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아, 아이들 동화가 왜 이리도 아프냐?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2 22:02 조회 6,666회 댓글 0건본문
2008년 12월,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들의 무더기 해직 사건이 일어났다. 보다 못한 어린이책 작가와 화가 들이 어깨를 겯고 해직교사와 함께 복직투쟁을 벌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은 그렇게 첫선을 보였다. 그 뒤 ‘더작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같은 여러 사회 문제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왔다.
『박순미 미용실』(한겨레아이들)은 이렇게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관심과 참여의 끈을 놓지 않은 더작가의 공동 작품집. 우리 시대의 아이들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동화 일곱 작품과 만화 한 작품이 실렸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도무지 평화롭지 않다. 사회의 곪은 상처를 헤집으려니, 소외된 약자들의 현실을 짚어내려니 달리 길이 있을까.
“이런 아픈 현실이 동화라니, 이런 아픈 이야기들을 동화로 쓰고 읽어야 하다니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아픔을 정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난다.”고 송경동 시인은 말한다.
더작가 멤버인 공진하 작가는 “흔히 동화같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데 동화만 아름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복하고 재미있는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우리들의 고민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살던 집을 강제 철거당하고 가족도 잃은 끝에 술에 절어 사는 독거 노인이 나오는 만화 「쪽방 할아버지」를 보자니 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절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보라. 그는 폐지를 주워 어렵게 살면서도 달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군것질거리를 보낸다. 더작가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눈을 감는다고 부끄러움과 참담함이 가시는 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지금 당장 상처를 치유하자.”고 말한다.
이 책에 작품이 실린 여덟 사람의 작가에게 ‘수록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더불어 사는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강무지 「동물원에서 온 편지」
왜 인간을 두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까? 인간은 어떻게 무서운 동물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을까?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함께 어울려 살려면 어떤 힘이 발휘되어야 할까? 더불어 산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인간이 가져야 할 지혜는 과연,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우는 사람’ 생각해야 하는 까닭
김남중 「눈물은 싫어요」
길 위에서 울고 있는 노점상 할머니를 보았다.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에서 눈과 귀를 떼지 않았다. 어떤 즐거움은 누군가의 고통과 눈물 위에서 생겨난다. 나는 부끄러웠고 미안했고 슬펐다. 함께 즐거울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 우리의 즐거움을 조금 미뤄둘 수는 없는 것일까? 삶은 고단한데 축제는 잦아지는 신기한 세상이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화려한 무대 뒤의 그늘을 생각해볼 일이다. 우는 사람 생각할수록 우는 사람 적어질 테니까.
민주주의, 모든 이에게 영원하길!
김하늘 「겁 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없으면 살 수 없는 공기 같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자기 손으로 노력해서 얻지 않으면 귀중함도 깨닫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가지려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민주주의가 영원히 허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동화를 썼다.
이주노동자 업신여기지 마세요
김해원 「연극이 끝나면」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나들었다. 신라시대 바다를 호령했던 장보고도 젊은 시절 중국 땅에서 일한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의 역사는 아주 길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피부 색깔이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얘기다.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팔고 다니듯, 사람들도 세계 어디에서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니까. 「연극이 끝나면」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사는 이주노동자 얘기지만, 언젠가는 우리 가족의 얘기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
최덕규 「쪽방 할아버지」
서울특별시의 한복판인 종로, 번화한 거리 뒷골목엔 무허가 건물이 모여 있는 ‘쪽방촌’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그곳에 지치고 소외된 가난한 이웃이 있다. 한 평 남짓한 방에서 가진 것 없고, 의지할 데 없이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힘겨운 생활이지만 정작 힘든 건 배고픔도, 추위도 아닌 주위의 무관심한 시선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때다.
현실을 직시해야 희망이 보인다
박효미 「박순미 미용실」
재개발지역 지하방에서 작업실을 썼다. 골목에 빈 집이 많았다. 쓰레기와 개똥이 나뒹구는 골목길을 오갔다. 밤이 오면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몇 안 되는 불 켜지는 집이 작은 위안이었다. 남은 집들도 차근차근 나가고, 우리 지하방도 나가라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그곳에서 우린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할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할 수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각색하지도, 포장하지도 않은 2010년 서울의 모습을. 현실을 직시할 때에야 비로소 작은 빛줄기를 찾아내는 법이니까.
그놈의 전쟁이 우리를…
안미란 「돌계단 위의 꽃잎」
작품 배경이 된 동네는 부산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며 서울 같은 대도시의 산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 때문에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 일본인의 무덤 위에 집을 지었고, 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삶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의 어린이들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소년병 훈련소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이야기는 실제로 훈련소 교관의 아들이었다는 일본인 할아버지의 기사를 읽고 약간의 상상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완전히 꾸며낸 게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는 일을 옮긴 것이다.
왜 평화가 옳은 것일까?
최나미 「그 여름의 천국, 그 여름의 유배지」
작년 여름 작은 섬에 다녀왔다. 조용하고 깨끗한 그 섬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의 생각은 확고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 아름다운 섬을 망치게 할 수는 없다고. 섬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섬 사람들의 생각은 잘못된 거라고. 하지만 막상 골프장 건설이 백지화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갑갑했다. 결국 살 만한 외지 사람들이 개발도 얘기하고 보존도 얘기하더라고 했던 말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을 어쩌면 ‘옳은 것’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지나친 건 없는지, 어쩌면 무심하게 찾았던 나도 그 섬을 망치는 또 한 사람은 아닌지. 고민 없이 확신하는 건 또 다른 도식만 양산하는 게 아닐까? 평화가 옳은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게 왜 옳은 것인지 한 번쯤 너덜너덜해지도록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연용호 기자
『박순미 미용실』(한겨레아이들)은 이렇게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관심과 참여의 끈을 놓지 않은 더작가의 공동 작품집. 우리 시대의 아이들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동화 일곱 작품과 만화 한 작품이 실렸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도무지 평화롭지 않다. 사회의 곪은 상처를 헤집으려니, 소외된 약자들의 현실을 짚어내려니 달리 길이 있을까.
