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저자 어린이책 저자 인터뷰 :: 진우 비들(『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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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6:26 조회 10,794회 댓글 0건본문
안녕! 나는 『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책과콩나무) 주인공의 아들 준이야. 나는 반쯤 지어진 괴상한 집에서 강아지랑 고양이랑 아빠와 함께 살아. 이웃들은 우리 아빠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빠의 가장 이상한 점은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 아빤 화를내는 대신 언제나 망치를 들고 뚝딱뚝딱 집을 지어. 돈이 생길 때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빠는 조금씩 집을 짓지. 언젠가 아빠에게 왜 화를 내지 않느냐고 물었어. “사람들이 아빠 보고 이상하다고 수군거리지? 나도 잘 알고 있단다.
그 사람들 말도 맞아. 하지만 그 사람들과 아빤 서로 다른 것뿐이야.”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래. 우리 아빠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넓은 마음, 열린 마음을 가졌어. 또 화가 날 것 같으면 뚝딱 망치질로 기분을 푸는 멋진 사람이야. 하루는 아빠가 내게 물으셨어. “준아, 넌 화가 날 때 뭘 하니? 생각해 보렴. 네가 무엇을 할 때 진짜로 즐거운지.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좋아지게 만드는 그런 거 말이야.” 나는 궁리궁리 끝에 그걸 찾아냈어. 그게 뭐냐고?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나와. 지은이 인터뷰 속에도 숨어 있고. 암튼 나는 별난 아빠, 멋진 아빠 덕분에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사람이 됐어.^^
‘맷 벤더 Matt Bender’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사람이다. 이 책이 첫 작품인데, 앞으로의 창작 계획과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에서 세계문학을 전공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지금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 첫 그림책을 내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평소에 나는 소설과 논픽션을 주로 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글쓰기도 기꺼이 해보고자 했고 때때로 실험도 해보았는데, 그 경험을 통해서 시나리오나 시, 어린이책을 성공적으로 써온 작가들에 대해 큰 존경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형태의 글을 쓸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이 문학의 경우, 자기정체성이나 성장과 같은 복잡한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제들을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상황과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야 한다. 이러한 점이 아마도 내가 어린이책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일 것이다. 솔직히 내가 그림책 쓰는 걸 어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은 대부분 자기 책의 그림을 직접 그렸다. 나는 너무 게으르거나 다른 일들로 바빠서 그림책을 완성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어서 기쁘다. 김지안의 그림과 김수경의 번역이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이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고 서로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은 그림책이다.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혼율에 따라, 편부모 가정과 한 아이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아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집도 전통적인 가정(아빠, 엄마, 형제자매, 애완동물 등이 모두 있는 가정)에서처럼 서로 상호작용하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모와 아이가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주제는 이런 것일 거다. “삶에 존재하는 좌절과 스트레스속에서 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은 엄마의 부재다. 아빠의 이상한 행동과 계속되는 집짓기, 그리고 준의 그림에 대한 갈망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어쩔 수 없었던 삶의 측면들을 극복해보려는 결과물이다. 아빠는 술을 마셔서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준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는 대신에 그들은 창조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술을 절대 마시지 않거나 준에게 외로운 시간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긍정적인 치유의 대안을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는데, 지은이의 아버지도 ‘별난 아빠’인가. 이 작품의 모델(모티프)인가.
그렇다. 이 이야기 중에서 아빠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거나 이상한 음식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바로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온 것이다(내 아버지의 주 메뉴 중 하나는 참치와 치즈를 넣은 스파게티다). 또한 아버지는 건축업자였고, 우리가 살던 집을 직접 지었다.
내 여동생과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밤마다 우리를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주셨다. 아버지는 등장인물마다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읽어주셨다. 좀 자란 뒤, 나는 우리 집 개와 나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나 어린애들이 쓸 법한 우스운 이야기들을 쓰곤 했다. 그리고 내 여동생은 거기다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 아버지는 우리가 만든 그림책을 책장에 있는 유명작가들의 책 옆에 나란히 꽂아 놓았다.
지금 내 여동생은 화가이고, 나는 작가가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끼쳤음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를 기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우문 하나. 준이네 집은 왜 그렇게 괴상하게 생겼는가.
좋은 질문이다. 이 책에서 집은 거의 하나의 살아 있는 등장인물이다. 아빠는 날마다 그날그날의 느낌에 따라 집을 이 구석 저 구석 다르게 지었다. 그러니까 그 집은 단순히 각각의 건축 스타일의 요상한 혼합인 게 아니라, 아빠가 홀로 아이를 키우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모습의 상징이다. 아빠는 여러 가지 감정을 겪으며 살아가고, 그래서 집도 여러 가지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구상했을 때 나는, 12명의 화가들에게 이 이야기를 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집을 그려보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림책의 각 부분, 집의 각 부분이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다행히도 재능 있는 화가 김지안이 콜라주와 여러 매체를 이용해서 나의 이러한 아이디어를 잘 살려 훌륭히 작업해주었다.
