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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어머니도 날마다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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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0 21:35 조회 6,84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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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바라기
맞은바라기 독서토론모임은 2009년 경기도 교육청 사업의 하나인 사제동행 독서토론동아리 공모전에 응모해 당첨되고 지원비를 받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독서 토론모임을 한다고 하니 어렵게만 생각하시고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분이 없었다. 일단 회장을 임명하고 어머님들을 함께 설득하기 시작했다. 동아리 1대 회장으로 유회영 어머님을 비롯해 모두 열 분의 회원이 모이게 되어 첫모임을 갖게 되었다.

모임은 매주 금요일 오전 책읽어주기 활동이 끝나는 9시 30분부터 학교도서관에서 하기로 하였다. 처음엔 토론이 낯설고,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에 아동도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그림책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레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고 여겨져 『우리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현암사)를 함께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책에 대한 올바른 기초와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까지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진행방식은 매주 책의 한 부분씩 읽고 그 책에서 소개해 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다시 찾아 읽어 온 뒤 느낌을 나누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 외에 사이사이 어른도서도 읽으며 다양한 독서의 폭을 넓혀갔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2010년 2기 회원을 모집하여 운영하였는데 2기는 도서도우미를 떠나기도 하고 이사 가는 회원도 생기고 회장의 부재(자녀졸업) 등으로 모임을 이어간다는 것이 위태로워 보였다.

사서로서 꿈꾸는 모임이 바로 어머님들이 주체가 되어 자녀와 함께 독서토론모임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고 어머니들에게 강하게 전하고 2011년 3월 새롭게 2기 회원을 모집하여 다시 출발하기로 하였다. 2기는 이제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젊은 어머니 위주로 이루어졌고 경험도 부족하고 인원이 적어 어쩔 수 없이 내가 함께 모임을 이끌어나가게 되었다.

처음 도교육청 지원금으로 시작한 토론모임은 이제 학교 자체 예산 항목으로 자리매김하여 매년 2~3권의 책을 지원받고, 저자 초청강연, 문학기행, 타도서관 견학, 미술관 견학 등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바라기는 맞은바라기회원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지금을 회상하며 그때 독서토론모임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고백하는 분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정당한가?
김순래
이번주는 노동을 주제로 한 토론을 해보기로 했죠? 우리가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특이하게도 가사노동에 대해 이야기해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우리네 엄마들의 삶이 가사노동으로 인해 얼마나 힘들고 소외되어 왔는지 생각도 해보고, 가사노동의 정당함과 부당함으로 나뉘어 토론을 해보죠.
주현정 저는 정당함 쪽으로 기우네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족들을 위한 가사노동이 주인공처럼 잊혀지고, 잃어버려져도 내가 가족들을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가끔 힘이 들 때면 누군가 함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데, 가족들에 대해 서운함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요?
문주 저는 일정 부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노동 자체가 부당한 것보다는 가사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부당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업주부로 산다는 건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간주되잖아요. 주부라면 사회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무시당하는 경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집에서 노는 사람이니 무엇이든 언제든 요구하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여기고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종애 저도 동의합니다. 학교에서도 주부인 엄마들은 떠맡겨지는 듯한 봉사 참여가 없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하는 봉사와 떠맡겨져서 하는 봉사는 분명 다른 것이죠. 사회에는 많은 직업들이 있고, 이를 선택해야 하는 기회가 왔을 때 주부라는 직업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엄마, 아내, 며느리의 위치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사회에서는 잊힌 존재가 되어가니 부당하다고 말 할 수밖에 없네요.

