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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김보경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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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8 12:47 조회 1,97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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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찡이로부터 

싹튼 길 위의 동물들에 대한 사랑 


“망하지 말자”라는 사훈을 내걸고 책공장더불어를 꾸리신 지 15년이 되셨어요. 창업을 시작 했을 땐 망망대해 앞에 선 기분이셨을텐데, 어떻게 버티셨어요? 

여전히 망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어요. 저는 여성지 기자로 일했었는데 촬영도 하고 글도 써야 하는 생활을 십 년 정도 하니, 몸과 정신이 상하더라고요. 이런 상태로 계속 일할 순 없겠다 싶었던 무렵, 저희 집 강아 지 찡이가 눈에 밟혔어요. 한 집에서 같이 먹고 자면서 찡이의 생로병사를 지켜봤는데, 반려동물이 인간과 무엇 이 다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강아지가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되는 생애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책을 보고 해답을 찾는 편인데, 그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 거의 없었 어요. “코가 촉촉하면 건강한 강아지다.”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대다수였죠. 동물 관련 외서에는 제가 찾던 답이 있더라고요. 이후 저처럼 동물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무식하게 출판 일을 시작했어요. (웃음) 펫로스 관련 외서들을 읽다 보니 제가 해야 할 일이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우리가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 깨달음 같은 걸 얻을 수 있었어요. 그 무렵,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리디아 히비, 보니 웨 인트럽)를 번역해서 출판사 첫 책으로 선보이게 되었죠.


크게 동물권과 반려동물 주제로 출판하고 계신데요. “고통스런 책 그만 내라.”고 성토(?)하 는 독자들도 있다고요. 실제로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를 읽다가 눈물콧물범벅이 되었는데, 동물권의 사나운 현실을 책으로 담을 때마다 녹록치 않으실 것 같아요.  

울면서 만든 책이 꽤 많아요.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고다마 사에), 『버려진 개들의 언덕』(류커샹)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지만, 원고 작업을 할 땐 힘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슬픈 나머지 그 책들을 끝까지 못 읽겠다고 하는 독자들 마음도 이해해요. 『개에게 인간은 친구일까?』(로브 레이들로)에도 유기동물 이야기가 나오고 『사향 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이형주)에도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데요. 저희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이 다른 형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건, 독자들이 그중 한 권이라도 보고 현실 속 동물 이야기를 마주하 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에요. ‘도도(동물 전문 뉴스 사이트)’에서 한 가지 분석 자료를 발표한 바 있는데, 그곳을 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는 콘텐츠 대부분이 불행했던 동물이 마지막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구조를 띠고 있다고 해요. 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불행한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보기 싫어한다는 의미겠죠. 책 공장더불어에선 현실이 끔찍하더라도, 동물권과 관련한 상황들을 계속 말하고 사람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야 기를 싣고자 해요. 