“이런 아픈 현실이 동화라니, 이런 아픈 이야기들을 동화로 쓰고 읽어야 하다니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아픔을 정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난다.”고 송경동 시인은 말한다.
더작가 멤버인 공진하 작가는 “흔히 동화같이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데 동화만 아름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복하고 재미있는 동화를 쓰기 위해서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우리들의 고민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도시 재개발로 인해 살던 집을 강제 철거당하고 가족도 잃은 끝에 술에 절어 사는 독거 노인이 나오는 만화 「쪽방 할아버지」를 보자니 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절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보라. 그는 폐지를 주워 어렵게 살면서도 달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군것질거리를 보낸다. 더작가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눈을 감는다고 부끄러움과 참담함이 가시는 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지금 당장 상처를 치유하자.”고 말한다.
이 책에 작품이 실린 여덟 사람의 작가에게 ‘수록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더불어 사는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강무지 「동물원에서 온 편지」
왜 인간을 두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까? 인간은 어떻게 무서운 동물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을까?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함께 어울려 살려면 어떤 힘이 발휘되어야 할까? 더불어 산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인간이 가져야 할 지혜는 과연,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우는 사람’ 생각해야 하는 까닭
김남중 「눈물은 싫어요」
길 위에서 울고 있는 노점상 할머니를 보았다.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에서 눈과 귀를 떼지 않았다. 어떤 즐거움은 누군가의 고통과 눈물 위에서 생겨난다. 나는 부끄러웠고 미안했고 슬펐다. 함께 즐거울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 우리의 즐거움을 조금 미뤄둘 수는 없는 것일까? 삶은 고단한데 축제는 잦아지는 신기한 세상이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화려한 무대 뒤의 그늘을 생각해볼 일이다. 우는 사람 생각할수록 우는 사람 적어질 테니까.
민주주의, 모든 이에게 영원하길!
김하늘 「겁 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없으면 살 수 없는 공기 같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다. 자기 손으로 노력해서 얻지 않으면 귀중함도 깨닫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스스로 가지려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민주주의가 영원히 허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동화를 썼다.
이주노동자 업신여기지 마세요
김해원 「연극이 끝나면」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나들었다. 신라시대 바다를 호령했던 장보고도 젊은 시절 중국 땅에서 일한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의 역사는 아주 길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피부 색깔이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얘기다.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팔고 다니듯, 사람들도 세계 어디에서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니까. 「연극이 끝나면」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사는 이주노동자 얘기지만, 언젠가는 우리 가족의 얘기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
최덕규 「쪽방 할아버지」
서울특별시의 한복판인 종로, 번화한 거리 뒷골목엔 무허가 건물이 모여 있는 ‘쪽방촌’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그곳에 지치고 소외된 가난한 이웃이 있다. 한 평 남짓한 방에서 가진 것 없고, 의지할 데 없이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힘겨운 생활이지만 정작 힘든 건 배고픔도, 추위도 아닌 주위의 무관심한 시선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때다.
현실을 직시해야 희망이 보인다
박효미 「박순미 미용실」
재개발지역 지하방에서 작업실을 썼다. 골목에 빈 집이 많았다. 쓰레기와 개똥이 나뒹구는 골목길을 오갔다. 밤이 오면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몇 안 되는 불 켜지는 집이 작은 위안이었다. 남은 집들도 차근차근 나가고, 우리 지하방도 나가라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그곳에서 우린 어떤 희망을 가져야 할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할 수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각색하지도, 포장하지도 않은 2010년 서울의 모습을. 현실을 직시할 때에야 비로소 작은 빛줄기를 찾아내는 법이니까.
그놈의 전쟁이 우리를…
안미란 「돌계단 위의 꽃잎」
작품 배경이 된 동네는 부산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며 서울 같은 대도시의 산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 때문에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 일본인의 무덤 위에 집을 지었고, 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삶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의 어린이들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소년병 훈련소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이야기는 실제로 훈련소 교관의 아들이었다는 일본인 할아버지의 기사를 읽고 약간의 상상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완전히 꾸며낸 게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는 일을 옮긴 것이다.
왜 평화가 옳은 것일까?
최나미 「그 여름의 천국, 그 여름의 유배지」
작년 여름 작은 섬에 다녀왔다. 조용하고 깨끗한 그 섬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의 생각은 확고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이 아름다운 섬을 망치게 할 수는 없다고. 섬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섬 사람들의 생각은 잘못된 거라고. 하지만 막상 골프장 건설이 백지화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갑갑했다. 결국 살 만한 외지 사람들이 개발도 얘기하고 보존도 얘기하더라고 했던 말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을 어쩌면 ‘옳은 것’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지나친 건 없는지, 어쩌면 무심하게 찾았던 나도 그 섬을 망치는 또 한 사람은 아닌지. 고민 없이 확신하는 건 또 다른 도식만 양산하는 게 아닐까? 평화가 옳은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게 왜 옳은 것인지 한 번쯤 너덜너덜해지도록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연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