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어려운 책은 어떻게 읽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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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3:52 조회 7,345회 댓글 0건본문
책 읽는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려운 책을 읽는 요령을 물어올 때가 자주 있
습니다. 읽다가 만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아무래도 책을 멀리하게 된
다며 걱정합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내가 되묻는 것이 있습니다. “책 전문가라고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어려운 책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답은 한결같이 “없어요!”라고 합니다. 나를 높
이 평가해주어 고맙지만, 사실 나도 어려운 책이 있노라고 말하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설마 그럴 리가?’ 하는 표정입니다.
아무리 책 전문가라 해도 어찌 어려운 책이 없겠습니까.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았는데, 읽
다보면 아리송해지고 헷갈리는 책이 있습니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은데, 그런 책을 읽고 있
노라면 화도 나지요. 물론 처음에는 지은이를 원망합니다. 좀 쉽게 쓰지 뭘 이렇게 어렵게 썼나,
라고 말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책망합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건만 어
떻게 아직도 이해 못하는 책이 있는가, 아직 멀었도다, 하며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책은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쉽게 이해되지 않고 공을 들여야 겨우 알 수 있는 책은 있는 법입니다. 그
러니 여러분이 책을 읽다가 어려운 대목을 만나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읽었는데도 어려운 책이 있는데,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잘
알아먹지 못하는 말이 그득한 책은 당연히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책 읽다가 어렵다고해서 자신
을 너무 책망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책은 있게 마련인데, 읽다 말아도 되는 건지 다 읽어야
하는 건지 고민되지요. 일단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 전에, 일부러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애쓰
지는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지금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
지요.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린이 책은 크게 저학년용·중
학년용·고학년용으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낮은 학년이었을 때는 저학년용 책을 읽었을 터이
고, 고학년이 되었더라도 책을 이해하기 어려우면 중학년용 책을 읽었겠지요. 너무 무리해서 어
려운 책에 도전해서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물론, 청소년 책에는 학년이나 이해도에 따라 책을 나눈 표시가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찾아
읽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독서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위해 직접 읽고 고른 다음 어느
학년쯤이 읽으면 좋은지 가려놓은 자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닥치는 대로 읽기
보다는, 이런 자료를 구해 무엇부터 읽고 차츰 어떤 책을 읽어나갈지 정해놓으면 좋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꼭 선생님들이 권한 책만 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또래 친구들 가운데 책 많이 읽는
친구가 있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고민이나 생각이 비슷할 수밖에 없으니 도움이 될 터입니다. 아니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하는
책을 무작정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과 친해지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거든요. 조심할
것은, 재미만 있는 책만 읽어나가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재미만 있는 책을 읽다가, 재미도 있는 책
을 읽어야 하고, 그러다 재미없는 책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더 넓은 앎의 땅을 개척하기 위하여
이렇듯 수준에 맞게 체계를 갖춰 읽어나가면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책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
다.
단계별 독서가 보여주는 힘이지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어려운 책을 만나고 맙니다. 특히 인
문학 책을 읽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을 마주치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서 힘주어 말하고 싶
은 것이 있습니다. 어려운 책을 일부러 읽을 필요는 없지만, 어려운 책도 읽어내야 한다는 겁니
다. 우리가 무언가를 공부해나간다는 것은, 늘 내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것을 깨우치는 것을 뜻
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볼까요? 교과서에 나온 기본문제는 배우고 있는 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풀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어 있는 것이지
요.
그런데 만약 우리 공부가 여기서 멈춘다면, 실력이 늘어날 수 있을까요? 안 그렇지요. 기본을
닦은 다음, 응용문제에 도전해보아야 합니다. 잘 풀리면 신나지만, 안 풀어지면 요리조리 고민
하면서 다시 도전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과정에서 조금씩 실력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책 읽기
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면, 거기서 만족하고 멈출 것이 아니라 더 성장
하기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니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책을 읽어나가다 어려운 책을 만
나면, ‘아, 이제 응용문제를 풀 단계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고 한번 도전해보았으면 좋겠습니
다.
책 읽는 것은 앎의 영역을 늘려간다는 뜻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더 깊이 알려는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마땅히 개척자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 쳐
져 있는 앎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더 넓은 앎의 땅을 차지해야 합니다. 땅 부자는 사회문제가
되지만, 앎의 땅 부자가 되려는 마음은 칭찬받아 마땅한 법입니다.
끝까지 읽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이제 어려운 책 읽는 요령을 말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있는 듯 말
하고 있나요? 그건 절대 아니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책을 오래 읽으며 겪었던 것을 중
심으로 해서 도움말을 주려 하니까요.
