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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느낀 그대로의 시가 시인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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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6:08 조회 13,28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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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아이들과 같이 노닐 듯
김형봉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는 도서관 담당이고요,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학생 둘은 3학년이구요, 한 명은 2학년 학생입니다. 도서반 학생이구요
박성우 3학년 학생이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참석해 주셨군요.
학생들 (웃음)
이혜연 동시집 『불량 꽃게』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은데요. 『불량 꽃게』에 나오는 표현들이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겪어보신 것인가요?
박성우 시인이나 소설가의 글이 대부분 체험을 바탕으로 하잖아요. 겪어 본 것도 있고 아이들하고 만나면서 이야기 하고 보고 얻은 것도 많죠. 또 혹은 이런 상상을 할 수 있겠다 하면서 유년으로 돌아가서 쓰기도 했어요.

이혜연 그러면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사신 거예요?
박성우 예, 시골에서 살았어요.
이혜연 그럼 그때 경험하신 걸 쓰신 건가요?
박성우 그러니까 글이라는 것이 경험한 것을 썼다고 해서 일기와 같지 않고, 일기처럼 쓰면 안 돼요. 문학이란 것이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거기다 상상력을 넣어가면서 쓰는 것이죠.
김예은 『불량 꽃게』는 동시여서 어린이 시선으로 시를 쓰셨잖아요. 그런데 어른이시라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박성우 덜 힘들었어요, 원래 철이 좀 없어서.

학생들 (웃음)
박성우 동시를 쓸 때는 이런 게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어른들은 동시에 교훈을 넣고 싶어 해요. 계몽적인 것, 교육하고 싶은 것들. 저는 절대 그런 동시를 쓰지 않겠다. 내가 왜 그런 동시를 써야 되는가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이미 다 알아서 교육 내용이 들어있는 동시들은 안 읽거든요. 마음대로 좀 즐기자. 같이 놀자. 이런마음으로 쓰다 보니 좀 편하게 썼던 것 같아요.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동시건 청소년시건 어른시건 간에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보통 시는 쓱 오지 않는데 동시는 한두 편 쓰면 금방 한두 편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처음 한두 편을 쓰기가 힘들어요. 동시는 이런 거예요. 쑥 알죠? 초등학교 저학년을 생각해 보면 ‘너도 쑥 나도 쑥 너도 나도 쑥쑥’ 그런데 굉장히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잖아요. 들에 나는 쑥처럼. 이게 한 편 쓰고 나면 적어도 수십 번을 쓸 수 있어요. ‘너도 콩 나도 콩 나도 너도 콩콩’ 이렇게 한 번 하고 나면 쓸 수 있어요. 조금 변형하면 ‘초봄에 쑥쑥 숨어 쑥, 여름에 쑥쑥 숨어 쑥, 가을에 쑥쑥 숨어 쑥, 겨울에 쑥쑥 숨어 쑥’ 이렇게 금방 다른 것이 떠올라요.

학생들 우와~ 신기해요!
박성우 그런데 이런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사실, 하나 쓰고 나면 금방 금방 연상이 되면서 다른 것들을 떠올리게 돼서 쉽게 쓰게 돼요. 그런데 한두 편을 잡아가는 것 그리고 처음에 어떤 마음 상태에 이르는 것이 사실은 혼란스럽죠. 쓰면 금방 풀어서 쓸 수 있어요. 아마 저랑 동시를 쓰면 5분, 10분이면 네다섯 편은 금방 쓸 수 있을 거예요.
이윤조 저는 『불량 꽃게』를 읽으면서요, 왠지 시골에 사는 제 남동생이 하루하루를 적은 일기 같았어요. 제 남동생이 카메라인데요, 카메라처럼 사건을 관찰한 것을 쓴 것 같은 느낌이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성우 재미있네요. 카메라로 찍은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좋은 글이라는 것은 그림이에요. 글을 읽는 순간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눈에 그려지지 않는 글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는 말로 그린 그림이다. 눈에 그려지지 않는 시는 시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의도하는 바들은 동시를 읽고 쉽게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고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고 재미있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이죠. 그리고 편하게 읽어야 해요. 동시는 어려우면 안 되기 때문에 일기장처럼이요.



