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팬심과 펜심]『우리는 숲의 일부, 그래서 "숲은 고마워!"』『숲은 ○○○』 미소노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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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언니예요. 언니가 어릴 때부터 그림을 정말 잘 그렸고 지금도 잘 그려요. 항상 옆에서 언니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저도 언니를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동네 미술학원을 다녔어요. 그렇게 계속 그림을 그리다가 고등학생 때 일본의 그림책·일러스트 월간지 <모에(MOE)>를 처음 보게 됐는데요. 이 잡지가 정말 좋은 거예요. 지금도 출간되는 잡지이고 그림책 상도 주관하는, 일본에선 되게 유명한 잡지인데요. 그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잡지를 보니까 그림책 속 세상이 정말 아름답고 귀엽더라고요. 그렇게 ‘나도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막연히 장래 희망이 화가라고 말했었는데, 덕분에 고등학생 때 ‘그림책 작가’로 확립이 됐어요. (기자: 그때는 이미 한국에 계신 때였죠?) 네. 중학교 때 일본에서 한국에 왔어요. (기자: 잡지가 큰 역할을 했네요!) 맞아요.
1)『 어서 와! 장풍아』는 주인공 어린이가 학교에서 받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가정에서 성충으로 키워 자연에 놓아 준 이야기,『 옥수수의 비밀』은 주인공 어린이와 그 가족이 옥수수 씨앗을 심고 주말농장에서 열심히 길러 싱싱한 찰옥수수를 수확해 쪄 먹은 이야기다.
‘우리 집 생태학교’ 시리즈로 낸 전작들 『어서 와! 장풍아』 와 『옥수수의 비밀』1) 모두 가정에서 아이들과 무언가를 기 르며 일어난 실화 바탕의 책이에요. 벌써 주말농장도 10년 째 운영 중이신데, 요즘 아이들과 또 열중해 기르는 생물이 나 작물이 있을까요? 이 책들을 냈을 때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어서 같이 생태 활동을 많 이 했는데, 지금은 둘 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주말농장에) 같이 가자고 해도 안 가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친구랑 같이 다녀요. 꽤 많은 작물 을 키우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상추, 깻잎, 고추, 토마토, 가지, 옥수수 를 길러요. 옥수수는 『옥수수의 비밀』을 만들려고 열심히 키우면서 관 찰했었어요. 일단은 무조건 키우는 게 쌈채소로 먹는 치커리예요. 둘째 가 참 좋아해서 무조건 심어 달라고 부탁하기 때문에 매년 심고 있고, 아무래도 열매를 맺는 채소들은 신경을 많이 써 줘요. 『옥수수의 비밀』 에도 나오지만, 옥수수도 수정이 잘 안 되면 나중에 완전히 이 빠진 옥 수수가 되니까 인공 수정을 열심히 해 줘요. 옥수수는 바람에 의해 수 꽃 꽃가루가 암꽃으로 이동해서 수정되는 ‘풍매화’인데요. 아무래도 (주말농장이라) 조금밖에 안 심으니까 바람만으로는 수정이 잘 안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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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옥수수 대를 흔들어 주거나 실제로 꽃가루를 암꽃에 옮겨 묻혀 줘요. 손이 제일 많이 가죠. 토마토도 곁가지 따기를 열심히 안 해 주면 괴물처럼 엄청 크게 자라서 중간중간 곁가지를 잘 따 줘요.
『숲은 ○○○』은 남한산숲학교에서 산림교육가 곰취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과 사계절 숲을 온몸으로 느낀 과정을 담은 책이죠. 숲학교에는 어떻게 처음 가셨나요?
『옥수수의 비밀』을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어떤 책을 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는데요. 어느 날 출판사 편집자님께 전화가 왔어요. 지금 대표님 막내딸이 남한산에서 숲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너무 좋다고요. 그래서 이걸 1년 동안 취재해서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제가 적격인 것 같다며, 혹시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제가 막 취재하고, 관찰하고, 자료 수집해서 책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무척 재미있을 것 같아서 덥석 하겠다고 했는데, 출 판사에서 외려 ‘1년간 취재도 가야 하니까 신중하게 대답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남한산이 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듣자마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고 결국 2022년 11월, 남한산숲학교에 가게 됐어 요. 한 달에 한 번 5시간씩 남한산에 가서 총 1년간 숲을 취재했어요. (기자: 출판사 대표님이랑 같이 가셨나요?) 제 담당 편집자님이랑 저랑 둘이 갔어요. 숲학교에 함께 있던 아이들은 여러 학년이 섞여 있었어요. 여덟 명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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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숲학교에서의 첫 숲 체험, 어떠셨어요?
