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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박진숙 구미신평중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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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2-03 10:36 조회 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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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도전들로

삶을 잘 읽을 수 있게

박진숙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앞으로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말할 권리 또한 있었다.” 동화작가 진형민의 최근작『 왜왜왜 동아리』에 나오는 문장. 교사의 요청으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동아리를 만들었지만, 관심사를 찾으며 기후위기를 초래한 기득권에게 당당히 말하고 행동해 간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동화 속 선생님 얼굴의 자리에 박진숙 선생님의 얼굴이 포개졌다. 지나치게 가르쳐 들지도, 외면하지도 않으며 아이들 곁을 지키는 모양이 닮았으므로. 사서교사 배치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 지역에서 학교도서관의 역량을 알려 온 그는 나서는 사람이기보다‘ 북돋는 사람’. 리모델링과 지역 투어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독서활동, AI 그림책 제작 수업으로 빚은 성과를 동아리 아이들의 공으로 돌린다. 실적을 나열하기보다 아이들과 몸과 마음으로 공명한 시간을 소중히 돌본다. 도전하고, 시도하고, 그 틈새에서 용기의 근육을 키워 주고자 단련하는 사람. 세상을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하는 신묘한 도서관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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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은 시험 문제 안 내서 좋겠다” 동료가 함부로 내뱉는 말 중 하난데, 그런 핀잔을 들으신 경험이 있다고요. 그 무례함의 계보를 당당히 읊어 본다면요?

“도서관에서 (사서샘은) 책만 읽으니까 편하겠다. 얼마나 좋아?” 하는 이야기도 들어 봤는걸요. 저는 2010년쯤 창원명지여고에서 기간제 사서교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 전엔 병원 도서관, 대학 도서관에서도 근무했는데, 사서교사 티오가 나지 않으니 기간제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죠. 대학 시절에 학생회 회장단을 했을 만큼 도전을 좋아했는데, 학내에서 동기들과 YWCA에 책을 기증하는 활동도 꾸준히 해 왔어요. 그런 열정으로 학교도서관에 왔더니 대다수 교사들이 사서교사가 하는 일을 잘 모르더라고요. 무례함의 계보는 그 무렵 많이 맞닥뜨렸고, 사실 지금도 사서교사가 하는 일을 잘 몰라서 함부로 말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긴 해요.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첫 근무 시절부터 줄기차게 행사를 기획하고 다양한 독서 체험으로 학생들을 유인했어요. 다사다난한 학기초를 보내니 6월쯤 교사와 학생이 도서관에 엄청 많이 오더라고요. 학교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알리면서 교사들 인식이 바뀌는 것도 몸소 경험했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해 오셨는데, 학생들을 적극 참여 시킨 비결은 무엇인가요?

너희가 도서관의 주인이라는 말을 학기초부터 곧잘 해요. 선생님이 없어도 너희가 주인이고, 선생님이 있어도 너희가 주인이라고요. 도서관에 거의 매일 찾아오게끔 동기를 부여하다 보면 아이들도 습관이 돼서 어느새 친구를 데리고 와요. 그럼 저는 온 김에 같이 책을 보자며 기운을 북돋아 줘요. 특히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제2의 교실, 혹은 제가 두 번째 담임선생님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데요. 독서 프로젝트를 할 때 “이걸 우리가 왜?” 하고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을 땐 차근히 설명해 줘요. “도서관을 하나의 사회라고 생각해 보자. 나중에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 너희가 일을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고, 때론 영업을 할 수도 있어. 다양한 능력을 쌓는 걸 도서관에서 경험하고 졸업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설득이 되더라고요. 창원명지여고 근무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그렇게 도서부 아이들을 마주하고 있어요. 초중고 중에 고등학생이 시간이 가장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중학생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더 없더라고요. 고등학생은 야자 시간이라도 있으니 제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으면 만날 수 있는데, 중학생은 학원 가기 바빠서 방과후 만날 기회가 부족해요. 그래서 카톡을 주고받거나 구글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같이 아이디어를 논의해 가며 독서활동을 이어가요. 꾸준히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경남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구미 지역에서 처음 발령받아 오신 학교가 구미정보고라고요.

