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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사 북새통? 북세통! - 책과 함께 여고 시절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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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4 22:17 조회 7,25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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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꽃 장식과 예
쁜 양초가 탁자 위에 놓이고, 직접 만들어 낸 향긋한 커피에 어울리는 먹을거리
들이 가방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예쁜 크리스마스 케이크, 손수 만든 하
트 모양 약밥, 김장을 하셨다고 싸온 보쌈고기와 김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고구마. 성찬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준비물은 낭독회 분위기를 위한 양초 한
자루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글귀, 그리고 음식 조금이었지만 새벽부터 일
어나서 준비한 꽃 장식과, 함께 나눠먹을 이들을 생각하며 싸온 먹을거리는 서
로의 맘을 열기에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오늘은 ‘북세통’ 1, 2기 통합모임이자 작은 낭독회가 있는 날이다. ‘북세통’
은 숭문고등학교 어머니들의 자율 독서모임이다. ‘북Book으로 세상과 통하
다!’라는 의미에 덧붙여, 1기로 활동하셨던 어머니께서 ‘책과 함께 북적이는
수다모임’이라는 뜻을 넣어 이름을 지어주셨다. 1, 2기가 따로 활동을 하기에
연말을 맞아 다 함께 모여 얼굴을 익히고 활동 후기도 나누며, 좋은 글을 낭독
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우리의 한 해 모임은 마무리되었다.

2009년 5월 체육대회 날. 교장선생님과 학부모님들께서 작은 독서모임을 하나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아이들 독서지도와 가정 독서를 연계하면 좋
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은 했지만, 학부모님들을 대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학부모 대상 독서모임을 진행해 본 경험이 없던 터라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사
서교사 연수 때 사례 발표를 해주셨던 중앙여고 서경은 선생님이 생각나서 도움
을 청했더니 자료를 주시면서 격려도 해주셨다. 그리고 그해 여름이 오는 길목
에서, 1학년 학부모님들을 중심으로 독서모임 ‘북세통’을 시작했다.

책을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책 읽는 일이 부담
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첫 모임 때 책을 다 읽지 못
해도 모임엔 꼭 참석하시라고 당부 드렸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안에서 진행
되는 모임이라 불편한 점도 있을 듯해 최대한 편안한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나는 이 모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일부러 피했다. 도서 선정, 모임
공지, 장소 선정 등의 행사 진행에만 도움을 드렸을 뿐, 학부모님들 스스로 책을
읽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교
사인 내가 자리에 함께 하면 부담이 되리라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모임을 몇
번 하다 보니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아닌,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
로 발전했고 어머니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설렘으로 다가왔다.

책으로 여는 마음1기들의 열성적인 활동 덕분에 올해 신입생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북세통 2기
를 모집했다. 독서모임은 많은 인원이 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학년
별로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첫 모임에는 1기 선배들이 와서 여러 가지 경험과 에
피소드를 들려주었으며, 모임을 통해 변화한 자신의 모습들을 솔직하게 말해주
셨다. 책으로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북세통은 월1회, 매월 첫째 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모인다. 도서는 연간 분류
별로 주제를 정해놓고 여러 권의 책을 추천한 뒤 함께 읽고 싶은 것으로 고른다.
읽고 싶은 베스트셀러 및 신간도서, 사서교사의 추천도서가 중간 중간 끼어들기
도 하지만, 도서 선정은 학부모님들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책
으로 함께 고른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로 출발한 모임은 어느 새 1년 반이란 세월을
함께 보내면서 함께 한 책 목록도 차곡차곡 쌓였다. 함께 읽은 많은 책을 통해 삶
의 교훈을 얻은 것도 수확이지만, 더 큰 결실은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삶
을 나누게 된 것이 아닐까.





방학에도 모임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작년 여름방학에는 퀼트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께서 도움을 주셔서 도서관을 다닐 때 들 수 있는 가방을 직접 바느질해
서 만들었고, 올해 여름방학에는 읽고 싶은 책을 각자 읽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의 이현군 저자를 초청하여 서울에 대한
역사, 문화, 지리를 알아보고, 변모하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 하는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문태준 시인과의 만남에서는 시에 대한 저자의 생각
을 듣고 시 한 편 한 편을 돌아가면서 낭송하고 음미해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
졌다. 책에 사인도 받고 함께 기념 촬영도 하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마치 여고시
절의 소녀들이 떠올랐다.

하늘이 유난히 예뻤던 이번 가을에는 이충렬 저자의 『간송 전형필』을 읽고
일 년에 단 두 번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간송미술관에 다녀왔다. 간송이 살았
던 시대 속에서 그의 꿈과 삶을 가슴으로 느끼고 온 시간이었다. 함께 가지 못
해 많이 아쉬웠는데, 어머니들께서 가슴 가득 간송을 담아 오시겠다는 문자를
보내주셔서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열띤 토론을 벌여도 좋겠지만,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독서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갖게 하고 동기를 북돋아 주는 것 또한 독서모
임에 오는 발걸음을 더욱 경쾌하게 하지 않을까.



