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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고은미 제주 한라중 사서교사, 박영훈 제주 세화고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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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0-05 10:06 조회 1,07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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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의 초지일관,

사람과 사람을 잇다

고은미, 박영훈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무엇이든 저절로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 어떤 일이든 첫 삽을 뜨고, 일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제주도1호 사서교사라는 사명감을 등에 업고, 사서교사들이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고은미, 박영훈 선생님처럼 말이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다채로운 관광자원 덕에 휴양을 즐기는 여행지로 이름 높은 제주도에서 학교도서관의 기틀을 마련하고, 사서교사들의 입지를 다져 온 이야기. 선생님들은 학생, 동료 교사, 행정실 직원, 학부모 자원봉사자 들과 형성한 끈끈한 관계가 학교도서관 운영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끊어지고, ‘언택트’가 일상화되는 세상에서 학교도서관을 만남의 장으로 가꾸는 일. 마음 둘 곳이 없거나,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언제든지 편히 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는 마음. 학교도서관을 가꾸고 보듬는 선생님들의 분주함으로 오늘도 제주도에는 온기가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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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모두 같은 해에 ‘제주 1호 사서교사’로 부임하셨어요. 선배 사서교사들도 없을뿐더러 ‘최초’라는 상징성 때문에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고은미 저는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어요. 첫 직장도 서울권 대학도서관 계약직 사서였고요. 아무래도 계약직은 고용이 불안정해서 고민하던 차에, 2006년에 사서교사를 대거 채용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고향인 제주로 지원했어요. 당시 합격자 4명이 제주 지역의 첫 사서교사였던 거예요. 제주도에 사서교사 부임이 처음이다 보니 교육청도 준비가 되지 않았던지, 우리를 학교도서관으로 보내지 않고 교육청에서 1년간 근무를 하게 했어요. 이듬해에 학교도서관 연구학교였던 제주제일중으로 자리를 옮겼고요. 학교도서관에 관심이 많았던 선생님들이 도서관의 기틀을 만들어 놓아서 저는 학교도서관 운영과 독서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주변 지역 학교도서관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대학도서관 사서 경력이 있었기에 학교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시스템을 파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한편으론 ‘최초’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교육청에서든, 학교에서든 우리가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에 따라서 사서교사에 대한 인식이 정해진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 주어진 일은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했지요. 중학교 학교도서관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청소년소설이 낯설었던 기억도 나요. 청소년소설을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은 이런 고민을 하나?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소설을 재밌게 읽었고, 학생들의 고민을 엿보는 창구로 활용했어요.


박영훈 저도 교육청에서 1년간 근무하다가 첫 발령지가 제주제일고로 결정되어서 자리를 옮겼어요. 제주제일고는 옛날 학교들이 으레 그렇듯, ‘학교도서관’이라고 할 만한 전용공간이 없었어요. 교실 한 칸에 책을 모아 둔 공간, ‘도서관’이라는 현판만 붙어 있는 그곳을 학교도서관이라는 이름값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게 첫 임무였지요. 도서부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을 돌면서 버려지거나 방치된 책걸상을 전부 모으는 일부터 했어요. 당시에는 학교도서관예산도 열악했던 때여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서관다운 모습으로 꾸미는 일이 급선무였어요. 학교 구성원들 모두 사서교사라는 직군을 처음 보다 보니 낯설어하는 모습이었고,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키는 일은 무조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수업도 좋고, 심지어 도서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도 시키면 뭐든지 열심히 했어요. 교육청에서 근무하던 때부터 열심히 하는 것만이 사서교사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학교도서관대회 업무부터 각종 지원업무까지 도맡아 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예산을 준다고 하는 사업은 하나도 빼먹지 않고 모두 신청했어요. 사서교사는 도서관에서 편한 업무만 한다고 오해했던 경력 많은 선생님께서 제가 학교를 옮길 때 “네가 있어서 학교에 도움이 많이 되었고, 너무 좋더라.”라고 해 주었을 때 뿌듯함을 많이 느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는 ‘1호’라는 무게감을 느낄 새도 없이 적응하고, 인정받기 위해 정신이 없었어요. 한마디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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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창이 돋보이는 세화고 학교도서관 전경 



