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그녀들, 꽃이 되었네 - 녹색마을사람들의 신명나는 이웃살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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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9:15 조회 6,399회 댓글 0건본문
지역운동, 시민운동의 문턱에도 가본 적 없는 누구에게 이 책은 놀랍다. ‘이웃 없는 세상’의 이웃살이 이야기. ‘이웃을 위한 마을’을 만들다가 ‘마을을 위한 이웃’이 된 사람들. 꽃밭을 가꾸다 스스로 꽃이 된 사람들.행복하다, 노다지를 줍고 있다, 살아 있다, 힘이 난다…이야기의 주인공 녹색마을사람들은 너나없이 말한다. “역시 우리는 만나야 돼. 만나서 얘기하면 못할 게 없다니까.” 함께 도모하고, 성취하고, 꿈꾸는 능력을 그이들은 보여준다. 요는 능력이 아니라 ‘함께’다.
『골목에 꽃이 피네』(이매진)는 서울 강북구 여성들이 사람다운 삶터를 일구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 ‘녹색마을사람들’이 펼쳐온 활동을 담은 책. 풀뿌리 지역단체의 어제, 오늘, 내일을 알뜰하게 담아냈다.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자원을 찾아내고 끌어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웃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공동의 목적을 찾아내는가 하면, 다시 할 일을 나누고 진행하면서, 무언가를 일구어낸다.” 어떤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그 활동을 접은 것은 끝이 아닌 시작, 그것들 하나하나가 밑거름되어 새로운 또 다른 실천들을 이어간다.
엄마들이 시작이었다. 내 고민이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엄마들, 혼자서는 해결 못하는 것들을 함께 풀자고 ‘조직’을 만들었다. 1995년 4월, “뜻이 있으면 길을 찾게 되더라는, 당연한 듯하지만 쉽지 않은 길 찾기를 씩씩하게 해온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조직 창립 때부터 부회장, 회장, 공동대표를 지내고 현재 (사)녹색마을사람들 이사로 일하는 지은이에게서 그 16년 역사를 들어본다. 없으면 만들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야 마는 그이들의 ‘끝장 정신’은 어디서 왔을까?
“(지역복지) 공부할 길잡이 교재를 찾아봤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이나 준비 정도에 맞는 책 찾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책을 펴낸 까닭이 그것인지, 또 이 책의 쓰임새가 어떻기를 바라는지?
우리가 일군 성취와 보람으로 갖게 된 자부심, 또 다른 기대와 희망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의 변화가 참 소중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참여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이 자랑스럽고도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이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저 한때 이야기, 지난 이야기에서 머물거나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여가 스스로의 삶에, 이웃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여전히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 주변과 연결되어 있는 단단한 끈임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 스스로의 삶과 이웃들의 삶을 좀 더 책임지고자 결단하고 힘을 모으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갖기를 희망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이웃들과 자신의 삶터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는 순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우리들의 바람은 어느 개인의 욕구가 아닌 우리의 욕구였”기에 ‘조직’을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 각자의 욕구는 무엇이며, 함께 꼭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한창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구에 비해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 환경이 열악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어떤 사람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자신만 너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으로 배움에 대한 욕구를, 어떤 사람은 자신이 늘 가는 산에 언제부턴가 물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안타까움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사실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와 가족과 또 이웃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길 바라며, 그렇게 변화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각자 삶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내고 방법을 선택해 보다 주도적으로,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고 싶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아이와 마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활동’을 도모했다. “내 아이가 잘 크려면 이웃 아이가 잘 커야 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
아이들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내 아이, 이웃 아이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안전한 자람, 책임 있는 시민으로의 성장은 당장 나를 포함한 그 윗세대 어른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 아닐까? 결국 이 아이들이 자라 우리들의 보다 평화롭고도 행복한 노년을 담보하는 사회적 역할을 맡아주어야 하니까. 지금 우리가 부모세대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듯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이라도 돕고 싶었다. 더구나 네 아이, 내 아이가 서로 어우러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살아가기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옳다.
‘마을 공동의 작업 공구를 마련해서 필요한 이웃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발상 등 신선한 아이디어가 한둘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멋진 생각들을 짜냈는가?
서넛 혹은 대여섯 명의 이웃들이 모여 앉아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바로 그 자리가 만든 결과였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거나 회의를 하다 보면 좀 더 집중해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생기고, 바로 이 자리에서 서로의 의욕과 열정, 신명이 더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만들어지곤 했다. 처음부터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보태고 거들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참신하고 도전적인 생각들을 건져 올리게 마련이다.