일단, 책 읽기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언어영역이나 외국어영역 공부하는 것과 그리 다
르지 않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험문제 풀듯이 책을 읽으라는 뜻은 전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기를! 그럼에도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으니 잘 들어보기 바랍니다. 언어
영역을 공부하고 문제를 풀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낱말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지시대
명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알아보지요. 단락별 소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들이 모여 전
체 주제는 무엇이 되는지도 살펴봅니다. 더불어 전체 주제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
지 예의주시하게 마련입니다. 책도 이런 식으로 읽어나가면 됩니다. 단, 언어영역에 나오는 지
문은 짧아 이해하기 쉽지만, 책은 두꺼운지라 노력을 몇 곱절 더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생각해봅시다. 지문을 읽다 어려우면 가장 먼저 무엇을 했나요? 전자사전을 뒤적여
국어사전이나 옥편으로 낱말 뜻을 알아보았을 겁니다. 책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낱말 뜻
을 잘 몰라서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낱말이 아니거나, 쓰더라도 더 깊은 뜻이 있는지라 문맥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지요. 바로 이 점을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국어사전, 옥편, 철학사전 등을 뒤적여 그 뜻을 써놓는 겁니다. 참, 철학사전은 전자사전에 없지
요.
시중에 청소년이 볼만한 철학사전이 몇 권 있으니, 꼭 준비해놓기 바랍니다. 한번 자세히 찾
아놓으면 뒤에 같은 낱말이 나올 때 편하니 성실하게 작업해야겠지요. 그런데 이것만으로 해결
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뜻으로 그 낱말을 쓰는 일이 있기 때문입
니다. 사전에 없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일반사전에 나오는 뜻 이상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철학사전을 뒤적여보는 것이지만, 이 사전에 나오는 풀이가 더 어려워 당
황한 적도 있을 터입니다.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친절한 지은
이나 옮긴이는 책 앞이나 끝에 용어풀이를 실어놓기도 합니다. 책을 서둘러 읽으려고만 하지 말
고, 이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잘 읽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낱말에 표시하고 뜻풀이를 하면서 읽노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책의 큰 뜻을 자꾸 놓치는 것이 그 하나고, 책 읽는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이러면
더욱이 책 읽기를 포기하기 싶은 마음이 들지요. 나는 그것을 악마의 소리라고 말하고는 합니
다. ‘어려운 책이야, 그만 읽어, 차라리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나을 거야’라고 말하는! 하지만 이
겨내야 합니다.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읽어보는 것입니다. 내
용을 잊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장별로 요약을 해놓으면 좋습니다. 이것이 귀찮으면 핵심
내용이 있는 부분에 표시를 하거나, 밑줄을 그어놓으면 됩니다. 책 읽는 속도는 굳이 높일 필요
없습니다. 속독을 해야 할 이유가 없거든요. 천천히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나가야 합니다.
집을 짓듯 천 천 히 , 인내하며 읽기
책은 영화와 다릅니다. ‘영화는 5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라는 말도 있듯, 영화는 처음 몇 분
동안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현란하고 웅장하고 빠르게 내용을 전개해야 관객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책은 근거를 들어 차분
히 설득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
떤 꼴이 될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대충 알게 되지요. 책도 마찬가지입
니다. 앞에서는 몰랐던 내용일지라도 자꾸 설명해주니까 뒤에 가면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친절하게 툭 던져놓았던 어려운 말을 중간쯤 가서 자세히 풀이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론
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더라도, 결론에 정리한 말을 보고 대
충 짐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기보다 끝까지 읽어놓은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어렵사리 다 읽었다면 보람을 느낄 겁니다. 큰일을 해냈다는 포만감이 드는 거지요. 이런 감정
은 책을 읽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에 또 어려운 책을 만나더라도 똑같은 요령으로 해
내면 되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낱말 뜻풀이했고, 주제문 찾아놓았고, 주장과
근거를 알아놓았으니 이런 것들을 죽 읽어보아야겠지요. 그러다보면 조금씩 책을 더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다시,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입니
다.
처음과는 사뭇 다르겠지요.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깊이 알게 되는 것들이 늘어날 터입니다. 그
래도 다 이해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또 읽으라고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그
책을 풀이하거나 설명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낫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비교하
며 읽는 것이지요. 또 인문학 책은 꽤 논리적인 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니, 읽는 중간마다 목차를 확
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의의 위상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알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외국어 공부할 적에 보면, 기초를 보고나서 기본을 공부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합을 떼
지요. 만약 기본이 어렵다고 기초만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은 뻔합니다. 그래서 찾아보고 외
워보고 비교해보면서 공부했던 거잖아요. 책 읽기도 이에 버금갈 정도로 노력해야 실력이 늡니
다. 어렵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면 기초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영역도 해냈고, 외국어영
역도 해냈는데, 책 읽기만 안 될 리 없습니다. 이제, 두려워 말고 도전해보시길!
