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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책, 도서관 그리고 사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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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8 23:09 조회 6,58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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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책이 있다 : :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가끔 책을 반납하면서 자기의 느낌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예쁘고 모범적이던 아이가 『속눈썹 위에 올라앉은 행복』을 반납하면서 하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꼭, (주인공이) 저 같아요.”라고 하는데 내가 아직 안 읽어본 책이다. 당장 퇴근길에 읽어보았다. 주인공과 그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계속 미소 지었다. 글은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빙그르르 돌 때가 좋아.”, “무릎에 난 상처의 딱지가 떨어질 때쯤, 손톱으로 살살 떼어 내는 게 좋아.” 하는 식이다. 행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소한 일상이라 간과하기 쉬운 순간을 잘 짚어준다. 짤막한 글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단순명쾌하게 보여준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원유순 선생님을 초청하는데 『까막눈 삼디기』를 읽고 울었다는 학부모는 가장 먼저 신청서를 냈다. 원유순 선생님과 만났을 때 어떤 모습으로 대할지 궁금해진다. 책을 읽고 자기의 감정을 이야기해 줄 때면 내가 안 읽었을 경우 죄지은 사람처럼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한 발 늦긴 해도 빨리 읽고는 그 감정을 공유한다. 그러고 보면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즐겁고 행복한 그리고 그리워지는 책 :: 이미경 안산 석호초 사서
올해 초에 업무분장표를 공지했는데 거기에는 모든 선생님, 직원, 심지어 공익근무요원까지 자신이 맡은 일이 무엇인지가 나열되어 있었다. 평상시에 별로 눈여겨보지 않는데 아는 행정직원이 자신이 맡은 일이 축소되어 적혀 있다고 투덜대는 바람에 자세히 보다가 헉~! 내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도서관 담당교사는 있는데 사서가 없었다. 우째 이런 일이~! 10년을 넘게 근무한 나는 투명인간이었다. 업무상 실수였겠지만 한동안 우울하였다.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던 우울함을 날려 보낸,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기분 좋았던 책 『알자스』(신이현, 랜덤하우스코리아)를 소개하고 싶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지은이가 그 가족이 사는 알자스를 소개한 책인데 일상적인 일들을 소개하지만 우리와 달라서 독특하고, 낯선 곳의 이야기지만 읽다보면 ‘그곳도 우리네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정감 있는 글이 좋다. 알자스는 언제든지 가면 따뜻하게 맞아줄 것 같은 ‘고향’의 느낌이다. 개발되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시골과는 좀 다른, 우직하게 자신의 것을 지키지만 새로운 소스에 대해서 호기심을 나타내는 루시처럼, 이방인인 며느리를 포용하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알자스에서 작가의 가족들과 같이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표정, 말투, 상황이 그려지는 글들이 나로 하여금 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축제에 참여하고 걷고 맛보는 생생한 경험을 선사해주면서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꾸 그리워진다.



학교 현장에서의 감정코칭 :: 이수연 서울 난우초 사서
50학급이 넘은 학교도서관에 있으면 하루에 수백 명의 아동을 대한다. 아이들 성향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교사라는 위치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를 강제로 억누를 수 있을까? 혹은 아이의 모든 감정을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할까? 우리학교엔 교직원 전체가 돌보는 3학년 홍철(가명)이가 있다. 교실에 있어야 할 시간에 행정실, 보건실, 교장실 등을 다니며 선생님들에게 자신을 알린다. 병원검진결과 우울증과 과잉행동, 반항성 행동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의외로 독서광이다. 도서실의 높은 서가 위는 그의 지정석이 되었다. 1학년 때부터 보았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도서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홍철이를 보면 나는 여전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 오늘도 무사하기를…’ 그러던 중,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읽었다. 읽기의 시작은 내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였지만, 읽다보니 내 마음의 과제인 홍철이를 떠올리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생생하고 공감 가는 사례들은 가정 및 학교 현장에서 감정코칭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책을 통해 아이들에 대해 배웠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한 점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을 도서실의 특별한 고객들에게 나눠주며 내 자신도 한 뼘 더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만든 책 :: 홍들미 인천 부평디자인과학고 사서
사서로 여고 도서관에 처음 발을 들여 업무를 파악하기도 전에 도서부 아이들과 기싸움을 벌이던 때, 도서관 리모델링으로 수많은 선택의 반복과 책임이라는 것을 직면했을 때, 의도치 않게 선생님과의 갈등으로 새벽을 깨워 일어나야 했던 시간들을 지날 때, 이 모든 것이 두더지게임처럼 들쑥날쑥 일어나던 때가 있었다. 리모델링으로 서가에 있는 책들을 정리하며 공사 끝날 때까지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를 자연스럽게 빼내었다.
“아름다움은 조화에서 오고…” 아름다움은 가꾸어서 보이는 어느 하나의 단면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 속에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미움이 생겨 작은 것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했던 책이었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고,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피천득 선생님의 고백을 마음에 되뇌며, 화분을 배달 온 아저씨께도 차 한 잔을 내밀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 책이다.



학교도서관은 문화공간이다 :: 조선혜 여주 세종중 사서
학교도서관 사서로 근무를 시작하며 다짐을 했다. 도서관을 그저 책만 보는 장소가 아닌, 삶과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내가 자란 지역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 또한 학창시절에 느꼈던 문화적 결핍을 채워주고 싶었다.그 첫 번째 시도는 시낭송 축제였다. 전국시낭송축제에 지원하여 예산을 받은 덕에 시인을 섭외했고, 시낭송 콘테스트 상품과 몇 가지 사전행사도 준비할 수 있었다. 시낭송축제 당일, 시낭송 콘테스트 본선과 박성우 시인과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시낭송 콘테스트에서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을 비롯한 시집 속 작품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들은 각 시에 어울리는 영상을 만들고, 배경음악과 직접 녹음한 낭송을 입혀 UCC를 만들었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자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모습들이 무척 대견했다. 시인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시인과 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뿌듯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엔 『스
쿨홀릭』의 저자인 신의철 작가를 초청하였다. 작가와의 만남을 홍보한 첫날, 너도나도 참여 신청
을 하겠다며 도서관으로 몰려왔다. 작가와의 만남을 안내하는 쿨메신저를 보시고 몇몇 선생님들
도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다가올 그날이 기대된다. 학교도서관은 문화공간이어야 한다. 단지 책만 대출해주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삶을 대출해주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자리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누리는 기쁨 : : 홍희림 안산 신길고 사서
나는 이제 8년차에 들어가는 사서이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만 근무를 했는데 올해 고등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그동안 신세졌던 수많은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내 제자들과 헤
어지게 되어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다녔었다. 그리고 온 고등학교. 여기는 내가 다 만들어가야 하
는 곳이라 늘 허둥지둥 뛰어다니며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내게 가장 큰 힘은 우리 든든한 도서부 아
이들! 그중에서도 우린 고3 학생님들이(!) 6명이나 있다. 처음에는 고3이 어
딜 들어오냐고 반대했는데 이젠 이 녀석들이 졸업하면 누구랑 일하나 싶은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해진다.(진짜야, 얘들아ㅠㅠ) 그런 내게 요즘 기쁨에 넘쳐 나는 소식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수시에 합격한 일들!!! 그 중에
서도 도서부장 지훈이는 중학교 때부터 사서를 꿈꾼 학생이라 원하던 문헌
정보학과에 합격한 사실이 너무 기뻐 도서관에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우리 예비 사서 지훈이에게 내가 좋아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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