(지자체의) 저소득 가정 지원 등 지역사회의 객관적 상황은 나아졌는가? 저소득 가정의 가족 해체 현상에 따른 한부모 가정은 최근 더 늘어나고 있다는데…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개인적, 사회적인 다양한 노력들이 있어왔고, 이런 힘을 토대로 제도적 진전 또한 있었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고, 또 ‘사람살이’인지라 제도와 법이 담보하지 못하는 정서적, 문화적 결핍 등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서로의 삶을 책임지고자 하는 참여와 관심은 여전히 필요하고 또 중요한 문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학교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와의 관계가 ‘의외로’ 힘든 까닭은 무엇인가?
학교와 지역사회단체가 서로 만나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러다보니 함께 무엇인가를 협의하고 결과를 가져보는 경험 또한 없거나 취약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려웠지 싶다. 하지만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고, 나아가 구체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고 협의하는 경험도 점차 확대되면서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학교방문을 진행해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단체가 환경수업 등 특별활동을 맡기도 하고, 아침 결식아동을 위한 ‘미숫가루 프로젝트’를 협력해서 진행하는 등 점차 만나고 함께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의 책 마련에 출판사 도움이 컸던 모양이다. 출판사에 어떻게 접근하고 설득했나? 또 막상 도서관을 열고 보니 도서관의 ‘힘’은 어떤 것이었나?
당시 우리 공부방 아이들은 학업이나 책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고, 문자 해독마저 어려운 경우가 많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절박한 필요성과 함께 책을 보내주면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다짐과 계획을 담아, 엄마들과 아이들이 정성껏 육필 편지를 써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고맙게도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출발한 도서관은 정말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이 되었다. 지역 여성들과 대학생,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읽어주고, 책이 부족한 어린이집과 또 다른 공부방으로 대출도 하고, 자원활동가들을 통해 24시간 어린이집과 방과 후 아이들만 있는 가정으로 책이 전달됐고… 이런 모든 일의 바탕이 바로 ‘책이랑 놀자’라는 작은 도서관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우애와 믿음이었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고 썼다.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특히나 ‘관계자’가 늘어나면서 갈등과 오해가 커졌을 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이겨냈나?
자꾸 들여다보니 볼 수 있었다. 일상적 만남에서 관계를 맺어오면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나 믿음이 얼마나 미약한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힘, 서로를 북돋우는 힘이 얼마나 부족한지, 서로의 욕구나 행동을 이해하는 폭, 즉 성숙이나 관대함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인지가 보였다. 이렇게 문제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가니 분노나 억울함이 가시면서, 오히려 삶을 통해, 관계를 통해, 활동을 통해 더욱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우리들의 목표가 좀 더 풍요롭게 이해되고,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지니 부끄럽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게 되었다. 목표를 지향하되 현실 그대로를 직시하면서 과정에 대해 조급해 하지 않기를 새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습과 실천이 결합된 동아리’ 활동 방식이 ‘녹색마을사람들’이 성공하고 평가받는 비결이다. 후배 지역사회 운동가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달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참으로 다양한 삶의 배경과 경험, 그리고 나름의 문제해결 방식을 축적하고 있는 아주 역동적인 주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시간도 내고 돈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공부도 하면서 스스로 열정을 내는. 그렇기 때문에 활동가가 바로 그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관심과 욕구를 보다 공공적인 것과 연결해 해석하고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녹색마을사람들’ 스스로 가장 큰 성과로 여기는 것이 활동 과정에서 성장한 ‘우리들 자신’이라고 입을 모았다는데, 그 보람과 성취를 자평한다면?
한마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처음에 자기소개를 할라치면 ‘누구 엄마다, 특별히 하는 일 없다’던 사람들이 이제 조직의 대표가 되기도 하고, 커진 자신감을 토대로 직업을 갖기도 하고, 창업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하고, 자신과 조직의 활동 경험을 주변에 적극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의 안내자가 되기도 하는 등, 어려운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며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 섰다. 이러한 참여와 성과를 토대로 ‘녹색마을사람들’은 또 다른 이웃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새로운 꿈을 꾸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녹색마을사람들’의 활동은 “여성의 잠재력과 지역 발전의 접목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시켜주었다.” 남자들, 남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싶은데…
수년 전부터 우리들의 고민은 남편을 포함해 지역의 중장년 남성들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가정경제를 위해 오로지 직장생활을 해온 남성들이 이제 그 역할을 놓고 가정으로 돌아와 새롭게 생활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높아지면서 우리들의 고민이 커졌다. “직장을 그만둔 남편은 정말 막막해 한다. 직장생활 아니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하는 이웃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남편들이 직업을 통해 체득한 소중한 경험을 잘 살려 지역의 이웃들과 어우러진다면 우리들의 삶터가 얼마나 더 활기차고 새롭게 변화될까 기대하고 있다. 남성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새로운 활동, 일거리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들 가져주면 좋겠다.
