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정유화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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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1-05 13:54 조회 107회 댓글 0건본문
학교도서관이야말로
도파민 중독자의 놀이터
정유화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김상화 기자
학교도서관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 이는 완벽한 도파민 관리에서 나오는 걸까. 업력 18년 차를 달리고 있음에도 지친 내색은커녕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을 열정의 불쏘시개로 쓰시던 정유화 선생님. 스스로를 “도파민 중독자”라 말하고 있지만 아침저녁 배드민턴으로 부지런히 운동도 하고, 세상만사에 호기심 가지다 수업 아이디어도 줍고, 나만의 관심 분야를‘ 총류적 공간, 도서관’에 흩뜨려놓을 줄 아는, 흔한(?) 도서관 운영의 달인이었다. 이는 허겁지겁 도파민에 쫓기는 사람이 아닌, 냉철하게 도파민을 관리할 줄 아는 자의 면모다. 그는 지난 9월호에서 사서교사 권리 침해의 강구책으로‘ 동료 교사와의 관계 유지’를 강조했다. 그 이유를 이번 인터뷰에서 자세히 들려준다고. 교장샘과의 친분보다 교과샘들과의 동료애가 종국엔 더 든든한 지원책이 된다는 그의 목소리엔 강직함과 간절함이 모두 어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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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 기간을 포함해 업력 18년 차를 달리고 계세요. 2007년, 학교도서관 부임 첫해로부터 스스로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마음과 그럼에도 여전히 변치 않은 마음이 있다면요?
변치 않은 마음은 아이들이 여전히 도서관에서 즐거운 추억을 갖고 졸업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달라진 건 교육적 도움이 필요할 때 아이들이 찾는 곳이 도서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훨씬 커졌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정도만 가지고 있었는데, 일하다 보니 제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 할 때 제도상의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아 사서교사 임용을 준비했어요. 학생들을 수업에서 만날 때 가장 좋은 게, 보통 학교도서관은 극소수의 아이들이 오는데 사서교사가 수업을 하면 도서관에 오라고 홍보할 일 없이 아이들이 필요해서 자연스레 도서관에 온다는 거거든요. 그게 좋아서 가능한 한 수업에 자주 들어가려 해요.
학교에서 오히려 놓치는 학생들은 문제를 일으키지도 딱히 소외되지도 않아 쌤들의 관심 대상이 아닌, 조용해서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알고 보면 웃긴 아이들이거든요. 그래서 도서관 타깃층을 아예 그쪽으로 삼았더니 실제로 이들이 도서관 VIP가 됐어요. 이 아이들은 유화성이 있어서, 내성적인 아이들도 얘네랑 도서관에서 계속 마주치다 보면 서로 결국 뭉쳐서 친해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이 중간층(?)들에게 훗날 ‘나, 중학교 생각보다 재미있게 잘 놀았어.’ 할 수 있는 학교생활을 만들어 주고픈 마음이 있어요.
정유화 선생님과 의정부중의 도서관 VIP 학생들
의정부중 도서관에서는 ‘익룡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고요. 공학에만 계시다 2년 전 처음 남중에 오셨는데, 남중만의 근무가 주는 슬픔과 기쁨이 하나씩은 있을 것 같아요.
익룡 소리를 허용하는 건 저의 도서관 운영 방법이기도 해요. 일부 남학생들은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조금 시끄럽게 떠들어도 되고, 그러다가 심심하면 책 봐도 되고, 아니면 선생님이랑 수다 떨어도 돼.” 해요. 물론 그 소음의 데시벨이 남중은 생각보다 높더라고요. (웃음) 허용은 했지만 저도 가끔은 불편한데요. 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라면, 저부터가 책을 엄청 사랑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서예요. 아이들이 당장은 노는 게 더 좋아도, 그렇게 놀다 우연히 손에 탁! 책이 닿았는데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면 읽거든요? 근무해 보니 그게 좀더 자연스레 구현 되는 곳이 남중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남중에서 섭섭한 건, 제가 책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계속 간식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안 드세요?” 얘기를 한 번도 못 들어본 거예요. ‘내가 이렇게까지 존재감이 없나?’ 생각했었는데, 6개월쯤 지나니 한두 명이 말을 하더라고요. 교사면 사실 으레 듣는 말이기도 한데 그걸 여기에선 쉬이 들을 수 없었으니까, 반년 만에 들은 그 말이 저에게 되게 감동이었어요. 감동의 역치가 바닥이지만··· 그 대신 아이들에게 더 크게 감동하게 된 거죠. 남자 중학생은 대개 단순하면서도 은근한 의리가 있어서, 가끔씩 사소하지만 무심하게 툭 감동을 줘요. 사실 그런 게 저는 오히려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츤데레’ 성격이거든요.
