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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사마귀 생태 도감』 변영호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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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6-07 09:26 조회 4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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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생명을 사랑하는 '갱상도 사람 개구리'


긴꼬리투구새우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오랫동안 생태교육을 펼쳐오셨다고요.  

교대생이었던 시절, 어떤 교사가 될지, 의미 있는 교육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간디학교 같은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교육기관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문화·생태교육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지요. 김태정 선생님이 내셨던 ‘풀꽃 도감’ 시리즈를 보면서 친구들과 한창 풀꽃 여행을 다녔던 때였거든요. 다도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고요. 2년 반 동안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운영하는 ‘차 문화 사범 과정’을 이수하기도 하고, 도자기에 푹 빠져 보기도 했어요. 이때의 경험이 훗날 부임한 초등학교에서 풍물 동아리를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생태교육은 근무했던 학교 근교에 있던 소동천에서 ‘은어’라는 민물고기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펼치게 돼요. ‘새만금 간척 사업’이 논란을 불러오던 당시에는 ‘습지 살리기’가 큰 관심을 불러 모으던 때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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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경남교사모임’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습지를 교육할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4학년 학생들과 함께 생태 연못을 만들었어요. 그 활동이 바로 ‘알쏭달쏭 생태 연못 만들기’였고, 그 연못에서 학생들이 잡아 온 낯선 생물이 긴꼬리투구새우였어요. 다리가 너무 많고 신기하게 생겨서 처음 봤을 때는 외계 생명체 같았어요. 그때는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생물이었지만 관련된 연구 자료가 국내에 거의 없는 실정이었죠(편집자 주: 2012년에 개체 수가 회복되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된다). 긴꼬리투구새우와의 만남을 생태교육으로 꾀했고 긴꼬리투구새우를 관찰하고, 연구하고, 지역 사회에 널리 알리면서 큰 호응을 얻었어요. 습지 생태계를 대변해 줄 상징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등장한 긴꼬리투구새우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거예요. 긴꼬리투구새우는 유기질이 풍부한 곳에서 서식하다 보니, 긴꼬리투구새우가 살고 있는 거제도의 건강한 논, 깨끗한 땅에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졌어요. 연구 과정과 관찰 기록을 모아서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를 내기도 했고요. 하천이나 논으로 많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구리도 자주 접하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학생이 던진 “어떤 올챙이가 청개구리가 되고, 어떤 올챙이가 황소개구리가 되는 거예요?”라는 질문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20여 년 전에는 교사도, 학자들도 올챙이에 대해 정확히 몰랐거든요. 학생의 질문이 계기가 되어 양서류 생태계를 깊이 공부해 봐야겠다는 다짐으로 ‘경남양서류네트워크’를 결성했어요. 여기서는 양서류를 보호하는 선한 호모 사피엔스를 일컬어 ‘사람 개구리’라고 불러요. 저는 출신지가 경남이니 ‘갱상도 사람 개구리’가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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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서 24년간 교사생활을 이어 오고 계십니다.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섬인 만큼 자랑하고 싶은 풍경과 동식물이 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에 잠겨요. 저는 특별하고 희귀한 것보다는 흔한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관심을 쏟고, 공부하는 대상들은 거제도의 민물고기, 개구리, 작은 곤충들이에요. 흔하고 평범한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년간 현수막을 내거는 활동을 전개했어요. 예를 들어 사마귀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곤충이지만 거제도의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는 곤충이기도 해요. 생태교육은 지역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단 생태계 본연의 가치를 발견하고 재생산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제도를 떠올리면 ‘바다’를 먼저 연상하실 텐데, 다른 한편으로 거제도의 하천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지, 거제도의 잠자리들은 어떤 종들이 있는지는 관심을 거의 못 받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몇 개 꼽으라면 저는 거제도에서만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는 남방동사리와 중요한 곤충 중 하나인 개미허리왕잠자리를 얘기하고 싶어요. 거제도의 생물군을 관찰하고 싶다면 노자산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겠고요. 그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 진행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큰 요즘이에요. 거제도 고유종인 거제도롱뇽이 노자산에 살고 있거든요. 그 옆에는 산양천이 흐르는데, 그곳에는 남방동사리가 살고 있어요. 거제 생태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노자산과 산양천은 꼭 들러야 하는 장소 중에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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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운동’,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 등 다양한 생태 운동을 전개하셨다고요.

