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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10대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민주주의』이진 작가, 홍지흔 그림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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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5-12 17:29 조회 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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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슬픈 일과 기쁜 일이 동시에 벌어지는 세계 속 오늘입니다. 어쩐지 몸과 마음의 안부를 여쭙고 싶어져서요. 독일에서 요즘 작가님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제가 사는 베를린에서는 저녁이 되면 한국의 아침 소식이 도착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독일과 또 다른 시간대에 일어난 세상의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지요. 좋은 일들도 여전히 일어나지만 요즘에는 답답하고 속상한 뉴스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입니다. 유독 무력함을 느끼는 날에는 쉬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요. 세상에 조금 관심을 가졌다가 세상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도 되고요. 그럴 때에는 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들춰 보곤 합니다. 작년에 심었던 나무가 겨울을 넘기고 봄에 파릇파릇해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거나 한참 방치했던 악기를 다시 잡아 본다거나 하면서, 바깥으로 쏠렸던 마음을 제 안으로 갈무리하다 보면 무감해졌던 마음이 다시 열립니다.


이 책이 꼭 풀뿌리 민주주의의 얼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어요. 책 속에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책의 저자 ‘이진 씨’가 공동체 속에서 민주주의를 처음 감각할 수 있었던 순간을요.

 저는 민주주의보다는 민주적이지 못한 상황들을 더 먼저 또 더 자주 겪

었던 듯합니다. 10대 시절 학교 안팎에 퍼져 있던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인지 민주주의라는 말은 교과서 속의

딱딱한 용어라기보다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 입시가 끝난 후 해 보고 싶던 일들을 하나씩 해 보고

낯선 곳에서 모르던 이들과 친구가 되면서 느꼈던 뿌듯한 감정이 떠오

르네요. 병역 의무를 마친 후의 후련했던 마음도, 자동차들로 뒤덮였던

대로를 가로지르며 함께 걷던 2002 월드컵의 기억도 그렇고요. 그 순

간의 느낌이 민주주의의 감정임을 바로 알아채진 못했었지만, 돌아보면

평범하지만 자유로운 사람들이 세상의 주인이며 그들이 모여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일상에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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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꼭 알아야 할 세

계의 민주주의』

이진 지음│홍지흔 그림│이은북│

2025


시리아 전쟁을 피해 난민으로 온 독일에서 지금은 이민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수많은 사람을 돕고 있는 동료 앗시아 씨를 지난 몇 년간 곁에서 지켜보았는데요, 그가 더 이상 ‘시리아 난민’으로 불리지 않고 자신의 이름과 꿈을 다시 회복하게 된 일련의 사회적 과정에서 또 한 번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느꼈습니다. 『10대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민주주의』에는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우치고 또 지켜 가는 이야기들이 담겼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난민과 소수자를 돕고, 민주주의 문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이웃들’ 이야기를 이번 책으로 묶으셨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기쁨을 하나씩 들려주신다면요?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 자체는 자연스럽게 일어났지요.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우연히 만난 저를 난민 출신 이주노동자 초예 씨는 가족들이 모여 사는 작은 집으로 초대했었는데요. 그다음 날 저는 계획에도 없이 미얀마 난민 캠프로 가는 트럭 뒤칸에 이분들을 따라 동승하게 되는 식이었죠. 전쟁을 피해 피난 온 독일에서 머물 집을 찾는 우크라이나 난민분들을 만난 것은 텔레그램 단톡방의 대화 때문이었어요. 낯선 이(저)의 선의를 믿고 무거운 짐을 끌고 기차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모녀가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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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바깥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미얀마) 소녀들은 축구 경기에서 서로 정정당당하게 규칙을 지키자며 페어플레이를 다짐합니다.
환호성 속에서 멋진 대결을 펼치고,진 편은 흔쾌히 손을 내밀어 승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어요. 그 이유는 이들이 사는 세상의 규칙은
스포츠처럼 결코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본문 85쪽,「 우리 세상에도‘ 페어플레이’가 적용되었으면」)