남중에서 발견한 학생들의 또 다른 면이 있다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착하고 순수해요. 의정부중만의 경우인지는 모르겠는데 공학에서 만나는 남학생들은 주로 완전히 애니 ‘덕후’거나 축구에 빠진 아이들이었는데 의정부중은 로맨스를 제대로 찾아 읽는 학생이 많아요. (웃음) 특히 일본 로맨스 진짜 잘 읽거든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같은, 모모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 이들에게도 그런 감성이 있어요. 제가 느낀 남자 중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먹는 것’과, ‘여자친구’, ‘운동’. 이것만 충족되면 대체로 분열이 없더라고요. 또 처음 남중 올 때 혐오 의식이 심하지 않을까도 걱정했는데요. 학생들이 혐오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보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도 여기 오고 나서 알게 됐어요. 차근히 대화하다 보면 혐오 의식이 풀리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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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세월호 관련 수업을 했는데, 세월호에 관해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이나 안 좋은 발언으로 내뱉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 ‘아이들이 진짜 일베여서 이렇게 이야기하나?’ 싶어 저도 당황스러웠는데 자세히 보니 뜻도 모르고 ‘그냥’ 뱉는 거더라고요. 그게 유행인 것 같으니까. 그래서 그런 학생들과 영상 자료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눠 봤는데 오히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제가 더 놀랐던 경우도 있었어요. 자기 주관이 없었던 학생들의 경우 대화로 충분히 가치관을 다시 형성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희망을 오히려 남중에서 발견했어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이상하게 흘러가지는 않겠는데?’ 싶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남중은 제게 오히려 배움의 본질이 뭔지를 고민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었어요.
지난 9월호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 특집에서 사서교사 권리 침해 문제를 타파할 제1의 강구책으로 “동료들과 자주 소통하고 서로를 보호해줄 수 있는 관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셨어요. 일례를 들려주신다면요?
학교도서관 하면 보통 (안 좋은 뉘앙스로) ‘아 진짜 편하겠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듣잖아요. 저는 언젠가부터 그 인식을 만든 것도 우리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학교도서관을 교육기관으로 바라보면 문제가 없는데, 단지 ‘도서관 운영자’ 시점으로 학교를 바라보면 차별이라고 느껴지는 지점이 되게 많거든요. 그렇게 보면 나에게 허락받지 않고 갑자기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불쑥 찾아오는 게 불편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학교 교육 중에는 상담 관련 일이나 여러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늘 생기니까 이 경우 학교도서관으로 언제나 도움 요청이 올 수 있거든요. 이걸 불편하게만 생각하면 끝도 없어져요. 그러면 학교에 융합될 수 없는 사서·사서교사가 되는 거죠. 그게 결국 피해의식이 되고요. 그런데 내가 ‘학교’의 구성원이고, 내 일터가 ‘학교’도서관이라 생각하기 시작하면 마인드가 달라져요.
예를 들어, 교사들은 수업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에 대한 불편함을 다 겪잖아요? 교과교사는 그걸 매시간 겪는데, 그걸 우리는 상대적으로 덜 겪는단 말이에요. 그때 그 불편함을 “아 선생님 힘드셨어요? 그런데 어떤 책 찾으세요?” 이 정도로만 받아칠 때와, 그 아이가 누군지 묻고 교과교사의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함께 고민해 줄 때 우리를 바라보는 인식은 전혀 달라진다는 거죠. 그때 동료의식이 생기는 거라고 봐요. 사실 “그 애, 나 수업할 때는 이랬는데, 쌤은 수업할 때 어떠셨냐.” 이런 식으로 먼저 동료에게 말 붙이는 사서·사서교사 별로 없거든요? 동료 교사 입장에서 ‘어? 사서쌤이 애들 특징을 왜 이렇게 잘 알지? 이 쌤은 애들에게 관심이 많네? 생활 지도할 때 이 쌤한테도 같이 물어볼까?’ 하는 인식이 머릿속에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때부터 교과교사한테도 사서·사서교사는 동료거든요.