청소년들이 감춘 진심을 내어놓다
이혜연
『불량 꽃게』는 시골적이고 향토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난 빨강』을 읽으면서 좀 도시적이고 삭막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성우 청소년들이 원래 삭막하잖아요.
학생들 (웃음)
박성우 이런 것이 있어요.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컴퓨터 시대가 되자 속도, 경쟁이 중요한 것이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인간이 자연 속에 좀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꾸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자연들을 많이 배치해 두었고, 그런 것을 아이들을 위해 썼어요. 『난 빨강』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들의 청소년 시절을 이야기하면 웃잖아요.

특히, 엄마 아빠가 청소년기에 사고 친 이야기들 말이죠. 아마 여러분들이 엄마, 아빠가 청소년기에 한 일의 십분의 일만 해도 난리날 거예요. 엄마, 아빠한테는 그것이 추억인데 여러분들이 그런 일을 하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일이죠.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물건을 하나 샀어요. 그러면 엄마가 살 때부터 너 이거 진짜 필요한 거냐 하면서 계속 묻지요. 반면에 엄마는 그렇지 않지요. 백화점 할인할 때 이것저것 사시고 그러고 나면 언제 샀는지 무엇인지도 잘 기억하지 못하시고요.

학생들 (웃음)
박성우 그래서 청소년의 처지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는 거지요. 청소년 시에서는 그냥 너도 힘들지 나도 힘들어 뭐 이런 것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이런 것들을 말해 주고 싶은 거지요.
김형봉 『난 빨강』을 수업 시간에 좀 읽어 주었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공감하는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죠. 그럼 작가님의 경험이 상당 부분 많이 녹아 있는 것인가요.

박성우 그것은 제 경험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어요. 사실은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 작업실이 시골에 있는데요, 그곳에서 학교 강사를 했었거든요. 제가 청소년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어요. 하루는 제가 차를 몰고 가고 있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들더라고요. 그래서 태워줬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할 말 못할 말, 모든 말을 다 하는 거예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었어요. 정말 자기 마음속에 있는 말을 다 하는 거예요. 너무 심각했어요. 그 친구 집 앞까지 갔어요.

저는 저희 집도 지나서 간 거예요. 이 친구가 자기 고민을 다 말하고 저는 들어 줬어요. 구체적인 상황을 말하면 지금 아빠랑 사는데 아빠가 싫은 것은 아닌데 좋지도 않다. 새엄마랑 사는데 새엄마가 싫다. 난 중학교만 마치면 엄마한테 갈 거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엄마는 재혼은 안 하셨냐고 물어 봤어요. 그런데 재혼을 하셨고 아들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는 중학교만 마치면 엄마한테 간다는 거예요.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마지막에 제가 다 들어주니까 그런데 아저씨 뭐하는 사람이에요? 물어보더라고요.

시 쓰는 사람이야 했죠. 그러니까 이 친구가 자기도 시나 쓸 걸 하더라고요. 그 친구를 보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아빠한테 하면 혼날 것 같고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면 따돌림 받을 것 같으니까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고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 거죠. 저는 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청소년들을 만나보고 선생님들을 만나보고 하면서 청소년들이 많이 감추고 있고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혜연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사춘기를 겪은 경험자로서 하실 말씀은요?
박성우 조금 전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사춘기는 지나가는 것이잖아요. 지나가는 사람처럼 사춘기는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교 2학년 때 사춘기가 온 여학생이 있어요. 조금 늦게 와서 정말 심하게 앓더라고요. 심하게 앓더니 사춘기가 끝났어요. 지금 보면 정말 어른 같아요. 불과 한두 달 전에 만났던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예요. 사춘기는 일부러 벗어나려고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일부러 삐딱하게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이윤조 『난 빨강』에서 「공부기계」란 시가 있잖아요. 이 시에서 청소년들이 계속 기계처럼 생각 없이 공부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기계적인 공부도 청소년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박성우 저는 그것에 대해서 좀 회의적이에요. 특히 여러분들 중학생들은 실감나지 않을 텐데요.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보면 ‘공부기계’라는 말이 모자라요. 그리고 ‘공부기계’보다 더 힘든 사람이 고3 담임선생님이에요. 고3 담임선생님들은 가족들 볼 시간도 없다고 그래요.

