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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고양이는 정말 액체일까?』 정윤선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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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9-01 19:18 조회 2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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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과학에 의한, 과학을 위한

다채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학을 쉽고 재밌게 알려 주는 책을 꾸준히 쓰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물리교육학을 전공했어요. 공부를 마칠 때까지 한 번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 문예창작반에서 시를 쓰거나 연극반에서 대본을 썼던 기억은 있지만요. 우연한 계기로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한정영 선생님의 어린이논픽션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논픽션 쓰기는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강의를 신청했어요. 강의를 이수하고 한정영 선생님이 운영하는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4년간 공부를 이어 갔어요. 아카데미에는 방송 작가 일을 하시다가 온 분도 있고, 문학을 전공하신 분도 많았지만 저처럼 자연과학을 전공한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곳에서 만난 번역가 지인이 출판 기획안을 내 보라고 출판사를 소개해 주셔서 첫 책을 냈어요. 그 후 여러 차례 출간 제안을 받게 되었고, 다양한 인연을 이어 오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죠. (웃음) 처음 창작 수업을 들었던 자리에서 나도 작가를 꿈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늦은 나이지만 이렇게 책을 꾸준히 쓰고 있네요. 


논픽션뿐 아니라 미래 환경 동화책 『붉은 숲의 비밀』, SF 단편소설 「손맛」처럼 문학과 과학을 접목한 글쓰기에 도전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처음에는 사회과학, 논픽션 과학책만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겼어요. 좀더 다양한 책을 쓰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스토리텔링을 배우면서 생태 동화를 썼어요. 원전이 파괴된 후 그곳에 남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붉은 숲의 비밀』에 담았어요.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SF 소설이 크게 유행하고 있잖아요? 과학을 전공한 저도 자연스럽게 SF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스토리텔러 교육 과정을 밟았어요.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서 앤솔로지 SF 소설집 『페트로글리프』에 실린 「손맛」을 썼어요. 「손맛」은 먼 미래에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의 무형 문화를 계승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에요. 가장 인간다운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손맛’이 떠올랐고, 씨간장을 지키는 로봇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완성했어요. 지금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판타지 동화 창작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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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붉은 숲의 비밀』 썬더키즈, 2020 / (우)『페트로글리프』 동아엠앤비, 2020

"과학으로 우리 생활을 바라보면 흥미롭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고 하셨어요. 과학을 통해 일상이 달라 보였던 경험을 듣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저를 가르쳐주셨던 과학선생님들이 재밌으셨어요. 지구과학 선생님은 학교 뒤편의 인왕산에서 암석 종류를 설명하시면서 현장 수업을 했어요. 물리 선생님은 마찰력을 공식이나 수식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마찰력이 없으면 물건을 잡지 못한다.’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일상에서 과학을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식인데,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우리가 경계면을 유지하는 건 중력과 수직항력이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는 거예요.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알 법하지만, 선행학습이 없던 당시에는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선생님의 물리 수업을 들은 후부터 제 주변 물체들의 ‘힘의 방향’이 보이는 듯했어요. 숫자 놀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과학 원리를 발견하니 놀랍고 흥미로웠죠. 이런 제 경험을 어린이들도 느껴 보면 좋겠어요. 과학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면 다양한 문제 해결법을 떠올릴 수 있어요.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과학적인 사고가 꼭 필요해요.  


'과학적이다'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것처럼 과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이에요. 하지만 막상 과학이 무엇인지 물으면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과학을 정의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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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웃음)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각각 분과별로 과학을 정의하는 방법이 많이 달라요. 제가 물리학 전공이니까 물리학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면, ‘세상을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주장을 과학적으로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근거를 가지는 것이에요. 과연 그 근거가 타당한 지 따져 볼 수 있도록요. 『고양이는 정말 액체일까?』에 수록된 주제 중에 ‘수영할 때도 땀이 날까?’가 있어요. 그 주제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수영 전후로 체온을 측정하고 몸무게를 재 보는 실험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복잡하고 어려운 실험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충분히 상상하고 설계해 볼 수 있는 실험도 당연히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과학을 배운 사람들은 어떤 현상을 볼 때, ‘이건 어떤 법칙에 위배된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만약 공을 위로 던졌는데 공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 장면을 만화에서 본다면 중력 법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요. 과학 지식을 활용해서 비과학적인 현상을 발견하는 활동도 과학에 포함되는 거죠. 




엉뚱해도 괜찮아

일상 속 궁금증, 과학으로 바라보다


고양이는 정말 액체인지, 수영할 때도 땀이 나는지 등 재밌는 질문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 내셨어요. 이런 주제는 어떻게 찾으셨나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 소재가 많아요.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흥미로운 주제들을 모아서 편집자와 함께 솎아내기를 해요. 그 후 책과 논문을 찾아보면서 자세히 알아봐요. SNS에 논문 요약본을 올리는 계정이 있는데, 그곳에서 구미가 당기는 논문을 발견하면 원문을 읽어 보는 식으로요. 구독하는 과학잡지와 즐겨찾기로 등록해 놓은 과학기사도 항상 눈여겨보고 있어요. 잡지와 기사에는 최신 이슈를 반영한 근거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니까요. 매일매일 자료를 탐색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아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 과학적인 가치가 있는 이야기가 가장 좋은 주제예요. 책에 실을 주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주제를 찾아서 적합한 주제를 선별해요. 흔하지 않고 기발한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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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정말 액체일까?』 개암나무, 2022  


자율주행 기술, 무선 결제 시스템의 원리처럼 복잡한 과학 기술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처음 접하는 최신 기술은 저도 너무 어려워요. (웃음) 열심히 논문과 자료를 보고 원리를 꼼꼼하게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초고를 써 놓고 보면 어린이들이 읽기에 난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았어요. 여러 번 퇴고하면서 꼭 필요한 과학적 원리만 남기고, 부차적인 내용은 전체적인 흐름만 남겨요. 첨단 과학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지는 않을지 늘 조심하고 있어요. 작가가 많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생활동화를 먼저 짧게 제시하고 지식 전달을 나중에 하는 방법도 좋아요. 『고양이는 정말 액체일까?』는 시리즈로 기획된 책인데, 처음에는 경제서가 나왔어요. 경제서는 동화 안에 경제 개념을 충분히 담아서 설명할 수 있지만, 과학은 이야기 안에 원리와 개념을 전부 넣다 보면 이야기가 억지스러워져요. 그래서 일상에서 과학 원리를 엿볼 수 있는 짧은 에피소드만 썼어요. 