지금 근무하는 신평중이 구미에서 두 번째로 일하게 된 곳이고, 첫 번째로 일한 곳이 정보고인데, 몇 개월간 휴직했었어요. 경북 지역의 사서교사의 경우, 4년간 한 학교에서 근무한 기간이 끝나면 사서교사가 없는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해야 해요. 제가 휴직을 한 날로부터 다시 사서교사의 근무일이 계산되는 게 아니라, 휴직 기간까지 계산해서 4년의 근무일을 합산해요(편집자 주: 현재 구미 지역의 사서교사는 대략 22명이고, 중등은 14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문제는 사서교사가 한 학교도서관에서 변혁을 꾀했을지라도 4년 뒤 다른 학교로 옮기면 그 학교는 사서교사가 공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사서교사 배치율로 벌어지는 폐해로 해석할 수 있다). 4년이 지나면 학교를 옮겨야 하다 보니 정보고에 아주 오래 근무하지 않았어요. 뭐랄까, 그 무렵 학교엔 유독 의욕 없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동료 선생님들과 나서서 학생들에게 기운을 주기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했었어요. 우선 아이들이 웃을 수 있어야겠단 생각에 상담선생님과 보건선생님과 의기투합해 스탬프 투어를 했어요. 아침에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면 포춘쿠기를 뽑게 해 주는 행사를 했는데, 반응이 없던 아이들이 행사 둘째 날, 셋째 날엔 같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도서관에도 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웃어 주었고요. 도서관에서 텍스트를 함께 읽기도 하고 독서 퀴즈를 풀어 보면서 책 읽는 시간을 나눴어요. 생기가 없던 도서관이 살아나면서 자주 오는 고정 멤버도 생겨났고요. 그 시절의 기억이 뿌듯하게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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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으셨어요. 우수 도서관 현판을 받으셨을 때 이 행복한 기분을 누구와 첫 번째로 나누고 싶었나요?

도서부 아이들과 가장 먼저 나누고 싶었죠. 저희 학교에는 ‘북메이트’라는 도서부가 있는데, 실제로 현판을 받고 아이들이 신기해했어요. 전국도서관대회에서 개인상, 기관상을 받았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상(책이음 아이디어 및 우수 사례 부문)을 받았는데 “선생님, 상을 왜 3개나 받아요?” 하더라고요. (웃음) 그때 “이건 너희 덕분이야. 우리 모두가 받은 상이야.” 말해 줬어요. 실은 신평중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체리색 몰딩의 벽면과 쓰러져 가는 나무 서가가 많아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겠다 싶었어요. 그때 사용자 설계 디자인을 콘셉트로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의견을 구해 리모델링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신평중에 근무한 첫해에 영어교과실과 보건실, 위클래스, 특수교실까지 5개 반을 묶어서 스탬프 투어를 진행했어요. 그때 친환경 보틀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 얼굴, 교장선생님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도서관 아이들 얼굴이 수상 소식을 받고선 가만히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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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메이트와 함께 전쟁과 치유를 주제로 한 수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천해오셨어요. 학교도서관의 어떤 자원들을 활용하셨나요?

제가 부산이 고향이라 그런지, 잘 안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아이들을 길잡이해서 수업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영화 <국제시장>에는 피난을 떠나는 가족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생애가 나오는데 우리의 근현대사를 알려 주는 동시에 전쟁과 평화에 관해 생각해 볼 거리가 많겠다 싶었어요. 아이들과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독서활동으로 부산에 1박을 하고 왔는데, 사전에 전쟁과 치유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읽고,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료의 출처를 남기는 법도 알려 주었어요. 다녀온 뒤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학년별로 탐구 주제를 선정하도록 했는데, 우리가 전쟁을 겪는다면 훗날 그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돌보는 게 좋을지 아이들이 활발히 고민해 주었어요. 3학년 아이들은 ‘치유하는 책’이라는 주제로 책 속 타인을 돌보는 글귀를 손으로 써 보고, 이를 북큐레이션으로 꾸리기도 했어요. 

환경을 주제로 한 협력형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크시다고요.
올 3월부터 북메이트 아이들과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플로깅, 업사이클링 워크숍, 캠페인을 함으로써 모두가 쉽게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브랜드(친환경 인증 앱)를 런칭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여름방학과 점심시간, 주말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댔어요. 우선 환경 주제의 책을 읽고 한 명 한 명씩 각자 읽은 환경과 브랜드 관련 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어요. 이후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 등 업종별 카테고리를 나눠 친환경적인 실천을 하는 곳들을 두루 찾아봤어요. 가령 파타고니아에서는 ‘우리 옷을 사지 말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하는데, 이처럼 환경에 관해 혁신을 꾀하는 브랜드를 탐색하고 정보를 정리했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런칭한 브랜드 이름은 ‘어스윗어스’인데, 말 그대로 ‘Earth With Us(우리와 함께하는 지구)’이기도 하고, 우리가 지구와 함께하면 ‘스윗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앱으로도 제작하기 위해 화면을 어떻게 구성할지 오늘 아침에도 열띠게 토론했어요. 로그인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UI(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마주하게 되는 면. 폰트, 컬러, 레이아웃 등 시각 디자인을 뜻함)’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논의 중이에요.


