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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첫 책이 기다려지는 사람] 이자영 사서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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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4-04 13:57 조회 3,1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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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은 도서관을 위하여 

이자영 사서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강의하는 사서, 재야의 사서, 전국구 사서라는 별칭을 갖고 계신데 누가 지어 주신 거예요?

프로젝트를 하거나 강의하러 온 자리에서 저는 자기소개를 이렇게 해요. “사서 이자영입니다.” 그러면 저를 신기하게 보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흔히 떠올리는 ‘관공서에서 일하는 사서’의 모습과 제 모습이 달라 보여서일 거예요. 저를 오랫동안 지켜본 동료와 이용자들은 저를 전국구 사서라고 부르시곤 하는데, 실제 로 저는 행정 업무를 주요하게 처리하는 공무원 사서보다 활동적인 실무 사서의 삶을 살고자 해요.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이용자들과 부대끼는 일이 저와 잘 맞거든요. 존폐 위기에 놓인 도서관에 상주하거나 농성문화의 집, 디딤돌대안학교 등 같은 대안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와 만 나는 일이 즐거워요. 주로 책과 연결한 생태인문학 수업, 사서를 위한 도서관 서비스 교육, 독서교육 등을 지역을 돌며 꾸리고 있어요. 처음엔 문정과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이 “자영아, 그만 돌아와.”, “독거노인의 삶이 네 미래가 될 수 있어.” 하고 저를 만류했어요. 이제는 제가 계속 이 일을 해 주길 바라는 친구들이 더 많아요.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조금 험하긴 하지만 더 많은 이용자와 만날 수 있기에 ‘도서관 밖 사서’의 길을 계속 가고자 해요. 


학교도서관 사서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야생동물 전문 사서'가 되기로 마음먹으셨다고요.

중3 때 학교 클럽활동으로 향토조사반에 가입했어요. 같은 학급에 있던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져서 클럽 에서 다시 뭉치려고 결정한 꼼수(?)였어요. 하지만 진심으로 지역 문화에 관심 있던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활동했고, 그 일환으로 순천만 지키기 운동에 참여했어요.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서 운영한 야생 동물 구조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야생동물의 재활치료를 돕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졌어 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저는 대안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 뜻을 따라 공부로 ‘1 등 찍는’ 학교에 입학했어요. 고1이 된 뒤 반항 심리는 강해졌고 책을 읽을 때만큼은 아무도 저를 건드리지 않으니 가시를 더 세웠던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다니던 당시에는 모의고사가 불법이었는데, 암암리에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치르곤 했고 저는 이를 거부했어요. 너 때문에 면학 분위기 흐려진다는 선생님께 “어 차피 사회 나가면 물들고 썩을 텐데, 그나마 착하게 살 수 있는 학생 시절에라도 법을 지키면서 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그걸 방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드렸어요. (웃음) 제 의견을 존중해 달라는 의사 표시를 한 셈이죠. 그 와중에 처음으로 저희 학교에 사서선생님이 발령받아 오셨어요. 


어떤 사서선생님이길래 방어기제로 똘똘 뭉쳤던 고등학생의 마음을 허무신 걸까요?

사서샘은 젊은 분이셨는데,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친해졌어요. 제가 야생동물에 관심 있고 관련 봉사활동 을 좋아한다는 걸 안 선생님께선 자신이 대학 시절 읽었다며 『털 없는 원숭이』를 빌려 주셨어요. 이후 저한테 책을 돌려받으시면서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책에 짝짓기나 성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걱정이 되셨나 봐요. 정작 저는 그 책을 생물학적 관점으로 무사히(?) 읽었고, 사서샘과 오랫동안 동물들과 교감하고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했어요. 선생님께선 야생동물 연구 분야가 더 발전되길 원한다면 연구자들이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외국에 있는 자료를 가져다 주거나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사서가 되는 건 어떨까 제안하셨어요. 그때부터 목표를 정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무렵이 고2 끄트머리였어요. 대학에 가서도 생물학을 복수 전공했고 필드에서 활동 중인 여러 운동가를 배출한 ‘야생동물 소모임’에서 활동하며 사서 일을 준비했어요. 막상 졸업하니 야생동물 주제로 사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일 년 동안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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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 사서로 일을 시작하셨는데 처음 근무하신 도서관은 어떤 곳이었나요?