김은숙 저는 결론 내리기가 힘들었어요. 가족들을 생각하면 나의 가정을 돌보는 모든 일들이 그냥 일상일 뿐인데,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니 선을 그어 선택하기가 어려웠어요. 대가 없는 희생이라고는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주부로서의 해야 할 일은 많고 정작 본인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은 없죠. 문주 씨 말처럼 노는 사람 취급을 받을 때면 부당한 노동을 하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박미애 저도 책들을 읽고 처음엔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소외되고 있다는 여러분들의 의견에 저도 동감해요. 그런데 가사노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에 내가 가족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내가 가사에 지치고 힘들어도 결국엔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떠올리니 여러 가지 문제들을 덮어버리네요. 엄마라는 존재는 그런가봅니다.
김순래 여러분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모성본능이 밑바탕이 되고, 가족들의 사랑이 대가가 되네요. 정당함과 부당함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는지가 중요했나 봅니다. 노는 사람 취급받지 않는 그날까지 전업주부들의 자부심은 쭈~욱 계속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주여성들의 노동은 어떠한가?
김순래
이번엔 조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의 노동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우리가 관심 갖게 된 건 『완득이』 때문이기도 하죠? 완득이 아빠는 외국인인 완득이의 엄마가 사람들로부터 팔려온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천대받는 것이 싫어서 떠날 수 있게 해 준 부분이 있습니다. 어쩐지 지나쳐버릴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시죠.

주현정 외국으로 시집와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가족들과 살아야 하고, 그들은 참 용감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여러 가지 매스컴을 통해서 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삶보다는 조금 더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네요. 물론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렵게 사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가 봅니다. 지나친 농사일과 가사노동, 학대.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이 아닐까요?
문주 가까운 곳에 힘든 상황의 이주여성들이 있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근거 없는 편견도 있고, 우리나라 사람의 문제가 아니어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은 외국인이 아니어도 옆집에 누가 무엇을 하며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이잖아요. 이주여성들이 힘든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작은 관심이라는 말이 새삼 느껴집니다.

김은숙 쉽지 않은 일이네요. 가사노동도 학대도 모든 것은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편견과 오해일 텐데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닐 것 같네요. 이주여성 본인들도 우리나라 말과 글을 익히고 관습을 익혀서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지자체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주여성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장종애 내가 새로운 나라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이처럼 암담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럴 때 제도적으로 나를 도와주는 기관들이 있고, 손을 내밀어 주는 이웃들이 있다면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겠죠. 우리들도 앞서 토론한 것처럼 가사를 힘들어 하는데 낯선 문화 속에서는 더 힘들겠죠?

박미애 요즘은 이주여성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법적분쟁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네요. 그만큼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많다는 거겠죠. 의도치는 않았으나 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편견을 갖고 보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 아닐까요?
김순래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이주여성들의 고충이 문화적인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들의 배우자들조차도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의 결론도 가사노동 자체가 문제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녀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이죠. 마음이 열려 있는 가정에서라면 국적이 어디건 주부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네들이 조금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희망버스’를 말하다
김순래
언제부터인지 우리가 접하게 된 ‘희망버스’라는 게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막연한 궁금증에서 잠깐 관심을 갖은 문제였는데 이제 ‘노동’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되었으니 조금은 더 알아봤으면 해서 토론거리로 잡아봤습니다.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왜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을 보러 갔는지 말이죠.
문주 사실 매스컴에서 처음 접했을 땐 그저 근로자들의 단순한 시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봤어요. 그런데 자료를 읽어보면서 어느새 제 마음도 그곳으로 가는 ‘희망버스’에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어느 한 사람의 시위가 아니었어요. 크레인 위의 그녀가 생업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혼자만의 사투를 벌이는 그곳에서 우리는 도대체 노동의 어떤 점을 논해야 하는 걸까요?

박미애 노동법이 무엇인지 경영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가 희망버스의 그들과 크레인 위의 그녀를 지지하는 이유는 부와 권력을 휘두르는 사측이 아닌 죽은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한 그녀의 사투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 모두가 근로자들의 아내이고 그들의 가족들이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1만여 명이 탄 버스가 200여 대에 가까울 텐데 사회적으로 생기는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그 많은 인원이 크레인으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요?

