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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국경』 구돌+해랑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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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4-04 14:24 조회 34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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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넘나들던

'국경'을 사유하다


28개월간 약 60여 개 도시를 여행하며 국경을 넘나들었다고요. 세계 여행을 떠났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구돌 고등학생 때 프랑스 여행잡지 <뚜르드몽드>를 구독했었어요. 잡지를 보면 여행이 너무 가고 싶은데, 가지를 못하니까 쌓아 두고 읽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자주 보 면서 바깥 세계에 대한 갈망을 많이 느끼기도 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마음대로 떠나지 못했지만, 대학생이 되니까 제 힘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고 방학 때 3개월간 인도 여행을 갔다 왔어요. 그러고 바로 한 번 더 가야 되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휴학하게 되었어요. 기간을 정해 놓지 않고 계 획도 없이 부유하듯 무작정 떠도는 여행을 간 거예요. (웃음) 돈이 모자라면 현지에서 가이드를 하 며 조달했어요. 유럽이나 미국 여행을 갔을 때는 접시 닦기나 설거지 같은 일도 했어요. 유년시절부 터 차곡차곡 쌓아 왔던 경험해 보지 않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상당했고 그 에너지가 길고 짧은 자유 여행을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여행을 한 번 떠나니 꼬리를 물 듯 다음 여행으로 이어졌고요.


참고용 사진 자료만 3천 장을 받았고 그림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들었습니다.『국경』의 무엇이 작가님을 이토록 매료시켰을까요?


해랑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개인 작업을 하는 것과 일로서 해야만 하는 작업 간의 차이를 크게 느끼는 사람이에요. 클라이언트 지시에 따라 그려 내던 그림들은 제가 원하던 이미지가 아니었는데요. 그런 간극을 좁히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구돌 작가가 제가 캐나다에서 그렸던 산 그림을 보고 『국경』의 그림 작업을 맡기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어요. 제 그림을 보고 제안을 주신 것도 감사했고 ‘국경’이라는 시의성이 뛰어난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 요. 제안을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해 보고 싶었던 마음과 풍경 작업을 좋아했던 개인 선호가 잘 맞물렸어요. 국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면 경험해 보지 않았던 공간을 그릴 수 있잖아요. 이런 점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구돌 처음 해랑 작가의 그림을 봤을 때 제가 원하는 산의 이미지가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다는 생각 이 딱 들었어요. ‘히말라야 일러스트’라고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산 그림이 나오는데요. 작가들마다 산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데, 해랑 작가의 이미지 스타일이 제게 분명하게 와닿았어요.


그림책 작업을 위해 지정학과 각국의 정치, 문화, 역사를 다룬 서적과 논문을 숱하게 읽었다면서요. 공부가 어렵지는 않았나요?


구돌 처음부터 하려고 했던 공부는 아니었어요. 출간 계약을 하고 작업을 하면서 경험뿐 아니라 지식적인 공부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세계지리』(시그마프레스)를 읽었는데,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요! 책을 읽으며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지정학, 정치, 국제정세 등 다양한 주제로 자료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었어요. 계약은 했지만 마감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제가 만족할 때까지 조사를 했어요. 공부하면서 자료집을 만들기도 했는데 국경에 얽힌 신화, 국가 간 관계, 정치적 사건과 인물까지 다양한 주제를 담았어요. 국경이라는 키워드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던 거예요. 작업을 시작했던 2015년에는 지금처럼 난민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고 2018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이었어요. 그래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해 나가면서 점차 추가 된 내용이 작품에 많아요. 공부는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이 원하고 궁금해서 하 는 공부만큼 재밌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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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모형의 단면 같은 독특한 그림이 눈에 띄어요. 건축물과 사람들이 미니어처로 보이는데요. 작가님만의 시그니처일까요?


해랑 시그니처라고 하기보단 해당 페이지에 대한 구돌 작가의 의도가 명확했던 것 같아요. 구조물의 단면을 보여 주는 형태가 2D 이미지 안에서 공간감을 표현하기 용이해서 몇몇 장면에서 그러한 형태를 채택하게 되었어요. 4층짜리 가상의 박물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그려야 할 때도 입체 모 형의 단면 같은 형태로 표현하게 되었어요. 박물관 그림에는 역사가 숨겨져 있는데요. 1층은 고대의 식물들이 진열되어 있고, 2층은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 3층은 에디슨 박물관이 있고, 4층은 우주 개척 시대가 펼쳐져요. 테라스로 나오면 직접 우주를 관측할 수 있어요.


구돌 인간뿐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예술, 과학도 국경을 넘나드는데, 그런 흐름을 함축해서 표현 하는 방안이 박물관이었어요. 각종 운송수단이나 물품들의 사진 자료를 해랑 작가에게 전송했는데요. 시대순으로 멋지게 구현해 주셔서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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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국경을 그어 놓지만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


"새와 물고기는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배와 비행기는 그럴 수 없는 선." 국경을 멋지게 비유한 작품 속 첫 문장이 품고 있는 속뜻이 있을 것 같아요.


