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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학교도서관 분투기 - 나의 든든한 지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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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3:50 조회 5,5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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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는 도서관이 없었기에 내가 일하게 될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사서선생님이 될 수 있
을지 그저 막연하게 꿈꾸었다. 그 꿈꾸던 곳이 꼭 초등학교는 아니었지만, 맑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은
생각에 초등학교로 오게 되었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아이들만큼이나 학부모님들, 특히 어머님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어머님들과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나 도서관으로 문의 전화를 하실 때 특히
그렇다. 발령 첫해만큼은 아니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상대가 바로 어머님들이시다. 우리 학교
는 개교한 지 6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머님들의 땀과 노력으로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었다. 잘 꾸려진 도서관을
보면서 어머님들이 얼마나 애쓰셨는지 알 수 있었고, 우리 학교도서관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꿈꾸던 곳에서 일하게 됐지만, 나는 학교 실정을 잘 모르는 젊은 사서교사일 뿐이었다. 모든 걸 내가 알아서 해
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서관 명예교사 어머님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님들이 도서
관이나 책에 대한 전문성은 없지만 학교도서관 운영을 몇 년간 해오셨기에, 우리 학교도서관에 대해서는 선배님
이시고 전문가이신 것이다.

어머님들이 학교와 도서관에 대해 나에게 여러 말씀을 해주실 때면 “네네~” 하고 대답하면서
도 어머님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내가 무슨 일을 하면 못마땅해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에 주눅이 들었다. 아이들도 나를 아직 어색해하고, 내가 정식 사서교사인지 모르는 어머님들은
호칭을 잘못 부르기도 하셨다. 나 역시 학교에서 소외된 내 위치 때문에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소
극적으로 변해갔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중·고등학교 도서관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학년 차가 큰 아이들을 모두
상대해야 하고,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많은 학부모님을 맞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나를 만나
지 못했던 어머님들이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으시고 그에 대한 반응이 나
에게 되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도서관 이용에 대한 개념이 남다른(?) 독특한
어머님들 때문에 곤욕스러운 일도 많았다.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명예교사 당번으로 오
시는 어머님들께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어려웠다. 학생들에게는 교사로서 가르치고 설명하
는 입장이지만, 어머님들 앞에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다. 그런 문제에 부딪칠 때 도움
을 주신 분들이 바로 도서관 명예교사 어머님들이셨다. 어머님들께 부탁하기 어려운 말은 직접
나서서 해주시고, 내가 괜한 오해를 받으면 악역을 자처하시고, 어떤 자리를 가든 내가 교육청 안
에 두 명밖에 없는 사서교사임을 알리고 다니셨다. 내가 도서관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
을 내주시면서 학교에 익숙해질 때까지 뒤에서 지원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2008년에 도서관운영프로그램 지원비를 받아 여러 행사와 수업을 진행하면서부터 명예교
사 어머님들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 어머님들께 도움과 협조를 요청하자 준비에 적극 동
참해주셨고, 밤 11시까지 어머님들끼리 모여서 수업 준비까지 해 오시는 걸 보고 너무 감사했
고, 죄송했다. 또 1년여 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최우수상이라는 알찬 열매를 맺고, 숨 쉴 틈
없이 도서관 리모델링이라는 큰 사업까지 추진하게 되었다. 방학 중에도 나오셔서 파스를 붙여
가며 도와주신 어머님들과 한 권 한 권 책을 나르고 정리하며 지금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우리 학교도서관이 재개관한지 1년이 지났다. 이용자 수는 개관할 때보다 더 늘어났고, 나는
초임 때보다 더 바쁘고 정신없는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명예교사 어머님들도 작년보다
더 바빠졌다고 하시면서도 아이들이 도서관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신다.
학교도서관이 얼마나 일이 많은 곳인지, 사서교사가 있다는 것이 학교도서관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어머님들이시다. 그래서 벌써부터 내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가게 될 것을 걱정하시면서 “선생님, 더 계셔야 해요~”라고 못을 박으신다.

학교에서 나만큼 아이들과 어머님들을 많이 알고, 교류가 있는 교사는 드물 것이다. 책을 통
해 얻는 운영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는 힘은 무엇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과 학부모님들과의 친밀감과 신뢰에 있다. 바로 그 힘이 나를 격려하고,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도서관을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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