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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 박보라 단원고 사서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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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1-01 15:11 조회 1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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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항상 엔진을 켜둘게1)

박보라 사서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학생들이 올 때마다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 읽은 책은 재밌었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말 붙이는 사람. 상대방에게 건네는 안녕과 질문에 온도가 있는 사람. 단원고에서 만난 박보라 사서는 처음 보는 사람도 무장해제시킬 만큼 ‘매우 밝음’ 성향의 소유자다. 그의 지난 기상에 고통이 따랐을지언정 자신이 전하는 한 톨의 말이 타인의 날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예측으로 자신의 엔진을 ‘풀가동’하여 도서관을 꾸린다. 마음 돌봄은 물론, 도서관 중앙에 자리한 독립출판물 코너와 곳곳에 비치한 힐링존 사이에서 학생들은 쉼표를 찍고 교실로 돌아갈 수 있겠다. 여차하면 사서샘이 은근히 건넨 책이 들려 있을지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노래한 시인의 문장을 누구보다 깊게 체득한 사람을 만나고 온 날, 한 가지 예감이 들었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어린 마음들의 갈피를 보살핀 온기를 받아 용기를 내어 살아갈 청년이 있다.  

 

1)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게>의 노랫말을 발췌했다.




혹자에 따르면 '언제나 웃는 도서관 캔디'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다고요. '극강의 E(외향적인 성격)'이신 듯한데, 학창시절부터 낙천적이셨나요?

아버지의 하드웨어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아요. (웃음) 워낙 밝고 자유분방하신 아버지와 조용하신 어머니의 성격을 고르게 물려받았어요.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마주하곤 하는데, 저는 처음 본 사람에게도 힘차게 인사해요. 교장선생님께도 “어?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대해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선생님께서 어떻게 그렇게 밝게 인사할 수 있냐고 물어보신 적 있어요. 교장선생님께서 활짝 웃는 걸 처음 봤다고 하시면서요. 어쩌면 누구든 환영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싶은 바람이 제 안에 크게 자리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원래 낙천적인 데다가 인문계열 전공으로 들어간 대학에서도 인연을 따라 세부 전공을 문정과로 정했을 만큼 사람을 좋아해요. 


인연을 따라 문정과를 선택했다니 놀라운걸요. 어릴 적부터 책을 꾸준히 좋아하신 잠재 요인(?)도 있을 텐데요.

제가 학생이었을 땐 학교에 도서실이 전무했어요. 그나마 고등학생 때 다락방 같은 조그만 문이 있는 공간을 도서관으로 이용했어요. 공부만 주야장창 시킨 데다가 도서실은 창고처럼 방치돼서인지 학교에서 책을 잘 안 봤어요. 하지만 육체 노동자셨던 저희 부모님께선 책을 집에 많이 들이셨어요. 이모가 책 판매 사업을 하셔서인지 책 선물도 많이 받았고요. 백과사전, 전집 시리즈물 등을 많이 읽곤 했는데, 중학교 때 『삼국지』를 재밌게 봤어요. 고교 졸업 후 입학한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첫날, 제 앞에 인문대 학생회장이 서 있었던 기억이 선명해요. “무슨 전공으로 들어왔어?” 묻길래 “인문계열로 왔는데요.” 대답하니 “얘 데려가.” 그러곤 친한 친구인 문정과 소속 선배에게 저를 맡기(?)셨어요. 그날 저녁에 선배들 이랑 술 먹고 행사도 하면서 문정과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죠. 2학년이 되자 학과 사무실에서 저를 불러 희망 학과를 선택하라길래 “저 문정과 아니었나요?” 반문했어요. (웃음) 3학년쯤이었을까, 제 적성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호텔 서빙도 하고 공기업에서 아르바이트도 해 봤는데, 결국 모든 일은 사람으로 이어진 세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양도서관에서 잠시 일한 적도 있고 서울대 법학도서관에서 계약직 사서로도 일했어요. 거기서 일 년 있다가 초등학교로 와서 학교도서관을 만났고 지금까지 줄곧 사서로 일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 "도서관은 상담실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거의 다 자란 청소년들이 속을 터놓고 말하기란 쉽지 않잖아요. 비결은요? 