구돌 강, 산, 바다를 경계로 국경이 그어질 수밖에 없는데, 사람과 인공물은 넘지 못해도 자연은 자유롭게 넘나들잖아요. 생각해서 쓴 문장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한 문장이 흘러나온 것이기에 속뜻이 없답니다. ‘구돌 작가는 국경을 이렇게 정의하는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국경을 보면, 바다와 사막을 가로질러요. 바다와 사막이 너무 넓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서 그래요.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의 경우 빗방울을 떨어뜨려서 왼쪽으로 흘러가면 왼쪽 나라 땅이고, 오른쪽으로 흐르면 오른쪽 나라 땅이라고 정하는 국경법도 있어 요. 그림을 보시면 책이 접히는 곳이 경계인데, 새는 아직 넘지 못했지만 새의 그림자는 이미 넘었어요. 우리가 국경을 넘지 못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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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경'을 이야기하면, 38선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구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38선은 군사 분계선이지 국경이 아니라는 거예요. 책에서도 남북출입사무소라고 썼지 남북출입‘국’사무소라고 쓰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남한과 북한은 서로를 국 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국경이라는 말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남한과 북한의 국경’, 되게 이상한 말이에요. 이런 비유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남한과 북한이 사실혼 관계인 것 같아요. 서류에 도장은 찍지 않았지만 사실상 결혼한 상태가 사실혼인 것처럼 38선을 아무도 국경 이라 부르지 않지만 38선은 국경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국경은 너무나도 슬프게도 절대로 건너갈 수 없어요. 세상에 이런 국경이 어디 있어요? 중국인들은 북한에 관광도 가는데 우리나 라 사람들만 못 가요. 교과서에는 우리나라가 반도라고 나와 있는데, 사실 우리는 섬에 살고 있어 요. 이런 이상한 국경을 다음 세대까지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해랑 살아생전 꼭 한 번은 북한에 가 보고 싶어요. 『국경』에서는 금강산 수학여행도 가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국토 대장정도 가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이게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잖아요. 꼭 통일이 아니더라도 굳게 닫힌 국경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전쟁이 끝나고 서로를 국가로 인정해서 정식 수교를 한다면 넘나들 수 있는 국경이 될 텐데요. 지금은 너무 아쉬운 상황이에요.


EU 연합을 피규어처럼 표현하셨어요. 각국의 특징을 변별력 있게 묘사하기 위해 가장 고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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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 작업 기간 동안 세계정세가 계속 변화하면서 수정이 있었던 페이지네요. 처음에는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는데, 나중에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주 독자일 텐데, ‘어떻게 구성해야 EU가 직관적으로 잘 파악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무실의 단 면을 보여 주고 각 국가별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을 기획하기도 했었는데요. 영국 사무실만 비어 있는 식으로요. 하지만 한눈에 파악하기 불편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 는데 영국 사람만 없다는 게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문화원 사이트를 참고해서 전통 복장을 착용한 인형을 배치해야겠다고 결론이 났어요. 어린 독자들이 EU 연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통 의상과 국기처럼 다양한 정보도 습득할 수 있도록요.




화합하고 협력하는 국경을

함께 만들어 가기


현대사회에서 국경은 갈등과 대립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경을 둘러싼 사회문제의 현황을 짚어 주신다면요?


구돌 국경에 대해 공부하면서 어떤 사이트를 보게 되었는데요. 실시간으로 분쟁이 있는 국가들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주는 사이트였어요. 그런데 200여 개 국가 중에서 3~4국을 제외하고 전부 빨간불이 켜져 있는 거예요. 부부 사이나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갈등이 있듯이 국가 사이에도 갈등 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결국 국경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갈등을 우리가 안고 가야 해요. 하지 만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서로 보완하고 도와야 한다는 사실도 분명 해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의 공공의 적이 되었는데, 그럼 대한민국과도 적인가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쟁보단 평화, 경쟁보단 함께 발전하는 것.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어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국경이 뒤섞인 신비로운 마을 바를러가 인상 깊었어요. 이곳 사람들에게 국경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해랑 제가 그곳 사람들의 생각을 알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바를러의 국경을 이야기해 볼게요. 굉장히 이색적이고 특이한 국경인 것 같아요. 경계가 명확하게 그어져 있는 선이 국경이잖아요. 자유롭게 넘나들고 서로 얽혀 있는 국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부러워요. 마을을 대표하는 시장도 두 명이고 동물도 사람도 국경을 넘나들며 사는 마을이라니, 우리나라랑 정반대잖아요.


구돌 바를러에서는 불이 나면 어느 나라 관할인지 재빨리 파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해당 나라의 경찰과 소방 시스템에 연락해야 하니까요. 자료를 조사하면서 봤던 다큐멘터리가 문득 기억나요. 바를러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특이한 국경 안에서 살아가는데 괜찮으신가요?” 하고 물으니까 “저희는 아무 문제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요.”라고 대답하셨어요. 짧고 뻔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그곳에서 사신 분의 목소리였기에 그대로 인용해서 작품에 썼어요.  


5년 동안 작업을 함께하면서 숱한 우여곡절을 헤쳐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기간이 길었던만큼 지쳤을 법도 한데, 어떻게 작업을 끝까지 완수했나요?


해랑 늘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국경』이 출간된다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기뻤지만 제가 꿈꿔 왔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바로 『국경』으로 어떤 성취를 하는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이 바람이 현실로 이뤄져서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긴 작업 기간 동안 출간 자체가 요원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상 없는 노력을 하는 기분이었는데, 출 판이 돼서 책을 받았을 때가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어요. 그리고 책으로 상을 받았을 때가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했던 작업이어서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해 왔어요. 가치 있는 작업이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과거가 미화된 탓인지 지금은 좋았던 두 순간만 기억이 나네요.


구돌 5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에요. (웃음)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국경이라 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이 컸던 것 같아요. 누가 그런 책임감을 저희에게 지워 준 건 아니지만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요. 5년 동안 공부도 하고 자료 조사도 하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관점도 다양해졌어요. 저희 책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책이 다다를 수 있는 이상향을 상상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어요. 제 아버지와 할머니가 북한에서 넘어오셨는데, 결국 국경을 넘지 못하고 돌아가셨거든요. 그런 제 삶의 단면들까지도 책에 담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것 같아요. 출간될 때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교보문고에 가서 세워져 있는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해방감이 장난 아니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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