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 어른들은 모르는 마을을 탐험한 호걸을 소개합니다 -『무적 말숙』 김유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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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6 15:50 조회 2,304회 댓글 0건본문
사랑 많은 겁보 막내딸,
어린이책을 쓰는 든든한 어른으로
작가님도 어릴 때 한 ‘겁보’ 하셨어요? 『겁보 만보』에 나오는 만보도 무지 겁이 많잖아요.
저는 만보보다 훨씬 ‘슈퍼 겁쟁이’였어요. 제가 늦둥이로 태어나다 보니 언니들이 부러워할 만큼 부모님의 사랑 을 독차지했고 생떼도 마구 부렸대요. 그러다가 제가 일곱 살 즈음에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는데, 그때 부터 만보처럼 모든 일에 겁을 냈던 것 같아요. 울타리를 잃었다고 생각해선지 『무적 말숙』에 나오는 위풍당당 말숙이 같았던 제가 눈치를 보고 웅크리고 다녔어요. 하지만 저희 네 언니도 만만치 않게 무섭거든요. (웃음) 저 도 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큰소리치느라 네 여자가 힘들었을 거예요. 언니들이 있었기에 제가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지 않았나 싶어요. 언니들이 엄마처럼 저를 챙겨 줬으니까요.
오월 오일에 막내딸로 태어나 넷째 언니랑 ‘찐자매’로 지내셨다고 하셨는데, 언니랑 얼마나 잘 통했는지 자랑(?)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제 생일이 어린이날인데, 부모님이 미리 알고서 그러신 건 아닐 거예요. (웃음) 어린이책을 쓰고, 어린이들을 만나
고,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라는 운명이 제게 주어진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문득 있어요. 사실 부모님께선 제가 태
어나기 전에 아들을 바라셨대요. 첫째 언니랑 제가 13살 차이가 나는데, 다섯 번째로 낳은 저마저 딸이자 부모님
이 실망하셨다고 해요. 넷째 언니 김응 시인과 쓴 『아직도 같이 삽니다』에도 나오지만,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자 셋째 언니가 애기 남 줘버리자 했고 넷째 언니가 그러지 말라고 말렸대요. 그때부터 언니와 전 ‘찐자매’가 될 운
명이었는지도 몰라요. 언니는 놀러갈 때마다 저를 챙겼고 저도 언니를 곧잘 쫓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언니가 먼저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시를 썼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통과한 저도 언니를 따라 같은 전공을 하며 동
화를 썼어요. 그러다가 출판 일을 시작한 언니와 똑같은 일을 하게 됐죠. 언니에겐 동생을 끌어주고 싶은 마음
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언니 덕에 저도 수월하게 제 길을 갈 수 있었어요.
『아직도 같이 삽니다』에서 “한때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라고 하셨는데, 일벌레로 살 다가 어떻게 동화를 쓰셨어요?