사서·사서교사가 학교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스스로 공고히 하면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동료들이 먼저 나서 줄 수 있다는 말이군요.
의정부의 독서교육 분위기와 관내 쌤들끼리의 커뮤니티 활성도는 어떤가요?
의정부는 시 자립도가 낮아서 예산은 없지만, 의정부교육도서관에서 학교를 지원해 주는 영역이 있어요. 주변에 문화 시설이 잘되어 있어요. 독서교육 관련 지원사업은 주로 의정부교육도서관 작가 지원사업이나 도서 지원사업, 프로그램 지원사업비가 조금 있는 듯해요. 교육 연구에 관해서는 관내 쌤들끼리 사서교사 단톡방이 있기는 한데 사실 교류가 굉장히 많은 편은 아니에요. 다들 바쁘시다 보니 만나기는 조금 어려워요. 그래도 공부 모임이나, 연구회를 할 때 좀더 활성화되는 것 같아요. 협력수업 연구회, 아이들에게 어떤 도서 목록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한 독서교육 연구회 등을 작년에 했던 것 같은데, 아직 제가 의정부에선 2년 차라 그럴 수도 있지만 커뮤니티 활성도가 아주 크지는 않은 것 같아요.
평소 학습자 중심의 PBL(Project Based-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 수업을 주로 진행하신다고요.
요즘 전통적인 독서교육으로만 교육하기에는 한계라고 생각해요. 정보 검색이든, 독서를 활용한 교육이든 아이들이 ‘어느 한 주제에 대해 관심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일단 문턱부터 넘기게 하는 거죠. 덕질처럼요. 덕질의 시작은 호기심이잖아요. 그러려면 이 공부가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해야 돼요. 이전 학교에서 했던 수업인데요. 예를 들어 ‘여행 상품 만들기’라는 수업을 진행한다면 ‘서울의 한 학교에서 연천에 체험학습을 오게 됐다. 4인 1모둠이고, 주어진 예산은 3만 원이다. 이 조건으로 연천에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을지 식비와 교통비를 고려해 여행 루트를 짜 보자.’고 하는 거죠. 아이들 삶과 실질적으로 연관되게요. ‘통일문화 상품 만들기’ 같은 통상적인 수업은 와 닿지 않잖아요. 하지만 내가 사는 ‘연천’ 하면 와닿거든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최근 진행한 PBL 수업을 간략히 공유해 주신다면요?
의정부중에서는 협의하에 주제선택 수업으로 역사 수업을 맡고 있는데요. 최근 수업에선 ‘생성형 AI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보학 측면에서 접근했어요. 우선 전자책으로 조선 시대의 직업 안내서인 『조선잡사』를 읽습니다. 그다음 책 속에서 고르고 싶은 직업 하나를 골라, 그 직업을 고른 이유와 해당 직업의 설명을 책에서 찾아 정리하게 해요. 근데 한 학생이 ‘백정’을 고르고, 고른 이유로 ‘백정은 친구가 롤 게임에서 쓰는 단어라 뜻은 몰라도 들어는 봤었는데, 마침 책에 나와서 골랐다’고 적은 거예요. 정확히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선택한 거죠! 그다음 차시에서는 ‘그 직업을 챗gpt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질문을 던져 보라’고 했어요. 여기서 챗gpt가 내가 정리한 책 속 정보와 다른 대답을 한다면 챗gpt가 그 대답을 수정하게끔 다시 질문을 던져 보도록 했어요. 완성된 내용을 얻어내도록요. 이게 핵심 과제였죠. 이 결과를 가지고 생성형AI 뤼튼(wrtn.ai)을 활용해 자기가 고른 직업을 AI 이미지로 만들었는데요. 이때 이미지가 조선 시대의 느낌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떤 질문을 던져야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를 아이들이 자연스레 고민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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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대상 직업으로‘ 백정’을 고른 학생이 생성형 AI ‘뤼튼’을 활용해 만든 조선 시대 백정 이미지. 명령어입력 과정에서‘ 손가락이나 다리가 사라진 적이 있어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를 해결하려고 명령어를 좀더 자세하게 쓰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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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만의 수업 기획 노하우가 있을까요?