제 모든 활동의 토대는 ‘하늘강’인데요. 하늘은 넓은 자연, 강은 생명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의미해요. 제가 하는 활동들은 각각의 생물군에 따라 특정한 결과물을 내요. 예를 들어 4년간 사마귀를 키우면서 연구·관찰한 내용을 담아서 『사마귀 생태 도감』을 출간한다거나, 남방동사리를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7년 넘게 거는 활동을 펼쳐요. 교육과정과 ‘숲놀이’를 결합한 생태교육은 거제초를 기점으로 지역 사회에 널리 퍼져있고, 해당 내용을 중심으로 비공식 단체 ‘거제환경교육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기도 하고요. ‘1004운동(100마리의 올챙이, 그리고 4개의 알 덩어리를 좀더 안전한 공간으로 옮기자는 운동)’과 양서류 로드킬에 관한 내용을 홍보하는 카드를 배포하고, 현수막 디자인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일은 경남양서류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제가 거제 오비초에 근무할 당시에 학교 옆에 작은 저수지가 있었는데요. 그곳이 학생들과 함께 도롱뇽을 관찰하고, 올챙이가 두꺼비가 되어 올라가는 모습도 보면서 자연을 가까이서 공부하는 생태교육의 장이었어요. 학생들과 양서류를 관찰하다 보니 양서류가 로드킬을 당한 현장을 자주 목격했고, 관심을 갖고 조사해 보니 국내에서 양서류 로드킬 문제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인간이 좀더 빨리 이동하기 위해서 산 한가운데에 길을 내고, 차가 쌩쌩 다니면서 참사가 벌어지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실상을 알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고, ‘개구리가 죽어간다. 살려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공공현수막을 걸었지요. 공공현수막 퍼포먼스 활동이 가장 활발했을 때는 100곳 이상의 단체가 동참했던 적도 있었고, 올해도 60여 곳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어요. 현수막에 들어가는 문구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고, 후보군을 추려서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안을 선정해요. 문구가 선정되면 경남양서류네트워크의 생태학과에 소속된 사람들이 일러스트를 그려 넣어요. 저는 이 현수막을 ‘공공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현수막 디자인이 완성되면 SNS에 업로드해서 함께 참여할 단체를 모집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에 디자인 시안을 보내 주고 있어요. 그 후 양서류를 보호하자는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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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와 함께한 1,553일간의 기록


학생들과 함께 사마귀를 기르면서 관찰한 지 3년 만에 책이 출간되었어요. 수많은 곤충 중에서 사마귀에 꽂히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흔하고 평범한 곤충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듯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곤충을 통해 어떻게 생태교육을 펼쳐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가 사마귀예요. 물론 사마귀뿐만 아니라 올챙이, 잠자리 등 다양한 생물도 함께 길렀고요. 자연에서 인간과 마주쳤을 때 도망가지 않고 마주 서서 째려보는 거의 유일한 곤충이 사마귀인데요. 그러다 보니 사마귀와 눈을 맞춰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저는 교육에는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인간은 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인데, 모든 생물들이 인간을 보면 도망가기 바쁜 모습을 조물주가 볼 때마다 슬프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창조한 생명체가 사마귀라고 상상해 봤어요. 사마귀는 인간을 용감하게 마주 보는 탁월함을 지닌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예요. 

사마귀 연구는 처음부터 책으로 묶으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거제도에는 국내에 분포하는 9종의 사마귀가 모두 살고 있어요. 사마귀를 연구한다면 거제도만큼 좋은 장소가 없는 거지요. 분류군이 작은 사마귀는 관심을 기울이는 생태학자도 거의 없고, 관련된 책도 없는 실정이에요. 평범한 곤충의 생태적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서는 사마귀만 한 곤충이 없었어요. 그래서 학생들과 함께 사마귀 알집을 찾아내고, 부화시키고, 사마귀를 사육하면서 관찰하는 수업을 꾸렸어요. 처음에는 반려곤충 사마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려 주고, 세계의 다양한 사마귀를 소개하고, 사마귀의 고유한 생태적 가치를 발견하자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어요. 하지만 책으로 내면서는 하나의 주제로 정리하자는 출판사의 의견을 수용해서 도감 형태로 묶게 되었어요. 잘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사마귀의 신체 구조, 알집의 형태 등의 정보를 잘 담을 수 있었어요.


