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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삶 사람 사이사이 이야기를 틔우다 - 작가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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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5:25 조회 9,4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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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시나브로 작품에 깃들다
김혜원
안녕하세요.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때문에 많이 바쁘시지 않으신가요?
황선미 애니메이션 때문에 바쁜 것은 없어요. 그것은 영화 일이잖아요.
김혜원 원작자로서 애니메이션은 마음에 드세요?
황선미 그것은 감독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과의 감동을 비교하는 것 같은 이런 문제들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역을 넘어가는 일이어서 원작자가 말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정옥 제가 처음 작가님에게서 받은 느낌은 단호한 인상이었는데, 작품은 대체로 따뜻하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 작품 속에서 작가님이 잘 안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작품 속에 작가의 생활이 녹아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아, 이 분이 이런 일을 겪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작가님 작품 속에서 작가님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뽑자면 어떤 캐릭터가 있을까요?

황선미 많아요. 진짜 많은데요. 작품에 저를 담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작품은 그냥 하나의 이야기예요. 제가 일부러 저를 심으려고 주인공을 만들지는 않아요.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주인공을 선택하는 거예요. 어쩌면 뭔가를 상황에 맞게 결론을 만들어내면서 작가의 가치관이 작용을 하겠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작품에 쓰는 일은 없어요. 그런데 어쨌든 모든 작품에 저의 사소한 것들부터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다만 변주되는 것이지요. 제 첫 책인 『내 푸른 자전거』에도 저희 집 상황이 고스란히 나와 있어요. 『사라진 조각』에도 어느 지점은 저와 관계된 것도 있고요. 그리고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 전체가 다 저희 집 이야기예요. 『초대받은 아이들』을 보면 엄마가 선택하는 분식집의 에피소드라든가 아니면 『들키고 싶은 비밀』에서는 돈 훔쳐간 것에 대해 엄마가 보여주는 태도라든가 이런 것들은 제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저를 닮으려고 하지 않아도, 이런 경우엔 이런 판단을 할 것 같다는 것은 제 생각이에요. 그런데서 아마 면면히 제가 보일 거예요. 제가 담으려고 안 해도 그럴 거예요. 전체를 보다보면 성격들이 어느 정도 이러이러한 유형의 사람이 나오는구나 생각하지 않을까요?

김혜원 저는 강인한 부모님? 그래서 황선미 작가라기보다 부모님이라고 생각했어요. 뚝심 있게 가는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황선미 책 안에 있겠죠! 원칙 있으시고 감성적이신 아버지와 전투적으로 생활하셨던 어머니. 이런 요소들이 저에게 영향을 주었겠죠.

사람을 위한 동화를 쓰다
김혜원
작가님께서 서울예대에서 강의를 해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배출하신 작가는 누가 있는지요?
황선미 김려령, 이은정 작가가 있고요, 최근에 청소년 단편소설을 쓴 백아인 그리고 웅진주니어 문학상을 받은 김나연 등이 있어요.
김혜원 강의하실 때는 동화를 강조해서 말씀하시나요?

황선미 그런 것은 크게 없어요. 어차피 다 서사예요. 중요한 건 동화를 쓰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말법을 가질 것인가의 차이인 거예요. 아시다시피 좋은 책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지요. 그래서 편견이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학생들도 편견 때문에 수업 시간에 힘들어 해요. 금방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안 돼서 너무 괴로워해요. 그런 걸 확인하는 작업이 되게 힘들더라고요. 글을 쓰는 무슨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잖아요. 누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만남을 통해 작품을 놓고 확인해 나가고 교정해 나가는 거지 방법은 절대로 없어요. 동화창작 방법연구 이런 것은 있지만 뻔한 이야기지 그걸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은 다 알지 않나요?

김혜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황선미 죽어라 써야죠.
참석자 (웃음)
황선미 그만한 방법이 없어요.
이정옥 그럼, 그 안에 담고자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현실적인 것, 사회문제 같은 것들이 있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건지요? 그리고 동화이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해야 하는 것이 있는 건가요?