— 김지안 그린이
“작은 작업실에서 작은 원숭이 한 마리와 함께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작가 소개 글이 재밌다. 작품 활동을 중심으로 자기소개를 해달라.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나의 놀이였다. 하얀 종이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1회 CJ그림책 축제에서 ‘일러스트레이터 50인’에 선정된 것을 기점으로 광고와 책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기저기에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가장 행복한 작업은 그림책 작업이다. 『페르코의 마법물감』과 『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는 가장 최근 작업으로, 내게 있어서 첫 단행본이라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글을 그림으로 기막히게 풀어낸 이런 그림책을 볼 적마다 놀라곤 한다. 이번 작업은 어땠나. 별난 아빠의 모습과 이상한 집의 모양새 등 그림의 영감이 쉽사리 떠올랐나.
사실 원고를 보자마자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렴풋한 느낌이었지만 곧 작업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자세한 것들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모눈종이를 배경으로 사용하고, 아빠의 한 달 월급 용처用處를 보드 게임 식으로 꾸민 것 등이 참 흥미롭다. 또 실사實寫 콜라주 기법을 썼는데, 이 책의 그림 작업에서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기법 면에서는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작업 방식을 택해서 진행했다. 그전까지는 사진 콜라주를 그다지 즐기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아무런 고민 없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주안점을 둔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그림책을 볼 때 글을 읽듯이 그림도 좀 더 천천히 보면서 여기저기 작은 재미 요소를 찾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업하면서 나름대로 ‘그림 안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시도를 했다. ^^
— 김수경 옮긴이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쓴 어린이책 작가다. 대표 작품과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뒤 잡지와 방송에 글을 쓰다가, 지금은 어린이책과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해 산골에서 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청소년소설 『망고 공주와 기사 올리버』와 『로봇, 반란을 막아라』, 『우리 할아버지는 괴짜 요리사』 등 다양한 어린이책이 있다.
지은이 ‘진우 비들’과의 인연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됐다는데, 언제 어떤 인연이…?
작년에 서울을 떠나 몇 달 동안 천안에서 지냈다. 지리산 자락에 집을 짓는 동안 잠시 뜨내기 생활을 한 것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천안에서 친구라도 사귀어볼까 하고 영어학원에 다녔다. 진우 비들은 내 영어 선생님이었다. 내가 어린이책 작가라는 걸 알고, 진우 비들이 나더러 자기의 그림책 원고를 봐달라고 했다. 읽어보니 좋은 이야기여서 뜻하지 않게 내가 번역을 하고 에이전트 역할까지 하게 됐다.
짧은 분량이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다. 처음 글을 받아 봤을 때 첫 느낌은 어땠는지.
먼저, 글을 읽으면서 그림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은 그림책 원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주제도 마음에 들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이야기, 괴상하고 별나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별로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를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었다. 더욱이 그때 내가 집을 짓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가 더 흥미로웠다.
그 사람들 말도 맞아. 하지만 그 사람들과 아빤 서로 다른 것뿐이야.”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래. 우리 아빠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넓은 마음, 열린 마음을 가졌어. 또 화가 날 것 같으면 뚝딱 망치질로 기분을 푸는 멋진 사람이야. 하루는 아빠가 내게 물으셨어. “준아, 넌 화가 날 때 뭘 하니? 생각해 보렴. 네가 무엇을 할 때 진짜로 즐거운지.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좋아지게 만드는 그런 거 말이야.” 나는 궁리궁리 끝에 그걸 찾아냈어. 그게 뭐냐고? 이 책 마지막 부분에 나와. 지은이 인터뷰 속에도 숨어 있고. 암튼 나는 별난 아빠, 멋진 아빠 덕분에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사람이 됐어.^^
‘맷 벤더 Matt Bender’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사람이다. 이 책이 첫 작품인데, 앞으로의 창작 계획과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에서 세계문학을 전공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지금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 첫 그림책을 내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평소에 나는 소설과 논픽션을 주로 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글쓰기도 기꺼이 해보고자 했고 때때로 실험도 해보았는데, 그 경험을 통해서 시나리오나 시, 어린이책을 성공적으로 써온 작가들에 대해 큰 존경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형태의 글을 쓸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이 문학의 경우, 자기정체성이나 성장과 같은 복잡한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제들을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상황과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야 한다. 이러한 점이 아마도 내가 어린이책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일 것이다. 솔직히 내가 그림책 쓰는 걸 어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들은 대부분 자기 책의 그림을 직접 그렸다. 나는 너무 게으르거나 다른 일들로 바빠서 그림책을 완성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어서 기쁘다. 김지안의 그림과 김수경의 번역이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이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고 서로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은 그림책이다.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혼율에 따라, 편부모 가정과 한 아이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아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집도 전통적인 가정(아빠, 엄마, 형제자매, 애완동물 등이 모두 있는 가정)에서처럼 서로 상호작용하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모와 아이가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주제는 이런 것일 거다. “삶에 존재하는 좌절과 스트레스속에서 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은 엄마의 부재다. 아빠의 이상한 행동과 계속되는 집짓기, 그리고 준의 그림에 대한 갈망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어쩔 수 없었던 삶의 측면들을 극복해보려는 결과물이다. 아빠는 술을 마셔서 스트레스를 날리려고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준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는 대신에 그들은 창조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술을 절대 마시지 않거나 준에게 외로운 시간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긍정적인 치유의 대안을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는데, 지은이의 아버지도 ‘별난 아빠’인가. 이 작품의 모델(모티프)인가.