토요일, 일요일에도요. 하여간 좀 끔찍할 정도로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돌아가는 기계처럼 딱딱 시간을 맞춰 움직이는 것을 봤어요. 사실은 공부기계라는 것은 새로운 은어로 표현한 것이에요. 기계처럼 물건처럼 그렇게 취급하는 것이 많아요. 최근에 만났던 친구 중에 아프게 살았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서울 친구인데요. 부잣집 아이였어요. 그런데 너무나 힘들어서 가출을 했어요. 부산으로요. 왜냐하면 멀리 도망가고 싶어서요. 한 2~3주를 떠돌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었대요. 배도 많이 고프고요. 그래서 다시 집 앞에 왔는데 들어가기가 어려웠대요. 그런데 너무 배가 고프고 졸려서 집에 들어갔대요.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가출한 것을 모르시는 거예요. 실제 이야기예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엄마, 아빠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너무 바쁜 거예요. 아이도 학교에 있고, 학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신 거죠. 이 아이가 그 다음부터는 화가 나서 가출을 안 했대요. 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고 할 수 있죠. 경쟁 사회에서 학원만 좀 덜 다니면 뒤떨어지는 것 같고 그런 것이죠. ‘공부기계’ 말고 반대의 친구들은 영혼이 자유롭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확고하고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장단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공부기계’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여러분들도 판단하기 어렵잖아요.





청소년 마음 어른들에게 닿기를
이혜연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부모님 말씀을 따라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나중에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부모님과 갈등을 하지만 자기의 꿈을 찾아서 자기의 꿈을 이루고 사는 것이 좋
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박성우 잘 산다는 것이 뭐라고 생각해요?
이혜연 잘 산다는 거요? 일단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서 공부를 좀 열심히 해서 의사 같은 것이 돼서 돈도 많이 벌고 하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 있잖아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했다는 직업 있잖아요.

박성우 사실 저는 여러분이 이해할 수 없겠지만 21세기에 사는 경쟁의 룰조차도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계층 미만의 여건일 경우,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사회예요.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이런 이야기 여러분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잖아요.

이게 바로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무조건 의사가 되어야 하고 판검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 웃기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다 의사되면 웃기잖아요. 누군가는 다른 일들도 해야 되고요. 그런데 저는 미래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경제적인 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고 저 같이 시 쓰는 사람은 시나, 사회 현상에 관심을 둘 수 있고요. 각자가 다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인데요, 저는 그 분야에서 행복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뭐 당연한 교과서적인 대답인가요?

학생들 (웃음)
박성우 뭐 실제로 저는 그래요. 예전에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살았지만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잖아요. 신문 같은데 보면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다가 나중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도 볼 수 있잖아요.
김예은 저는 아직 그렇게 깊게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제가 원하는 것이 뭔지, 성공이 뭔지 생각은 안 해 봤는데요. 일단 『난 빨강』에서 제가 읽은 「꼭 그런다」란 작품은 읽으면서 위로가 많이 됐어요. 저희 부모님도 심하시거든요. 제가 딴짓할 때요. 작가님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박성우 일단 엄마, 아빠라는 존재는 재미있어요. 재미있다고 하면 안 되는데요. 재미있어요. 내가 수학 공부하고 영어 공부할 때는 절대로 방문을 열어보시지 않거든요. 그런데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 엄마가 들어와요. 또 공부하다가 공휴일이나 연휴 때 놀아주시지도 않으시면서, 텔레비전 잠깐 보면 꼭 방에 들어오시고. 사실은 그런 것들이 우리 생활에 많아요. 『난 빨강』에 「대체 왜 그러세요」란 시가 있어요. 아침에 머리 좀 빗으면 넌 아침부터 머리 빗니? 점심에 머리 빗으면 넌 점심에 머리 빗니? 저녁에 머리 빗으면 넌 저녁때도 머리 빗니? 어느 때 머리를 빗건 혼나는 거죠. 사실은 혼나야 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여학생은 화장실 오래 쓴다고 혼나기도 하고요. 이런 일들은 정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거예요.

