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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지은이가 독자에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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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21 15:33 조회 9,1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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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희옥 정읍남초 교사
            염광미 화성 예당초 사서교사
            이동림 창원 안골포초 교사

번   역  이지원 번역가, 어린이책 기획자



2011년 『마음의 집』에 이어 올해 『눈』으로 라가치상 대상을 2회 수상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본지 도서추천위원들이 서면으로 만났다. 『눈』에 대하여, 창작에 대하여, 독자에 대하여… 작가가 보는 세상, 작가가 품은 생각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눈』의 첫 책장을 넘기면 두 개의 구멍이 뚫린 눈이 나타나고 다음 장을 넘기면 우리가 눈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장미의 꽃술이기도 하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이기도 하고 심지어 개의 코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창작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만약 어떤 책을 만드는데 아주 정교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라면, 정말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겨나요.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지요. 어디서 영감이 오는지, 아이디어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저로서도 사실 대답하기가 힘들답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그림책을 만든 적도 있어요(『생각연필』). 그 답은, 영감은 제 안에 있기도 하고, 어디서인지는 모르지만 바깥세상의 모든 것이 될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이죠. 『눈』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나왔어요. 어떤,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와 생각에서부터요. 저는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편입니다. 손보다는 머리에서 먼저 책을 구상해요. 그리고 제 자신의 마음, 감정을 많이 집어넣어요. 그게 저만의 책 만드는 레시피라고나 할까요.


『눈』은 눈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특별한 동기나 배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이 책은 눈과 시각이 무엇인가에 대한 책으로 구상했어요. 그렇게 저는 원고를 만들었고, 나름대로 만족도 했어요. 2년이 지난 후에 그 원고를 다시 보니, 그냥 눈에 대한 얘기를 할 뿐, 아무 특별한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갑자기, 눈에 대해서는 시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금방 망각하니까요. 그래서 시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시각을 어떻게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어요. 시각이 없으면, 다른 감각들이 우리에게 훨씬 더 큰 역할을 하면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공간과 색깔의 소리, 대기가 바뀌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등이 놀라웠어요. 저 역시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만났던 개인적 경험들을 스스로 떠올렸었습니다.


『눈』은 사람의 감각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그래서 더욱 예민한 시각의 중요성을 잔잔하게 그려 냈어요. 아이들에게 온몸의 감각을 깨울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저는 어린이책에 대해서도, 어린이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아니에요. 이 책을 만들면서도, 제가 과연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해서, 그런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도, 약간 겸손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시각이 있는 상태에서는 말이지요. 우리가 아무리 눈을 감고 손으로 무엇인가를 느껴보려고 해도 우리 자신이 그런 감각을 특별히 훈련할 이유가 없는 이상 그건 그냥 시늉에 불과해요. 사실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을 ‘정상’의 생활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들의 약점이 어떻게 강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기도 해요. 저는 시각장애인들이 어쩌다 시각을 다시 되찾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건 마치 너무 많은 선물을 가지는 것과 같아서 무섭다고, 지금 그대로의 상태도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큰 발견을 한 기분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책은 주로 독자에게 깊이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보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데요. 책을 만드실 때 특정 연령층의 독자를 염두에 두시나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좀 무능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 독자들이 누구일지, 그 나이가 몇 살일지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대신 저는 제 자신을 위한 책을 만들려고 애쓰고 그 안에서 다양한, 진짜 얼굴들을 상상해내려고 해요. 가끔 제 자신은 아직도 어린 소녀이기도 하고, 동시에 엄마이면서 인생의 경험을 이미 뒤로 한 나이든 사람이기도 해요. 제 자신도 어떤 일에 있어서는 성숙하지만, 어떤 일에 있어서는 성숙하지 못하고, 인생과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모르기도 해요. 자신감 역시, 가끔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확신하지만, 가끔은 전혀 자신이 없기도 하고요. 제 자신 안에 있는 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 저는 책을 만들어요. 만약 저에게 정해진 독자가 있다면, 그를 위해 책을 만드는 것이 저를 힘들게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세상 모든 10살짜리를 위해 책을 만든다면, 그 10살짜리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 다르다고 가정하면, 뭔가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을까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정의 리듬에 기복이 있을 때 작가님의 그림책을 보면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읽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무겁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무표정한 인물을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어떤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게 되면, 그 인물은 약간 덜 ‘보편적’이 되어서, 보다 적은 수의 독자들만이 그 인물과 동일시하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어떤 얼굴이 ‘투명’하다면,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 안에 투영할 수 있어요. 자기 마음대로 그 인물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만들어진 차분하고, 집중력 있는 책들이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가끔은 저 스스로도 한 장면 안에서 평화와 긴장을 대비시키기도 해요. 『눈』에서는 토끼와 개가 같이 나오는 장면 등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그 개 그림이 무섭다고도 해요.





작가님의 작품은 정적이면서 자신을 찾아보게 하는 동양철학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신세계를 가지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책에서나 아니면 생활에서나 균형과 평화를 유지하려고 애써요. 저는 이 세상을 인과관계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회의주의자이기도 해요. 너무 큰 행복은 저에게 수상하거나 재미없이 느껴지고 갈등이나 긴장, 슬픔이 창조적인 방법으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영역처럼 생각돼요. 저는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지요. 하나는 언제나 즐겁지만 하나는 언제나 눈물이 어려 있어요. 그냥 상징적인 얘기지만, 우리 모두의 삶도 그럴지 몰라요. 이 책, 『눈』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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