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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어린이를 위한 책 읽기 어른들을 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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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4:08 조회 7,5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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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공룡트림 회원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 유은실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여,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도 편식할 거야』를 골랐다. 유은실의 작품은 사계절에서 7, 8세 연령의 아이를 대상으로 출간하고 있는 ‘사계절 웃는 코끼리’ 시리즈에 속한다. 그리하여, 연령별로 책을 분류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으니…

『나도 편식할 거야』는 어떤책?
신선혜
서점에 가서 읽었어요. 읽는 김에 다른 시리즈도 몇 권 읽었지요. 짧아서 서서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게 7~8세 대상으로 나오는 요즘 유행되는 책이라는 거죠?

김보영 이렇게 나이가 딱 쓰여 있을 경우, 읽고 싶어도 자기 나이보다 어리게 책정되어 있으면 약간 유치해 보여 안 읽을 수도 있는데 우리가 읽었던 『나도 편식할 거야』는 솔직히 3~4학년이 읽어도 될 듯해요.
정승아 이 책의 경우는 아주 어리지만 않으면, 연령대별로 나누어 읽어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어른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요.

홍승희 사실, 짧은 글이지만 결코 만만한 글은 아닌 것 같아요. 한 문장 한 문장 의미가 깊게 연결되기 때문에, 7살인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걸 보고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우리 딸에게 처음에 두어 번 읽어주고 귀찮은 마음에, 이건 일곱 살이 혼자서 읽는 글이래, 혼자 읽어봐 하고 넌지시 미루어 보았는데… 아이는 7쪽 정도 읽다가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더니 힘들다고 그만두어 버렸어요. 엄마로서 아직 준비 안 된 아이에게 무리한 걸 시킨 것 같아서 좀 미안했어요. 혼자 읽는 책으로 기획되었지만, 혼자 읽기는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좋기 때문에 우리 딸은 매일 매일 자기 전에 꼭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해요.
이기규 연령별로 책을 분류하는 것은 어린이책을 고르는 부모에게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만 어린이들이 다양한 책을 스스로 고르는 것을 방해한다는 면에서 부정적입니다. 사실 그림책은 유아 책, 글 밥이 많으면 고학년 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선주 문자 이해력으로 보자면 연령별 차이가 물론 있겠지만 개인별 차이가 엄청나요. 연령별 발달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장르처럼 고정되는 것의 부작용도 심하다고 봅니다. 『나도 편식할 거야』를 읽으면서, 연령별로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욕구와 좌절에 주목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7~8세의 고민이기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신선혜 완전 웃겼어요. 어떻게 학교생활에 대해 이렇게 잘 알까요? 학생은 아닐 테고, 어떤 것은 선생님만 알 수 있는 건데, 혹시 작가가 교사? 아니면 엄마? 엄청 잘 먹는 아이가 관심받기 위해 편식을 노력하는 이야기의 시작이 다른 이야기처럼 고리타분하지 않고 신선했어요.
이선주 닭발에 녹용까지 잘 먹는 어린이 캐릭터가 등장한 것부터가 신선해요. 편식하던 아이가 편식하지 않는 이야기로 끝나는 식의 동화 세계의 통념을 깼다고 볼 수 있죠.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좌절된 욕구를 감싸 안아 주고 충족시켜주는 이야기인지라 어른인 저 역시 읽으며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기규 보통 저학년 어린이 책이 가지고 있는 뻔한 설정을 뒤집은 재미있는 설정으로 편식하는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교훈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승아 유은실 작가는 일상생활과 동화를 유쾌하게 통쾌하게 접목하여 풀어내는 것 같아요. 뻔한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아닌 작가 특유의 소신과 메시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편식이 전혀 없는 주인공 아이를 보면서 순대국과 족발을 무지 좋아하는 제 친구의 딸을 생각했거든요. (웃음) 저라면 그냥 지나칠 그런 일상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표현해내는 작가의 능력 정말 대단합니다.

홍승희 ‘나도 편식할거야!’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을 읽고 나면 밥맛이 막 당기죠? (웃음) 이 책에 묘사된 김치찌개나, 장조림에 대한 묘사… 심지어 닭발요리까지도 먹음직스럽게 느껴져요. 아이들이 싫어하거나 혐오하던 음식마저도 그 맛을 느끼게 해주니 정말 잘된 글이라고 봅니다. 또, 그 또래 아이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납니다. 우리 딸내미가 아직 일곱 살이라 초등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의 급식시간이라던가, 담임선생님의 존재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높아진 것 같아요. 또, 이야기의 전개가 매우 드라마틱하고 유머러스해요. 전개가 워낙 깔끔해서 막 빠져들게 하죠. 게다가 이 책에는 배꼽잡고 웃을만한 장면이 몇 개나 있어요!! 우리 딸내미는 식판을 세우는 장면, 용보약을 쌍화탕 맛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매우 좋아 했죠. 아이의 눈높이에서 매우 잘 쓴 글입니다.