학생들 억울해요.
박성우 억울하죠.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억울한 일이죠. 사실 『난 빨강』은 엄마, 아빠들이 많이 읽어야 되는 책이에요. 엄마, 아빠가 읽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은 책을 읽으면서 위로 받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나만 아픈 것이 아니구나. 이런 위로를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학생들 (웃음)
박성우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돼요. 청소년들은 학교에 조금만 늦어도 왜 늦었느냐 친구를 만나면 왜 만났느냐, 왜 나가느냐 이렇게 되는데 엄마, 아빠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아빠는 술도 드시고 늦게 들어오시잖아요. 아빠는 담배도 피우시잖아요. 그리고 회식하면 노래방도 갔다가 오시고 그러잖아요. 그러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엄마들도 그렇고요. 청소년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생각 좀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가난, 한 편의 진정성
김형봉
『거미』 시집을 보니까, 가난 체험이 많이 특별해 보이던데요. 봉제, 미싱, 소금 등이요. 그런 것들은 직접 체험하신 내용인가요?

박성우 네. 사실이에요. 저는 대학교 야간을 나왔는데 봉제 공장을 다녔었어요. 대학교를 다니면서 공장에 다닌 거였는데요, 쌍방울이라는 큰 섬유 업체의 하청 업체인 경일섬유에 다녔었어요. 직원이 한 200명 정도 됐는데, 아주머니들이 195명, 남자 관리직이 4명 현장보조 남자 사원이 1명. 그런데 그 보조사원이 바로 저였어요. 그때는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탔어요. 당시 회사가 주로 여성 속옷을 만들었는데요, 아주머니들이 자주 약 올리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장난도 하고 그랬어요.
 
제가 봉제 공장 다닐 때,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제 대학교의 청소하시는 분이었어요. 두 분이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 학교로 오셨어요. 한 번은 3학년 때 백일장을 나갔는데요, 회사는 연말이 되면 납품을 해야 돼요. 그러면 학교를 못 가는 경우도 있고 그랬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아버지를 만났어요. 아버지는 낮에 공장에 있을 애가 학교에 오니까 깜짝 놀라셔서 얼른 가라고 막 화를 내셨어요. 그래서 제가 건물에 들어가서 음료수 두 병을 사가지고 왔는데 어딘가로 사라지신 거예요. 어딘가로 숨으셨겠죠.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것이 불편한 관계가 된 거지요. 아주 씁쓸했어요. 그러고 나서 백일장에 나갔어요. 뭘 썼는지도 모르게 쓰고 나왔어요. 그리고 엄마를 만났어요. 엄마는 학교에서 왕언니로 불렸어요. 사실은 아주 아픈 말이에요. 가장 많이 일했으니까 왕언니고 나이가 가장 많으니까 왕언니인 거예요. 엄마가 사주신 음료수를 먹고 나서 엄마에게 이제 공장 들어간다고 하니까 공책을 많이 갖다 주시는 거예요. 대학생들이 잃어버리고 분실물 센터로 온 것들인데 찾아가라고 해도 찾아가지 않는 공책들을 모았다가 가져다주신 셈이지요. 그 뒤로 저는 많이 바뀌었어요. 아! 나같이 힘이 없는 사람도 세상에 대해 무엇인가 할 말이 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시를 통해 무엇인가 할 말을 좀 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 정말 집중해서 하게 되었고 행복했어요. 그리고 재미가 있었어요. 공장에서 월급을 받으면 시집을 많이 사서 집으로 갈 때 아주 행복했어요. 저는 시 창작을 할 때 가난 체험이 도움을 주기는 한다고 생각하지만 간접 체험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해요. 한 번은 어머니께서 크게 다치셔서 일을 못하시게 되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해고 위험이 생기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제가 관련된 기관에 편지를 썼어요. 제가 등단한 이후의 일이에요. 그랬더니 바로 다음 날 관계자가 와서 사과를 하고 일처리를 해 주고 가는 거예요. 아마 제가 등단을 한 시인이 아니고 공장 노동자였다면 그렇게 해결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가난한 사람 그리고 힘이 없는 사람은 분명히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자인 사람만 부자가 계속되고 잘 사는 사람만 계속 잘 살면 조금 불공평하잖아요. 가난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김형봉 여담입니다만, 그때, 그러니까 대학교 3학년 글쓰기 대회에서는 입상을 하셨나요?
박성우 입상은 못했어요.
학생들 (웃음)
박성우 저는 청소년이 글 잘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왜냐하면 청소년 시절에는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써야 하는데, 틀에 갇혀서 쓰면 좋은 글이 되기 어려운 것이죠. 스스로 생각해서 깨우쳐서 상상해야 좋은 글이 나오지 그렇지 않은 경우, 기술을 전수 받듯이 되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좋을 수 있지만 지속성은 없다고 생각해요. 청소년기에 백일장에서 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혹시 받으면 더 잘하면 되고요.
이윤조 작가님이 시인이 되시고 제일 첫 작품으로 쓰신 것이 아까 그 작품이에요?