의 사진 속 숙소가 정말 있음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었지요.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미얀마 청소년들이 유니폼을 입고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랍니다. 또 권위주의 국가들에 둘러싸여, 어쩌면 한국보다 더 어려운 여건에 놓인 몽골에서도 몽골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외부에서 손을 내밀기 전에 이미 위기에 처한 이들이 그들 스스로를 돕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모습에 오히려 힘을 얻곤 했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다음의 질문이었어요. 이들을 조금이나마 돕는다는 이유로 이들이 처한 깊고도 사적일 수 있는 상황을 캐묻는 것이 적절할지 망설여졌거든요. 특히 전쟁이 끝나지 않는 와중에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안전한 곳을 찾아온 이들에게는 더더욱 인터뷰를 제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락을 받고 책에 실린 분들의 적지 않은 이야기는 그렇게 첫 만남 이후 1~2년이 지난 시점에 차차 편지처럼 저에게 도착한 것이지요. 그렇게 우연과 선의 속에 저에게 닿은 목소리들을 더 많은 분이 이 책으로 함께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을 위한 책은 처음 내셨죠. 두 아이의 아빠이기에 ‘아이들에게 말 걸기’가 평소 낯선 일은 아니시겠지만, 그럼에도 10대를 위한 책을 쓰기로 하면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점이라면요?

처음에는 ‘세계 민주주의 위기의 당사자인 10대와 바로 그 위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야 해’라는 당위가 앞서 나가곤 했습니다. 다행히 원고에서 어려운 표현이 눈에 띌 때마다 상냥하면서도 단호하게 절 말려 주신 출판사 대표님이 계셨지요. 덕분에 쉽게 쓰되, 써야 할 이야기는 꼭 써야겠다는 두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홍지흔 작가님의 아름답고도 주제의식이 분명한 그림들이 함께 담겼기에 더욱 10대 독자와 성인 독자 모두 좋은 평가를 해 주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3년 전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예상을 못 했는데, 책이 나오니 어느덧 둘째까지 막 10대가 되어 있더라고요. 내용이 궁금하다고 해서 요즘에는 자기 전 동화책을 읽어 줄 때 종종 이 책도 함께 읽어 줍

니다. 두어 문장을 읽으면 “그때 러시아에서 온 샤샤 아저씨는 왜 놀이터 밖으로 나간 거야?” 하는 식으로 묻는 아이에 답하느라 더 긴 대화가 시작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10대 청소년도 함께 선생님이나 어른, 또래 친구 들과 그 내용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길 바라요.


내전으로 인한 피해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미얀마 사람들 이야기가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데요. 현재 미얀마는 강진의 여파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죠.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국가와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려주신다면요?

제가 아는 많은 미얀마 분들은 지난 2024년 겨울부터 올봄까지, 한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함께 염려하고 또 응원해 주셨답니다. 그래서 더욱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강진의 피해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미얀마, 몽골 등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웃나라에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해 더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길 빌어 봅니다.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민주주의를 아끼는 마음도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확신

합니다.


한국은 고등학교에 와서야 ‘정치와 법’ 과목을 선택적으로 배웁니다. 이 과목의 수능 응시자는 11% 남짓인데, 2028 수능 개편안부터는 이것이 설상가상 ‘통합사회’ 과목 일부로 축소될 예정이에요. 한국 정치교육은 소멸 위기인 셈이죠. 하지만 독일에서는 초등에서부터 정치가 필수과목이라고 들었어요. 독일 공교육의 정치교육 분위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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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한국 교단에 계신 많은 선생님과 교류하며 한국

공교육에서도 많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

니다. 그런 노력에 감사드리면서 독일 공교육 및 정치교육의 특

징을 말하자면, 그 교육은 무엇보다 실제로 ‘하게 하는’ 교육

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토론하며 실행으로 이어지

는 수행적 교육이지요. 무엇보다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그렇

게 해 볼 여유가 주어집니다. 꼭 정치교육이라는 과목명이 붙지

않아도, 다른 관점들을 놓고 토론하며 민주적 사고를 배우게끔

독어(즉 국어), 영어, 역사 수업 등이 진행됩니다. 학생들이 자신 

의 일이라 체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놓고 토론하기 때문에 토론이 마냥 길어지기도 하고요. 10대 후반이 되면 정당 가입을 하는 청소년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재 독일 정치인의 상당수는 10대 후반이나 늦어도 20대에 정당 활동을 시작한 경우가 많답니다. 다른 나라처럼 독일에도 민주주의 문화에 반하는 권위주의적 경향이 증대하고 있는데요. 이를 주도하는 극우 세력에 대한 평가 역시 학교 정치교육 수업의 주된 토론 주제입니다. 최근 20% 정도의 사상 최대 득표율을 달성한 독일대안당(AfD,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한 극우파 정당)은 이런 미성년·성년 대상 정치교육의 전통을 무력화시키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한국은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었어요. 오늘의 한국과 한국의 시민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가장 먼저 드실까요? 독일에 계시기에 다르게 보이는 한국의 일면이나 한국사회에 희망하는 바도 있으실 듯해요.