제 MBTI가 엔프피(ENFP)거든요. 중도 성향의 엔프피. 그래서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많아요.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다가 어떤 걸 발견하면 ‘어? 이거 수업에 쓸 수 있겠다.’ 생각해요. 뉴스를 보다가 어디서 멍때리기 대회 같은 게 열린다고 하면 ‘어? 우리 학교에서도 하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냥 주변을 둘러보다 떠오르는 모든 게 다 수업 기획이 되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하고 있는 재미있어 보이는 활동들을 수업에 적용할 때 어떻게 하면 좀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수를 찾아 듣는 정도가 노하우예요. 그런데 사서교사 연수보다는 타 교과 연수를 많이 들어요. 거기서 주는 인사이트가 있어요. 기업에서 하는 연수들이나 가끔 좀 ‘힙한’ 출판사에서 재미있는 이벤트 할 때 참여하면 아이디어 구상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의정부중 바로 앞에 기절초풍물닭갈비(경기 의정부시 가능로 78) 의정부점이 있어요. 물닭갈비가 강원도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래요. 이 집 사장님이 의정부에 이 지점을 낸 데 자부심 넘치는 분이세요. 굉장한 맛집이니 가 보셨으면 좋겠고요. 가능동에 산타마리아(경기 의정부시 흥선로 134-1 1층)라는 포케 맛집이 있어요. 되게 아담하고 귀여운 가겐데 음식이 맛있어요. 학교 근처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 중 한 곳입니다. 말씀대로 진짜 의정부는 도서관이 정말 잘되어 있어요. 의정부미술도서관(경기 의정부시 민락로 248)은 아시다시피 건축상도 받은 도서관이라 그 건축물 자체가 주는 힘이 좋아요. 미술 전시회도 상설로 꾸준히 열리고요. 의정부음악도서관(경기 의정부시 장곡로 280)은 사실 여기에 이런 도서관이 가당키나 할까 싶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도서관이에요. 그 외에도 의정부과학도서관(경기 의정부시 추동로124번길 52)까지, 의정부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사실 도서관들이에요. 꼭 가 보셨으면 좋겠어요. 또 아직 가 보진 않았는데, 동반북스(경기 의정부시 신촌로6번길 29-22 1층)라는 동물 주제 전문 독립 서점이 있어요. 고양이가 있는데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가 볼 예정이에요.
아이들이 게임에서 느끼는 정도의 관계성과 재미를 학교 안에서도 느끼게 해 줄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의정부중 도서관 단골 학생들은 매일 아침마다 가만히 앉아서 게임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때 아이들 눈빛이 반짝이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이걸 배워서 아이들에게 밀착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이미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이 아닌 분야의 문제 해결에 게임적 사고와 과정을 적용하는 일) 같은 게 있긴 한데 저한테는 아직 추상적이라, 일단 아이들 게임을 공부해 볼 생각이에요. 제가 어디서 읽었는데 게임은 유저에게 친절하대요. 실망하는 법이 없고, 항상 좋은 피드백만 준다고. 학교는 그게 안 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의 보상 받고 싶은 욕구를 수업 안에서 구현할 수 없을까? 어떤 피드백을 줘야 수업으로 잘 끌어당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 입장에서 ‘장난하듯 수업을 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내가 뭔가를 배웠다.’ 싶은 수업에 대한 욕망이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프로젝트 수업 공부랑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주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 정유화는 도파민 중독자예요. (웃음) 제가 요즘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수업 혹은 배드민턴이거든요. 배드민턴을 7월부터 입문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이 도파민이 제 수업과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저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언제나 호기심이에요. ‘저 사람은 왜 저게 즐겁지?’ 이런 것들을 고민하다 보면 재미 요소든 수업 요소든 찾아져요. 삶과 일을 분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분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삶과 일이 분리될 수 있나 생각해요. 저는 일도, 삶도 재미있어서 이걸 분리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제가 학교에서 재밌었던 부분이 개인사의 도파민이 될 때도 있고, 제 일상의 즐거움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인간 정유화는 확실히 도파민 중독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파민 중독자 입장에서 학교도서관은 너무 매력적이에요. 도서관은 총류잖아요. 제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는 아니어도 이 공간에 흩뜨려놓을 수 있으니까요. 총류적이고, 호기심적이고, 도파민 중독자인 저에게 이만 한 공간이 없는 거죠. 지루할 수 있지만 저는 학교가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청소년기 아이들 만나는 것도 저한테는 도파민 중 하나예요. 물론 지겨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꽤나 즐겁다!’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