진로·진학 프로그램, 저작권 수업을 활발히 꾸리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박영훈 점심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진로·진학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은 조금 거창한데요. 고등학생들은 아무래도 생활기록부에 활동 내용이 기록되는 것이 중요한데, ‘독서란’이 없어졌잖아요? 대신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력은 따로 기입할 수가 있어서 1년에 3∼4권의 책을 매일 정해진 분량을 읽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질문을 만들어서 활동지에 적어 내고 있어요. 이걸 정리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식이에요. 1년 동안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고, 이름은 ‘달팽이독서’예요. 부담 없이 천천히 책을 읽자는 의미를 담았고, 사정이 있어서 참여를 못 하면 집에 가서 읽어 와도 좋다고 이야기해요. 『이기적 유전자』, 『팩트풀니스』, 『코스모스』 등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책을 완독하는 프로젝트여서 “대입 면접에 도움이 되었다.”, “완독해서 뿌듯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요. 처음에 50명이 참여하면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줄 정도로 활동 이력을 쌓는 학생은 15∼18명 정도 되는데요. 나머지 학생들도 70%의 수료율을 달성하지 못해서 그렇지 모두 열심히 참여해요. 조금씩 늘어나는 인원을 보면서 저도 보람을 많이 느끼고요.

저는 사서교사도 수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과 접점이 많아질수록 도서관 이용률이 올라가니까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수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저작권위원회에서 마련한 지원단연수에 참여하면서 저작권 수업을 꾸리게 되었어요. 정보교과에서도 저작권을 배우지만 저는 실제로 법원에서 어떻게 저작권 분쟁을 다루는지 판례를 살피거나 관련 자료를 보여 주고 있어요. 1인 방송을 하는 학생들도 많고, 판례를 가지고 수업을 하니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아이돌 안무 영상을 보면서 이 안무가 표절 시비에 걸렸다고 하면 학생들은 “와, 정말요?”라는 반응을 보여요. (웃음)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전근 오시면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독서프로그램, 도서관 행사를 기획할 때 주력하시는 점들도 궁금해요.


고은미 제일 많이 다르다고 느낀 점은 수업과 교과서예요. 중학교에서는 도서관 운영과 독서프로그램 업무를 주로 맡고, 고등학교에서는 수업과 교과서 관련 업무를 추가해서 맡았어요.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학교도서관은 폐기도서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았고, 별도의 회의공간이 없다 보니 도서관에서 교직원 회의를 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중·고등학교의 차이보다는 리모델링이나 현대화사업 등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체감이 큰 것 같아요. 초기에는 리모델링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최근에는 기자재뿐만 아니라 도서관 구조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예산을 주어서 다행이에요. 독서프로그램이나 도서관 행사를 꾸릴 때는 항상 학생들에게 의견을 먼저 물어봐요.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재밌었니?”라고요. 책갈피 만들기라고 답하는 등 여러 의견을 제게 주죠. 학생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프로그램을 꾸렸는데, 최근에는 손글씨를 많이 쓰도록 북돋고 있어요. 시집 필사, 책제목으로 글짓기, 목차 쓰기 등등이요. 대부분 컴퓨터나 스마트폰 자판으로 글을 많이 쓰는 요즘 학생들이다 보니, 손으로 글을 쓰는 경험을 늘려 주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쓴 필사용 시집을 학부모님이 보시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제주에서 학교도서관의 기틀을 마련하고,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애쓴 '나의 역사'를 들려주신다면요?

