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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나는 지난밤에 너희가 한 짓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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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5 23:28 조회 6,37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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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로 6년을 지내며 아이들과 보낸 시간 가운데 가장 즐거웠던 일은 ‘밤샘 책읽기’ 행사다. 인터넷과 게임으로 밤을 새우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밤을 새워가며 해도 즐거운 일’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 취지는 거창하지만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밤샘’이 중요한 건지 ‘책읽기’가 중요한 건지 알 수 없게 끝나고 만다. 헤드뱅잉을 하며 책읽기에 몰입(?)하는 녀석들과 토끼눈으로 강렬한 레이저를 쏘며 책을 읽는 녀석들. 참 예쁘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뭐, 그리 오래된 일 같지는 않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밤을 새워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적이 많았다. 일단 밤을 새워 공부할 계획을 세웠으니까 낮에는 좀 놀아도 될 것 같은 생각에 친구들과 농구를 한 판 신나게 한다(사실 한 판이 아니라 여러 판……). 농구를 했으니까 땀 냄새도 나고 찝찝하기도 해서 샤워를 하고 시험공부에 돌입하기로 마음먹는다. 샤워를 하고 나면 ‘저녁에 공부를 열심히 하려면 지금 조금 자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아주 잠시 눈을 감았다 떠보면 어느새 새벽 1~2시가 되어 있었다. 화들짝 놀라지만 금세 마음이 평온해진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 게 더 효과적이겠다는 굉장히 합리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면 세수하고 학교 가기에도 빠듯한 시간이 되어버린다. 시험은 역시 선생님 말씀처럼 ‘평소 실력’대로 보는 거란 마음으로 차분하게 실력을 발휘했음에도 회한의 눈물이 흐른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생각한다. ‘이번엔 정말로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어제 까먹은 점수를 만회해야지’.

밤을 새우며 책을 읽는 건 참 어렵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밤을 새울 만큼 재미나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으로 밤을 새우는 친구들은 많이 있지만 책을 읽으며 밤을 새본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별로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책읽기도 즐거움을 느껴봐야 하게 된다.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수다도 떨고 과자도 먹으면서 책읽기를 해본다면 분명 책읽기가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꼭 책읽기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학창시절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매년 밤샘 책읽기 행사를 한다.

예외는 없어! 참가 신청은 선착순!
참가인원 선착순 50명! 반별로 가정통신문을 출석부 함에 넣고 나면 아이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왜 우리 반은 가정통신문 안 줘요?”, “아냐, 다 똑같이 넣었어. 너희 담임선생님이 아직 안 주셨나보네~”
“선생님 지금 몇 명 남았어요?” 수업하려고 복도로 나서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내 팔을 잡고 물어댄다. 어떤 녀석은 문자메시지로 질문하기도 한다. 물론 문자비 20원이 아까워서 답장은 안 해준다.^^;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는 거니까.

“선생님, 진짜로 선착순이에요? 우리 반은 반장이 걷고 있어요.”, “도서관이 작아서 50명 이상은 못해. 가정통신문에 적힌 대로 도서관 선.착.순.이야~ 새치기는 안 돼.”, “아잉, 화정아! 담임 쌤한테 얼른 전화해~ 우리 꺼만 달라고 해서 지금 내자!” 잠시 뒤 왕진호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지금 우리 반 애들 거 보낼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예림이가 신청서를 돌려받는다고 담임선생님 찾아 삼만 리를 했단다.

너희들 선생님 얼굴 파먹고 사는 거 아니다~
이번 밤샘 책읽기 행사에는 극성 여학생 신청자가 많았다. 밤샘 도우미로 새로 오신 민호 샘이 같이 밤을 샌다는 첩보 때문이었다. 나보다 훨씬 키 크고 잘 생긴 민호 샘 덕에 신청자는 폭주했지만, 나는 찬밥 신세가 되었다.

“진짜로 민호 샘도 밤샘해요?”
“왜?!”
“저희도 하게요~”
“늬들 이러기냐?”
나는 일주일 동안 매일 도서관 청소를 엄청 깨끗이 하겠다는 정연이와 영라의 매력적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제안을 후회하게 해주마! 혹독한 청소로 소심한 복수를!’
진짜 한 번도 안자고 밤새면 선물 주는 거죠?
윌 스미스 주연의 <The pursuit of happyness>라는 영화를 보고나면 본격적으로 밤샘 책읽기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고나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행복에 대한 생각과 잔잔한 감동에 사로잡혀 진지하게 책을 읽기 시작한다. 새벽이 되면서 한둘씩 조는 녀석들이 생기면 문화상품권을 펄럭이며 퀴즈를 내 아이들을 졸음에서 구출한다. 병든 닭처럼 졸던 녀석들은 문화상품권을 받기 위해 눈을 반짝인다. 길고도 긴 밤샘 책읽기 행사가 끝나면 아침 여섯 시에 아이들에게 인증서를 준다. 마라톤 코스처럼 완주했다는 기쁨과 성취감을 주기 위해 예쁜 한지에 참가 학생의 이름을 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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