어릴 땐 동화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어른이 되어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로알드 달, 필리파 피어스 등의 작품 들을 읽으며 동화에 빠졌어요. 읽으니 쓰고 싶어졌고, 대학 4학년 무렵에 습작했던 작품이 운 좋게 당선돼서 신 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등단을 했어요. 이후 출판사에 취업해서 10년 정도 어린이책 편집 일을 했어요. 편집자에 겐 작가의 책을 첫 번째로 읽는 영광이 주어지잖아요. 일하면서 제 글을 쓰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 나에 꽂히면 그 일에서 못 헤어날 정도로 집중하는 성격 탓에 책 만드는 일도 꽤 집중해서 했고요. 제가 일에 너 무 몰입하니까 김응 언니가 옆에서 걱정하곤 했어요. (웃음) 편집자는 여러 사람을 배려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소 통이 잘되도록 조율해야 하잖아요. 작가와 독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잘해야 좋은 책이 나오고요. 그 시절 작가 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 일했던 순간들이 무척 행복했던 기억들로 남아 있어요. 그러다가 제 글에 집중해야겠다 싶은 운명 같은 순간이 오더라고요. 2012년,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전에서 대상 을 받았고 이듬해에 회사를 나왔어요. 첫 책을 낸 뒤엔 오롯이 제 글을 쓰는 데 시간을 보냈죠.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 『안 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 등 개성 만점 동화들을 많이 쓰셨는데,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저와 닮은 구석이 있는 구구는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에 나오는 아이로, 제가 어릴 때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했던 아이예요. 구구처럼 어린 시절을 밝게 지내진 못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닮고 싶은 어린이의 모습을 구구 를 통해 표현하면서 힐링을 받았어요. 그 뒤에 낸 책이 『겁보 만보』인데,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캐릭터 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만보예요. 겁쟁이였던 만보는 모험을 하면서 차츰 세상 밖으로 발을 내미는 용기를 가 지는데, 만보 이야기를 쓰면서 저도 용기를 얻었죠.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에 나오는 토끼도 기억에 남아 요. 걱정이 많은 제가 상담소를 찾아갔던 일을 바탕으로 쓴 동화인데, 당시 상담사 선생님이 제 이야기에 공감해 줘서 큰 위로를 받았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상담할 때마다 그 선생님 몸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어요. 책에서도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정작 토끼는 자기 이야기를 못 하고 귀가 커지잖아요. 선생님도 고민이 있을 텐데, 상대의 힘든 이야기만 듣느라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겠다 싶었죠. 그런 마음을 가진 후부턴 상담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저도 공감이 됐어요. 제 이야기만 할 때와 또 다른 소통과 치유가 이뤄졌지요.
심술보 말숙이가 세 고개를 넘고 ‘레벨 업’ 했습니다
『겁보 만보』의 뒷이야기가 『무적 말숙』인데, 처음부터 이 책들을 시리즈로 기획하셨나요?
학교에서 어린이와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겁보 만보』 2탄이 언제쯤 나오는지였어요. 제 책을 읽
은 어린이들이 만보가 갔던 갈림길로 들어선 말숙이가 그뒤로 어떻게 됐는지 많이 궁금해한다고 하더라고요. 저
는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싶어서 『겁보 만보』를 그렇게 마무리했는데, 넘치는 응원을 받았으니 어린
이들에게 말숙이 이야기를 써서 선물로 줘야겠다 싶었어요. 『겁보 만보』 끄트머리에 만보가 “가다 보면 길이 나
오던디유.” 하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제가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세 고개를 무사히 넘
어서 시장에 도착한 만보처럼, 저도 어릴 때 수많은 고갯길을 혼자서 넘었다는 이야기를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
다 하거든요. 무언가를 할 때 조금 쉬어갈 순 있지만 힘들다고 도망가지 말라고 당부하면 어린이들은 “잘할 수
있어요.” 하고 대답해 줘요. 어린이들에게 손편지나 직접 만든 에코백 같은 선물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아이유 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랑받는 것 같아서 행복해요. (웃음) 만날 때마다 저를 환영해준 어린이들에게 에너
지를 받은 덕분에 『무적 말숙』도 쓸 수 있었어요.
말숙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욕심쟁이 어린이로 나와서 친근했는데요. 전작과의 차별 점, 말숙의 모험에서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요?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말숙이는 실은 자기를 표현할 방법을 잘 몰 랐던 거예요. 함께 사는 세상이 뭔지 몰랐던 말숙이가 고개를 넘으 며 모험을 겪고,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린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힘내서 길을 가보 자는 뜻을 『겁보 만보』에 담았다면, 힘자랑하면서 혼자서 살 순 없 으니 주변과 함께하는 마음을 가지만 좋겠다는 생각을 『무적 말숙』 에 담았어요. 만보와 말숙이가 한동네에 사는 걸로 설정했기에 전작 과 연결점이 필요했고, 말숙이만의 모험과 성장을 다뤄야 했기에 전작 과 다른 캐릭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며 이야기를 썼어요. 두 아이가 고갯길에서 만나는 산신령이나 할머니, 호랑이 등은 옛이야기 주인공들인데, 그 인물들을 어떻게 변주 시킬까에 대해서도 고심했죠. 예를 들어 『겁보 만보』에서 만보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호랑이가 『무적 말숙』에선 말숙이에게 도움을 받아요. 만보는 도깨비를 만났지만 말숙이는 먹깨비를 만나고요. 주변 캐릭터들을 좀더 다 양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해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싶었어요.