늘 도서관에 와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학생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학생의 이야기를 경청 했는데 아무리 이야기를 나눠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선생님이 지금은 일해야 하니까 다음에 이야기하자.” 말하고 돌려보냈어요. 이후 “너를 아끼는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야, 우리의 시간이 발전이 없으면 선생님도 힘들어.”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그럼 학생도 제가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란 걸 알고 나아지는 모습을 차츰 보여 줘요. 솔직하지 못하고 무작정 귀찮은 듯이 학생을 내쳤더라면 멀어졌을 수 있었겠죠.
학생을 위해 무언가 해 줘야 한다는 열정을 과하게 쏟으면 오히려 상처 주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내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다가 갈등이 생기면 상담자의 마음이 건강한지 먼저 돌아봐야 해요. 특히 내담자와 대화할 땐 “그러니깐 왜 그렇게 했어?”라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상대방을 탓하는 부정 단어를 피해야 해요. ‘그럴 수 있어.’, ‘나라도 그랬을 거야.’ 등 호응하고 공감하는 언어를 주로 써야 해요. 마주한 학생이 편모나 편부 가정의 구성원 일 수도 있기에 ‘엄마 아빠는 뭐라셔?’라는 표현도 지양하고요. 우울한 감정에 지배당하는 학생을 상담할 땐 하루에 감사한 일을 세 가지 정도 써 오는 감사일기를 숙제로 낸 적도 있어요.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서 미용실에도 못 갔던 아이였는데, 제가 도서실에서 직접 앞머리를 잘라 주곤 했을 만큼 친했거든요. 지금은 졸업했는데,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는 법을 알려 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업무만으로도 바빠서 매번 학생들 이야기를 듣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시나요?


내가 좀 힘들다고 해서 사람을 내치진 말자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교장선생님이라도 내가 이렇게 대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아이들 이야기를 듣다가 힘들어지는 순간도 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럴 땐 학생들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도서관에 왔음을 알고 환대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홀로 일을 다 하는 것 같아서 힘든 상황에 처할 때는 외우다시피 하는 구절을 마음속으로 읊 어요. 성경 「요한일서」에 나오는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라는 구절인데요. 사랑하면 제가 맞닥뜨리는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했으니,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교사와 독서동아리 운영 문제에 관한 갈등이 생겼을 때도 이 구절을 떠올리며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곤 했어요. 단, 학교 업무 특성상 일하는 사람이 계속 바뀌니 제가 업무를 마무리 짓고 떠날 땐 후임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은 사전에 잘 걷어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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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시는 인스타를 보면 시(詩) 행사를 많이 기획하셨어요. 시를 읽으면 멀미(?)하는 남학생들이 간혹 있는데, 참여율을 어떻게 끌어올리셨어요? 

오히려 남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걸요. “얘들아, 시 한 번만 따라 써 봐. 그럼 과자 줄 거야.” 하고 필사 참여를 독려하면 난생처음 시를 쓰면서 울림을 느꼈다는 학생들을 꽤 많이 만나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반응한 학생들에겐 “낭독도 해 보자.” 하고 격려해요. 손사래 치거나 부끄러워하면 “다른 친구들은 관심 ‘1’도 없어. 나만 들어.” 하고 긴장을 풀어 줘요. 그럼 맘에 든 시를 직접 읽은 아이들이 친구를 데리고 와서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의외로 학생들은 청소년시집보다 심오한 시를 곧잘 찾아서 필사해요. 아이들 손을 많이 타는 류시화, 도종환 시인의 시집들과 청소년이 직접 쓴 시집들을 큐레이션해서 선보이고,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드라마를 영상으로 띄워 주기도 해요. 교사들이 추천한 시(박보라 사서는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인생시로 손꼽았다.), 루시드폴의 앨범이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등의 노랫말을 전시하기도 하고요. 글자를 배운지 얼마 안 된 할머니들이 쓴 시를 시화로 꾸민 작품들을 출력해서 보여 주기도 해요. 도서관에서 일상처럼 시를 보고 읽고 그리는 활동을 하면 시에 대한 멀미를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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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단원고의 힐링존, 필사의 시간 코너 