황선미 어떤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깊이 고민하면요, 담지 않으려고 해도 담겨요. 다 보이고 드러나고 그래요. 그런데 그것을 동화라고 넣으려고 하면 아이들은 이것을 알아야 하고, 작가는 이것을 담아야 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요. 어떤 사건이 근처에서 일어났다고 했을 때, 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사건이 왜 일어났으며, 이럴 때 사회적 반응은 어떠며, 어떤 결론이 나오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런 문제는 다 해결돼요. 그래서 저는 어떤 현상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봐요.

김혜원 어떤 학생이 예쁘세요?
황선미 열심히 하는 사람이에요.
김혜원 저희가 아는 작가 중에는 누가 있나요?

황선미 김려령 작가가 열심히 했죠. 그런데 열심히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듣는 귀가 생겨야 되는데 듣는 귀가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돼요. 그러니까 그게 끼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함께 앉혀놓고 어떤 이야기를 똑같이 했는데 누구는 들어서 자기화하고 누구는 들어도 몰라요. 이건 감각이에요. 감각적으로 그것이 되는 사람이 있어요. 도저히 들어도 안 되는 사람은 다른 것을 찾아보는 게 낫죠. 불행해도 어쩔 수 없어요. 다 잘할 수는 없거든요.

윤성옥 쓰고는 싶으나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황선미 안 되는 사람이 있어요. 마음은 아주 많은데 정말 몇 퍼센트가 부족해서 안 되는 사람도 있어요.
김혜원 안타까우시겠어요.
황선미 안타깝죠. 그리고 분명히 싹도 있고 아주 잘 쓸 사람인데 열정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오히려 이런 경우가 안 됐죠. 분명히 타고난 것이 있는데 안 하고 뭐가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안 돼요. 차라리 안 하겠다고 포기하는 게 낫죠.
윤성옥 작가님께서 처음 동화 쓰실 때 어떠셨어요?

황선미 형편없었죠. 아니, 순수 했어요.
참석자 (웃음)

황선미 저는 제 나름대로 잘 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차 없이 혹평을 들을 때도 있었죠. 저는 누구에게 작품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어요. 옛날에 60명 정도 수업하는 데서 6개월 간 수업 신청해서 들어갔어요. 저희 때는 학교 같은 데가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한우리에서 아동문학 창작아카데미 1기로 공부했어요. 그런데 저희 선생님께서 제 작품을 안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 평을 해주실 때 제 작품 2~3편 평을 해주시는데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쓰려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봄볕이 따뜻한 날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이런 표현들을 아주 많이 썼어요. 그래서 칭찬은 받았어요. 하지만 제가 쓰고 싶은 것은 이런 게 아닌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뭐가 문제인지는 알겠더라고요. 어쨌든 동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나왔어요. 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거야, 결론은 어떠해야 돼, 이런 편견들을 놓아버렸을 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서사의 힘 속에 나왔어요.




결국 쓰고 또 쓰고
이정옥
작가들은 새로운 소재를 계속 찾아야 하잖아요. 특히 동화 작가들은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어디서 찾을까 하는 것이 궁금하더라고요.

황선미 간혹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가면 참석자들이 질문하시면서 자기 고민을 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듣기만 해도 도움이 되죠. 나중에 그것을 쓸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저만 이야기 하는 강의보다는, 모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의 강의를 좋아해요. 강당 같이 큰 곳에서 마이크를 써서 하는 강의는 소모적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듣기만 하는 걸 싫어하잖아요.
김혜원 근래에 청소년소설을 많이 쓰시는 것 같던데 어떠세요? 관심을 그쪽으로 옮기신 건지요?
황선미 글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이번에는 청소년 소설을 써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쓰는 게 아니에요. 내가 포착한 소재가 어느 단계에서 풀 수 있을 지 고민하다 보면 모양이 조금씩 달라요.

김혜원 그런데 그 전에는 청소년소설이 별로 없다가 근래에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황선미 전 솔직히 말하면 동화 쓰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제약이 많아서 힘들지만요. 청소년소설은 느끼는 대로 표현할 수 있고 단어도 그냥 써도 되고 좀 쉬운 게 있어요. 동화는 장치를 더 많이 생각해야 되고 단어도 좀 생각해야 하고요. 어렵기는 하지만, 동화는 훨씬 더 의미를 풍요롭게 담을 수 있어서 좋아요. 동화가 어렵기 때문에 작가들이 잘 안 쓰는 거예요. 거기다가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고요.

