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 김문식 티티섬 사서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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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5-02 15:25 조회 2,845회 댓글 0건본문
춤도 추고 요리도 하는
트렌디한 도서관을 만들다
김문식 티티섬 사서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남궁훈 기자
누구나 ‘a는 b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문헌정보학과는 지루하다, 도서관은 정숙한 공간이다, 책은 지식을 쌓는 도구이다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이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지만 따지고 보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웃고 떠들면서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김문식 사서는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이었다. 그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인 공공도서관 티티섬에서 닉네임 ‘곰식’으로 활동 중인 영자1)이다. 행사 기획, 서가 운영, 공간 구성까지 용자들과 호흡하며 유기적으로 도서관을 가꿔 가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독특하고 신선하다. 김문식 사서의 안내를 따라 편안한 휴식과 자유로운 즐거움이 있는 티티섬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1) 공공도서관 티티섬에서는 이용자를 ‘용자’, 운영자를 ‘영자’라고 부른다. 기존의 일방향 관계에서 탈피하여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용자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문정과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 일하지만 전담하고 계신 업무는 홍보·마케팅입니다. '사서인 듯 사서 아닌 사서 같은 너~♬'라고 부르고 싶어지는데요.
그러면 사서가 아니라는 뜻 아닌가요? (웃음) 입사할 때 마케터로 지원하긴 했지만 작년에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서로 일하고 있는 게 맞아요. 제가 전문 사서이기 때문에 홍보·마케팅 업무를 할 때도 도서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용자를 위한 실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입사 초 기에 “이 사람이 사서라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스티커 굿즈로 제작해서 소장하고 있어요. 평소에 사람들이 ‘사서’라고 하면 조용한 사람, 앉아서 책 보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 보고 싶었거든요. 도서관 이미지도 바꾸고 활동적인 업무도 해 보고 싶었는데, 기존의 틀이 견고하다 보니 잘 안 됐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서는 책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사서라니’라고 저를 불러 주시면 어떨까요? (웃음)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학생회장 출신 '인싸' 사서이신데, 왕성한 대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일까요?
흥미를 따라서 진로를 결정하는 제 기질 때문인 것 같아요. 학생회장을 할 때도 우리 학과 정말 재밌는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우리 학과 재밌다고 알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새내기들에게 정말 재밌는 1년을 만들어 주고도 싶었고요. 기록용으로 시작했던 블로그도 구독자 반응이 점차 늘면서 재미가 붙었던 것 같아요. 문정과 학회장 활동을 정리한 포스팅에 문헌 정보, 사서, 대학 생활 같은 키워드로 유입이 많이 되서 신기했고요. 공단기(공무원 단기 학원)로 유명 한 ‘ST 유니타스’에서 인플루언서 제안이 오기도 했고 여행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대구 여행 기자단 활동도 했어요. 제가 당시에는 대구에서 살았는데, 내가 사는 동네를 여행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사랑하는 공간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재밌는 활동이었어요. 재밌는 활동과 여행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 원천이 되어서 다양한 대외 활동으로 파생된 것 같아요.
십 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진취적으로 삶을 가꿔 나가는 사회적 공간을 제공한다는 티티섬의 운영 철학이 의미심장한데요. 어떻게 만들어진 도서관인가요?
‘도서문화재단씨앗’에서 2018년부터 트윈 세대를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Space T’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트윈은 ‘십 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합친 말인데,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 년도 아닌 듯한 10대 초반의 친구들을 뜻해요.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나이로, 부모님보다는 또래들과 어울리며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시기기도 해요. 몇몇 도서관에서 스페이스 T 프로젝트가 시행 중이긴 하지만 트윈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적극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어 보기 위해 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티티섬이 설립되었어요. 티티섬은 용자들과 소통하면서 곧바로 필요한 기획을 할 만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평소 자주 놀러 가는 편안한 공간을 물어 보면 pc방, 노래방 같은 답변밖에 없잖아요. 저는 편하게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고 하면 도서관이 딱 떠올라요. 티티섬은 공간의 쓰임새를 규정하지 않아요. 어디서든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어요. 타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대화하고 활동할 수 있어요. 용자들에게 티티섬은 하고 싶은 경험을 스스로 선택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십 대 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SNS 홍보나 도서관 행사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용자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SNS 포스팅이 가장 반응이 좋아요. 자신이 티티섬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고 자랑하는 용자도 있고 댓글로 소통하기도 해요. 그래서 정보성 게시물보다는 실제 운영되는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행사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우리 연말 축제 같 은 거 해 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용자들이 기획단을 조직해서 연말 파티를 했던 게 떠올라요. 기획단에서 부스 운영, 공연팀 모집부터 파티 프로그램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었어요. 용자들이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주면 저희가 협력해서 실현할 수 있게끔 도와줘요. 용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용자 워크숍도 있어요. 춤을 잘 추는 용자가 워크숍을 열어서 또래 친구들에게 춤 강습을 해 줘요. 칼림바 워크숍, 신발끈 묶는 법 워크숍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열려요. 이제는 워크숍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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