『0.1 그램의 희망』,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는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인데 독서골
든벨 선정도서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학부모님들께 추천해드
렸다. 『0.1그램의 희망』은 장애 극복과정 사례와 선진국의 과학적인 재활 프로그
램, IT 기술이 장애 극복과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 공감했고, 순수학문이 아
닌 결과물을 예측하고 선택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해보았다
고 한다. 일곱 가지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를 읽고서는
아들과 사랑에 대한 깊은 대화도 나누었다고 한다.

늘 남편의 서재라고 생각했던 곳에 북세통 모임의 책이 매달 한 권씩 채워지
면서 어느새 아이들이 “엄마의 서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주신 어머니,
“우리 엄마는 원래 책 같은 거 안 읽었는데 요즘 좀 달라지셨어요.”라는 아들의
말에 어깨 으쓱하며 책읽기에 더 열심이신 어머니, 책을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모임에 오면 그래도 독서하는 습관이 붙지 않을까 하여 자신의 변화를 기대하며
참가하셨다는 어머니……. 이런 어머니들의 말씀에 나 또한 뿌듯해진다. 한 달
에 책 한 권이지만 늘 무언가를 읽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
면서, 내가 학부모 독서모임을 통해 성급히 연계시키려 했던 학교-가정독서보
다 어머니들이 평생 독서의 길을 먼저, 그리고 더욱 깊게 배울 수 있으리라고 기
대해본다.

나도 두 아이의 학부모다. 큰아이 학교에 상담하러 갔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어머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머니가 행복해진다는 건 어쩌면 아
내, 엄마라는 이름이 아닌 어머니 자신의 이름 석 자에서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
하는 게 아닐까. 북세통은 아이들의 성적이나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부담을 덜
고 어머니 자신의 이름으로만 참여하면 된다. 북세통으로 행복해지는 어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벌써부터 3기 모임이 기다려진다. 북세통에 참여한
어머니들 한 분 한 분이 참 감사하다. 특히 아이가 졸업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
임을 갖고 싶다는 1기 대표 이화영 어머니, 늘 아름다운 말의 향기로 우리를 취하
게 만드는 2기 대표 노미숙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나는 북세통 어머니들을 사랑한다. 책과 함께 더 행복해지는 세상, 우리의 어
머니들이 그 안에 있다.




다시 찾은 순수한 열정, 아름다운 그녀들
이화영 어머니. 2학년(1기) 모임 대표
며칠 전 북세통 어머니들의 송년 낭송 모임이 있었다. 식구같이 익숙한 원년 1기와 2기가 함께한 송년 모임은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함께할수록 배가 되는 게 기쁨이라더니 정말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해가 거듭할수록
북세통 기수는 차곡차곡 더해지고, 기쁨도 더해지리라.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작년에 북세통 모임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기대도 있었지만 막연함도 있었다. 아이들을 매개로 만나 독서모임을 만들었지만, 처음엔 책, 독서, 토론의
중압감에 저어했던 맘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모임이 거듭될수록 우리들만의 특이한 모임이 되었다.
문학은 물론, 넘치는 감성으로 비문학도 읽어내며 도통 모를 소리에 손톱 깨물던, 단발머리 여학생 때의 향수로
북세통 모임이 기다려진다는 회원 어머니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이면, 선정한 그달의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모인다. 이 모임엔 침 튀기는 날선 토론도
심오한 분석도 없다. 오직 그녀들만의 순수한 감성으로 자신의 느낀 점을 말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는다.
그 속엔 삶에서 체득한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녹아 있어 마음속에 울림을 남긴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음도
알기에 배려하는 마음 또한 큰 그녀들의 보석 같은 모임이 바로 북세통이다.
책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녹여 내는 지혜로, 점점 깊어지는 눈빛과 고운 웃음을 띠는 북세통 어머니들.
늘 곁에 두는 좋은 책처럼, 늘 함께하길 바란다.

• 북세통 모임을 되돌아보며
노미숙 어머니. 1학년(2기) 모임 대표
3월 입학식 후에 학교 시설 중 가장 먼저 찾아가 본 곳이 학교도서관이었습니다. 어떤 책들이 서가에 줄지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우리 아들은 이곳에서 어떤 책들을 읽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꿈을
키우게 될까?’를 생각하며 잘 정돈된 도서관을 둘러보았습니다.

12월 숭문고등학교 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인 북세통을 마치고 와서 일기를 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
길을 함께 걸으며, 그 진실한 마음들을 만난 행복한 날!’이라고…….

학교도서관은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나 저에게나 책읽기의 즐거움을 회복시켜 준 쉼과 재충전의 장소입니다.
문학과 비문학 장르를 오가며 한 달에 한 권씩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 주옥같은
책들을 골라 읽으며, 각자가 사랑하는 시를 잔잔히 낭송하며, 우리는 삶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교정을 걸으며 학교도서관으로 가는 길…….
이제 숭문고등학교 북세통 엄마들은 아들딸의 학교가 아닌, 우리 학교라고 말하며 학교도서관에 옵니다.
벌써 내년에 나눌 책과 그 책을 마음에 담고 올 만남을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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