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뭉치는 샘들] 쉿! 사서선생님들은 모여서 무슨 책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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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1 15:33 조회 2,304회 댓글 0건본문
쉿! 사서선생님들은
모여서 무슨 책 읽지?
수원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모임 ‘독서비밀조작단’
“사서선생님, 이 책 재미있어요?”라는 질문에 다들 어떻게 대답하고 있을까. 도서관 이용자들은 사서들이 책을 다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사서가 모든 책을 읽고 추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2016년에 여덟 사서들 이 모여서 ‘독서비밀조작단’ 이름을 붙여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멤버들은 2019년까지 매달 모여 만 3년 동안 서른 권을 읽었다. 그러다 직장인, 엄마, 딸로서의 역할 등을 해내며 바쁜 일상에 쫓겨 책 읽기를 잠시 멈췄다. 독서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으로 2020년 1월, 다섯 명이 다시 모여 독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로 일상이 바뀐 요즈음, 우리는 모임으로 소통하며 서로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받는다.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 게 이겨나가고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주향 수원 광교초 사서
모임 구성원
김유리 곡반중 사서, 김화수 가온초 사서교사, 심선희 영통중 사서교사, 이정민 창용초 사서, 이주향 광교초 사서
사서들의 책 읽기+모임 잇기=독서비밀조작단
2016년, 수원교육청에서 사서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연수가 열렸다. 당시 연수에 온 강사는 이 경험을 연수로 끝내지 말고 독서 모임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독서 모임 의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즈음 다른 선 생님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13년부터 사서연구회에서 같이 활동했던 사서 선생님들이 모임을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셔서 쉽게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5월 독서토론 연수의 마지막 날 저녁, 수원문화원의 회의실에서 여덟 사서들이 모였다. 우리는 모임 이름을 ‘독서비밀조작단’이라고 정했고, 돌아가면서 같이 읽고 싶은 책을 선 정하고 매달 퇴근 후에 만나기로 했다. 책을 선정한 사람은 토론지를 작성하고 진행자가 되어 모임을 이끌었다. 이렇게 시작된 여덟 명의 모임을 통해 우리는 매달 만 3년 동안 모 여 30권의 책을 읽었고, 그 뿌듯함을 함께 나누며 일상의 피로를 날렸다.
함께 책을 읽으니 힘이 생겼다. 나는 모임을 하다가 아이가 생겼는데 육아휴직 중에도 집으로 찾아와 준 회원들 덕분에 독서 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분주한 일상, 시험 준비, 복직 등의 여러 일들로 2019년 말 우리 모임은 잠깐 멈췄다. 나의 복직에 대한 부담으로 독서 모임이 중단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컸다.
워킹맘은 독서에 목말랐다. 몇 개월 만에 사람들에게 “다시 책 읽고 싶다.”라고 연락 했을 때, 우리가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때처럼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다섯 사서선생님들 이 있어서 ‘독서비밀조작단 2기’가 시작되었다. 2020년 1월 첫 모임을 하고 코로나19로 두 차례 모임이 연기되는 좌절이 따랐지만, 코로나19도 우리를 멈추진 못했다. 우리는 줌 (ZOOM)이라는 돌파구를 찾았고, 상황에 따라 야외 모임과 실내 모임을 병행하면서 매달 책을 읽고 있다. 우리 모임은 메신저, 밴드 등으로 소통하며 줌(ZOOM)과 패들렛 등을 활 용하며 독서토론을 이어간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와 함께 독서비밀조작단을 시작한 내 아이는 이젠 ‘말 좀 하는 세 살’이 되어 토론의 일원이 되려고 한다.
같이 읽기의 힘 그리고 그 속에서 보이는 것들
독서비밀조작단 2기는 매달 둘째 주 월요일 저녁에 모인다. 모임 구성원이 다섯 명이다 보니, 모두 모일 수 있다면 만나는 시간을 변경하기도 한다. 각 회원이 돌아가며 읽을 책을 선정한다. 그렇게 선정한 책 한 권을 각각 읽고 모이는 기존의 모임 규칙을 그대로 유지한 같이 읽기의 힘 그리고 그 속에서 보이는 것들 138 학교도서관저널 다. 책을 선정한 사람은 진행자가 되어 토론지를 만들고 자료를 모은다. 토론지에 책 소 개, 한 줄 서평,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질문 등을 적어서 공유한다. 토론지가 공개되면 각 자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서 모인다. 진행자는 책을 소개하고, 질문지를 중심으로 책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질문지에서 시작된 책 이야기는 나와 내 일상으로, 깊이 있는 이 야기로 이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임에 집중하게 된다. 2기를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 어 10권의 함께 읽은 책이 쌓였다.
같이 읽어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이슈로 떠오르는 책을 빠르게 볼 수 있었고, 그와 관련한 도서를 찾아서 같이 읽기도 했다. 독서비밀조작단 2기의 첫 선정 책은 『페인트』였 다. 이 책을 읽고도 독서에 목말랐던 우리는 같은 출판사의 수상작인 『아몬드』도 읽고 두 책을 비교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못 만날 때에는 『페스트』를 읽었다.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변신』, 혼자라면 끝까지 못 읽었을 『죄와 벌』과 『담론』(신영복), 『하멜표류기』 등 을 함께 읽었다. 연말, 우리는 일 년 동안 같이 읽은 책들을 쌓아놓고 사진을 찍었 다. 뿌듯함과 더불어 이용자들에게 추천할 책도 쌓인 듯했다.
코로나19로 모임을 이어가지 못한 2020 년 4월부터 우리는 한발 빠르게 줌(ZOOM) 과 패들렛을 활용하고 있다. 공유를 기본 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모임에서 먼저 발휘 하여 실험하고 학교현장에서도 활용한다. 혼자서 일하는 사서들이 만나 서로에게 자 양분이 되어 준다.
지금 나의 책 읽기는 학교도서관에서 더 좋은 책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이지만,
우리 독서 모임이 10년, 20년 후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을 좋아하는 인연으로 함께 만나
노후를 멋지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사서가 추천해서 ‘믿고 보는 책’을 위하여
육아휴직 기간 동안 독서비밀조작단이 없었다면 복직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 다. 내가 휴직했던 사이 『푸른 사자 와니니』가 나왔고, 어른 책을 주로 읽던 독서 모임에 서 이 책을 읽자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었다. 나 는 2020년에 온책 읽기 책을 고민하는 5학년 선생님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했고, 이 책으 로 독서 행사도 진행했다. 사서들의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이고 평가도 좋았다는 이야기 를 하니, 선생님들도 고마워하셨고, 아이들도 책이 재미있다고 반응해 주었다.
초등학교에서 사서로 일하면서 이용자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다. 그래 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으면서 어른 책은 잘 모른다는 말을 쉽게 했다. 그런데 복직한 초등학교는 45학급의 큰 학교에다가 직원만 100명, 학부모 봉사자는 90명, 학부모 이용 자는 500명에 달했다. 내가 어른을 눈높이로 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용자들에게 잘 다 가갈 수 있었을까? “재미있는 책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을 텐데, 휴직 중에 도 아이와 함께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배려해 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
책 읽기를 권하는 사람이 사서인데, 정작 사서인 나는 책을 읽고 있는가? 사서라면 책 을 꾸준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떤 책을 추천할 수 있는가? 함께 독서하는 사람 들이 있어서 좋은 책을 소개할 때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