사마귀를 무서워하거나 징그러워하는 학생들은 없나요? 사마귀를 사육하면서 관찰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신다면요?

두려움의 90%는 무지와 무관심에서 오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처럼 오래전부터 사마귀를 우둔한 곤충으로 보는 인식이 많았어요. 사람을 피하지 않는 사마귀를 보면서 고사를 창작하는 상상력은 대단한 것이지만 그 이후로 수많은 철학자, 생태학자 들이 사마귀를 보았을 텐데 과거의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워요. 사마귀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을 만들고, 관점을 전환해 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쓰게 된 거예요. 사마귀를 무서워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마귀를 손에 올려 보면 물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요. 자신을 억지로 만지려고 하거나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아요. 사마귀의 다리를 보면 날벌레도 잡을 수 있을 만큼 고도로 발달한 3중 가시가 돋아 있고, 관절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힘을 효율적으로 써요. 사마귀는 탁월하고 위대한 곤충으로 불릴 만한 근거가 충분한 곤충이에요. 사마귀는 사냥할 때에도 돌아다니면서 먹잇감을 찾는 게 아니라 작은 곤충이 올 만한 길목에서 기다리는 전략을 취해요. 사냥에 실패하면 굶주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할 때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단순히 생김새만 보고 무서워하기보다는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성공적으로 진화에 성공한 곤충의 대단함을 느껴 보면 좋겠어요.

사마귀 사육은 간단해요. 학생들과 함께 알집을 채집해서 새끼 사마귀를 부화시키고, 직사광선을 피해서 온습도를 맞춰 주면 기본적인 사육환경이 만들어져요.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뿌려 주고, 핀헤드(pinhead, 매우 작은 크기의 귀뚜라미 유충)를 급여해 주면 돼요. 좀더 자라면 자연에서 먹이 곤충을 잡아서 줘도 되고요. 채집통에서 키우기도 하지만 20평 규모의 사마귀장을 만들어서 집단적으로 사육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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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사마귀부터 붉은긴가슴넓적배사마귀까지 우리나라에 사는 8종의 사마귀에 대한 연구 자료와 수백 장의 사진을 일일이 수집하고 선별하기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생물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마귀를 연구하는 생태학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어요. 독일의 토머스 뢴니쉬(Tomas Ronisch)를 비롯해 도움을 주신 전문가들의 역할이 매우 컸지요. 『사마귀 생태 도감』의 머리말에 고마운 사람들의 목록이 길게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사마귀를 사육하면서 관찰하고 있으니 자료를 경험적으로 검토해 볼 수는 있겠지만 저의 개인적인 경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박사님, 붉은긴가슴넓적배사마귀를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심재일 전북대 대학원생, 춘길농장 김영훈 님 등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문을 받았어요. 그분들과 온라인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연구 자료와 사진을 모았고, 책의 토대를 만들 수 있었어요. 세련되고 멋진 자료는 아닐지라도 출판사와 함께 사마귀의 생태적 탁월함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선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좁쌀사마귀처럼 크기가 매우 작고, 희귀한 종은 자연에서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사진 자료가 많지 않았고, 생식기 사진을 좀더 명확하게 싣지 못한 점은 아쉬워요. 원칙대로라면 살점을 녹이고 남은 생식기 사진을 통해 종의 구조적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야 했거든요.


새를 속이기 위한 사마귀의 보호색, 사마귀에게 기생하는 연가시, 사마귀 알집에 기생하는 사마귀수시렁이와 기생벌… 사마귀가 다채로운 생태계 사슬을 형성하는 모습은 자연의 이치를 보여 주는 듯해요.

