으러 온 선생님까지. 사서교사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 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 가 본 동네 도서관, 재미있는 책을 발견해서 읽었던 기억,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하던 장소,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책을 골라 주시던 사서선생님··· 학교도서관은 우리 학생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다. 좋은 추억과 기억을 남겨 줄 수 있는 곳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도서관의 좋은 시설이나 많은 자료도 중요하지만, 사서교사의 진심 어린 공감과 따뜻한 말 한마디일 것이다. (...)

 

맛보기로 소개한 특집 외 다양한 이야기는 2024 <학교도서관저널> 5월호에 수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