인문학의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보는 코너가 있어서 반가웠어요. 자율주행 기술과 '트롤리 딜레마'를 연결했던 게 떠오르는데요. 인문학과 과학은 어떤 관계일까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과학은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과학은 세상을 발전시키기도 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이기도 해요. 제2차 세계대전 때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고 끔찍한 결과를 보고 절망에 빠진 과학자들이 있었어요. 과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과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해요. 인문학적인 고민이 없으면 과학은 위험한 칼이 될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기술 문명은 적응하기도 벅찰 만큼 빠르게 발전하게 될 텐데요. 가끔 두려울 때가 있어요. 버스를 탈 때 앞으로는 현금을 못 내는 세상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보행자와 운전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희생해야 하는 트롤리 딜레마가 찾아온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보행자를 살리는 선택을 한다면 누가 이 자동차를 구매할까요? 과학 기술이 우리를 덮쳐 오기 전에 인문학적인 질문을 사회에 꾸준히 던져야 해요. 




자연에서 뛰어놀며

탐구하길 바라는 마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디지털 네이트브'인 요즘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어떻게 하면 북돋을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저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학생들이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노트북으로 수업을 듣고, 집 안에서만 있다 보니 스마트 기기 사용이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전체적인 학력 저하가 일어났다는 분석도 있고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야외로 나가서 놀거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거나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게 좋지요. 그런데 누구나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동네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 읽고,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고요. 어린이들이 능동적으로 호기심을 해결하도록 도서관에서 돕는 게 좋겠죠. 하지만 학원을 많이 다녀야 해서 어린이들은 바쁘고, 부모님들은 더 바쁜 것 같아요. 꼭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같이 모여서 운동하고, 놀고, 도서관을 가 봐요. 그리고 과학관도 방문해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웃음) 


『어린이를 위한 포스트 코로나 안내서』 등 최신 시사를 반영한 교양 과학책도 꾸준히 내고 계신데요. 어린이들이 관심 가져 보면 좋을 과학 이슈를 세 가지 뽑아 주신다면요?

오늘 나온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기사가 생각나요. 우주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세계관을 크게 넓힐 수 있어요. 저도 가끔 우주선 사진을 찾아볼 때가 있어요. (웃음) 항공우주 분야를 공부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는 소식을 들으면 직접 밤하늘을 관측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항공우주 분야의 재미예요. 오늘날 환경 문제는 굉장히 심각해서 환경도 꼭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예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도 기후위기로 인해 동물이 인간과 접촉하게 되면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방역이 해제되고 해외여행 가는 비행기 표를 끊기 전에 꼭 기후위기에 대해 먼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분야를 꼽고 싶어요. 스마트폰 안에 있는 칩의 성능이 인류가 처음으로 달 탐사를 했던 우주선에 탑재된 슈퍼컴퓨터만큼 뛰어나다고 해요. 단시간에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컴퓨터,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어린이들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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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포스트 코로나 안내서』 다락원, 2022 

기후위기, 탄소중립, 생태 감수성이 교육 현장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실천을 이끌어내는 생태전환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생들이 기후위기, 탄소중립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라는 걸 먼저 깨달아야 할 것 같아요. 나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체감해야 해요. 그러려면 자연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 제일 좋지요. 요즘 학생들 고양이 많이 좋아하잖아요? 길고양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곁에서 관찰하면서 저 고양이도 나와 같은 생명이라는 걸 몸으로 느껴 보는 거죠. 수족관에 가서 갇혀 있는 물고기들을 보면서 측은하게 여기는 감수성을 키우는 게 관건인데, 그렇다면 자연으로 계속 들어가서 접해 보는 방법이 가장 좋을 수밖에요. 강의를 듣거나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고요. 충남 서산에 있는 철새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방법도 좋아요. 이화여자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이대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탐색해 보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동네나 학교에서도 똑같이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주변을 관찰하며 먹이사슬도 생각해 보고, 모든 생물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걸 아는 거예요.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고요.


작가님의 책을 보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마음이 느껴져요. 차기작을 살짝 귀띔해 주신다면요?

현대인들 고기 많이 좋아하잖아요? 우리가 지금처럼 육식을 꾸준히 즐긴다면 어떤 환경 문제가 발생할지를 주제로 환경 논픽션을 작업하고 있어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 고기 말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를 담았어요. 이 책을 통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먹을지 어린이들이 고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공학한림원의 지원을 받아 쓴 에너지 공학책도 출간을 앞두고 있어요.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이야기 등을 담았어요. 세 번째 책은 이제 막 초고가 나온 생태 SF 동화인데요. 식물이 멸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며 썼어요. 앞으로 내용을 어떻게 수정할지 몰라서 자세한 설명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웃음) 제 딸이 다니는 여고는 이과 반이 전체 반의 절반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여고에서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중이 작았는데, 점차 늘어난 거예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친숙하게 접한다면 이런 변화가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나겠죠? 그래서 어린이들이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작고 재밌는 과학책을 쓰는 게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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