박영훈 첫째는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 구성원들과 폭넓고 원활한 관계 맺기인 것 같아요. 요즘 MZ 세대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관리자 선생님들의 요구를 적절히 파악해서 도서관 업무에서 살짝 벗어나는 일일지라도 자원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편이에요. 도서관 행사 관련 포스터를 드리면서 홍보를 부탁드리면 어떤 선생님은 게시판에 붙여 놓고 말지만, 어떤 선생님은 종례시간을 활용해서 도서관 행사에 관해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해 주세요.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건 평소 그 선생님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 왔는가에 있겠지요. 제주도에 처음 부임했을 때도 관계를 돈독히 맺은 덕분으로 사서교사들의 입지를 긍정적으로 다질 수 있었어요. 도서 구입비, 운영비, 리모델링 사업, 품위서 등 행정 업무를 진행할 때도 행정실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요. 동아리 운영, 독서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과의 관계가 결정적이죠. 학생들이 ‘사서선생님들은 친절하고 좋은 선생님이야.’라고 생각해 주면 무엇을 하더라도 협조적인 태도로 임할 확률이 높죠. 이전 학교에서 20여 명의 학부모 봉사자와 친밀하게 지냈던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분들이 학부모회나 각종 모임에서 도서관에 관한 칭찬과 뉴스를 많이 전해 주셔서 긍정적인 도서관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고은미 경력이 쌓여도 관계 맺기는 항상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유독 도서관을 자주 오는 학생들이 눈에 띄어요. 교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관계 맺기에 서툰 학생들이 새 학기에 도서관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때는 위클래스 선생님께 혹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인지 개인적으로 물어보거나, 담임선생님께 학생 상황을 공유하고 있어요. MBTI가 ‘I(Introversion, 내향형)’여서 그런지 동료 선생님께 친밀하게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개인주의적인 분위기가 강화된 탓인지 요즘에는 더욱 말문을 트는 게 어려워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교무실에 가면 “커피 마시면서 얘기나 하고 가∼” 하셨는데, 지금은 개인 업무가 많아서인지 각자 모니터만 보고 있는 분위기로 바뀐 듯해요. 학교도서관협력수업을 꾸릴 때도 교과교사와 긍정적인 관계가 전제되어야 할 때가 많은데요. 이전 학교에서 ‘향기’를 주제로 사서교사는 글쓰기 수업을 맡고, 과학교사는 향수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평소 동료 선생님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은지 정보를 알고 있어야 콜라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제주 지역은 3년 주기로 전근을 가는 체계이다 보니, 친해지고 알 듯하다 싶으면 헤어지는 아쉬운 경우가 많은 듯해요.
후배 사서교사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수업 시수를 확보하고, 비교과 내에서 위상을 높이는 일 등의 큰 발전을 이룬 것 같진 않아서요. 각자의 의견과 가치관이 다르기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다만 사서교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뢰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주 지역 사서선생님들이 꾸리고 있는 커뮤니티의 이모저모도 궁금해요. 독서 모임, 연구회, 온라인 모임 등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고은미 제주 지역 ‘사서교사 연구회’가 제일 활발해요. 독서 모임 등 각종 소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졌을 때는 전체모임을 개최해서 하소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어요. (웃음) 지역 내에 있는 특색 있는 독립서점을 함께 방문하기도 하고, 박물관이나 뮤지컬을 학교연합으로 동아리 학생들과 보러 가기도 해요. 육지와 달리 제주도는 작가와의 만남을 꾸릴 때 비용(항공료, 체류비)이 많이 들잖아요? 그러다 보니 작가와의 만남을 사서교사들이 협력해서 학교를 묶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전에 합의가 잘 이뤄진다면 한정된 예산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교육청, 지자체 산하의 공공도서관도 학교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고요. 작가와의 만남, 체험활동 강사 파견, 각종 도서관 행사 등등을 꾸려 주거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거죠. 사서교사의 활동 범위를 이야기할 때 나왔던 관계성이 여기서도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지역 내에 있는 다른 학교, 공공도서관, 교육청 등과의 관계가 돈독할수록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특히 도시 외곽의 예산이 적은 소규모 학교나 폐교 위험에 처한 학교라면 이러한 지원이 더욱 절실해요.



특색 있는 독립서점, 아름다운 자연,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 제주는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성해지는 곳인데요. 육지 학생(?)들이 독서 동아리원들과 제주에 방문한다면 어디를 꼭 들르면 좋을까요?


박영훈 아름다운 자연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오름이 가장 유명한 것 같아요. 물영아리(편집자 주: ‘영아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 접두어 ‘물’이 붙은 이유는 분화구에 물이 고인 습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를 방문했다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다 가도 물영아리가 주는 위안과 평온을 느낄 수 있거든요. 제주 전역에 분포하는 4·3 유적지를 찾아보는 것도 역사를 공부하는 좋은 방법이고요. 성산일출봉을 오르다 보면 4·3 유적지(터진목)임을 알리는 푯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유명한 관광지가아니더라도 제주의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4·3 유적지를 마주할 수 있지요.