"당신이 살아온 인생을 첫 책으로 쓴다면 첫머리에 쓰고 싶은 문장은?"이라는 질문으로 학생들의 문장을 모은 행사도 인상적이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한 건데, 원고지 모양의 포스트잇을 마련해서 써 보자고 제안하니 학생들이 꽤 많은 문장을 보내 줬어요.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죠. ‘나의 시작’을 생각하게 돼서인지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첫 문장으로 쓴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학생의 문장이 있어요. “이건 내가 원한 인생이 아니었다.” 아이가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 한 줄을 보자마자 가슴이 아팠어요. 불우한 환경에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아이였는데, 여러 이유로 길이 막히는 듯 보일 때가 있었거든요. 저는 그 학생의 문장을 우수작으로 뽑았어요. 진짜 자기 삶을 썼으니까요. 부정적인 표현을 했더라도 문학적으로 뛰어난 글이었죠. 

힐링존, 필사코너 등 이용자들을 쉴 수 있게 하는 공간에 눈길이 갔어요. 공간을 만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지역 서점에서 자투리 공간에 필사 코너를 마련한 모습을 본 적 있어요. 학생들이 늘 뭔가를 해소할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었던 찰나였는데, 아이디어를 얻어 도서관에 차용했어요. 종이접기책을 비치해서 공작을 해 볼 수 있게도 하고, 드로잉 코너를 마련해서 자신을 마음껏 표현해 보길 바랐죠. 특히 힐링존 이용에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필사 코너니까 필사를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고, 자리를 어지럽히거나 낙서를 하더라도 제약을 걸지 않았어요. 사실 학교에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놀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니 충분히 즐겨야죠. 최근엔 독립출판물 코너도 마련했는데, 서울에 있는 독립서점 ‘이후북스 (마포구 망원로4길 24)’를 찾아가 어떤 기준으로 책을 들여놓는지 공부했어요. 책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여쭤 보니 독자들이 입고 요청한 책들을 중심으로 들인다고 하시더라고요. ‘독자가 원하는 책은 검증이 된 책’이라고 하셨는데, 학교도서관에서도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피고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책들을 들이는 게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단원고 사서로서 가진 책무나 무게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하루들을 버티면서 생겨난 새로운 다짐도 있을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도 도서관 행사를 계속했어요. 꾸역꾸역 살아 냈던 것 같아요. 희생자 학생들이 명예 졸업을 한 뒤엔 단원고에 관해 언급되는 일이 줄어들었고, 처음에는 ‘세월호’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지만 단원고는 여러 빛깔의 아이들이 있는 곳이고, 세월호 말고도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4월만 되면 추모 행사를 언제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쳐요. 하지만 정작 당사자 학교인 이곳에서는 더 이상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학부모가 절반가량이고, 학교 내에서도 교사 간에 의견이 갈리는 편이에요. 그 틈바구니에서 저 역시 사건 직후에는 ‘덮어 두는’ 편에 가까웠어요. 당시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가가 “선생님은 차라리 회피하는 게 좋겠다. 그래야 선생님이 살 수 있겠다.”라고 하셨어요. 그 후 몇 년이 지나 아이를 낳은 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부모의 마음을 알았고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희생자 학생들을 어떻게 추억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는 걸 받아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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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획팀, 북큐레이션팀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독서활동을 하는 ‘독서프로젝트기획단’의 모습 
 

최근에는 주변 선생님들과 학교 인근에 있는 4.16 기억저장소에도 다녀오셨다고요.