학생들이 직접 앱을 제작함으로써 어떤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계시나요?

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는 정보활용교육이 필수잖아요.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가 책이라는 콘텐츠와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물성을 연결해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해요. 북메이트 아이들과 올 12월에 어스윗어스 런칭쇼를 할 예정이에요. 앱을 제작한 후엔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도 하려고요. 올해 함께 떠난 부산 프로젝트 여행에서 해운대를 들러 브랜드 홍보 영상도 찍었어요. (웃음) 부산 곳곳을 다니며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확인하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영상으로도 담았어요.


AI를 활용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었다는 사례에도 눈길이 갔어요. 디지털 시민성을 기를 수 있었다 하셨는데, 제작 순서를 소개한다면요?

우선 도서관이 소장하는 그림책들 대여섯 권을 활용해 매주 수업 시간마다 토론 시간을 넉넉히 가졌어요. 이후 팀별로 조를 나눠 만들고 싶은 그림책 주제를 논의했어요. 주제를 정한 다음엔 출간 기획서를 썼어요. 표지를 그려 보고, 대본(스토리보드)도 써 봄으로써 그림책의 줄기를 대략 그려 나갔죠. 이후엔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들(챗gpt, 리튼)을 통해 각 팀이 그림책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장면들을 얻기 위해 다양한 프롬프트(질문)를 입력하는 연습을 했어요. 어린 호랑이가 등장해야 하는 장면에 성인 호랑이가 등장하면, 프롬프트를 정정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때까지 효율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습득해 갔어요. 그렇게 완성한 장면들을 모아 냅스(www.snaps.com) 사이트를 통해 책을 만들었어요. 사진 인화 사이트인데, 포토북도 만들어 주거든요. 표제지에 어떤 요소를 담아야 하는지, 어떤 폰트를 써야 하는지 등 책 한 권을 만들 때 세심하게 봐야 할 것들도 익혀 볼 수 있었죠.


학생들이 만든 그림책 중 유독 인상적이었던 서사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아이들의 작품이 좋았는데, 그중 『장난 구멍』이라는 작품이 신선했어요. 질병관리본부에서 인간의 몸에 빨간 점이 생겨나고 있다는 뉴스를 알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몸에만 그런 징후가 나타난다는 이야기였거든요. 엄마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 사정을 들었는데,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쳤다는 대답을 듣게 돼요. 가해자 학생은 엄마랑 소통한 끝에 진심을 담아 폭력 피해자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몸에 난 빨간 점이 사라지는데, 점 두 개만큼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아요. 책을 만든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피해자는 폭력의 상처를 잊을 수 없기에 그걸 가해자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답하더라고요. 강렬하게 비유한 학생들이 대견했어요. 가해자와 그의 부모 시선에서 아이들이 그림책을 창작한 게 놀라웠어요. 북극곰의 놀이터를 찾는 여정을 그린 동시에 기후위기 문제를 꼬집은 『놀이터를 찾아서』도 무척 재밌었고요.


구미신평중 학교도서관을 책마차 도서관이라고 부르는데, 로고를 직접 디자인 하셨다고요.

리모델링 이후 도서관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지 공모전을 열었는데, 한 학생이 ‘책마차 도서관’을 제안해서 낙점됐어요. ‘책이 마음에 차오르는 시간’의 줄임말인데요. 제가 캘리그래피 자격증이 있어서 학생이 지은 도서관 이름을 바탕 삼아 로고를 만들었어요(인터뷰 첫 페이지 사진 상단 참고). 책마차의 자음 ‘ㅊㅁㅊ’를 토대로 두 사람이 책을 들고 가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디자인을 했고, 어느 곳에서도 잘 보일 수 있게 출입문 옆 벽면에 큐레이션 서가와 함께 배치를 했는데, 쑥스럽네요. (웃음)