일남이부터 사남이, 아이고 아줌마 등 말숙이와 한마을에서 사는 주변 인물이 정감 있게 다 가오더라고요. 작은 캐릭터들에도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졌어요.
말숙이가 나누리 마을을 거쳐 도착지에 닿았을 때 마을 사람들 모두 아이를 기다리는 모습을 책에 표현했는데 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늘 믿고 기다려준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어요. 자신이 혼자가 아니란 것도요. 얼핏 책 에 나오는 어른들이 아이들 일에 참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지켜봐주는 거거든 요.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에서 구구의 버팀목이 돼 주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어린이들에게 힘이 되는 어른 들 이야기도 담고 싶었어요. 책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현실에서도 우리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곁을 지켜주는 어른이 더 많아지길 바라요.
말숙이와 만보는 고개를 넘으며 겪은 일들을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고, 서로 눈만 ‘찡긋’해 요. 두 아이가 비밀로 부친 나름의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일부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앞날을 미리 정해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들도 그렇게 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여기고 어른 말을 따르는 것 같고요. 그렇게 따르기만 하면 어린이들이 사는 재미가 덜할 것 같아요. (웃음) 저는 어린이들이 신나게, 어린이답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겁보 만보』에서도 엄마가 만보에 게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라고 했지만, 만보는 오른쪽으로 가요. 물론 고양이에게 놀라서 엉겁결에 오른쪽으
로 갔지만, 그 덕에 만보는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하고 자기 힘을 발휘하는 경험을 했어요. 좀 느리더라도 만보
만의 길을 갔기에 만보가 성장할 수 있었죠. 만보가 엄마 말씀을 떠올리고 왼쪽 다리를 걸어 도깨비를 이긴 것처
럼, 부모님의 조언은 어린이들이 어려운 순간에 처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해요. 만보도 엄마 아빠가 늘 했던 말들
을 생각하며 고개를 넘었기에 시장에 무사히 닿을 수 있었고요. 혼자서 무언가를 해결하는 데에도 주변 사람들
의 힘과 응원들이 숨어 있지요.
우리 모두 한때는 어린이였다는 마음으로
모험 끝에 말숙이는 심술 딱지를 뗐는데, 어른들도 실은 여러 딱지를 붙이고 살잖아요. 떼 고 싶은 ○○○ 딱지가 있다만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고아라는 꼬리표를 많이 달고 지냈어요.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 문제아라는 꼬리표가 달릴 때마다 어른들의 선입견을 느꼈죠. 그야말로 색안경 딱지라고 할 수 있어요. 저 역시 색안경 딱지를 붙이고 있으 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쓴 책 중 『읽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도서관』에는 고아원에 사는 아이들이 나와요. 어느 날 아이들은 버려진 버스로 신나 는 도서관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 문 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해요. 아이들은 자신들을 삐딱하게 보는 어른들에게 우린 문제를 싫어한다고 말하고요. 저는 이런 어른들이 붙이고 있는 ‘색안경 딱지’를 가장 떼야 한 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심 딱지’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 요. 우리 모두 한때는 어린이였잖아요. 사는 게 힘들어서 동심을 잃었다면 어린이로 살았던 시절을 한번쯤 기억하고 찾아보길 바라요. 그러면 어린이들과의 소통이 훨씬 순조 로워질 거예요. 동화책을 가까이하는 것도 동심을 찾는 방 법 중 하나예요. 저도 동화를 읽고 쓰면서 제 속의 어린이 를 되찾을 수 있었거든요.
