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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사서의 소리]뒷걸음질하는 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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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7:19 조회 5,9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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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새로운 분야로 나가고 싶어서 뒤늦게 선택한 사서의 길. 회사에서 부당한 처우나 비리를 많이 봤기 때문에 학교는 지식과 교양이 있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이라 다를 줄 알았던 생각과는 달리 여러 가지 일을 겪어오면서 ‘아… 내가 너무 학교라는 곳을 좋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처음에 가졌던 기대감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성남의 중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였다. 담당교사가 인사도 하지 않고 들어와서 대뜸 하는 말이 “사서선생님, 도서관 관련된 결재는 제가 맡을 테니 사서선생님은 행사 기획하시고 자료만 만들어주시면 돼요. 물론 행사 진행도 선생님이 하시는 거고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부터 그렇게 했어요. 사서선생님은 결재 권한이 없어요. 비정규직 사서라 안 돼요.” 일은 죽어라 사서가 하고 좋은 티는 담당교사가 낸단 말인가? 정말 어이가 없어서 난 바로 교장실로 직행해서 오랜 시간 교장선생님을 설득하여 결재권을 부여받았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서들 중에 결재 권한이 없는 사서선생님들이 많을 줄 안다. 물론 일일이 내가 다 처리해야 하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결재권이 없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거나,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던 것이라 계속 그렇게 해야 된다고 체념하고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권리를 찾기 위해서 한 번이라도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해보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서는 철새가 아니다
서울의 한 여고에서 근무했을 당시 서울시교육청에서 사립학교 사서교사 TO를 확보하여 대거 사서교사 임용을 한 정말 좋은 때가 있었다. 물론 나에게도 제의가 들어왔었지만 그 당시는 사서교사가 아닌 사서 자격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할 수 없었다. 학교를 옮겨 비정규직 사서로 근무하고 있던 중 무기계약 전환에 관한 소식이 들려 반가운 소식인 줄 알고 기뻐한 적이 있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학교에선 무기계약을 시켜 줄 거야’ 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근무를 하지만 무기계약 전환을 할 시기가 되면 그 기대감은 무너지고 만다. 어떤 학교는 교장선생님께서 채용하는 처음부터 나에게 대놓고 무기계약은 절대 안 된다, 2년만 지나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니 그 생각을 가지고 일하라는 학교도 있었다. 처음부터 이런 맥이 빠지는 소리를 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겠는가? 그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교라도 내가 열심히 하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생각으로 현재도 일을 하고 있다. 나는 2년마다 옮겨 다니는 철새가 아닌데….

고용불안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이 성장하고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정규직 사서들이 있어서 학교도서관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결실을 보이면 사서교사가 배치되고 정규직이 될 거라고 믿으며 일을 하고 있는 사서들이 있으니깐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이없게 정반대로 움직이는 걸 느끼고 있다. 같은 대학을 다녔던, 현재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한 동생으로부터 어이없는 소식을 듣게 됐다. 대구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비정규직 사서 인건비를 전액 삭감하여 비정규직 사서를 없애고 정규직으로 사서교사를 채용해 독서교육을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서 360명을 해고한다는 소식이다. 사서교사를 채용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아무 대책도 없이 비정규직 사서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는 현실 앞에 비정규직 사서를 내쫓기 위한 명분이라고 생각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뭘까.

어이없는 관리자들
비정규직 사서의 신분 한계를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점은 대부분의 업무를 사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사서임에도 불구하고 도서 구입부터 인테리어, 가구, 수리 업체 선정까지도 관리자가 주관하여 마음에 드는 곳으로 다 맡아 하는 학교도 있다. 물론 사서의 고용불안 신분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말이다.

학교도서관에 적합하지 않지만 관리자 본인들이 보고 싶은 잡지를 구독해달라고 하거나, 관리자가 아는 업체가 있다며 명함을 주면서 학생들한테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이상한 책을 구입하라는 어이없는 경우도 많다. “교장선생님. 이건 학생들 교육에 도움이 안 되고 필요 없는 자료인데요?”라고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곁에 누가 있든 소리를 지르면서 “지금 내가 쓸데없는 책을 사라고 한다는 거야? 누가 더 학교에서 일을 많이 해봤어? 여기서 계약 끝나고 다른 학교에 못 가게 해줄까?” 하는 협박을 당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인정하기 싫어도 한계를 느끼며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이상한 책을 구입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종류의 양서를 읽게 하려고 직접 입력 작업을 하면서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 노력하는 사서에게 말이다.

