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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천재 시인 백석의‘동화 시’, 그림책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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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9 18:09 조회 11,9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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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와 검복』
백석 지음 | 오치근 그림 | 소년한길 | 2008

해방 이후 월북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다가 현대에 와서야 천재적인 작품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시인 백석은 열두 편의 ‘동화 시’를 남겼다. 하나같이 모두 빼어난 그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나는 것은 기쁘기 그지없다. 그중에 『오징어와 검복』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징어는 오랫동안 뼈가 없이 살았네.

오징어는 뼈가 없어 힘 못쓰고, 힘 못써서 일 못하고, 일 못하여 헐벗고 굶주렸네. 헐벗고 굶주린 오징어는 생각했네.
‘남들에게 다 있는 뼈, 내게는 왜 없을까?’
오징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로서는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어 이곳저곳 찾아가 물어 보았네.
— 『오징어와 검복』 중에서



백석의 빼어난 문학성과 민족정신을 만나다
『오징어와 검복』은 나라를 빼앗긴 조국의 백성이자 지식인으로서 백석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 시’다. 이 그림책은 뼈를 잃은 오징어가 뼈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징어는 왜 뼈가 하나밖에 없고 검복은 왜 몸이 얼룩덜룩한지 팩트에 기초하여 이야기를 절묘하게 얹혀 놓았다. 『오징어와 검복』은 일제강점기 후반에 쓴 것이다. 시대적인 배경을 놓고 바라보면 이 작품은 일제에 의하여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조선의 자주독립을 말하고 있다.

오랫동안 뼈 없이 살아가다 뼈를 찾으려는 오징어에게 세상 날 때부터 뼈가 없었기에 그대로 살아가라는 농어, 못난 탓에 뼈를 잃었으니 못난 것은 뼈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도미, 이들은 모두 힘 있고 잘난 것들이다. 이들의 논리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뼈를 빼앗은 검복과 농어, 도미는 기실 같은 편이다. 그러나, 검복에게 뼈를 빼앗겼으니 다시 찾으라는 장대, 뼈를 찾도록 도와주는 칼치와 달째는 약하고 못난 것들이다. 약하고 못난 것들은 서로 연대하고 함께 해야만 힘 있고 잘난 것들의 논리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백석은 에둘러 말하고 있다.

뼈는 찾고 싶지만 검복이 두려워서 도망치던 오징어가 목숨 걸고 싸우기를 결심하고서야 뼈 하나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쯤 보면 백석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뚜렷이 보이게 된다. 그렇다.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힘을 모아야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나라를 빼앗은 일본과 조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힘 있고 잘난 것들의 그럴싸한 논리는 그들이 좀 더 가지기 위한 것이거나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 결국 그들은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그러했겠지만 오늘날에도 『오징어와 검복』은 의미가 있다. 힘 없고 못난 것들의 단결은 만국 어디에서도 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자유, 평화,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로운 것들은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먹의 농담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그림을 만나다
백석의 ‘동화 시’는 그림작가 오치근의 먹물이 만나 환상적인 그림책이 되었다. 그림작가 오치근은 먹의 농담을 최대한 살려서 백석이 말하려고 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였다. 색을 절제하고 배경을 생략하여 시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눈동자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담겨 있고,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인다. 우리 고유의 가락으로 입에 착 달라붙는 시를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담아냈다. 이런 그림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생각과 삶을 일치시키는 그림작가의 작품이라 의미가 더해진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하동 악양으로 귀농하여 아이들을 위하여 도서관을 만들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오치근은 백석의 의도를 아주 깊이 고민했다고 말한다. 그가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도 바로 백석의 ‘동화 시’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백석의 ‘동화 시’는 오늘까지 『오징어와 검복』 외에 『산골총각』(산하, 2011), 『집게네 네 형제』(소년한길, 2009), 『개구리네 한솥밥』(보림, 2001)이 나왔다. 올해로 백석 탄생 101주년이 되었다. 그림작가 오치근에 의하여 새롭게 탄생한 백석의 ‘동화 시’를 같이 놓고 ‘겹쳐 읽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헬렌 옥슨버리의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시공주니어, 2001)라는 그림책과 함께 견주어 보며 백석의 뜻을 새겨 봐도 좋을 것이다.
토속적이고 민족적인 시와 그림이 어울리는 『오징어와 검복』에 담겨 있는 문학성과 민족정신은 청소년들이 맛보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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