박성우 사실은 시인이 돼서 첫 작품이냐 둘째 작품이냐 그런 것은 없어요. 저는 등단작이라고 하는 것이 「거미」인데, 쓴 작품 중에 「거미」가 인정받아서 등단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먼저냐 나중이냐 그런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시는 단 번에 써내려갈 수도 있고 또 어떤 시는 쓰고 나서도 1년 넘게 고치기도 해요.
김형봉 자연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하고 한 것을 써야 내면적인 것들이 잘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좋은 작품들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박성우 그렇죠. 저는 진정성 있는 시들을 좋아해요. 진정성과 상상력이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가식이 없는 시라고 생각해요.



늘 만만한 시인으로, 사람들 곁에
이혜연
청소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시는 어떤 것인가요?
박성우 자기가 좋아하는 시요. 도서관 가서 볼 수 있는 것이어도 좋고요. 제가 누구 시라고 말하는 것이 스트레스
죠. 시험과 연관되는 시 말고요. 자신이 읽었을 때 좋은 시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관념이라든지 상징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개입되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쉬워도 시험 문제와 관련이 되면 읽기가 싫죠.

김형봉 시가 참 좋은데요, 가르치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어떻게 느끼게 해주고 아이들에게 시에 쉽게 다가가게 하고 어떻게 시적인 마음을 갖게 하느냐 하는 문제들에 대해 조언을 좀 해주시죠.
박성우 교사용 국어 교과서에 잘 나와 있죠.
학생들 (웃음)
박성우 요즘 독서기록장도 내죠. 그런 것들이 평가 대상이 되면 재미가 없죠. 편하게 읽고 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우리라 생각해요.

김형봉 쓰신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는 무엇인가요?
박성우 다 애착이 가죠. 엄마, 아빠 중에 누가 좋냐고 묻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시집으로 시를 묶을 때, 시를 썼을 때의 상황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밤공기가 어땠고 분위기가 어땠고 하는 때가 있어요. 시집을 낼 때 잘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기도 해요.
김예은 사람들에게 어떤 시, 어떤 시인으로 남기를 원하세요?
박성우 아, 만만한 시요. 만만한 시인으로 남기를 원해요. 저는 공감할 수 있는 시인, 따뜻한 시인 정도요. 저는 시 쓰는 게 행복해요. 사실은 시인이 좀 바쁘기도 해요. 글에 쫓기기도 하고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그래요. 시도 쓰고 산문도 쓰고 강연도 나가고 생각도 해야 하고요.

김형봉 현실참여시 쪽으로 더 많이 나아가시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떠세요?
박성우 저는 시에서 구호 같은 것이 앞서 가면 시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소통되지 않는 시는 피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자족하는 시를 피하자는 생각이 있어요. 말장난 같은 시라든지 실험시 같은 것, 표어 같은 시 그런 시는 쓰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상상력을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화는 그런 것을 해결해 준다고 생각해요. 여하튼 저는 경직된 시는 경계하고 있어요.
김형봉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학생들 감사합니다.
박성우 예. 수고하셨습니다.





박성우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하였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면서 시 작품 활동을,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미역」이 당선되면서 동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동시집으로 『불량 꽃게』, 청소년시
집으로 『난 빨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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