 당연히 독일은 이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하지만 나치즘과 분단기 동

독 공산주의 독재라는 이중 독재를 경험한 나라인 독일이 도대체 어떻

게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

습니다. 『10대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민주주의』, 그리고 앞서 『힙베를

린, 갈등의 역설』에도 적었듯 민주주의 제도는 이식될 수 있을지언정 민

주주의 문화는 흔들리고 번민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길러 내야 합

니다. 한국 사회에는 훌륭한 시민이 많이 계십니다. 아쉬운 것은 사회적

현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하고 금세 새로 부각된 다른 문제로 덮

여 버리는 경향의 반복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이 동시에 논의되

고 실행될 수 있도록 사회의 품(갈등 역량)이 넓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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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 베를린, 갈등의 역설』

이광빈, 이진 지음│이은북│2021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우리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노래와 멋진 춤, 눈물 짓게 하는 소설과 흥미진진한 영화에 다양하게 담긴”다며, 평범한 일상에서 증명되고 널리 퍼져 나가는 민주주의 문화의 힘을 강조하셨죠. 10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화 콘텐츠가 있다면요?

 청소년기 때 저는 도서관을 집보다 더 좋아했어요. 가서 별로 시험 공

부를 하진 않았고, 그보단 모르는 책이 가득 꽂힌 서가를 거닐며 영화

로 만들어지기 꽤 오래전의 『반지의 제왕』이나 『듄』을 만났죠. 여러

분도 집 근처 도서관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마음에 맞는 책과 음

반, 영화 매체가 많이 있는 데다 오래 눌러앉아도 편안한 세

상 속 내 조그만 자리를 찾아보는 거죠. 유튜브나 인스타그

램의 알고리즘이 골라 주는 것보다 더 멋진, 사서선생님이 선별

한 문화 콘텐츠를 만나게 될 거에요. 사서선생님이 권한 것을

모두 다 섭렵했다면 어린이에게는 그림책 『곰과 피아노』를, 중

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만화책 『쥐(The ComComplete Maus)』

리고 비틀즈의 음악과 가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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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과 피아노』

데이비드 리치필드 지음│김경미 옮김│JEI재능교육│2016

『쥐』

아트 슈피겔만 지음│권희종, 권희섭 옮김│아름드리미디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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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 일러스트를 그린, 홍지흔 작가와의 인터뷰



책 완성 직후 12·3 계엄이 선포돼, 출판사와 논의 끝에 마지막 장‘ 응원봉 시민’ 그림을 추가로 그리셨다고요. 그리는 내내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고마운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스케치를 위해 보도사진이나 제가 집회에 참여했을 때 직접 찍은 사진들을 참고했는데요. 평소라면 그냥 스쳤을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어디 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다 각자 사정이 있을 텐데 용기와 시간을 내서 집회에 와 준 것에 감사했죠. 또 작업 당시는 아직도 계엄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붓질을 해 나가기도 했어요.


6·25 전쟁이 낳은 실향민 이야기(『건너온 사람들』, 『사이의 도시』)를 쓰고 그려 온 작가로서 이번『 10대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민주주의』 그림 작업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책의 첫 에피소드인 우크라이나 전쟁 장면은 처음 그리는 건데도 너무 익숙했어요. 만화 연작을 작업하며 워낙 많은 6·25 전쟁 피란민을 그렸었거든요. 급하게 짐을 챙겨 둘러맨 어른들, 그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걸어가는 아이들, 지치고 막막한 표정, 남루한 임시 거처 등등. 나라와 문화가 다르고 심지어 70여 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전쟁이 만드는 비극적 풍경은 다를 수 없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렇지만 낯선 이방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과, 고향을 잃고도 다시 힘을 내 살아가는 난민의 모습도 책에 담겨 있으니 독자 여러분이 안도감과 응원하는 마음을 갖고 읽어 봐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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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이후 추가로 그려, 책의 마지막 장에 실린‘ 응원봉 시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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