장종애 적은 투자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외국에서 조선소 운영을 시작하며 국내 회사의 직원들을 전례 없는 해고 사태로 내몰아버린 사측의 경영에는 어떤이들이 반기며 경영이라 손들어 줄 수 있을까요? 많은 근로자들이, 그들의 가족들이 겪는 힘든 상황을 크레인 위의 그녀가 쓸쓸하게 대변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움직인 것이겠죠.
주현정 항상 근로자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엔 내 남편의 이야기고 내 가족들의 이야기였네요. 이번 기회에 알게 된 내용들이 아니어도 우리나라의 많은 근로자들이 외롭게 싸우고 있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은숙 근로자들과 사측의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겠죠. 하지만 사측과 노사간의 화합이 잘 이루어져 공생하는 길을 가고 있는 회사들도 많지 않을까요? 희망버스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에도 제 2의 희망버스 사건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작은 목소리라도 그들을 후원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동의 의미는?
이경애
이번 주는 노동과 직업에 관한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였는데 먼저 『프레드릭』과 『개미와 베짱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제가 말씀드리자면 『프레드릭』의 작가 레오 리오니는 유태인으로서 할아버지가 된 다음에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책 속에는 인생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책에 작가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 같은 상황에서 너무도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주화 늘 알고 있던 게으름의 결말이 베짱이라면, 땀 흘려 일하진 않지만 다른 어떤 것으로도 나와 타인에게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프레드릭』이 주는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의식주이지만 육체의 따뜻함과 배부름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채워주는 무언가 꿈, 희망, 사랑, 아름다운 이야기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혜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부족함이 없는 지금, 레오 리오니는 『프레드릭』을 통해서 정신적인 노동도 중요하게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산업화 이후 물질만능주의로 타락해버린 공허한 인간의 영혼에 안식과 평온함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한 노동의 창조물이었다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송진선 4차원이라 표현할 수 있는 프레드릭,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지금 이 시대에는 프레드릭을 두 손 들어 환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네 마리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프레드릭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혜주 맞아요. 들쥐들의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하니?” “프레드릭 지금 뭐해?”라는 질문에 프레드릭은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을 위해 햇살을 모으고 있는 중이야.”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라는 말 같지 않은 대답에 친구들은 프레드릭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보였어요. 나중에 프레드릭에게 “너의 양식은 어떻게 되었냐?”라고 물으며,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라고 하면서 프레드릭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인 것 같아요.

이주화 사람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듯 게을러 보이는 프레드릭도, 연주가 특기인 베짱이도 모두 열심이었어요.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들의 주변 인물들이 아니었을까요? 프레드릭의 친구들은 졸린 듯 눈을 반쯤감고 있는 프레드릭에게 비난이나 타박을 하지 않지요. 프레드릭도 친구들에게 뭘 그리 열심히 모으냐고 나무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짱이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며 비웃고, 개미는 연주만 하는 베짱이를 손가락질 합니다. 타인에 대한 비난과 타박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지켜봐 줄 수 있는 태도가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경애 네! 저도 그 부분이 와 닿았어요. 반면 개미와 베짱이는 우리들이 잘 아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알다시피 춥고 양식이 떨어진 겨울에 베짱이는 얼어서 죽고말지요. 함께 사는 세상이 모두 개미일 수 없고 베짱이일 순 없지만 『프레드릭』에서처럼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혜진 『프레드릭』에서는 작가가 개인의 존엄성과 존재가 인정되며 자신의 것을 나누고 소통하는 법을 프레드릭을 통해 표현한 게 아닌가 싶어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 마지못해 끌려나오는 노동과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노동을 이야기한 것 같아요.

송진선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노동을 하고 있는지… 과거 의식주를 해결하기위한 수단으로서의 노동처럼 생계를 위해 고단한 노동을 하는 이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이주화 생계를 위한 노동일지라도 그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닐까요?

