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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책]아이로부터 출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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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5:23 조회 6,11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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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교사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앞에 선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교과부가 제공한 ‘학생자살사망현황(06~11)’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에만 150명, 2006년~2011년 총 885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역 교육청을 통해 보고받은 공식적인 통계가 이러하니 실제는 더 높을 것이다. 이 적지 않은 수치 앞에 우리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요즘 언론과 교과부는 청소년 자살율 OECD 1위라는 불명예의 원인을 학교폭력에서 찾은 듯하다. 그러나 학생자살사망현황을 가만히 살펴보면,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은 모두 열 명으로 전체 자살 학생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가정불화가 33%, 염세비관이 18%, 성적비관이 12%에 달한다. 이 자료는 10대 자살 원인이 악한 가해자 한 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어른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 바로 나, 바로 우리라고 양심 고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의 죽음, 누가 책임질 일인가?
그럼에도 용기 내어 조심스레 ‘아이들의 죽음에 어른이 책임져야 하지 않는가?’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2011년 경향신문 기획보도 ‘10대가 아프다’의 특별취재팀이 그들이다. 취재팀은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로 알려진 학생의 유서를 계기로 꾸려졌는데,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학원가·유흥가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100여 명의 10대와 인터뷰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2011년 12월~2012년 1월 두 달에 걸쳐 ‘10대가 아프다’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가 연재됐고, 10대들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점이 높이 평가되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삼성언론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고 한다.

이 기획 기사의 글들이 모아져 다시 책으로 나왔다. 책 제목 역시 『10대가 아프다』이다.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실은 것은 아니고,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학교폭력과 왕따,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들은 행복해지고 싶다’ 등 네 가지 주제별로 재편집했다. 실린 글의 형식이 다양한 점도 눈에 띈다. 인터뷰 내용이 중심이 되어, 학생의 실제 하루 일과표·학부모와 면담 내용·기자에게 보낸 학생의 편지·전문가 의견·실제 가족상담 사례·은어 소개 등이 적절히 섞여 있어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더불어 나임윤경 교수의 “한국 가정은 대입 프로젝트 공동체”라는 지적과 윤성현 감독의 “온전히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남의 시선과 평가”에 기대서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은 약하다”라는 지적은, 날카롭게 10대의 자살과 학교폭력의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왜곡된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에 귀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아이들에게 ‘차별’을 경험하게 했더니…
만약 우리가 단 하루라도 아이들과 바꾸어 생활한다면 아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단 하루라도 피해자의 하루를 살아본다면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경험을 통해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실제 수업 사례가 있다.

미국 아이오와 주의 라이스빌 초등학교 교사 제인 앨리어트가 그 주인공.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푸른 눈, 갈색 눈』의 원제는 『A Class Divided, Then and Now』. 1987년 증보판의 번역본으로, 제인 앨리어트가 실행했던 차별 실험을 담았다. 앨리어트는 오늘날 보편화한 다양성 교육(Diversity Training)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이로, 1968년 마틴 루터 킹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 실험을 구상한다. 흑인이 평생 차별당하며 살아야 하는 삶을 아이들에게 단 하루라도 살아보게 함으로써,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한 것이다.

앨리어트는 담임 반 아이들을 푸른 눈을 가진 집단과 갈색 눈을 가진 집단으로 나눈 뒤, 하루는 푸른 눈을 가진 집단을, 그 다음날은 갈색 눈을 가진 집단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차별로서 주어지는 보상은, 쉬는 시간 5분 추가 제공・점심 먼저 먹기・실질적 학습 기회권 부여・“갈색 눈의 아이는 절대 안경 가져오는 걸 잊어버리지 않아” 등의 역차별적 칭찬 등이었다. 실험 이후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과 인간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하게 자라난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차별을 경험하게 하다니,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위에서 내려오는 일방적 훈계와 처벌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실험은 당시 미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폭풍의 눈>, <분열된 교실>등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다. 저자 윌리엄 피터스는 다큐멘터리 제작 PD로 학생과 선생의 모든 대화를 포함하여 실험 전체 과정을 꼼꼼히 기술했기 때문에, 차별 실험 수업을 현장에 적용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적절한 정보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와 그들의 구분 짓기는 거의 본능”처럼 살아난다. ‘우리’라는 단어에 익숙한 한국사회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한국 공교육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학교 속의 문맹자들』은, 놀랍게도 글을 모르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준다. 물론 여기서 뜻하는 것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단순문해가 아니며,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글을 활용할 수 없고 해독은 되는데 독해는 되지 않는’ 기능적 문해文解를 뜻한다. 지은이의 지적에 따르면 놀랍게도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능적 문해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많다.