 
경북교육청 구미도서관 학교도서관 지원센터와 어떻게 협력하고 계시나요? 사서교사가 공조하는 분야, 개선됐으면 하는 점에 관해서도 듣고 싶어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선생님들도 계실 텐데, 구미 지역 역시 사서교사가 사서교사 미배치 학교에 업무 지원을 나가고 있어요. 사서교사를 충분히 뽑으면 학교도서관마다 인원이 충원돼서 해결될 문제일 텐데, 전문 인력이 없는 곳에 수서나 도서 폐기 등을 돕기 위해 매번 업무 지원을 하는 것이 과연 발전적일 수 있을까 싶어요. 국어선생님이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도서관 운영계획서나 행사계획서를 보내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필요한 분에게 드릴 수야 있지만 수업 와중에 도서관 업무를 맡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시도해 보시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거든요. 더구나 저희(사서교사의 업무지원 방문)를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야 할 때는 회의감이 커져요. 힘들어하시는 교과선생님을 만난 적도 있고요. 저희 지역 사서교사들은 컨설팅 형식으로 업무 지원단을 구성해서 사서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교를 수집해서 방문하자고 요구하고 있어요. TF팀을 꾸려서 도움이 필요한 학교도서관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거든요. 다른 지역에는 공간 현대화사업도 리모델링도 TF팀을 꾸려서 한다고 들었어요. 업무 지원 역시 그런 형태로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미디어교육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사서교사로서 갈급한 바람이 있다면요.

학교도서관마다 미디어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기기를 충분히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곳에 놓인 태블릿도 제가 어렵게 요청해서 받은 건데, 오래된 거라 구동이 잘 안 돼요. 교실마다 태블릿이 하나씩 있는데, 도서관에서 수업할 때마다 학생들이 일일이 다 가져와야 해요. 도서관에서 태블릿이나 노트북이 6대는 있어야 미디어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정부에선 미디어교육이 시급하다고 하면서 막상 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아요.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도 미디어교육이 대두될 거라고 예고했고, 개념 기반 교육과정을 통해 정보활용교육을 확대할 거라고도 하지만, 실상은 디지털 도구가 없어서 노트북의 경우 한 팀이 쓰고 나면 다른 팀이 이어 받아 쓰는 형편이라 불편해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라는 교육 정책 기조를 지킬 수 있도록 지역 학교도서관에도 정보 기기를 확충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께선 한 영상에 이렇게 밝히신 바 있어요. “별처럼 반짝여야 하는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든 반짝이지 않을 때 (중략) 빛나게 해 주는 우리는 사서교사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반짝이게 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울진의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에서 근무할 무렵, 도서부장 역할을 맡았던 학생이 있었어요.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였는데, 도서부를 잘 운영할 수 있겠다 싶어서 행사도 기획하게 하고, 여섯 교과를 연계해서 실천했던 프로젝트 수업에서 만나 밤낮을 함께하기도 했어요. 당시 역사·보건·기계·전기·화학 교과와 협력 프로젝트를 했는데, 아이들이 실험도 해 보고 커피 찌꺼기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자문을 구하고자 카이스트 교수님한테 전화를 하기도 했어요. 당시 학생들과 밤샘 독서캠프도 했는데, 저녁 6시부터 그다음 날 6시까지 한 명도 안 잤어요. 토론하고 독서 연극하는 게 재밌어서 전교생이 집중해 주더라고요. 그 시간 속에서 아이가 점점 활발해졌고요. 고3 취업 시기, 아이는 공기업인 한수업에 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을 하러 갔어요. 면접관이 아이가 쓴 자기소개서를 읽고 도서관에서 프로젝트를 한 경험에 관해 물었는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고 해요. 돌아와서 “선생님, 저 그때 도서부 하기를 잘했어요.”라고 말해 주었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그렇게 종종 만나는 제자들이 있어 기쁘고, 그럴 때 제가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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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에 도서관의 효능을 말하는 제자는 드물 것 같아요. 그만큼 동기부여를 해 주신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떤 반짝임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희 학교 아이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할까 질문하면 두려워하지 않아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요. 1학년 학기초만 해도 쭈뼛쭈뼛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이제 아이들이 제가 매년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를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있는 학교 인근 지역은 사서선생님들이 대다수 없는 곳이라, 사서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이 많아요. 학기초마다 이용교육을 할 때 사서선생님이 뭐하는 사람인지 알려 줘야 해요. “사서선생님은 똑같이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월급도 똑같이 받아요”라고요. (웃음) 제가 하는 일을 알려 주면서, 늘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하게 하라’는 지향을 학교도서관에서 실천하기 위해 앞으로도 분투할 것 같아요. 저도 학생 시절에 도서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봤다면 이를 지지대 삼아 삶에서 좀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요새도 바깥을 다니다가 지역 행사 현장이나 독특한 간판을 보고선 우리 학교에 이걸 적용하면 되겠네, 혼잣말해요. 그럼 남편이 ‘이제 뇌를 좀 쉬게 했으면 좋겠다’ 말해요. 저는 이 일이 재밌어요. 에너지를 얻거든요. 제 에너지가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에게도 이어져 용기가 생겨나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운을 건네 준 사서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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