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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지은이가 독자에게] 신기한 목탁 소리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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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4 18:17 조회 10,03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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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그림 작가

목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절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목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십니까? 저는 사실 『신기한 목탁 소리』 원고를 읽고 나서도 목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습니다. 목탁소리도 많이 들어보았고 목탁이 어떻게 생긴지도 알았지만, 목탁을 깎는 스님을 그리려고 하니 어떤 나무를 무슨 도구로 어떻게 깎아내는지 알 수가 없어서 어떻게 그림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경상남도 거창에 있는 목탁장인을 찾아갔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듯한 깊은 산속 마을의 목탁장인께 들은 목탁 만드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답니다. 목탁은 다른 나무와 달리 오래된 살구나무 뿌리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 잘라낸 살구나무는 나무에 진이 많아 쓸 수가 없어서 3년 정도를 진흙 속에 묻어두어 그 진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야만 한다는군요. 그뿐인가요? 그렇게 진이 빠진 나무를 다시 소금물에 담가 가마솥에 쪄낸 후 그늘에서 잘 말린 후에야 비로소 목탁을 깎을 나무 덩어리로 쓸 수 있게 됩니다.
대강 목탁의 크기로 잘려진 나무들은 ‘자귀’라는 도끼를 닮은 목공구로 겉모양이 깎인 후 긴 골칼로 속이 파내어지는데, 오랜 경험을 가진 장인이 그 속을 잘 파내주어야 명쾌한 울림이 있는 목탁이 되는, 목탁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모양과 소리에 비해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스님을 어떻게 그리지?
『신기한 목탁 소리』는 귀가 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즐거운 마음으로 목탁을 깎는 한 늙은 스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한 우물만 파면 뭐든 된다’는 정도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확히 물길을 찾아내고 땅 파는 법을 잘 알고 있다면 한 곳만 파서 우물을 만드는 일은 시간과 인내의 싸움뿐일 테니까요. 저는 그림을 그릴 줄도 알고, 목판을 깎는 법도 압니다. 그러니까 뭐가 될지는 몰라도 열심히 신나게 하면 뭐가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신기한 목탁 소리』의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만들어야 할 목판의 양이 많아져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햇빛에 하염없이 길어져만 가는 저녁 그림자 같은 작업시간은 두 번째 문제인지도 몰랐습니다. 도대체 귀가 들리지 않는 스님은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목탁소리를 들었을 때 드는 느낌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 건지 막막한 생각이 들 때도 많았고, 파내고 파내도 끝이 없는 목판에, 완성된 만큼 생겨나는 망친 목판을 보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망친 목판은 무의미하게 버려진 시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목판의 수도 늘어만 갔습니다.



욕심과 옳고 그름에 얽매이지 않은 소리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은 ‘귀가 들리지 않는 스님’을 표현한 그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그림이 되었으면 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각양각색의 구도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다른 그림들은 네 가지의 색을 썼지만 이 그림은 중요하니까 더 여러 가지의 색을 써볼까? 라는 고민. 다른 그림들은 조용하고 밋밋하니까 뭔가 훨씬 더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정적’을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
그런데 그림을 그리고 그릴수록,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그림은 점점 벽을 더 높이 세워가는 것 같았습니다. 문만 열면 될 것 같은데, 문이 보이지 않는 아주 높은 벽에 서있는 기분. 그렇게 풀리지 않는 고민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 채 다니던 어느 날, 이른 아침시간 작업실을 가는 길에 흐르는 개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문득 지금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검은 원 속에 갇힌, 뒷모습을 보인 스님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옳지도 그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그림의 색은 다른 그림과 다르게 세 가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한 것도 없고, 그대로 완전합니다. 너무 멋지게 잘해보려는 욕심과 옳고 그름에 얽매일수록 그림은 망가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이 많은 살구나무가 오랜 노력과 시간을 들여 그 진을 빼고, 그 안을 깎아 속을 비워내고 나서야 영롱한 소리를 내는 목탁이 되는 것처럼 스님의 목탁 만드는 일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이야기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저는 『신기한 목탁소리』의 그림을 그리며 쉼 없이 즐겁게 목탁을 만드는 스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스님의 손으로 속이 잘 비워진 그 목탁의 소리가 왜 신기하게 되었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김성희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목탁 소리를 목판화로 표현하고 싶어 자신을 깎듯이 나무를 깎았다. 2009년 CJ그림책축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대상을 받았고, 2010년에 이탈리아의 아동문학가 잔니 로다리 30주기 기념상을 받았으며, 그린 책으로는 『책나무』, 『빨강 연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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