정말 추웠어요. (웃음) 처음이니까 대비를 못 하고 갔거든요. 11월이었는데 5시간 동안 숲에 있어 본 적이 없다 보니까 그렇게까지 추울 줄 몰랐던 거예요.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몰랐던 식물들과 재미있는 숲놀이를 곰취 선생님께서 많이 알려 주셨어요. 처음 접하는 식물들은 그냥 다니면 보이지 않는데, 곰취 선생님이 하나씩 알려 주시니까 보이더라고요. 또 곰취 선생님이 나이가 굉장히 많으신데 아주 건강하셔요. 5시간 동안 도시락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앉지 않으세요. 선생님이 서 계시니까 저도 앉을 수가 없잖아요. 제가 훨씬 젊은데! (웃음) (기자: 그래서 조금 더 힘들었던 것도 있었군요!) 네! 그래서 처음에는 집에 갈 때 되면 해롱해롱해서 편집자님이랑 같이 너무 힘들다고 그랬는데 그래도 그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숲에 다니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셨다고요. 숲과 친해지기 전후로 ‘피부로 느끼는 계절감’도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숲학교를 다니기 전에는 봄이나 가을의 숲을 좋아했어요. 가 장 아름답고 예쁜 계절이잖아요. 꽃도 피고, 단풍도 피고. 그 런데 숲학교를 다니다 보니 좋아하게 된 게 겨울이에요. 전 에는 겨울 숲을 거의 안 갔어요, 추우니까. 또 온통 갈색이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숲학교 이후로는 겨울 나뭇가지 에 붙은 겨울눈들이 나무마다 다른 게 정말 예쁜 거예요. 잎 눈도 있고, 꽃눈도 있고 나무마다 크기도 다르고요. 책에도 나오지만 목련 겨울눈은 털이 달려 있고, 단풍나무 겨울눈은 보석처럼 조그만데 빨개요. 그런 걸 찾으러 다니는 재미가 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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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더라고요. 봄 여름에는 나뭇잎이 너무 많으니까 나뭇가지가 잘 안 보이잖아요. 그런데 겨울에는 잎이다 떨어져서 가지의 모양이 다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런 것들이 예쁘게 느껴져서 좋아졌어요. 숲학교를 다니고 나서 춥지만 겨울 숲도 사랑하게 되었어요.
봄에는 잣나무 새싹 찾기, 여름에는 산딸기 따 먹기, 가을에는 열매 줍기, 겨울에는 겨울눈 관찰… 사계절 숲놀이가 가득한 책인데요. 이번 책을 만들며 가장 공들인 점이 있다면요?
이 책이 지식정보 그림책이지만 독자가 책 속 아이들을 따라 정말 숲을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스토리’가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곰취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이 숲학교에 다닌 이야기를 담았으니까요. 아이들 웃음소리까지 전달되는 책, 그래서 독자가 ‘나도 숲에 가고 싶다’ 생각이 드는 책이길 바랐죠. 그리고 지식 그림책이니만큼 숲 생태 정보도 정확하게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미술을 전공했지 숲 생태 전문가가 아니니까 책을 만들며 생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숲학교 취재 이후에도 책을 만들면서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곤충이나 식물이 해당 계절에 등장하는 게 맞는지 사실 확인을 편집자님과 함께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배경으로 나오는 풀이나 나무들도 실제로 그 계절에 나는 것들을 그대로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숲학교 취재가 끝나고도 계절마다 집 근처 치현산에 와서 풀 관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후속 취재를 했어요. 그림 속 풀 하나하나가 그냥 잡초 같지만 다 실제로 그 계절에 나는 풀들이에요. 요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넣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 그래요, 우리도 자연이에요.”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마음이 포근해지면서 당장 숲으로 달려가고 싶었달까요. 쓰고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애착이 갔던 장면이 있을까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두 장면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장면이에요. 책에서 계속 숲 놀이랑 숲 생태 지식을 전달하고 있지만 이 장면에서는 숲을 사랑하는 마음, 자연이랑 하나 되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곰취 선생님께서 늘 ‘어릴 때 숲에서 많이 놀아 봤던 친구들은 생태 감수성이 많이 키워져서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 그런 게 중요하다’고 많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실제로도 그런 활동들을 했었고요. 그래서 저도 아끼는 장면이고요. 다른 하나는 나무 구출 작전 장면(본문 84∼85쪽)이에요. 이것도 실제로 아이들이랑 했던 활동이거든요. 어느 날 아이들이랑 숲에 가 보니 쓰러진 고목에 깔린 나무를 보게 됐고, ‘이 나무를 우리가 살려 주자’ 하게 됐어요. 그래서 실제로 곰취 선생님이랑 아이들이랑 끈을 묶어서 고목을 잡아당

기기도 하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고목을 올리기도 하고 해서 결국 그 깔려 있던 나무를 우리가 살려 줬어요. 이때가 겨울이었거든요? 우리가 살려 줘도 이 나무가 오랫동안 기둥이 휜 채로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다음 해 5월쯤에 아이들과 이곳에 다시 왔더니 휘어졌던 나무가 반쯤 펴져 있는 거예요! 이파리도 예쁘게 나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이랑 “이 나무 우리가 살려 준 나무다!” 하면서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어요.