『걱정 먹는 우체통』, 『걱정 먹는 도서관』을 통 해 어린이들의 고민을 받고 그에 관한 답을 김 응 시인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셨는데요. 어린 이들의 최다 고민, 당시에 내렸던 처방은 무엇이었나요?
그 책을 내기 전에 김응 언니와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걱 정 먹는 우체통’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어린이자료실 앞에 우체통을 세워 놓고, 어린이들이 쓴 걱정 편지를 우체통으 로 받아서 언니와 함께 답장을 써주곤 했죠. 어린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을 사비로 사서 선물했고, ‘걱정 왕’을 뽑는 행사도 열었어요. 그렇게 만나 보니 어린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고민이 ‘가족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 부모님이 싸울까봐 걱정된다는 고민이 많 더라고요. 자기에게 1등으로 소중한 보물을 ‘가족’으로 꼽는 어린이도 많았어요. 새삼 어린이들이 속 깊고, 마음 이 따뜻하다는 걸 느꼈죠. 오히려 제가 어린이들에게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웃음) 엄마 아빠 사이가 좋지 않다 면, 읽고 한번 웃을 수 있는 동시 한 구절을 부모님 방문 앞에 붙여 놓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좀 간지럽더라도, 가족끼리는 손을 잡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풀어지지 않는 건 없더라고요. 서로 안아 주는 것의 힘도 커요. 제가 지난겨울에 봤던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는 한 학급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족을 안아 주는 숙제를 내요. 다음날 한 아이씩 클로즈업해서 인터뷰를 하는데, 아이들 표정이 다 행복하더라고요. 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구나 싶었죠.
어린이책을 쓰면서 지켜온 오랜 루틴이 있으실 것 같아요.
어린이의 눈과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것부터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특히 동화를 이야기할 때 교훈에서 벗어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의 입장에서 가르치려 들거나 메시지를 주 입해서 아이를 변화시키려는 건 단지 어른의 마음에서 비롯된 거잖아요. 쓰는 사람도, 어른들도 그런 마음가짐 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를 나보다 미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어린이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요. 그리고 저는 제 동화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요. 독자들이 동화를 읽고 난 뒤에도 웃음 을 짓게 했던 부분들을 나누고, 자기 것으로 느낄 수 있게요.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제 책을 신나게 읽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의 눈으로 본다는 게 무엇인지 막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더라고요.
어린이의 눈으로 본다는 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낀다는 것’이에요. 어린이들은 왜곡하지 않고, 어른의 눈에 들 어오지 않는 작은 부분도 발견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어린이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세 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덜 힘들 거예요. 즐거운 상상은 동심에서 나오니까요. 슬픈 순간, 고된 순간도 동심에서 나오는 그 상상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어요. 그러면 어른들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요.
메리응유 작업실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바닷가 앞 작업실에선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나요?
도시에 살던 저희 자매가 산으로 바다로 다니던 어느 날, 속초해수욕장에 왔다가 한 마을에 들어섰어요. 아바이 마을에 있던 분들이 1968년에 해일로 집을 잃고 터를 잡아 생긴 마을이었는데, 골목 사이를 돌다 보니 어린 시절 로 돌아간 것 같더라고요. 여기에서 지내보고 싶었죠. 그렇게 속초에서 첫 작업실을 얻었고 바닷가와 더 가까워 지고 싶어서 바다와 백 미터 거리 남짓한 지금의 작업실을 얻었어요. 그러고 언니 필명인 ‘김응’과 제 필명인 ‘김 유’를 따서 ‘메리응유’라고 작업실 이름을 붙였어요. 어릴 때 언니랑 놀았던 것처럼 여기서도 즐겁게 놀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도 쓰려고 해요. 지금은 역사인물을 바탕으로 한 동화를 준비 중이고, 제가 글을 쓴 그림책이 내년 에 나올 듯해요. 새로운 동화를 선보이는 모험도 계속하고 싶어요. 김응 언니도 다음 동시집을 준비하고 있죠. 거창하진 않더라도, 메리응유 작업실에서 작은 꿈들을 꾸면서 살지 않을까 싶어요. 언니와 같이 걸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