고은미 제주의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싶다면 제주 사슴책방(제주시 조천읍 중산간동로 698-71)을 추천해요. 그림책 작가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수입 팝업북이나 아트북이 즐비한 곳이에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해외 팝업북이나 원서가 많아서 눈이 즐거운 곳이에요. 북살롱이마고 제주아카이브센터(서귀포시 표선면 세화강왓로 78)도 추천하고 싶고요. 공공도서관에 관심이 있다면 제주도서관 ‘별이내리는숲’ 어린이도서관(제주시 연삼로489)도 가 볼 만해요. 제주에서 가장 최근에 개관한 공공도서관이고, 육지 사람들이 꽤 많이 방문한다고 들었어요. 제주북초 안에 있는 김영수 도서관(제주시 중앙로8길 18)도 아름다운 풍경과 특색 있는 도서관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제가 가 본 축제 중에서는 청수곶자왈 반딧불이 축제도 좋았어요. 제주에 온 김에 지역 축제를 경험하고 싶다면 반딧불이 축제에 방문해 보길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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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고 도서관에서 교사 독서동아리에 참여 중인 교직원들



2022년 기준 사서교사 등 전담인력 배치현황을 보면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육공무직 사서가 없고, 사서교사 배치율도 23.8%로 낮은 편이에요. 전담인력이 없는 학교도서관이 겪는 어려움과 교육당국에 바라는 점을 알려 주신다면요?


고은미 전담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사서교사를 많이 채용해야 하는 것 같아요.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 주길 바라는 거죠. 지역소멸 이슈와 맞물리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사서교사 배치는 학생수를 기준으로 이뤄지잖아요? 제주도는 읍면동 지역에 소규모 학교의 비율이 높아서 요청이 있더라도 사서교사를 배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최근에는 여러 학교에서 사서교사를 배치해 달라고 교육청에 요청을 많이 하는데, 사서교사를 채용하기보단 기존의 인력을 순환시키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순환 근무를 시행 중인 학교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짧게 여러 학교를 돌면서 근무하는 형태는 ‘사서교사 맛보기’도 아니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저희는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한 학교에 집중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순환 근무보다는 신규 배치가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소규모 학교에 사서교사가 배치되어야 학교도서관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놓을 수 있고, 후임자가 오더라도 쾌적한 도서관 서비스를 이어 갈 수 있어요.

 

제주에서도 지역소멸에 대한 걱정이 많을 듯한데요. 학생들에게 ‘지역인지감수성’을 길러 주고, 내 고장에 대한 애정을 북돋기 위해 사서교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박영훈 학교에서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서울에 가기 위해서야.”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많이 접해요. 아무래도 제주도는 물리적으로 작고, 제한된 지역이니까요. 육지에서 온 외지인이자 교사인 제가 생각해 보아도 학생들의 가치관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서울로 진출하는 것이 학업이나 취업을 고려했을 때 훨씬 더 유리하니까요. 물론 제주에도 의대,약대 등 좋은 대학교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수도권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주에 남는다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단점이 큰 것 같아요. 제주는 세 다리만 건너도 누가 누군지 다 알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시내에 나가서 친구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근처에 지나가던 부모님의 지인이 그 모습을 본다면 원치 않게 자신의 동선(?)이 부모님께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아무리 시내로 멀리 나가더라도 익명성이 없다는 점이 지겹고 싫은 학생들이 많은 게 사실이죠. 늘 봐 오던 사람들이 아니라, 전혀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면 육지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번쯤은 육지로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성장하고 다시 제주로 와서 지역의 훌륭한 일꾼이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저희 학생들과 서울에서 꼭 해 보고 싶은 활동이 광화문 교보문고를 방문해서 종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책을 읽는 거예요. 서울 사람은 광화문 교보문고를 익숙하게 여기겠지만 제주의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큰 대형서점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소중한 문화적 체험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파주 출판단지도 방문해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체험해 보고 싶어요.

고은미 저도 다채로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육지로 나가서 다양한 공부를 하고 오는 것도 찬성하는 편이에요. 학생들도 서울로 진학하는 데 열망이 큰 편이지만 부모님들도 주말이나 방학 때 비행기 태워서 서울의 유명 학원 특강을 보낼 만큼 교육열이 대단하신 분들이 많거든요. 육지로 가더라도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올 수 있게끔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알다시피 제주도에는 공장이나 기업이 거의 없어요. 관광업이나 공무원 말고는 일거리가 부족해서학생들에게 제주도에 남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교육적인 차원보다는 산업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서 인재들이 제주도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육지와 비교해서 제주도가 가지는 이점도 분명히 있어요. 제주도는 한 시간 이내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도심지에 직장을 두고, 거처를 외곽으로 잡아도 출퇴근하는 데 무리가 없어요. 그래서 지역소멸이 극심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육지로 나간 학생들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 제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제주의 미래가 훨씬 더 밝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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