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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 허지은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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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6-02 16:16 조회 1,1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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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은세계가 사는 법

허지은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은세계 쌤 유튜브 봤어?”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선생님이라면 동료에게 건넸을 법한 질문 한마디.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 제작이라는 미션으로 끙끙 앓는 사서선생님들은 SOS를 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수면 위는 고요하나 그 아래는 전쟁터라고 흔히 비유되는 학교도서관은 섬처럼 홀로 근무하는 업무 특성상, 조언을 구할 곳은 관내 학교의 동료 사서선생님뿐이기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수업 제작 썰을 푸는 교과교사의 유튜브는 넘쳐 났지만 다사다난한 학교도서관 생활 노하우를 알려 주는 곳은 흔치 않았다. 이 사나운 시기에 작은 숨통을 틔어 주는 채널이 있었으니, 지금은 휴재 중인 <은세계의 학교도서관>이 오늘의 주인공. 청소년을 위한 저작권 수업부터 교사를 위한 화면 녹화 방법, 도서부의 일 년 살이 영상 들을 보노라면 이 유튜버, 진심이다. 도서부 학생들도 댓글로 그를 찾곤 한다는데, 이쯤 되면 베일에 싸인 그를 이 자리에 소환해 보자.




유튜브 채널 <은세계의 학교도서관>을 보고 도서관 운영 방법을 익혔다는 샘들이 주변에 많은데요. 채널을 개설해야겠다고 어떻게 맘먹으셨나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 도통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그 와중에 온라인 수업까지 준비 하느라 학교 전체가 바빴어요. 교과 선생님들은 급한 대로 EBS 영상을 활용하거나 직접 콘텐츠를 꾸렸지 만, 사서교사는 수업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여건에 놓일 수밖에 없었어요. 수업 영상을 ‘창작’한다고 표현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웃음) 그 무렵부터 수업 영상을 기획하고 편집했어요. 독서신문도 외부 업체에 안 맡기고 학생들과 직접 만들 만큼 편집 일을 원체 좋아하기도 했고요. EBS 온라인 클래스에는 유튜브와 연결하는 기능이 있는데, 영상을 연결해서 학생들이 얼마나 수강했는지 확인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차라리 수업 계정을 연결해 보자는 생각에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처음엔 영상을 일부 공개로 해 놓고 링크를 연결하여 저희 학교 학생들만 온라인 클래스에서 볼 수 있게 했는데, 학생들이 영상을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나니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도록 수업 영상을 재편집한 다음 전체 공개로 영상들을 업로드했어요. 학교도서관에 계시는 분들이 제가 올린 수업 영상을 참고할 수 있으니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제 수업을 보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 싶었죠. 


첫 번째 올려주신 영상은 '사서교사 1인 유튜브 시작합니다'인데, 학교도서관의 전경을 고르게 담으셨어요. 편집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리셨다고요. 

온라인 수업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관련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며 오래 공부했어요. 저작권 공부는 물론 교사 자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상상시스터즈>,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각종 채널들도 참고했어요. 영 상을 제작할 땐 대부분 스마트폰 앱으로 촬영하고 편집했는데, 워낙 유튜브 세계가 넓으니 금방 노출되진 않을 거라고 여기고 ‘누가 볼까?’ 하는 마음으로 독자들 반응을 지켜봤어요. 어느 날, “혹시 이 채널 운영 하는 분이 선생님이에요?” 하고 한 사서선생님이 물어 보시더라고요. 이덕주 선생님이셨는데, 정말 떨렸어요. 아는 선생님께서 제가 만든 영상을 봤다 하시니 긴장되고,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생각하니 더 떨리더라고요. 이후부터는 더욱 열심히 영상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웃음) 


학교도서관, 온라인 수업 영상, 수업 준비 세 카테고리로 나누어 채널을 꾸리고 계시는데요. 각 카테고리에 담고자 했던 주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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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세계의 학교도서관> 유튜브 채널 캡쳐

‘온라인 수업 영상’ 카테고리에는 학교도서관 이용법, 독서교육종합지 원시스템에서 자료를 검색하는 방법 등이 담겨 있어요. 말 그대로 온라인 수업을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고려하여 만든 카테고리예요.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루는 방법이나 zoom을 통해 실시간 독서 수업을 하는 모습도 ‘온라인 수업 영상’ 카테고리에서 볼 수 있죠. 다방면으로 수업하는 방법을 올리다 보니, 관련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에 길잡이를 주자는 목적으로 ‘수업 준비’ 카테고리 안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 카테고리에는 선생님을 위한 화면 녹화 방법, 공유저작물을 활용하는 법, 책으로 수업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저작권 관련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등을 담은 영상을 수록했어요. ‘학교도서관’ 카테고리에는 도서부 이야기들을 주로 담았는데, 도서관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거나 매거진, 독서방송 제작하는 방법도 볼 수 있도록 모아 놨어요. 


'출처 쓰기' 수업 영상은 조회수 2만 회를 훌쩍 넘었는데요. 온라인 수업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댓글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댓글로 수업 관련 질문을 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온라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주제로 한 연수에 강의하러 갔을 때도 알아봐 주시는 선생님들도 많이 만났어요. 이 분들은 영상을 만드는 데 얼마큼 시간이 걸리는지,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주로 하셨어요. 답변을 드리다 보면 칭찬과 응원도 듬뿍 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할지 막막했는데 길잡이가 되어 줘서 고맙다는 이야 기를 해 주실 땐 뿌듯했어요. 제가 수업 샘플을 보여 드리면 ‘이거, 은세계 선생님 유튜브에서 봤던 건데!’ 하며 인기척을 내는 동료도 반가웠어요.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도 다양한데, 대개 당장 해결해야 하는 것들을 해소시켜 달라는 종류의 질문들이 많았어요. 