습니다. 읽다가 만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아무래도 책을 멀리하게 된
다며 걱정합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내가 되묻는 것이 있습니다. “책 전문가라고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어려운 책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답은 한결같이 “없어요!”라고 합니다. 나를 높
이 평가해주어 고맙지만, 사실 나도 어려운 책이 있노라고 말하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설마 그럴 리가?’ 하는 표정입니다.
아무리 책 전문가라 해도 어찌 어려운 책이 없겠습니까.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았는데, 읽
다보면 아리송해지고 헷갈리는 책이 있습니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은데, 그런 책을 읽고 있
노라면 화도 나지요. 물론 처음에는 지은이를 원망합니다. 좀 쉽게 쓰지 뭘 이렇게 어렵게 썼나,
라고 말입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책망합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건만 어
떻게 아직도 이해 못하는 책이 있는가, 아직 멀었도다, 하며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책은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쉽게 이해되지 않고 공을 들여야 겨우 알 수 있는 책은 있는 법입니다. 그
러니 여러분이 책을 읽다가 어려운 대목을 만나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읽었는데도 어려운 책이 있는데,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잘
알아먹지 못하는 말이 그득한 책은 당연히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책 읽다가 어렵다고해서 자신
을 너무 책망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책은 있게 마련인데, 읽다 말아도 되는 건지 다 읽어야
하는 건지 고민되지요. 일단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 전에, 일부러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애쓰
지는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지금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
지요.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린이 책은 크게 저학년용·중
학년용·고학년용으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낮은 학년이었을 때는 저학년용 책을 읽었을 터이
고, 고학년이 되었더라도 책을 이해하기 어려우면 중학년용 책을 읽었겠지요. 너무 무리해서 어
려운 책에 도전해서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물론, 청소년 책에는 학년이나 이해도에 따라 책을 나눈 표시가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찾아
읽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독서교육을 하는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위해 직접 읽고 고른 다음 어느
학년쯤이 읽으면 좋은지 가려놓은 자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닥치는 대로 읽기
보다는, 이런 자료를 구해 무엇부터 읽고 차츰 어떤 책을 읽어나갈지 정해놓으면 좋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꼭 선생님들이 권한 책만 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또래 친구들 가운데 책 많이 읽는
친구가 있다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고민이나 생각이 비슷할 수밖에 없으니 도움이 될 터입니다. 아니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하는
책을 무작정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과 친해지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거든요. 조심할
것은, 재미만 있는 책만 읽어나가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재미만 있는 책을 읽다가, 재미도 있는 책
을 읽어야 하고, 그러다 재미없는 책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더 넓은 앎의 땅을 개척하기 위하여
이렇듯 수준에 맞게 체계를 갖춰 읽어나가면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책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
다.
단계별 독서가 보여주는 힘이지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어려운 책을 만나고 맙니다. 특히 인
문학 책을 읽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을 마주치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서 힘주어 말하고 싶
은 것이 있습니다. 어려운 책을 일부러 읽을 필요는 없지만, 어려운 책도 읽어내야 한다는 겁니
다. 우리가 무언가를 공부해나간다는 것은, 늘 내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것을 깨우치는 것을 뜻
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볼까요? 교과서에 나온 기본문제는 배우고 있는 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풀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어 있는 것이지
요.
그런데 만약 우리 공부가 여기서 멈춘다면, 실력이 늘어날 수 있을까요? 안 그렇지요. 기본을
닦은 다음, 응용문제에 도전해보아야 합니다. 잘 풀리면 신나지만, 안 풀어지면 요리조리 고민
하면서 다시 도전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과정에서 조금씩 실력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책 읽기
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면, 거기서 만족하고 멈출 것이 아니라 더 성장
하기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니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책을 읽어나가다 어려운 책을 만
나면, ‘아, 이제 응용문제를 풀 단계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고 한번 도전해보았으면 좋겠습니
다.
책 읽는 것은 앎의 영역을 늘려간다는 뜻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더 깊이 알려는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마땅히 개척자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 쳐
져 있는 앎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더 넓은 앎의 땅을 차지해야 합니다. 땅 부자는 사회문제가
되지만, 앎의 땅 부자가 되려는 마음은 칭찬받아 마땅한 법입니다.
끝까지 읽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이제 어려운 책 읽는 요령을 말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있는 듯 말
하고 있나요? 그건 절대 아니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책을 오래 읽으며 겪었던 것을 중
심으로 해서 도움말을 주려 하니까요.