『골목에 꽃이 피네』(이매진)는 서울 강북구 여성들이 사람다운 삶터를 일구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 ‘녹색마을사람들’이 펼쳐온 활동을 담은 책. 풀뿌리 지역단체의 어제, 오늘, 내일을 알뜰하게 담아냈다.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자원을 찾아내고 끌어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웃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공동의 목적을 찾아내는가 하면, 다시 할 일을 나누고 진행하면서, 무언가를 일구어낸다.” 어떤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그 활동을 접은 것은 끝이 아닌 시작, 그것들 하나하나가 밑거름되어 새로운 또 다른 실천들을 이어간다.
엄마들이 시작이었다. 내 고민이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엄마들, 혼자서는 해결 못하는 것들을 함께 풀자고 ‘조직’을 만들었다. 1995년 4월, “뜻이 있으면 길을 찾게 되더라는, 당연한 듯하지만 쉽지 않은 길 찾기를 씩씩하게 해온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조직 창립 때부터 부회장, 회장, 공동대표를 지내고 현재 (사)녹색마을사람들 이사로 일하는 지은이에게서 그 16년 역사를 들어본다. 없으면 만들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야 마는 그이들의 ‘끝장 정신’은 어디서 왔을까?
“(지역복지) 공부할 길잡이 교재를 찾아봤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이나 준비 정도에 맞는 책 찾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책을 펴낸 까닭이 그것인지, 또 이 책의 쓰임새가 어떻기를 바라는지?
우리가 일군 성취와 보람으로 갖게 된 자부심, 또 다른 기대와 희망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의 변화가 참 소중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참여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이 자랑스럽고도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이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저 한때 이야기, 지난 이야기에서 머물거나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여가 스스로의 삶에, 이웃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여전히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 주변과 연결되어 있는 단단한 끈임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 스스로의 삶과 이웃들의 삶을 좀 더 책임지고자 결단하고 힘을 모으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갖기를 희망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이웃들과 자신의 삶터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는 순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우리들의 바람은 어느 개인의 욕구가 아닌 우리의 욕구였”기에 ‘조직’을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 각자의 욕구는 무엇이며, 함께 꼭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한창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구에 비해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 환경이 열악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어떤 사람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자신만 너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으로 배움에 대한 욕구를, 어떤 사람은 자신이 늘 가는 산에 언제부턴가 물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안타까움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사실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와 가족과 또 이웃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길 바라며, 그렇게 변화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각자 삶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내고 방법을 선택해 보다 주도적으로,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고 싶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아이와 마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활동’을 도모했다. “내 아이가 잘 크려면 이웃 아이가 잘 커야 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
아이들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내 아이, 이웃 아이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안전한 자람, 책임 있는 시민으로의 성장은 당장 나를 포함한 그 윗세대 어른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 아닐까? 결국 이 아이들이 자라 우리들의 보다 평화롭고도 행복한 노년을 담보하는 사회적 역할을 맡아주어야 하니까. 지금 우리가 부모세대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듯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무엇이라도 돕고 싶었다. 더구나 네 아이, 내 아이가 서로 어우러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살아가기에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옳다.
‘마을 공동의 작업 공구를 마련해서 필요한 이웃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발상 등 신선한 아이디어가 한둘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멋진 생각들을 짜냈는가?
서넛 혹은 대여섯 명의 이웃들이 모여 앉아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바로 그 자리가 만든 결과였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거나 회의를 하다 보면 좀 더 집중해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생기고, 바로 이 자리에서 서로의 의욕과 열정, 신명이 더해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만들어지곤 했다. 처음부터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보태고 거들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참신하고 도전적인 생각들을 건져 올리게 마련이다.
(지자체의) 저소득 가정 지원 등 지역사회의 객관적 상황은 나아졌는가? 저소득 가정의 가족 해체 현상에 따른 한부모 가정은 최근 더 늘어나고 있다는데…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개인적, 사회적인 다양한 노력들이 있어왔고, 이런 힘을 토대로 제도적 진전 또한 있었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고, 또 ‘사람살이’인지라 제도와 법이 담보하지 못하는 정서적, 문화적 결핍 등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서로의 삶을 책임지고자 하는 참여와 관심은 여전히 필요하고 또 중요한 문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학교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학교와의 관계가 ‘의외로’ 힘든 까닭은 무엇인가?