물론 근무 시간도 알아서 결정해준다. 계약서상에는 분명 8시 30분부터 4시 30분이나 5시까지 근무로 되어 있지만 7시 30분까지 출근해서 근무하라고 요구하는 관리자들이 있다. 정규 교사들이 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수당? 이런 걸 바라다간 큰일이 난다. 그때는 직접 사서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봉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연수, 휴가, 병원 진료 등으로 출장, 조퇴, 연가,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은 큰 축복이다. 물론 현재 많이 나아졌지만 비정규직 사서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부 관리자들이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서들에게는 말이다. 연수를 가면 연수에 한 번도 오지 못하거나 연수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서선생님들이 있어 나중에 물어봤더니 교장선생님이 연수는 한 시간만 듣고 다시 학교로 오라고 했단다. 아니면 그만큼 일을 못한 것이니 연수 끝나고 학교로 다시 와서 들은 시간만큼 일을 하라고 해서 못 오거나 정말 들어야 할 연수는 다 듣고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에서 사서의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바라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저기요, 언니, 사서님?
전에 근무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렸을 때 큰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를 넘긴 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하게 눈을 혹사하게 되면 한쪽 눈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에 시달린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라는 요구에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출근 거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갑자기 한쪽 눈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 때문에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해서 그 당시 학생들이 토요일에는 학교도서관에 거의 오지 않았기 때문에 병가도 아닌 연가를 쓰려고 얘기를 했더니, 대놓고 좀 더 미루고 방학 때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당장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참으라는 건지…. 눈이 안 보여서 그러니 연가를 쓰게 해달라고 사정하자 몇 시부터냐고 묻더니 10시부터라고 하니 연가는 쓰되 7시 30분에 와서 30분이라도 근무하고 가라고 해서 겨우 갈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다녀야 되나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대우에 대한 현실을 처절하게 느끼게 됐다.

학교도서관을 일반 도서대여점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몇몇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저기요. 이거 대여 좀 해주세요.”, “언니. 이 책 대출이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울컥하면서도 웃으면서 “난 저기요가 아니고 사서선생님이야.” “대여가 아니라 대출이란다. 대여하려면 선생님한테 돈을 내야 하는데? 낼 거니?” 하고 학생들에게 말하면서 넘기곤 한다.
난 저기요, 언니라고 불리려고 공부해서 전문직으로 학교 교육에 종사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려고 해도 요즘 학생들은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교사가 아님을 알고 무시하며 이렇게 부르는 학생들을 볼 때면 내가 이런 대접까지 받아야 하나 허탈감마저 들기도 한다. 비정규직 사서로서 내가 교사로 일하는 건가 회계 직원으로 일하는 건가, 소속감 없는 사람으로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학교마다 소속되는 부서들이 다른데 어문학부, 연구부에 소속되면 그나마 선생님이라고 불릴 수 있고 행정실 소속이 되면 주무관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선생님으로 인정하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는 행정실 소속이어도 사서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비정규직 사서를 한갓 일개 계약직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는 사서님 또는 사서주무관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러니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사서를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 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듯 많은 설움을 겪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헌신으로 학교에서 인정받으며 근무하고 있는 사서들을 볼 때면, 이제는 사서의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이 더욱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학교도서관이 학생들도 많이 오고 활동이 활발해지면 학교도서관에 대한 사서교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거야… 올해는 사서교사 TO가 없어도 내년이면 꼭 생길 거야… 하는 기대감을 갖고 학교도서관에서 살아가는 비정규직 사서들이 지식을 전달하는 학교도서관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는 처우 개선과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의 내실 있는 발전과 교육적인 기능 수행에 있어 최소한의 기본적 요소인 사서교사 의무배치를 간절히 원한다. 바로 지금. 말로만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 말고 실천을 하란 말이다. 더불어 학교도서관의 열악한 환경에서 땀과 눈물로 힘들게 헌신하며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서와 사서교사 들에게 말하고 싶다.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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