일단, 책 읽기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언어영역이나 외국어영역 공부하는 것과 그리 다
르지 않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험문제 풀듯이 책을 읽으라는 뜻은 전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기를! 그럼에도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으니 잘 들어보기 바랍니다. 언어
영역을 공부하고 문제를 풀면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낱말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지시대
명사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알아보지요. 단락별 소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들이 모여 전
체 주제는 무엇이 되는지도 살펴봅니다. 더불어 전체 주제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
지 예의주시하게 마련입니다. 책도 이런 식으로 읽어나가면 됩니다. 단, 언어영역에 나오는 지
문은 짧아 이해하기 쉽지만, 책은 두꺼운지라 노력을 몇 곱절 더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생각해봅시다. 지문을 읽다 어려우면 가장 먼저 무엇을 했나요? 전자사전을 뒤적여
국어사전이나 옥편으로 낱말 뜻을 알아보았을 겁니다. 책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낱말 뜻
을 잘 몰라서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낱말이 아니거나, 쓰더라도 더 깊은 뜻이 있는지라 문맥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지요. 바로 이 점을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국어사전, 옥편, 철학사전 등을 뒤적여 그 뜻을 써놓는 겁니다. 참, 철학사전은 전자사전에 없지
요.
시중에 청소년이 볼만한 철학사전이 몇 권 있으니, 꼭 준비해놓기 바랍니다. 한번 자세히 찾
아놓으면 뒤에 같은 낱말이 나올 때 편하니 성실하게 작업해야겠지요. 그런데 이것만으로 해결
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뜻으로 그 낱말을 쓰는 일이 있기 때문입
니다. 사전에 없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일반사전에 나오는 뜻 이상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철학사전을 뒤적여보는 것이지만, 이 사전에 나오는 풀이가 더 어려워 당
황한 적도 있을 터입니다.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친절한 지은
이나 옮긴이는 책 앞이나 끝에 용어풀이를 실어놓기도 합니다. 책을 서둘러 읽으려고만 하지 말
고, 이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잘 읽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낱말에 표시하고 뜻풀이를 하면서 읽노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책의 큰 뜻을 자꾸 놓치는 것이 그 하나고, 책 읽는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이러면
더욱이 책 읽기를 포기하기 싶은 마음이 들지요. 나는 그것을 악마의 소리라고 말하고는 합니
다. ‘어려운 책이야, 그만 읽어, 차라리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나을 거야’라고 말하는! 하지만 이
겨내야 합니다.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읽어보는 것입니다. 내
용을 잊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장별로 요약을 해놓으면 좋습니다. 이것이 귀찮으면 핵심
내용이 있는 부분에 표시를 하거나, 밑줄을 그어놓으면 됩니다. 책 읽는 속도는 굳이 높일 필요
없습니다. 속독을 해야 할 이유가 없거든요. 천천히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나가야 합니다.
집을 짓듯 천 천 히 , 인내하며 읽기
책은 영화와 다릅니다. ‘영화는 5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라는 말도 있듯, 영화는 처음 몇 분
동안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현란하고 웅장하고 빠르게 내용을 전개해야 관객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책은 근거를 들어 차분
히 설득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
떤 꼴이 될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대충 알게 되지요. 책도 마찬가지입
니다. 앞에서는 몰랐던 내용일지라도 자꾸 설명해주니까 뒤에 가면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친절하게 툭 던져놓았던 어려운 말을 중간쯤 가서 자세히 풀이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론
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더라도, 결론에 정리한 말을 보고 대
충 짐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기보다 끝까지 읽어놓은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어렵사리 다 읽었다면 보람을 느낄 겁니다. 큰일을 해냈다는 포만감이 드는 거지요. 이런 감정
은 책을 읽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에 또 어려운 책을 만나더라도 똑같은 요령으로 해
내면 되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낱말 뜻풀이했고, 주제문 찾아놓았고, 주장과
근거를 알아놓았으니 이런 것들을 죽 읽어보아야겠지요. 그러다보면 조금씩 책을 더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다시,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입니
다.
처음과는 사뭇 다르겠지요.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깊이 알게 되는 것들이 늘어날 터입니다. 그
래도 다 이해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또 읽으라고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그
책을 풀이하거나 설명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낫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비교하
며 읽는 것이지요. 또 인문학 책은 꽤 논리적인 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니, 읽는 중간마다 목차를 확
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의의 위상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알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외국어 공부할 적에 보면, 기초를 보고나서 기본을 공부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합을 떼
지요. 만약 기본이 어렵다고 기초만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은 뻔합니다. 그래서 찾아보고 외
워보고 비교해보면서 공부했던 거잖아요. 책 읽기도 이에 버금갈 정도로 노력해야 실력이 늡니
다. 어렵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면 기초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영역도 해냈고, 외국어영
역도 해냈는데, 책 읽기만 안 될 리 없습니다. 이제, 두려워 말고 도전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