다가올 여름방학, 추천하는 숲놀이나 생태 활동이 있을까요?
여름 숲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수서곤충과 그 애벌레 관찰 시간이었어요. 보통은 물에서 다슬기나 올챙이를 많이 잡지만 수서곤충 애벌레는 모두가 잘 몰랐던 거라 처음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책 속을 가리키며) 이렇게 정말 이상하게(?) 생긴 하루살이 애벌레라든지, 날도래 애벌레 같은 녀석들이있어요. 보통 수서곤충은 소금쟁이, 물장군만 알지만 실제로 그보다 훨씬 많아요. 관찰이 정말 재미있고, 별로 어렵지도 않아요. 애벌레가 대개 어두운 색이라 밝은색 대야랑 망을 준비해서 바닥에 있는 자갈을 쓱 쓸어서 담아 보면 사이사이 엄청 많아요. 옆새우라는 자그마한 새우도 있어요. 이런 걸 실제로 관찰하는 게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아요. 참고로 날도래 애벌레는 입에서 끈적끈적한 실을 뱉어서 자기 몸 뒤꽁무늬에 나뭇잎, 모래, 자갈 같은 걸 붙여서 소라게처럼 집을 만들어 달고 다니는 녀석이에요. 집을 다 만들면 그 안에 쏙 들어가 있는데, 저마다 만든 집 모양이 달라서 관찰하면 되게 예뻐요.

평소 좋아하시는 자연 생태 그림책도 궁금해요. 제가 ‘스토리’와 ‘자연’을 함께 살필 수 있는 책들을 좋아하다 보니까, 일본에서 정말 유명한 그림책 작가인 이와무라 카즈오의 ‘14마리 생 쥐’ 시리즈를 좋아해요. 14마리 생쥐 가족의 여러 숲속 생활을 보여 주 는 이야기 그림책인데요. 배경 그림들이 정말 세밀하고 아름다워요. 생 태 지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림책 속 배경에 그려진 식물과 곤충들이 실제 그 계절에 있는 것들이에요. 이런 거 찾아보는 재 미가 있어요. 장면 중간중간 배경 속 곤충 이름도 나오고 무슨 풀 무슨 풀 하고 식물 이름도 나와요. 생태 감수성도 키울 수 있고, 계절 식물이 나 곤충도 관찰할 수 있으면서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그림책이라 추 천해요. 14마리 생쥐 시리즈는 1983년 처음 출간됐는데 한국어판으로 는 작년에 완간됐어요. 원작이 나온 지 30년 넘게 지났는데 그렇게 오 래된 책 같지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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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아끼는 마음이 커지신 만큼, 올해 발생한 대형 산불에 마음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숲을 찾을 모든 이에게 꼭 당부하고픈 이야기라면요? 잣나무가 1년에 한 마디씩 자라듯이 불에 탄 숲이 다시 살아나 려면 적어도 40년이 걸린다고 해요. 숲을 찾아가는 건 좋지만 그만큼 숲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중요하죠. 풀이라고 막 뜯지 않고, 취식 금지 장소에선 절대 취식하면 안 되고, 쓰레기 도 무조건 집에 다 가져가는, 기본을 지키는 일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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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을까요? 생태 외 분야 책을 집필할 생각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이번에 생태가 아닌 다른 분야의 그림책을 작업 중이기는 한데요. 아직 출판이 결정되진 않아서 개인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단계예요. 제가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아서 창작 그림책보다는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에 관한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친구랑 재미있고 특별한 버스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기자: 주인공이 어린이일까요?) 맞아요. 거의 다큐멘터리 그림책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숲은 ○○○”에서 저는 빈칸을 “궁금해”로 채웠어요. 작가님께도 여쭤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의 마음으로 ○○○에 들어갈 말을 채워 주신다면요?
숲은 고마워. 이렇게 느끼고 있어요. 숲에 가면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고 공기도 맑으니까 몸에도 좋고. 그러면서 또 계절마다 달라지는 재미있는 볼거리들도 있고, 뭐니 뭐니 해도 제게 이런 책을 만들 수 있게도 해 줬으니까. 항상 숲은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저에게 숲은 고마움이에요. 독자님들이 이 책과 함께 저마다 숲에 다녀오고서 자기만의 ○○○을 완성해 보시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