그렇다. 이 이야기 중에서 아빠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거나 이상한 음식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바로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온 것이다(내 아버지의 주 메뉴 중 하나는 참치와 치즈를 넣은 스파게티다). 또한 아버지는 건축업자였고, 우리가 살던 집을 직접 지었다.
내 여동생과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밤마다 우리를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주셨다. 아버지는 등장인물마다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읽어주셨다. 좀 자란 뒤, 나는 우리 집 개와 나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나 어린애들이 쓸 법한 우스운 이야기들을 쓰곤 했다. 그리고 내 여동생은 거기다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 아버지는 우리가 만든 그림책을 책장에 있는 유명작가들의 책 옆에 나란히 꽂아 놓았다.
지금 내 여동생은 화가이고, 나는 작가가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끼쳤음이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를 기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우문 하나. 준이네 집은 왜 그렇게 괴상하게 생겼는가.
좋은 질문이다. 이 책에서 집은 거의 하나의 살아 있는 등장인물이다. 아빠는 날마다 그날그날의 느낌에 따라 집을 이 구석 저 구석 다르게 지었다. 그러니까 그 집은 단순히 각각의 건축 스타일의 요상한 혼합인 게 아니라, 아빠가 홀로 아이를 키우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모습의 상징이다. 아빠는 여러 가지 감정을 겪으며 살아가고, 그래서 집도 여러 가지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구상했을 때 나는, 12명의 화가들에게 이 이야기를 주고 각자가 생각하는 집을 그려보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림책의 각 부분, 집의 각 부분이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다행히도 재능 있는 화가 김지안이 콜라주와 여러 매체를 이용해서 나의 이러한 아이디어를 잘 살려 훌륭히 작업해주었다.
— 김지안 그린이
“작은 작업실에서 작은 원숭이 한 마리와 함께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작가 소개 글이 재밌다. 작품 활동을 중심으로 자기소개를 해달라.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나의 놀이였다. 하얀 종이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1회 CJ그림책 축제에서 ‘일러스트레이터 50인’에 선정된 것을 기점으로 광고와 책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등 여기저기에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가장 행복한 작업은 그림책 작업이다. 『페르코의 마법물감』과 『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는 가장 최근 작업으로, 내게 있어서 첫 단행본이라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글을 그림으로 기막히게 풀어낸 이런 그림책을 볼 적마다 놀라곤 한다. 이번 작업은 어땠나. 별난 아빠의 모습과 이상한 집의 모양새 등 그림의 영감이 쉽사리 떠올랐나.
사실 원고를 보자마자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렴풋한 느낌이었지만 곧 작업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자세한 것들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모눈종이를 배경으로 사용하고, 아빠의 한 달 월급 용처用處를 보드 게임 식으로 꾸민 것 등이 참 흥미롭다. 또 실사實寫 콜라주 기법을 썼는데, 이 책의 그림 작업에서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기법 면에서는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작업 방식을 택해서 진행했다. 그전까지는 사진 콜라주를 그다지 즐기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아무런 고민 없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주안점을 둔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그림책을 볼 때 글을 읽듯이 그림도 좀 더 천천히 보면서 여기저기 작은 재미 요소를 찾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업하면서 나름대로 ‘그림 안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시도를 했다. ^^
— 김수경 옮긴이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쓴 어린이책 작가다. 대표 작품과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뒤 잡지와 방송에 글을 쓰다가, 지금은 어린이책과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해 산골에서 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청소년소설 『망고 공주와 기사 올리버』와 『로봇, 반란을 막아라』, 『우리 할아버지는 괴짜 요리사』 등 다양한 어린이책이 있다.
지은이 ‘진우 비들’과의 인연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됐다는데, 언제 어떤 인연이…?
작년에 서울을 떠나 몇 달 동안 천안에서 지냈다. 지리산 자락에 집을 짓는 동안 잠시 뜨내기 생활을 한 것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천안에서 친구라도 사귀어볼까 하고 영어학원에 다녔다. 진우 비들은 내 영어 선생님이었다. 내가 어린이책 작가라는 걸 알고, 진우 비들이 나더러 자기의 그림책 원고를 봐달라고 했다. 읽어보니 좋은 이야기여서 뜻하지 않게 내가 번역을 하고 에이전트 역할까지 하게 됐다.
짧은 분량이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다. 처음 글을 받아 봤을 때 첫 느낌은 어땠는지.
먼저, 글을 읽으면서 그림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은 그림책 원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주제도 마음에 들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이야기, 괴상하고 별나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별로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를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었다. 더욱이 그때 내가 집을 짓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난 아빠의 이상한 집짓기’가 더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