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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길꽃어린이도서관 책밭매기 독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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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18:45 조회 8,7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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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먼 데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주 가까운 거리, 걸어서 또는 버스로 10분 내외의 내 집 앞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작년 9월 23일 강서구 방화3동에 위치한 길꽃어린이도서관 4층 작은 방. 동네 주민(아줌마)들 십여 명이 좁은 방을 꽉 메웠다. 모두 독서모임에서 책수다를 떨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든 것이다. 길꽃어린이도서관에서 개설한 ‘독서문화이끔이 강의’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미 친분은 두터울 대로 두터워져 있었고, 마침 독서문화이끔이 수업에서 시인 김용택님을 만나는 섬진강 기행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우리의 책수다 첫 번째 주제는 자연스럽게 ‘시인 김용택 읽기’로 정해졌다.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과 옛이야기책, 시집, 그리고 그가 가르친 아이들이 쓴 시까지 자신들이 읽고 싶은 책을 정해 읽고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읽고 이야기를 나눈 뒤 시인을 만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시인은 나를 모르고 있겠지만 나는 시인을 많이 아는 듯한 착각에 빠졌고, 평소에는 유명인의 사인을 쳐다도 보지 않던 나도 그의 사인만은 꼭 받고 싶단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렇게 ‘책밭매기 독서클럽’ 시민책모임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몇 권을 골라봤다. 책 선정 기준은 각자가 읽고 싶은 책들이다. 우리가 선택한 책들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니 책밭매기 사람들의 성향이 보인다. 유독 ‘가족’이라는 주제를 좋아하는 분이 있다. 그분은 『엄마를 부탁해』, 『엄마, 할머니가 이상해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부엌 할머니』를 읽자 했고, 초등학교 중간학년 자녀가 있는 분은 요즘 아이와 함께 읽고 있는 『고구려의 아이』, 『마사코의 질문』, 『삼신 할머니와 아이들』 같은 역사 분야 책들을 제안했다. 간혹은 옛날 생각난다며 유명한 고전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또는 우리 아이들이 겪은 경험들을 쏟아냈다. 성 문제, 가족관계, 어린 시절, 인간관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책을 읽은 것보다 옆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알게 됐다는 것이 더큰 수확인 듯 느껴진다. 아래는 책모임을 하고난 뒤 각자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은 글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끝없이 쏟아지는 곳이 우리독서클럽이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을 쌓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전화 안 하기로 소문난 인간이다. 가족이건 친구건 연락하는 사람마다 전화 좀 먼저 하라며 난리다. 그럴 땐 비장의 카
드를 내민다. “무소식이 희소식을 연발한다.”

그런 내가 먼저 전화 걸어 수다 떠는 사람들, 그들이 책밭매기 독서클럽 사람들이다. 이것은 나에게만 생긴 변화는 아니다. 구성원들 모두에게 생긴 변화이며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변화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일곱 살 딸아이가 도서관에서 책읽기 수업을 듣고 집에 오려는데 비를 만났다. 물론 혼자는 아니고 할머니와 함께였다. 나는 사무실에 나와 있었고 딸아이와 엄마, 두 사람만이 도서관 1층 주차장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안면이 있는 한 아줌마가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고 한다.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생김새만 얘기할 뿐 이름을 모른다.

그 고마운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던 차에 옆에서 딸이 그런다. “문애숙 아줌마가 태워줬어.”라고. 아니, 일곱 살짜리가 동네 아줌마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가만 보니 독서클럽 아줌마 이름들을 다 꿰고 있더라.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길 가다 만나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고 끼니 걱정해 줄 어른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우리들의 마을 공동체는 만들어지고 있었다.

엄마들이 모이면 항상 하는 것이 아이 걱정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버거운 짐을 조금은 덜어줘야겠다는 생각, 또 여럿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또 하나의 공부가 아닐까 싶은 생각들이 모여 아이들과 함께하는 ‘숲속학교’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삶 의 또 다른 공부, “얘들아 자연에서 놀자~”

한 사람의 제안으로 다들 손들고 앞장서 나갔다. 방화동은 근린공원과 작은 산을 끼고 있는 동네라서 아이들과의 놀이는 쉽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첫 회는 우리 구에서 활동 중인 숲 해설가를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두 시간에 걸쳐 공원과 숲을 만났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숲을 만나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음으로 먼저 만나자’라는 생각으로 숲을 마음으로 만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다. 우리는 전문가도 아니니, 숲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행을 하고 길 가다 만나는 것들을 관찰하고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숲을, 나무를, 풀을, 곤충을, 새를, 흙을…… 살아있는 모든 자연을 만나는 첫날의 책은 안도현의 『관계』로 골랐다. 관계 맺기를 시작하자는 의미로 골라본 것인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깊이 생각해 주었을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날 아이들은 길에서 만난 작은 생물들을 쉽게 밟아 죽이지 않았으며 함께 어울려 노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숲속학교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한다.






엄마, 학생이 되다
숲속학교가 회를 거듭될수록 아쉬운 점이 생겼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우리는 대답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길꽃어린이도서관에서 독서문화이끔이 과정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일 년 동안 50여만 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이 지원금을 생태강의 강사님을 불러오는 데 쓰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해서 모두 5회에 걸친 생태수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숲과 하천에 관한 전반적인 이론 교육을 시작으로 곤충, 새, 나무, 풀 모니터링과 자연놀이를 배웠다. 아이들과 숲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 수업을 통해 많이 배웠다.

배운 것을 다시 아이들에게로 이러한 배움은 자연스럽게 도서관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우리 도서관에는 방학마다 한 차례씩 독서교실을 연다. 3일에 걸쳐 매회 두어 시간씩 진행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가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자원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는 장소와 재료 준비와 모집을 맡고, 우리는 3일동안 읽을 책과 체험활동 계획을 짠다. 생태 강의를 들었던 지식을 활용하여 이번 여름 독서교실의 주제는 ‘자연이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로 잡았다. 첫째 날에는 엄마, 아빠가 어렸을 적에 먹었던 옛날식 수박화채를 만들고, 둘째 날에는 숲에 가서 숲 속 친구들을 직접 만나보고, 셋째 날에는 책을 읽고 연극을 만들어서 공연도 하는 재미난 경험이었다. 나도 폭 빠져 같이 즐기느라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독서클럽 사람들은 3일간의 독서교실을 무사히 마치고 여름방학동안 충전을 끝냈다. 찬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가을이면 우리는 다시 모여 ‘간서치’를 꿈꿀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는 숲속학교의 프로그램을 고민할 것이고 또 우리 마을에서 열리는 ‘동화잔치’에서 해야 할 일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동화잔치는 길꽃어린이도서관이 매년 가을에 여는 행사인데,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우리 강서구의 잔치 가운데 하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책밭매기 독서클럽’은 멀리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내 집 앞마당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다. 독서클럽을 통해서 사람들은 한데 묶였고, 그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소중한 인연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마음, 이것이 나도 모르게 독서클럽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도록 잡아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독서클럽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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