보통 이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겨 ‘학습을 하는 척’하기 때문에 교사가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은 그 사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채 이들을 보통 ‘공부 못하는 아이’로 부를 뿐이다. 읽기능력이 2년 이상 뒤떨어지면 교실 수업에서 실질적으로 문맹자가 되기에 이들의 누적된 학습 결손은 상당히 심각하다. 저자 엄훈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마음 가득 담아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라고 외친다.

그는 강산중학교 국어교사 시절 글을 읽되 읽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의’ 아이들을 만났다. 이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보충수업 반을 운영하게 되고, 학교 속 문맹자들에 대한 실행연구의 첫 단추를 끼운다. 저자는 강산중・안골초・미송초에서 진행한 실행연구 과정과 이후 3년간 성찰일지를 우리에게 공개하며, 교실 속에서 배제된 채 신음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하자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3장과 5장은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함께 눈물흘리고 싶다. 결코 아이를 한 명, 한 명 바라볼 수 없는 교실 수업의 현실, ‘기계적이고 양적인’ 교육과정에 사로잡힌 학교 시스템. 우리는 그동안 왜 이런 사실에 대해 한쪽 눈을 감고 있던 것일까? 고개가 떨구어진다. 충분한 사례와 정돈된 문체 덕에 450쪽의 책을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끊임없이 무겁다. 저자가 청주교대로 적을 옮기며 함께하지 못한 보충수업 반 학생 창우에게 끊임없이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에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기 때문이고, 그의 마지막 말이 책임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말이다. “아이로부터 출발하자.”



그들은 학교도서관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현장에서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전교조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을 함께하는 선생님들은 ‘학교도서관’에서 무엇인가를 찾은 듯싶다. 그들이 사비를 털어 외국 도서관을 다녀온 것이 벌써 두 번째다. 그들은 왜 떠났고 무엇을 보았을까? 그리고 돌아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행의 구심점 백화현 선생은 “도서관은 배움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하는 곳이다”라고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 얼마나 명쾌한 대답인가. 또한 “우리에게는 도서관 경험이 없다”라는 지적은 날카롭다.

『북미 학교도서관을 가다』에는 초등 두 곳, 중등 세 곳, 고등 세 곳이 학교별로 소개되어 있고 교사 한 명이 한 꼭지를 담당해 본 것과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담았다. 사서교사에게는 챈틀리고등학교의 프로젝트 협력수업 사례가 인상 깊을 것이며, 독서교육에 관심 있는 초등교사라면 드와이트초등학교 도서관의 사례가, 교사의 책 읽는 문화를 정착시키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그레이트넥사우스중학교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프로젝트 수업을 현장에 적용한 사례가 가장 돋보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고, 일부 사례에서는 상당한 수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밖에서 보고 배운 것을 우리의 것으로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언제나 희망을 만들어 낸다.

견학한 학교의 정보를 담은 ‘소개합니다’, 인상 깊은 작가 소개 글, 성실한 미주尾註, 도움받은 책을 묶은 ‘정보 쌈지’ 등 모든 코너에 정성이 가득하다. 더욱이 주상태 교사의 풍부한 사진 자료는 본문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아름답다. 공공도서관 편은 언제 출판될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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