생명체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사냥하기 위해 꽃대에 매달려 있는 사마귀를 보면, 진짜 꽃대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여요. 바람이 불면 꽃대와 함께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감쪽같아서 나비도 속는 거예요. 사마귀 알집은 겹겹이 쌓여 있고, 튼튼하고 질긴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렁이나 기생벌 앞에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어요. 먹고 먹히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곤충들의 모습은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다.”라는 현수막 문구를 만드는 데 영감을 주기도 했어요. 비록 알집을 수시렁이의 애벌레에게 내어 줬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하는 데 기여하는 사마귀의 생활사는 조화롭지요. 매우 촘촘한 구조로 관계망을 형성하고, 한두 군데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을 다시 생각하게 돼요. 저는 인간을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종으로 보는 관점을 지지해요.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로 생태계를 바라본다면 기후위기, 환경 오염이라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공존의 힘을 가르치는 생태교육을 꿈꾸며


내륙지방의 선생님들이 생태교육을 꾸리며 학생들과 함께 곤충을 기른다면 어떤 종을 추천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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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물고기, 올챙이 등 다양한 생물을 키우면서 관찰해 봤지만 사마귀만큼 키우기 쉬운 생명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사마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려곤충이기도 하거든요. ‘사마귀 키우기 키트’도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고요. 나비는 예쁘지만 인분(鱗粉) 때문에 손으로 만질 수 없고, 장수풍뎅이도 금방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사마귀는 까칠까칠한 다리의 촉감을 느껴 보고, 신체의 구조를 가까이서 보고 관찰하기 매우 좋은 곤충이에요. 심지어 사마귀는 배설물에서 나쁜 냄새가 나지도 않아요. 바이러스나 세균을 옮기지 않는 깨끗한 곤충이면서 외관이 탁월한 사마귀는 생태교육을 하기에 장점이 무척 많은 생명체예요. 알집, 유충을 채집하기도 쉽고 성충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물방울이 맺힐 만큼 수분을 공급해 주고, 직사광선만 주의한다면 사육환경을 조성하기도 쉬워요. 독자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사마귀 키우기에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교육이란 함께 살아가는 힘”이라고 정의하셨어요. 생태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연대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2018년 4월 27일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선언문을 교환한 일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영감을 얻어서 ‘개구리 손을 잡아 주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개구리 손을 복사해서 오린 종이를 여러 단체에 보내서 개구리 모자를 쓰고 손을 잡아 주는 활동이었어요. 인간과 자연도 평화협정을 맺으면 어떨까 고민하다가 만든 활동이었고,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 있는 초등학교에도 자료를 보냈어요. 당시에는 한일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던 때였음에도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일본과 한국이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어요.’라고 쓴 카드와 함께 사진을 보내 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학생들도 크게 놀랐고, 미래에는 한일 양국이 평화와 공존을 위해 힘쓰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보낸 적이 있어요. 제가 하는 모든 생태교육은 ‘함께 살아가는 힘’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에 목적을 둬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것부터가 연대의 시작일 거예요. 끈끈하게 연대하여 미래를 바꾸는 힘을 최근에는 ‘변혁적 역량’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학생들이 변혁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널리 시행되는 날을 바라요.


생태계 파괴, 멸종위기 동식물 문제가 극심한 오늘날이에요. 실생활에서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실천해 볼 만한 방법이 궁금해요.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보면 좋겠어요. “주변에 함께 사는 생명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주고 있나요?”라고요. 매일매일 마주하는 이름 모를 날벌레에 대한 관심이 오늘밤에 구매한 에프킬라 정도밖에 안 된다면 과연 우리가 지구와 공존할 준비가 된 것인지 되돌아봐야겠지요. 지구라는 공동체 안에서 인간은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 여느 생명체들과 똑같은 구성원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면 어떨까요? 그런 인식을 길러 주는 교육이 제가 꿈꾸는 생태교육이에요. 한계에 부딪힌 성장과 개발이라는 가치를 재고하고, 교육현장에서 생태 시민을 길러 내는 교육을 실천해야 미래를 바꿀 수 있겠지요. 충분히 만족하고 살 만큼 문명이 발달한 세상이잖아요. 성장과 개발을 멈추고, 좀더 좋은 삶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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