댓글 중에서 동료 교사나 학생들이 달았던 인상적인 코멘트는 무엇인가요?

한 사서 분께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서로 일하신 지 2~3년 차셨던 것 같은데, 먼 곳에서 제가 일하는 곳까지 오셔서 도서관 운영 전 반에 관한 것을 물어보셨고, 답변을 해 드렸어요. 보통 제 영상에 달린 댓글을 살피면 어딘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학교도서관에서 막막했다고 털어놓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학교 학생들도 제 도서부 관련 영상에 댓글을 많이 달더라고요. 자기도 도서부에 지원했는데, 제가 만든 영상을 면접 준비에 참고했다는 댓글도 있었고, 도서부 면접 예상 질문을 알려 달라는 독자도 있었어요. 제가 답변을 해줬던 학생이 도서부에 합격했다고 소식을 전해 준 적도 있었어요. 같이 기뻤죠. (웃음) 



그동안 업로드하신 콘텐츠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영상을 꼽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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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카테고리에 있는 '도서부의 1년 살이' 영상

‘도서부의 1년 살이’ 영상을 만들면서 유독 아이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계절별로 도서부와 했던 활동들을 소개 하는 영상을 편집했는데, 십여 년 동안 도서부 아이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고 요. ‘책 쓰기 수업 활용 앱(하루북)’ 영상을 제작한 일도 선명해요. 오래 전에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하루북 업체 부스를 발견하고 유심히 들여다봤어요. 당시 아이들과 하루북 앱으로 책 쓰기를 해 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시도해 봤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하루북 앱은 누구든지 책을 쓸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페이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편집할 수 있어요. 제공하는 이미지들이 다양해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죠. 업체 이름처럼 하루 한 페이지씩 쓰다 보면 한 권을 완성할 수 있어요. 한 권을 만드는 데 대개 만 원에서 만 오천 원 정도 들었는데, 저는 지원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해서 도서부 한 명당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했어요. (편집자 주: 2022년 홈페이지 기준 1권당 2만 2천9백원 제작비가 듦. 10권 이상 제작 시 40% 할인 적용됨.) 처음 책을 쓰자고 했을 땐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했는데, 자기만의 이 야기가 담긴 책을 받고 나서는 재밌어하더라고요. 


한 영상에서 도서부를 "교직생활의 가장 큰 힘"이라고 표현하셨어요. 도서부들과 '찐하게' 소통해 온 비결은 무엇인가요?

글을 쓰는 일이든 토론을 하는 일이든 일단 도서부에서 해 볼 수 있는 일을 제안해 보고 일 년 동안 곁에서 지켜봐요. 첨삭도 해 주고 어려워하면 옆에 앉아서 방법을 알려 줘요. 책 쓰기를 연속으로 하는 일이 힘들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독서토론을 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고른 책은 되도록 저도 읽으려고 하고요. 사회자, 서기 등 도서부 안에서도 역할을 분담하게 하는데, 토론 시에는 반드시 존칭을 쓰고 경청하게 해요. 이후로는 세 팀(북큐레이션·매거진·독서방송)으로 나눠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고요. 코로나가 닥치면서 동아리 운영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안전하게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일전에 쓰신 글에서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공간으로 존재해왔다."고 짚어주셨어요.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실천하고 싶은 위시리스트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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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은 사서 선생님이라면 가슴에 늘 품고 있는 숙제일 거예요.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책은 섬세한 정제의 결과물이잖아요. 책을 읽는 행위는 전두엽을 쓰는 일인 데다 읽는 회로가 머릿속에서 돌다 보면 훗날에 아이가 살아갈 때 무언가를 활용하고 판단하고 성찰하는 능력을 많이 쌓을 수 있어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해 왔는데, 저와 함께하는 아이들은 제 길잡이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를 지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 시기만이라도 아이들이 책에 거부감이 들지 않게끔 해주는 일을 목표로 삼고 싶어요. 나아가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를 인상 깊게 읽은 바, “독서는 대화”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독서란 일차적으로 작가와 독자와의 대화이고 이차적으로는 함께 읽은 사람들 간의 대화라는 말에 공감했어요. 책을 두고 여러 사람과 풍성한 대화를 나누면 똑같은 한 권이라도 남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을 저도 경험으로 알기에, 학생들이 독서 모임을 꾸준히 즐기는 문화를 학교에서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학교도서관을 주제로 삼은 1세대 채널 운영자로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두려운 선생님들께 꿀팁 한마디 날려 주세요.

온라인 수업 연수에서 강의를 할 때 처음에 말씀 드리는 것 중 하나가 “부담을 내려놓으세요”예요. 처음부터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기란 힘들어요. 다만, 망하더라도 일단 해 보는 것에 의미를 두길 바라요.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하고 걱정하기보다는 엉망이 되더라도 그 틈바구니에서 조금씩 실력이 늘 거라는 믿음을 갖고 기본기를 닦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시길 바라요. 돌이켜보니 제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고 마음먹었을 때가 2020년 4월인데요. 이젠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대부분 영상으로 다 만든 것 같아요. 지금은 앞으로 무엇을 만들지 고심 중이에요. 교직 생활 십오년 차를 되돌아보는 마음으로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자 해요. 제 채널 독자 분들께 기다리라는 말씀은 차마 못 드리지만, 언젠간 다시 시작할 마 음은 있다는 걸 살짝 전하고 싶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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