이정옥 동화 작가가 되고 싶은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어떤 것들을 갖추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황선미 감상에 빠지면 안 돼요. 낭만적으로 글이 써지는 게 아니에요. 굉장히 냉정해져야 글이 써져요. 낭만적 감수성만으로는 글이 절대로 안 써져요. 그냥 연애편지 쓰다가 끝나는 거예요. 글을 잘 쓰려면 엄청난 판단력과 관찰력이 있어야 해요. 또, 예민한 자기표현 같은 것들이 필요해요. 감상적이면 잘 쓸 수 있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충분히 다 쓴 것 같은데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시 쓰고 또 쓰고 해야 돼요.

김혜원 선생님도 이건 아니다 하시면서 계속 쓰셨나요?
황선미 쓰고 나서 충분히 많이 생각해요. 안 된다고 생각하면 다시 쓰고 또 다시 쓰고 해요.
이정옥 그럼, 열아홉, 스무 살의 친구들은 어떤가요?
황선미 그때는 아직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모르는 거죠. 문학을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요. 좀 쓸 줄 안다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돼요. 꾸준히 훈련을 해야 돼요. 그리고 써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시간이 있어야 돼요.
김혜원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게 고통이잖아요.
황선미 그걸 참아야 돼요.

김혜원 글을 쓰는 사람은 처음에 글을 쓰고 나서 잘 썼다고 생각할 텐데요. 계속 고쳐야 되는 거네요.
황선미 아무리 대단한 작가라도 글을 쓰고 고쳐야 돼요.



아이들에게 삶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이정옥
제 딸은 여덟 살인데 동화 작가가 꿈이에요. 그래서 어떤 동화 작가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는데 황선미 작가님을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동화가 많이 안 나오면 걱정이에요. 많이 읽어야 하니까요.
김혜원 예전에 저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권정생 선생님 동화를 많이 읽었거든요. 90년대에요. 아마 2000년대 컸던 아이들은 선생님 동화를 많이 읽었을 것 같아요.

황선미 저도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대학에서 강의할 때 2, 3학년 수업에 들어가요. 2학년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읽었느냐고요. 그런데 제 작품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아,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전에도 연세대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랐던 일은 문창과 학생들이 받고 싶은 문학상이 다르더라고요. 창비 관련 책을 읽고 자란 학생은 창비 관련 문학상을 원하고요, 웅진출판사 관련 책을 읽은 학생들은 웅진출판사 관련 문학상을 원하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생들도 자기가 읽은 책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생각하는 바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걸 보면서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아이들이 생각하는 바가 달라지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백년대계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멀고 길게 보고 할 일인 것 같아요.
김혜원 또 다시 누군가가 2010년대 아이들은 뭘 읽고 컸다 이렇게 말할 때가 올 것 같은데 주목하고 계신 작가가 있으세요?
황선미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제가 동화책을 잘 안 읽어요. 그 부분을 뜻밖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은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의도하지 않은 표절이 있을 수도 있어요. 가능하면 경계하는 거지요. 저도 쓸 줄을 아니까 기왕이면 저답게 쓰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보호인거지요. 동화보다는 다른 책을 보지요. 나다움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독서가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특히나 써야 되는 사람은 독서가 독이 될 수도 있어요.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와서 작용을 하면 어떻게 자기다울 수 있겠어요. 그리고 성인은 어느 정도 자기 사고방식이 확고해져 있잖아요. 다른 사람의 글이 얼마나 많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겠어요. 그럴 것 같아요.

김혜원 가끔 작가들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잘 안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그럴까 하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답을 주셨네요. 그러면 선생님, 이 시대의 문학이 가져야 될 것은 뭘까요? 지금 아이들에게 지식은 있지만 문학은 빠져 있잖아요. 그러면 이 시대의 문학이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황선미 서사 문학은 이야기성이요. 그 이야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야기의 힘이 있어야 돼요. 그것이 결국 삶과 사람들에 관한 것인데 그게 약해진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삶이 바빠졌지만 사람들 사이는 분절되어 있는 것이에요. 크게 매력이 없는 것이죠. 어떤 작가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면 좋죠.
김혜원 지금 동화가 많이 약하잖아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황선미 역시 이야기의 힘이 문제죠. 많은 사람들이 강한소재를 건드리면 강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사소한 것을 건드려도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루냐에 따라서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죠. 자기가 가진 이야기의 힘을 생각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소재에 중점을 두니까 문제인 것이에요.