‘사지 말고 입양하자 시리즈’는 작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인데요. 이 시리즈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저는 순간순간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만들어 왔기에 ‘기획’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웃음) ‘사 지 말고 입양하자’ 시리즈에 속하는 『햄스터』,『토끼』도 그렇게 낸 책들이에요. 동물 공부를 하다가 작은 동물 을 위한 책도 필요하겠다 싶었거든요. 실제로 햄스터가 유기되는 경우가 많고, 햄스터들이 서로 잡아먹는 현상 (카니발리즘)을 겪은 사람들이 변기에 햄스터를 넣는 일도 흔해요. 아이들이 햄스터를 전자레인지에 넣거나 믹서 로 갈았던 일, 마트에서 무분별하게 햄스터를 파는 모습 등을 마주하면서 햄스터를 제대로 돌보는 방법을 담 은 책을 내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햄스터에 대해 다룬 외서들은 국내 현실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곤혹스러웠어요. 출간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던 때 김정희 수의사를 알게 됐는데, 운명이었죠. (웃음) 수의사께선 햄스터가 아프면 치료를 받게 해줘야 하는데, 대개 부모들은 2, 3만 원정도 되는 치료비를 쓰는 대신 아이에게 한 마리당 천 원 하는 햄스터를 다시 사자고 말하는 걸 보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겪었던 저자가 이 시리즈의 첫 책을 쓰셨어요. 한국에 사는 햄스터들이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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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드신 책들 대부분이 재생지로 이뤄져 있는데, 책을 낼 때마다 지키고자 하는 철칙이 있으실 같아요.
사실 인쇄소에선 재생지를 좋아하지 않아요. 재생지로 책을 제작하면 지분이 많이 생겨서 인쇄기를 여러 번 닦 아야 하거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시중에 있던 재생지도 사라지고 있어요. 최근에 제가 책을 만들 때 쓰던 종이가 단종이 되어 애를 먹었거든요. 일전에 재생지 사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독자도 있었는데, 책 내 용은 좋지만 종이가 구려서 다음에는 이 책이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면 좋겠다는 책 리뷰를 본 적 있어요. 15년 전 일인데, 제가 그 리뷰에 이런저런 이유로 재생지를 썼으니 이해를 바란다고 댓글을 달았죠. 재생지를 사용 하는 일이 인도네시아의 밀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대부분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당시엔 재생지 사용 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어요. 2009년, 국내에선 ‘녹색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지 사용 프로젝트를 시행했었어 요. 당시 국내에선 그나마 재생지 같은 느낌을 내는 이라이트 종이를 주로 썼었고, 오래 책을 보관하기 힘들다 며 재생지를 쓸 수 없다고 밝힌 대형 출판사가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 변화는 필수잖아 요. “나무와 환경이 보존되어야 동물도 사니까요. 그러려면 나무를 베지 않는 게 최선이에요(<오마이뉴스>, 김보 경, “기껏 만들었더니…‘구리다’고요?”, 2009.04.13).” 그리고 저희 출판사에선 ‘예쁜 동물’이 나와서 사람들이 원하 는 ‘예쁜 행동’을 하는 이야기를 지양해요. 책공장더불어가 지향하는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책은 내지 않죠. 저 는 행복하게 사는 90퍼센트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요. 행복하지 않는 10퍼센트, 즉 행복하지 않는 지금의 동물들에게 관심이 가요. 



우리는 동물의 비자발적 선의에 기대어 산다 


『동물을 만나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2019) 이후 내신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2021)에 는 주로 국내 동물학대와 혐오 현상을 다룬 이야기가 많은데, 그 주제에 집중하신 이유는요?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는 <한국일보>에서 연재했던 칼럼, 다른 신문, 잡지 등에 실었던 동물 책 관련 글 을 모은 것이에요. 근래 3, 4년 동안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개인과 동물단체들이 많아졌어요. 지금 까지 벌어진 동물학대 문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런 이슈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생겨 나서 서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죠. 올해 낸 제 책에 그런 사회 현실이 자연스레 드러났고, 그중에서도 가장 활 발하게 다뤄지고 있는 동물문제 이슈로 볼 수 있는 동물학대, 동물혐오 이야기를 자연스레 쓰게 됐어요. 특히, 제가 책에 언급한 길고양이 ‘자주’ 이야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경의선 숲길 근처 카페에서 돌보는 고양이였 던 자주는 한 남자에게 살해됐는데, 당시 범인이 사전에 계획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이 기각됐었거든요. 길고양이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서 문제가 없다며 법원이 사건을 종결 시킨 셈이죠. 대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법정 다툼까지 가는 경우는 드문데, 자두를 돌보던 분은 의지가 강하셨 어요. 자주를 죽인 사람이 6개월 실형을 받도록 그 분이 힘썼기에 의미가 컸던 사례예요. 현재 국내 법제도에선 동물을 ‘소유물’로 보고 있는데, 동물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민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요. 저는 이 법안이 꼭 통과되기를 바라요. 


