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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청소년책 저자 인터뷰 :: 소설가 안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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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6:35 조회 7,0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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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본 사람은 안다. 온전히 평범한 나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라는 걸. 그저 고통이 비껴가는 순간을 바라고 바라면서 포기와 치열함 사이를 오가게 된다는 것을. 세상 곳곳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있기 마련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척추가 손상돼 꼽추가 된 유년이 유독 힘겨워 보인다. 팍팍한 현실을 반전시킨 것은 75센티미터(일반인과 척추장애인의 신장차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던 절실함과 노력이었다.

키 작은 시인 안학수는 아파본 사람의 헤아림으로 세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건넨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마음들도 보듬는다. 작가의 힘겨웠던 삶을 담아낸 자전적 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도 세상을 향한 배려를 잇는다 할 수 있겠다. 거드름도 화려함도 없이 어쩌면 지나치게 솔직하다 싶을 정도로 담박하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수나는 세공을 하며 항상 연금되는 건 자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보잘것없던 존재지만, 이렇듯 녹고 다듬어지다 보면 조금은 빛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로했다.”(308쪽)

시련을 견뎌낸 작가의 시선은 깊이 있는 통찰을 머금고 있다. 과장이나 모방이 아닌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더욱 듬직하다. 훗날 이 책을 읽은 결핍에 허덕이고, 무기력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지 모르겠다. “그때 참 고마웠습니다.”



주로 동시를 써왔는데, 장편소설을 냈다.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연이어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자살사건을 대하며 안타까웠다. 죽음까지 다가갔던 괴로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잡은 내 삶의 이야기가 그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어 단 한 명이라도 생각을 바꾸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다. 둘째는, 동시로는 쏟아낼 수 없는 상처들이 제 내면에 앙금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앙금을 소설로 쏟아냄으로서 맑고 아름다운 동시를 더 많이 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를 쓸 때와는 달리 소설을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그리고 소설가인 아내 서희 작가의 도움을 받았는지?
시가 순간착상으로 골수를 뽑아내는 것이라면 소설은 끈기와 인내로 자신과 싸우는 것이었다. 특히 부족한 체력 때문에 어려운 고비가 많았다. 소설작업에 대한 아내의 직접적인 도움은 없었지만 아내 역시 글을 쓰면서 연세 많은 시부모를 모시고 묵묵히 인내해주어 작업에 몰두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전적 소설로 알고 있다. 직접 겪은 현실을 어느 정도까지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인지?
전체적으로 7할 정도가 겪은 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수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는 대부분 나와 내 가족이 겪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마빡아저씨와 하영주, 민호 어머니 외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는 꾸밈설정이 많다.

소설 속 가족이 모두 실존 인물인 걸로 알고 있다. 현재의 모습이 궁금하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하여.
수나의 가족이 모두 내 가족과 같다. 현제 82세이신 어머니와 87세이신 아버지가 함께 계신다. 숙이나와 수봉의 모델도 내 누님과 아우인데 가까운 지역에서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고 있다. 가족은 서로 맺어져 힘이 되어주는 아주 중요한 관계다. 배가 항해를 하려면 선장, 갑판장, 기관장 등 선원들이 각각 맡은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며 서로 협력해야만 즐겁고도 안전한 항해가 될 것이다. 그것처럼 가정도 그렇다. 가장부터 어린 자녀까지 각각 자기 역할을 하면서 서로 돕고 협력할 때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특히 서로 사랑하는 가족은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해낼 수 있고 가족 모두 행복할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은 행복의 샘이라 생각한다.



소설 속의 장안선 선생님과 지만태라는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실존인물이라면 최근 모습이 궁금하고,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인물들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두 인물 모두 실존인물은 아니고 닮은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다. 장안선 선생님의 이야기는 실제로 내게 잘해준 초등학교 삼학년 때 담임이었던 천안선 선생님을 보태거나 과장했다. 지만태는 실제로 기차철로에서 놀다가 손목을 다친 소년이 있었는데, 그 소년이 바탕이 됐다. 아이스케이크 장사를 했었는데 함께 했던 적은 없다. 내가 따라다녔던 다른 인물들과의 이야기를 묶어서 만들어 냈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소설 속에도 소설가 이문구와의 인연이 짧게 나오는데, 만남과 관계에 대해서 궁금하다.
이 질문에 대해선 대답하고 싶지 않다. 내게 선생님을 그만 팔았으면 좋겠다는 지인의 충고가 있었다. 나 역시 오죽 못났으면 선생님의 명성에 기대어 선생님께 누를 끼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로서의 내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하늘까지 75센티미터』에 나오는 이촌민이란 인물과 선생님의 이야기도 닮은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더 많다.

해 돈을 많이 벌려고 했다. 물론 등단하고서도 고독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문학을 만난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과 같았다. 고독에 익숙해져 고독을 누릴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작가가 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돈 버는 기계로만 살고 있을것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책이나, 지금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선 사람들에게 힘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한다면.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소공녀』와 다니엘 디포의 『로빈손 크루소의 모험』, 비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등이다. 이 고전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어려운 역경 속에서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극복해낸다. 그 굳센 정신력을 배울 수가 있었다. 그 외로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이다. 『지와 사랑』의 경우, 두 주인공인 골드문트와 나르치스의 서로 상반된 삶과 두 사람의 사랑을 읽고 나의 청소년기의 정신적 사고력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일상이 궁금하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 이외의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지?
사색하거나 지인들을 만나 한잔 한다. 시골이라서 영화관이 많지 않고 좋은 영화를 보기 쉽지 않아 TV에 방영되는 고전영화를 보기도 한다.
앞으로도 소설을 쓸 생각인지? 다음 작품집을 비롯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욕심대로라면 쓰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지만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쓸 것이다. 우선은 기왕에 소설을 시작 했으니 단편소설집을 준비해볼 계획이다.

서정원 기자
안학수 1954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사고로 척추에 장애를 입고 하반신이 마비되어 몇 년간 방 안에서만 지내다가, 어머니와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과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이후 금세공 일을 배워 세공사가 되지만, 문학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아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박하사탕 한 봉지』(계몽사), 『낙지네 개흙 잔치』(창비), 『부슬비 내리던 장날』(문학동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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