작가 유은실을 말하다
김보영
따뜻하고 유쾌함. 꼭 그렇지만도 않은 내 어린 시절, 그때의 시선으로 돌아가게 하네요.
신선혜 전 개인적으로 「그냥」이라는 글을 좋아하는데 자기 마음대로를 인정해주는 넓은 마음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글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런 글쓰기를 계속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자유롭고 시원한 글쓰기.

이기규 유은실의 작품은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는 점에서 보는 이로부터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는 뻔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방식의 기존 어린이 책과는 다른 신선함을 독자에게 전해 줍니다. 이 점이 작가의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선주 어린이가 돼서, 어린이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의 심리를 이렇게 잘 간파해내고,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믿음직스러운 작가이고, 만나보고 싶고, 사부로 모시고 싶은 작가예요.

정승아 유머와 위트가 몸에 배어있는 작가 같아요. 아이의 심성을 깊이 파악하여 그것을 일상생활로 표출하고, 그것을 자유롭고 재치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창작을 하고 싶은데요. (웃음)
홍승희 이 책이 처음인데, 내공이 상당한 작가인 것 같아요. 아직 결혼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상황에 매몰되어서 이런 맛깔나는 글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죠. 만약,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해요.





이런 어린이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선주
유은실 작가의 책이 재밌기는 했지만, 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보니,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어떤 동화가 나오면 아이들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까요?

신선혜 어렸을 때 파랑새라는 동화책을 읽고 파랑새를 찾아가는 골목길을 우리 동네 골목길이라고 확신하며 지냈던 적이 있어요. 그 골목에 놀러갈 때마다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동화책에 있던 그림과 비슷한 것을 찾으려고 애를 썼죠. 심지어는 골목이 그림처럼 파란빛이라고 생각하고 다녔어요. 그런 책이 있었으면 해요. 책을 덮고 나면 삶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같이 구동되어 가는 그런 책이요. 그래서 이야기가 독자의 속에 들어와 다른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되면 좀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이기규 지금의 시대에 사는 아이들은 이야기에 목말라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는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라 40~50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에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어른들도 없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옛날을 이야기해 주는 어른들도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는 전래동화라는 이름으로 화석화 되었고 50년 전 이야기는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회고담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지요. 지금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전설과 민담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지금 어린이책 작가들의 역할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홍승희 요즘 아이들은 괴담 레스토랑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괴담류에 열광하죠. 벌써 6세만 되면 괴담탐정류 만화영화에 푹 빠져요. 이 만화들에서는 피가 튀고 사람이 쉴 새 없이 죽지만, 아이들은 현실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다만 일상의 틀에서 벗어난 재미있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올해 중학생이 되는 딸을 키우는 친구가 말하길,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괴담류로 시작해서 초등 저학년을 지나면 추리소설에 본격적으로 입문한다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괴담류는 어른들의 추리소설 같은 느낌인가 봐요. 추리소설은 매우 재미있고 현실을 완전히 잊게 해주는 자극적인 맛이 있죠. 이젠 아이들도 그런 걸 원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이선주 책의 유통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7, 8세를 겨냥한 책인데 책값이 7천원입니다. 다른 책들도 거의 만 원 전후예요. 부모가 사주거나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되죠. 이렇다보니, 항상 아동문학에는 이중독자가 있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작가나 출판사나 부모 독자와 아이 독자를 모두 고려하게 되니 말이죠. 완전히 어린이 독자에게로 다가가는 유통구조는 없을까 상상하게 돼요! 천 원 정도 주고 사서 볼 수 있는 값싸고 재밌는 책이 문방구에 사탕처럼 꽂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선생님과 부모에게 얽매여 있는 아이들이 즐겁게 해방될 수 있는 그런 책이 값싸게 나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승아 아무도 생각 못했던 새로운 콘셉트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말씀하신 천 원짜리 책은 왠지 불티나게 팔릴 거 같은데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감쪽같이 밥 먹는 법’, ‘학교 짱에게 돈 안 뺏기는 법’, ‘여자아이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법’, ‘남자아이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법’ 등등. 제가 어린아이였으면 시리즈로 모아 둘지도 몰라요. (웃음)
김보영 살아남기 시리즈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살아남기 그것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날개 돋친 듯 팔릴걸요.
홍승희 아이들이 돈 천 원 주고 사서 볼 수 있는 책에 대한 상상은 참 재미있네요. 실제로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 경제적 능력, 책을 읽는 목적에 완전히 부합하는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다면 정말 신나는 일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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