책 서두에서 우리 사회가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다루는 책을 읽는 사회로 옮겨가기까지, 10 년 조금 넘게 걸렸다고 하셨죠. 그렇게 안착하는 데 계기가 되어 준 흐름을 짚어 주신다면요. 

1990년 전후, 집에서 함께 사는 동물들을 가리켜서 ‘반려동물 1세대’라고 하는데, 그 무렵 에서 연예인이 강아지와 노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인지,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사람들에게 동물 문제를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줬다고 봐요. 저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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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찡이를 키우면서 전환기를 맞았거든요. 동물보호소에서 보통 일 년 동안 5, 6만 마리가 안락사를 당하는데, 그 동물들과 나랑 같이 사는 동물이 과연 무엇이 다른지 되물어 봤죠. 제가 산책하면서 만나는 길고양이도 다 시 보게 됐고요. 이후 동물원에 가는 일도 즐겁지 않았어요. 제 책에도 나오지만 옆집에서 키우는 닭에게 먹이를 주다가 닭(‘알이’)과 친해졌는데, 이후 저는 닭고기 먹는 걸 끊었어요. 그러면서 고기를 안 먹는 수순을 밟았는데, 이 과정을 비슷하게 겪은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반려동물과 살면서 나와 그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배우고, 나 를 둘러싼 환경에 의문을 가지면서 동물권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겪게 돼요. 오래 전, 미국에서도 유기됐던 한 강아지가 실험동물로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나라가 발칵 뒤집어져서 “내가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서 실험 동물이 될 수 있겠다.”라며 시민들이 각성했었어요. 유기동물을 실험동물로 사용할 수 없는 규정도 생겨났고요. 동물과 같이 살면 먼 나라로 여기던 동물권 문제가 피부에 와 닿게 돼요. 
 

작가님께서 쓰신 책들을 읽으면, 동물을 나와 동등한 생명으로 보는 시민의식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식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게 돕는 책들을 추천해 주세요.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저희 출판사의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생명을 살리는 선택 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이에요. 인간이 루왁커피를 얻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에 있는 사향고양이가 어떤 고통을 받는지 생생히 알려 주는 책인데, 사람들이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물건들이 동물학대나 착취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걸 말해 줘요. 커피를 매일 마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알지 못했던 동물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완전한 채식까진 힘들더라도 동물 문제에 조금이나마 관심 있어서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을 추천해요. 먹는 행위와 동물의 생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돌이켜보게 해주 거든요. 저는 한 명이 완벽한 비건이 되기보다, 조금이라도 고기를 덜 먹는 방법을 찾고 관련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면 좋겠어요. 폴 매카트니가 제안한 ‘고기 없는 월요일(일주일 중 최소한 하루는 채식을 하자는 운동)’ 캠페인을 시작해 봐도 좋아요.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고기 없는 밥상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내 삶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인간 입양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동물에게 ‘입식’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 선생님께 들었 다는 아이의 일화를 쓰신 대목이 크게 와닿았어요. 어린이에게 동물복지를 어떻게 가르치는 게 바람직할까요? 

대개 가축을 키우는 분들이 ‘입식’이라는 단어를 쓰는데요. 말 그대로 새로 들여와 심는다는 의미를 지녔기에, 동물을 ‘입양’한다는 표현에 이질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고유명사처럼 썼던 단어를 바꾸는 일에는 큰 힘 이 들지만, 충돌을 겪고 올바른 방향으로 한발 나아가는 게 옳아요.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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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 쓰는 노력이 필요해요. 가정에서 부모들이 보 이는 태도가 문제적일 때도 많은데요. 반려동물 관 련 설문조사를 하면, 아이 한 명당 반려동물 한 마 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사는 경우는 1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요. 같이 살던 동물이 버려지 거나 보호소로 보내지는 과정을, 동물을 키우는 아 이 대부분이 겪었다는 걸 뜻해요. 반려동물이 대소변 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혹은 동생이 생겼거나 이사 를 간다는 이유로 키우기를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아 요. 그럴 때 가족 내 권력 관계 때문에 말리지 못했 던 자신을 탓하며 트라우마를 겪는 어린이들도 생겨 날 수 있어요. 따라서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 다면 지극히 당연한 ‘끝까지 생명을 책임지는 태도’ 를 부모부터 보여야 해요.
 