선배 한 분이 곡성에서 사서를 구하는데 네가 가서 해 보라고 하셔서 냅다 곡성으로 갔어요. 곡성은 시골 이니 야생동물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 같아요. (웃음) 저는 곡성에서 교육청을 통해 중학교 열두 곳을 도는 순회 사서 일을 하며 학교도서관을 관리했어요. 각 학교가 처한 다양한 사정을 익힐 수 있었고 이용자교육을 개발해서 학생들에게 직접 수업도 했어요. 그때 제가 살던 곳이 순천이었는데, 아침에 기차를 타고 곡성 읍내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 생활을 일 년 반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뒀고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만드는 일에 합류했어요. ‘책과도서관문화’ 시 민단체의 간사로 일하다가 사무국장이 되었고 생태독서체험존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저는 생태독서 프로그램을 할 때 강사를 초대해서 진행하기보다 이용자들이 깊게 참여할 수 있는 활 동에 주력했어요. 봉사자들을 꾸려서 시민들과 생태 책을 돌아가면서 읽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 맞히기나 생태 먹이 사슬을 이해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만들기도 했어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KOICA를 통해 탄자니아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셨는데, 당시 기획하신 프로젝트 '탄자니아의 미래'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탄자니아는 농업을 기반으로 삼는 공동체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흔히 부족 문화라고 하는데요. 이들 국민 대부분은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노동력으로 환산해서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가난하지만 이 아이가 커서 돈을 벌어 올 거라는 기대를 가지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부모들도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는 대신 노동현장에 아이들 을 동원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도도마 도서관에서 일할 때 이 아이들을 잘 키우고 교육적 기반을 제 대로 제공해야 아이들이 커서 ‘탄자니아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렸어요. 프로젝트 참여 대상을 아이들로 한 건 그 때문이에요.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살 예산이 없어서 책들 을 기증받았는데, 받은 책들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탄자니아의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번역하는 작업 에 집중했어요. 우선 봉사자들을 꾸려서 일차 번역을 마치고, 제가 스와힐리어를 배웠던 언어 교육원에 의뢰해서 번역한 스와힐리어를 교정했어요. 아이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쓰인 교재를 마련하는 게 필요했으니까요.


도도마 도서관에서 책을 처음 읽는 어린이도 많았을 것 같아요. 수업을 하면서 겪은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우리는 책에 왕자와 공주가 나오거나 동물원이 나오면 어릴 때 관련 문화를 익혔기 때문에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죠. 하지만 탄자니아에는 왕족 문화가 없고, 동물원도 없기 때문에 관련 요소가 그려진 그림책을 보여 주면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했어요. 자기 삶에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 수업을 하려고 화이트보드에 쓸 매직을 꺼내니 돌연 아이들이 엉엉 울더라고요. 그게 마치 주사 기 같아서 울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들은 놀이 도구, 체육활동에 쓰는 기구 같은 것 도 익숙하게 써 본 적이 없었어요. 탄자니아도 교육 격차가 커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세상을 알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그래서 도도마 도서관에서 같이 줄넘기를 하거나 맨손 체조나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어요. 나아가 이 아이들에겐 그림책을 읽히는 게 먼저가 아니라 기초 학력에 준하는 정보를 알려 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림책 일부, 논픽션, 픽션, 과학책 중심으로 책을 골랐어요. 그런 뒤 교정된 스와힐리어를 사서들이 편집한 다음 종이로 출력해서 책장마다 붙인 교재를 아이들에 게 나눠 주고 같이 공부했어요.


오히려 일하면서 어린 이용자들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요?

 어느 날, 아이들이 사서선생님에게 혼나서 14일 동 안 도서관에 출입하지 말라는 벌을 받았어요. 안 올 줄 알았는데, 벌칙 기간이 지난 후 아이들이 도서관에 곧장 오더라고요. 사서들과 함께 감동을 받았어요. 아이와 사서 사이에 애정과 신뢰가 없었다 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을 테니까요. 애정을 뒤로하고 도서관 활동을 마무리하던 시점에는 제 물 건이랑 옷을 무료로 나누는 행사를 했는데, 활동 끄트머리에 아이들과 함께 서약서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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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도서관으로부터  선물을 받았으니, 나중에 커서 내가 받은 능력으로 도서관에 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하고요. 이 서약서는 지금도 도도마 도 서관에서 보관 중이에요.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보통 독후감을 쓰는 대회를 개최하잖아요. 탄자니아에서 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글쓰기 대회를 개최하는데,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글쓰기 대회가 열리곤 해요. 탄자니아는 여전히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도 심해요. 하지만 이렇게 리더란 무엇인지에 관해 글을 쓰는 도서관이 있는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굉장히 궁금해져요. 


앞으로도 유랑하며 이로움을 나누는 사서의 업을 계속 이어 나가시길 응원해요. 사서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십계명을 쓰신다면 첫 번째에 무엇을 쓰고 싶나요? 

사서의 일은 굉장히 재미있어요. 도서관은 전 주제 분야를 다루고 있잖아요. 그래서 한 가지 주제에 한눈을 팔고(?) 공부를 하고 돌아와도 되레 융합해서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하고, 특정 분야에 더 주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때도 있어요. 사서를 꿈꾼다면, 당신이 사서의 권리에 밝은 사서가 아니라 ‘독자와 이용자의 권리’에 밝은 사서가 되길 바라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로 모든 게 평가될 때, 도서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믿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양한 가치가 담긴 정보를 전달하잖아 요. 사서란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나와 다른 타인을 위해 노력하는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서들이 그런 장점을 제대로 살리면 어떨까요? 도서관이 ‘정숙’이란 단어보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사서에게 질문해 주세요.’가 더 잘 보이는 공간이길 바라요. 나이가 적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이용자가 인간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장소로 도서관을 다 같이 꾸려 나가길 바라요. 사서들이 도서 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독서 소외계층을 위해 할일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 사서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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