학교에선 4월 16일마다 단체로 이곳을 방문해요. 잠깐 들르는 편에 가까워서 제대로 다녀오자고 제안하신 선생님 덕분에 열여섯 명 정도 되는 인원이 같이 다녀왔어요. 4.16 기억 저장소에는 희생자의 부모님께서 직접 안내를 해 주셔요. 교실의 복원 과정, 학년과 반별 학생들의 특징이나 사연(예컨대 수업 시간표를 직접 만들어서 벽을 꾸민 학생들의 취미 생활, 담임선생님의 생일을 준비했던 학생들의 숨은 이야기)도 함께 소개해요. 안내를 받다가 유가족 어머님께서 최근에 아이 핸드폰에 있던 학교생활 영상을 복원했다며 보여 주시더라고요. 체육대회 영상이었는데 함께 보고 나시곤 저희에게 “감사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유가족 분들과 학교가 편한 관계는 아니었기에 그 말씀이 가슴에 박혔어요. 덧붙여 흐릿한 사진을 부모끼리 같이 보다 보면, 설사 이미지가 다 깨졌어도 내 자녀임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혹여 그 사진을 같이 보는 다른 부모도 똑같이 자기 자녀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누를 끼칠까 봐 사진에서 자기 아이를 발견했어도 쉽게 말을 못 꺼내신다고도 하셨지요. 이후 그 당시 도서부랑 함께 찍은 사진이 저한테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자료들을 샅샅이 찾아봤어요. 도서부는 아니었지만 여덟 명 학생들과 행사 때 함께한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도서관에 자주 찾아오는 아이들이었고, 유가족 분들께 아이들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해 드렸어요. 
 

진상 규명이 되는 그날까지 동행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최근 소통을 힘들어하는 십 대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학생들에게 건네는 말과 책을 꼽는다면요?

코로나19 이후로 타인에게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늘어났지만,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은 여전히 크게 두 부류예요. 각자의 아우라를 가진 모든 학생들은 대개 인사를 건네면 쑥스러워하거나 말을 걸지 않기를 바라요. 쑥스러워하면서도 대화에 호감을 느끼는 학생에겐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밥은 먹었는지 등 일상 대화를 하면서 책 추천을 하고 상담도 하지만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학생은 잘 쉴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아요. 최근 감명 있게 읽은 책 한 권이 있는데, 무루 작가가 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한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은 관계 맺기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위안이 될만한 문장이 많거든요. 업무 PC 메모지에 적어 두고 늘 보곤 해요. “타인의 마음에 닿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세상 가장 먼 곳까지 가보는 일이다. 우리가 문학을 통해 느끼는 감동의 기저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있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는가.”  
 

선생님께 기운을 얻어 오늘을 힘차게 살 제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있다면요?

도서부 학생이 졸업하고 몇 년 뒤 저를 찾아와 준 적 있어요. 자기가 어떤 길을 준비 중인지 들려주면서 지갑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더라고요. 가끔씩 꺼내서 만져 보았구나 싶을 정도로 손때가 느껴졌죠. “쌤, 저 이거 아직도 갖고 있어요.”라고 말한 학생은 정작 재학 중일 땐 제가 늘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말을 걸곤 했던 학생이에요. 소통할 때 벽이 있다고 느꼈던 학생이어서 의외였죠. 도서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할 무렵, 너의 길을 응원한다는 뜻을 담아 아이들마다 다르게 쓴 문장을 전했는데, 이 작은 종이를 귀하게 간직해 준 듯해서 참 고마웠어요. 제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큰 힘이 될 수도 있구나 싶어서 계속 ‘돕는 사람’으로 살고자 해요. 누군가의 사소하고 힘든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인간 박보라, 따뜻한 사서가 되고 싶어요. 땀이 맺히도록 무더운 날,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 같은 사서가 되어 은은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려고요. 그래서 한 명 한 명이 품은 바람을 곁에서 오랫동안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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