동화는 삶의 표현
김혜원
저는 인터뷰를 하면서 작가들께서는 독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으신 것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떠세요?
황선미 있지요. 책하고 상관없이 아이들 키우면서 하던 고민들 있잖아요. 현실적인 고민들이요. 아, 이런 것이 고민이 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요. 그런 이야기들이 듣고 싶어요. 그래서 가끔은 카페를 운영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한 번은 제가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기웃거리기도 했어요. 어린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저희 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진짜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경직되더라고요. 저는 아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싸우고, 울고 하는 아이들이요. 그래서 청소하는 사람으로 변장해서 다가갈까도 생각해 봤어요.

김혜원 본인이 생각하시는 황선미는 어떤 작가인가요?
황선미 억울한 게 많은 사람이에요.
참석자 (웃음)
김혜원 어떤 면이 그렇다는 말씀이세요?
황선미 하루 종일 바빠도 여전히 밥해야 되고요, 아무리 다음날이 원고 마감이어도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결해야 돼요.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다 고스란히 제 몫이에요.
김혜원 선생님도 그러세요?
황선미 유명한 거 아무 상관없어요. 사는 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아요. 아침에 눈 뜨면 밥해야 돼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시장도 제가 봐야 하고 빨래도 제가 하고요.
윤성옥 실망스럽기도 하네요. 유명한 작가인데도 엄마로서의 삶은 그대로이니까요. 제일 먼저 그만 두고 싶은 일이시지 않아요?

황선미 그런데 사실 저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요, 스케줄 때문에 바쁘고 원고 마감 때문에 바쁘고 이럴 때는 그 역할이 안 없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혜원 선생님은 어떨 때 행복하세요?
황선미 제 책이 잘 팔려서 아무한테나 밥 사줄 수 있을 때요.
윤성옥 그건 지금도 하실 수 있는 일 아닌가요?
황선미 아, 그런데 그것은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관계가 좋아야지요. 자연스러운 사람 사이요. 저는 밥 사주는 것을 많이 좋아해요.

김혜원 유명해지면서 좋은 것이 있으세요?
황선미 저는 제가 유명한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사람들이 저를 잘 몰라요. 알아서 좋을 건 없지요. 전에 목욕탕에서 어느 분이 아는 체를 하셔서 굉장히 불편했어요.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이정옥 책을 고를 때요,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주제의 책을 읽고 싶다 그러면 서평 쓴 것을 보고 책을 고른다거나, 신간 아니면 상을 받은 책을 골라요. 선생님께서는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황선미 저는 일단 책이 가장 많은 서점을 그냥 가요. 거기서 눈을 끄는 책이 무엇이 있나 봐요. 아니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좀 받아요. 그리고 그림책은 서점에 서서 계속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요.
김혜원 특별하시지는 않네요.

참석자 (웃음)
김혜원 그럼 제가 우아한 마무리를 할게요. 황선미 작가님에게 동화란 뭔가요?
황선미 어쨌거나 제가 가진 삶의 표현이에요. 어떤 중학교의 학생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동화를 왜 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동화를 쓴 적이 없다고 했어요. 저를 위해서 썼다고 했어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쓴다는 질문이 안 바뀌어요. 동화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지점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말은 상당한 편견이 있는 거예요. 위한다면 저를 위하는 거지요. 제가 동화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죠. 모두 다 삶에 대한 이야기인데 방식이 다른 것뿐이에요.
김혜원 긴 시간 인터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선미 네, 감사합니다.



황선미 1963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97년에는 제1회 탐라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했고,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까치우는 아침』 『내 푸른 자전거』 『여름 나무』 『앵초의 노란 집』 『샘마을 몽당깨비』 『목걸이 열쇠』 『소리 없는 아이들』 등의 동화와 청소년소설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라진 조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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