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뭉치는 샘들]대전 사서교사 교구개발 연구모임 ‘오독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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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0-28 11:03 조회 4,175회 댓글 0건본문
초·중 연계 교육을 위해 시작된 만남
우리는 2018학년도 상반기에 구성된 ‘초·중 연계 교육 연구회- 라온제나’를 시작으로 만났다. 이 연구회는 학교급은 다르지만 인근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서교사들이 모여서 교육활동을 하는 목적으로 구성되었다. 당시 신규교사였던 나는 이진주 선생님께 인근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연구모임을 같이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반가운 제안이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대전 인근 10개 학교(초등 5개교, 중등 5개교)에 근무하는 사서교사가 모여 연합 독서캠프를 운영하고, 공동 소식지를 발간하거나, 주제별 추천도서목록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두의 관심사인 학교도서관과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 모두가 수업에 필요한 교구나 교육자료의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면 같이 연구하고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교육자료 연구 모임으로 확대되었다. 초등과 중등에서 필요로 하는 교구의 내용, 수준에 차이가 있기에 교육자료 연구를 초등 모임, 중등 모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 중에서 중등 모임의 활동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임을 소개하겠다.
교육자료전 도전기 “우리가 필요한 것? 우리가 만들자!”
“우리가 필요한 것을 우리가 만들어 보자!” 문경희 대전봉명초 사서선생님의 제안으로 우리는 교육자료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2019년 기준 50회를 맞이한 전국교육자료전은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대회로, 우수한 교육자료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유발해 오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을 거쳐 전국으로 이어지는 대회로, 계획서가 예선을 통과하면 일정한 예산을 지원받아서 자료를 제작할 수 있다.
우리는 교육자료 연구를 시작하면서 ‘어떤 것을 만들까?’에 대해 고민했다. 평소 필요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교육자료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그중 모두가 가장 필요성을 공감했던 것은 ‘문학기행 관련 교육자료’였다. 사서교사라면 누구나 문학기행을 기획하지만, 단위 학교에서 문학기행을 가면 진행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준비할 자료가 방대하고 애써 만든 자료집이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자료도 부족하여 단순히 보고 듣는 문학기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면서, 떠날 때 딱 하나면 들고 가면 되는 ‘문학기행 KIT’를 제작하기로 했다.
우선 주제를 정한 후, 계획서를 작성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서 자료로 제작할 내용을 구체화했다. 밴드를 만들어서 중간중간 각자 연구하고 정리한 부분을 공유했다. 역할을 분담하여 중·고등학교의 국어·사회·역사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분석했고, 출현 빈도와 지역 안배를 고려하여 전국 팔도에서 문학기행지와 작가를 한 곳씩 선정했다. 구체적인 목차를 수립하고 초안을 작성했다. 그 후, 우리 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협의하여 실물 제작을 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자료를 각자 학교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서 사용해 보고, 수정을 거쳐 자료를 완성했다.
처음 해 보는 작업이라 시간이 들고, 막막하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마음 맞는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똘똘 뭉쳐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에 뿌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대전광역시 교육자료전을 거쳐 전국교육자료전에 자료를 출품했고, ‘전국교육자료전 2등급’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교육자료, 교구에 관심 있는 선생님이라면 전국교육자료전 전시 기간에 꼭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 시도에서 입상한, 다양하고 톡톡 튀는 기발한 교육자료들을 볼 수 있다.
오독오독! 오감만족 문학기행 KIT란?
우리가 제작한 교육자료의 이름은 ‘오독오독! 오감만족 문학기행 KIT’이다. 이 자료는 주요 자료인 문학기행 미션북(교사용·학생용)과 보조자료인 웹자료와 카드자료로 구성돼 있다. 먼저 중심이 되는 미션북 ‘문학기행 A to Z’에는 작가 및 작품 설명, 문학관 소개, 추천 코스 등을 수록했다. 여기에 다양한 미션과 활동지를 넣어서 학생들의 참여를 강화했다. 교사와 학생이 필요로 하는 정보의 내용이 다르기에 교사용과 학생용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또한 활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웹자료를 보조자료로 만들었다. 네이버 플랫폼 ‘modoo!’를 활용하여 우리만의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미션북을 모바일 및 웹으로 제작하여 문학기행 중이나 이동 시 활용도를 높였다. 미션북에는 담을 수 없었던 동영상 자료 등 시청각 자료를 추가적으로 수록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게 했다. 카드자료 ‘문학작품 속 보물카드’는 미션북 및 웹자료와 연계하여 문학기행 전·중·후에 활용할 수 있으며 문학기행 외에 다양한 독서활동 시에도 활용이카드자료는 작가, 작품(시·소설), 질문, 감정카드로 구성돼 있다.
작가카드는 작가 마인드맵 만들기, 작가를 소개하는 짧은 글 작성하기 등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시 작품카드는 시의 일부를 발췌하여 제작한 카드로 시 구절 완성하기, 새로운 시 만들어 보기 등 활동을 할 수 있다. 소설 작품카드는 인물 관계도를 그리거나 인물 분류하기 등 다양한 소설 학습활동에 활용이 가능하다. 감정 표현이 익숙지 않은 학생들이 감정카드로 아이스 브레이킹 활동 등을 해볼 수 있고, 질문카드를 통해 친구와 생각을 나누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우리가 제작한 자료, 더 많은 선생님과 공유하기 위하여
교육자료전이 끝난 후에도 우리 모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제작한 문학기행 KIT는 예산의 한계로 많이 제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자료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선생님들과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교사의 아이디어를 담은 교구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사이트 ‘학토재’가 떠올랐다. 이 사이트에서는 개발을 원하는 교육도구 아이디어를 공모할 수있다. 우리는 구상한 아이디어를 학토재에 공모했고, 현재 구체적인 상품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문학기행을 가기가 어려운 요즘,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모임을 가지며 보드게임과 우리 자료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긴 호흡의 자료 제작을 선생님들과 함께라서 할 수 있었다. 우리 모임의 목표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교육 활동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육자료를 개발하는 것이다. 뭉치면 할 수 있다! 작은 모임이지만 함께한다면 ‘자신감이 뿜뿜! 아이디어가 뿜뿜!’ 우리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 지역은 ing
대전 지역 학교도서관의 큰 이슈는 코로나 시대에 맞는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독서교육 방법이다. 대전시교육청에서 매년 하던 독서 행사 또한 변화하고 있다. 사서교사들이 지원단으로 활동하며 준비해 오던‘ 대전토론한마당’과‘ 창의독서나눔마당’을 비대면 행사로 준비 중이다. 대면 토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맞춰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팀별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고, 토론 영상 및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서부교육청 행사‘ 사제동행 문학기행’도 인원을 최소화하고 거리 두기가 가능한 넓은 공간에서 하는‘ 숲으로 떠나는 문학 나들이’ 프로그램으로 기획 중이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협심하여 위기 속에서 안전하고 의미 있는 독서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