일의 가치를 묻다
이경애
네! 그럼 세상의 기준으로는 천한 직업이지만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기쁨으로 행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와 『행복한 청소부』를 읽고 느낀 점을 한번 나눠보지요.
정혜주 『내 친구 똥퍼』는 연암 박지원의 『예덕선생전』이라는 책을 만화로 새로 쓴 책이지요. 이 책은 직업에서 나타난, 귀천은 물론, 신분에 차별이 있던 시대에 실학자 박지원이 ‘똥푸는 사람’을 선생이라 여기며 귀한 존재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송진선 훈장이 천한 똥지게꾼에게 서슴없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친구’라고 하자 도령은 훈장을 이해할 수 없어 서당을 그만두려하지요. 그런 도령에게 “사람은 누구나 먹어야 산다.” “먹으면 싸야 하고”, “못 싸면 못 산다.”라고 말하죠. 천한직업을 가진 자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도령에게 일깨워 주지요.

이주화 우리는, 아니 나는 하는 일에 따라 또는 그 모양새에 따라 얼마나 많은 편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는지 몰라요. 이 책에 “사람이 누구나 귀하듯 세상에 귀하지 않은 일은 없다. 다만 누구든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산다면 그게 부끄러울 따름이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교훈보다도 부모로서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신혜진 캥거루족,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폼나는 일을 찾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일을 원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줄 알지만 은연중에 그들을 무시하고 낮게 보지 않았나 반성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정혜주 그래요. 남이 하면 좋은 일 한다 하면서 내 남편, 내 아이가 흔히 말하는 3D업종의 일을 한다면 내가 떳떳하게 남의 시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실 앞에서는 또 다른 마음이 들겠지요.
이주화 우리는 작은 일 하나를 하더라도 타인을 의식하며 사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들이 자녀에게 과도한 경쟁심을 부추기고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요?
이경애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60%가 넘게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또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 어떤 일을 하든 땀 흘려 얻은 노동의 결과는 모두 똑같은데 말이죠. 그럼 어머님들은 우리 자녀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힘이 되어 주실 준비가 되신 건가요?

송진선 글쎄요… 머리와 가슴이 따로따로인 현실에서 부모로서 선택하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이주화 그것을 부모가 선택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닐까요?
이경애 제가 『행복한 청소부』를 읽고 새삼 깨달은 것이 있어요. 우리 둘째 아이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작년 이맘때 대학입학을 놓고 아이와 뜻이 맞지 않아 많이 어려웠던 일이 있었어요. 우리 아이는 중2 때부터 요리를 하고 싶다고 하여 조리과학고를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우리 부부가 요리는 취미로 하라고 설득하고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을 시켰어요. 요리사라는 직업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2년 후 고2 겨울방학쯤 다시 요리를 하고 싶다고 말해 결국 대학을 호텔조리학과로 가기로 합의를 보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은 일반 정규대학이 아닌 노동부 소속 요리전문학교였어요.

송진선 정말이지 자녀가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이경애 저희 부부는 그래도 4년제 일반대학을 나와야 주방에서도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며 계속 만류했지만 결국 4년제 대학 합격을 포기하고 에드워드 권이 부학장으로 있는 현대전문학교로 입학을 하게 되어 현재 잘 다니고 있어요. 아주 행복하게 말이지요. 행복한 청소부가 교수의 자리를 마다하고 청소부로 남은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 말에 의하면 요리자격증도 한국과 일본만 있지 유럽에는 자격증이 없다고 합니다.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가 중요하지 어떤 자격증을 갖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신헤진 전적으로 자녀의 선택을 믿어 주신 거네요?
정혜주 저도 가슴으로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비록 폼나는 직업을 갖지 않아도 내 아이가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행복한 청소부』나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자신의 일을 묵묵히 지켜가는 사람처럼 말이죠.
신혜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난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현재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 스스로가 만족하고 기뻐하는 노동, 무엇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스스로의 가치창출과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야말로 진정한 노동의 정신이 아닐까 싶어요.

이주화 우리가 이렇게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도 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진선 맞아요. 저도 매번 독서토론모임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저를 느낍니다. 이 작은 모임이 나를, 자녀를, 가정을,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움직임이 되길 바라요.
이경애 그게 말처럼 쉽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것이지요. 저는 이 토론모임이 어머님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믿어요. 지금까지 노동과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신혜진 어머님께서 멋있는 말로 끝맺음을 좀 해주시지요.
신혜진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여락지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모두 (박수)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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