동물원이 없어지는 날까지, 책공장더불어는 ‘풀가동’ 


우리 곁 동물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접하면 좋을 텐데요. 학생 대 상 강의를 하셨을 때 어떤 질문을 많이 받으셨나요? 

유기동물, 전시동물의 현실을 직면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해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범고래 쇼를 본 적 있 는데, 쇼가 신기해서 박수를 쳤었어요. 이후 저의 행위가 잘못된 거란 걸 알고 범고래에 대한 미안함이 크게 가 슴에 남았었죠. 가뜩이나 동물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 어린이들이 동물원에 다녀온 일이 훗날에 아이에게 고통이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어요. 어린 친구들과 동물 이야기를 나누면 상처가 됐던 일을 털어놓 을 때가 있어서 어른들이 유념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동물원에 아이를 데려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부모 입장에서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동물원에서 고통 받는 생명이 있고, 동물원에 가는 일이 동물학대에 일 조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부모가 알고 있는 게 좋아요. 요샌 그런 사실을 잘 보여 주는 그림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요. 최근 어린 친구들에게 “수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주변 선생님들 에게 물어보니 수의사가 되려면 내신 성적이 엄청 높아야 한대요. (웃음) 그래서 수의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꼭 수의사가 될 필요는 없으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권해요.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동물을 도울 수도 있다고 덧붙이면서요. 우리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동물을 돕는 일은 얼마 든지 가능하다고 답해 줘요. 


이 순간에도 반려동물과 하루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것만큼은 기억해요.”라고 일침을 날리신다면요. 

우리나라는 동물을 유기하는 데 지나치게 관대해요. 충동적으로 동물을 집에 들였다가 버리는 일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죠. 외국에 사는 몇몇 제 친구들은 품종(인위적인 번식으로 만들어진 종), 순종 개를 못 산다고 해요. 자기가 순종 개를 데리고 산책을 가면 동네 사람들이 보일 반응이 눈에 빤히 그려진다는 거예요. 물론 해 외에도 순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개 농장이 존재해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보호소에서 데려와야 할 것 같 은 동물들을 돌보는 게 우선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친구가 사는 나라에선 형성돼 있어요. 개를 데리고 산책 가면 “그 개는 무슨 종인가요?” 하고 물어보는 한국과 사정이 딴판이죠. 독일의 경우, 개를 데리고 하루 세 번씩 산 책을 가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어요. 저는 적어도 순종 개를 사거나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창피해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작가님 가슴속 소울메이트 찡이, 대장고양이, 노 랑이, 알이, 갑수, 민호 그리고 매일같이 마주치 는 길고양이들에게 오늘의 안부를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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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동네에서 마주하는 동물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항상 눈앞에 있어.” 길 고양이를 돌보지 않더라도, 동물단체 활동을 하지 않더라 도, 함께 사는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아플 때 치료해 주시는 분들은 너희(동물)들이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 록 우리가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요. 저도 그런 이야기를 길에서 만나는 생명들에게 줄곧 해요. 인간들이 죽기 전까지 동물원이 없어질 리 없겠지만, 유기동물 안 락사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힘써 보겠다고 전하고 싶어요.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에게는… 글쎄요, 저와 함 께 살았던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너희는 다만 내 안에 산다. 내가 사는 동안만큼 내 안에 산다.” 


 



김보경 

​                                                                                                            

동물 책만 내는 구멍가게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공장장. 우리가 사랑하고, 먹고, 입고, 즐기는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 고민하는 책을 내고, 글을 쓴다. 개, 고양이, 길고양이와 어울려 서울 산동네 한 구석에 산다.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동물을 만나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 『19살 찡이, 먼저 나이 들어 버린 내 동생』,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공동), 『사람을 돕는 개』를 썼고,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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