학교와 지역사회단체가 서로 만나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러다보니 함께 무엇인가를 협의하고 결과를 가져보는 경험 또한 없거나 취약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려웠지 싶다. 하지만 ‘아이들’을 지원한다는 공동의 관심사가 있고, 나아가 구체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고 협의하는 경험도 점차 확대되면서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학교방문을 진행해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단체가 환경수업 등 특별활동을 맡기도 하고, 아침 결식아동을 위한 ‘미숫가루 프로젝트’를 협력해서 진행하는 등 점차 만나고 함께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의 책 마련에 출판사 도움이 컸던 모양이다. 출판사에 어떻게 접근하고 설득했나? 또 막상 도서관을 열고 보니 도서관의 ‘힘’은 어떤 것이었나?
당시 우리 공부방 아이들은 학업이나 책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고, 문자 해독마저 어려운 경우가 많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절박한 필요성과 함께 책을 보내주면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다짐과 계획을 담아, 엄마들과 아이들이 정성껏 육필 편지를 써서 출판사에 보냈는데, 고맙게도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출발한 도서관은 정말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이 되었다. 지역 여성들과 대학생,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책을 읽어주고, 책이 부족한 어린이집과 또 다른 공부방으로 대출도 하고, 자원활동가들을 통해 24시간 어린이집과 방과 후 아이들만 있는 가정으로 책이 전달됐고… 이런 모든 일의 바탕이 바로 ‘책이랑 놀자’라는 작은 도서관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우애와 믿음이었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고 썼다.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특히나 ‘관계자’가 늘어나면서 갈등과 오해가 커졌을 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이겨냈나?
자꾸 들여다보니 볼 수 있었다. 일상적 만남에서 관계를 맺어오면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나 믿음이 얼마나 미약한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힘, 서로를 북돋우는 힘이 얼마나 부족한지, 서로의 욕구나 행동을 이해하는 폭, 즉 성숙이나 관대함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인지가 보였다. 이렇게 문제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가니 분노나 억울함이 가시면서, 오히려 삶을 통해, 관계를 통해, 활동을 통해 더욱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우리들의 목표가 좀 더 풍요롭게 이해되고,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지니 부끄럽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게 되었다. 목표를 지향하되 현실 그대로를 직시하면서 과정에 대해 조급해 하지 않기를 새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습과 실천이 결합된 동아리’ 활동 방식이 ‘녹색마을사람들’이 성공하고 평가받는 비결이다. 후배 지역사회 운동가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달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참으로 다양한 삶의 배경과 경험, 그리고 나름의 문제해결 방식을 축적하고 있는 아주 역동적인 주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시간도 내고 돈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공부도 하면서 스스로 열정을 내는. 그렇기 때문에 활동가가 바로 그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관심과 욕구를 보다 공공적인 것과 연결해 해석하고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녹색마을사람들’ 스스로 가장 큰 성과로 여기는 것이 활동 과정에서 성장한 ‘우리들 자신’이라고 입을 모았다는데, 그 보람과 성취를 자평한다면?
한마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처음에 자기소개를 할라치면 ‘누구 엄마다, 특별히 하는 일 없다’던 사람들이 이제 조직의 대표가 되기도 하고, 커진 자신감을 토대로 직업을 갖기도 하고, 창업도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하고, 자신과 조직의 활동 경험을 주변에 적극 소개하며 다른 사람들의 안내자가 되기도 하는 등, 어려운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며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 섰다. 이러한 참여와 성과를 토대로 ‘녹색마을사람들’은 또 다른 이웃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새로운 꿈을 꾸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녹색마을사람들’의 활동은 “여성의 잠재력과 지역 발전의 접목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시켜주었다.” 남자들, 남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싶은데…
수년 전부터 우리들의 고민은 남편을 포함해 지역의 중장년 남성들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가정경제를 위해 오로지 직장생활을 해온 남성들이 이제 그 역할을 놓고 가정으로 돌아와 새롭게 생활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높아지면서 우리들의 고민이 커졌다. “직장을 그만둔 남편은 정말 막막해 한다. 직장생활 아니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하는 이웃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우리들의 아버지, 우리들의 남편들이 직업을 통해 체득한 소중한 경험을 잘 살려 지역의 이웃들과 어우러진다면 우리들의 삶터가 얼마나 더 활기차고 새롭게 변화될까 기대하고 있다. 남성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새로운 활동, 일거리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들 가져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