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학교도서관의 창의적 도약을 지지하다 - 김선굉 구미 인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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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7 20:15 조회 9,914회 댓글 0건본문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한 모색
김주상 안녕하세요.
김선굉 예, 반갑습니다.
김주상 바쁘실 텐데 제가 찾아와서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구미 인동고등학교가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지정한 자율학교인데요, 본교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굉 인동고는 신도시에 새로 들어선 학교로 10년 전에 개교했어요. 구미 인구가 13만 명 정도 되는데 이 지역에서는 고등학교가 저희 학교뿐이에요. 비평준화 학교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오는 학교였는데 작년부터 자율형 공립학교가 되었어요. 이 지역에 저희 학교를 중심으로 있는 네 개의 중학교 학생들이 저희 학교에 지원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인동고는 자율형 공립고 2년차, 선진형 교과교실제 1년차가 되었어요. 교육과정도 1학년부터 인문, 자연 집중과정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어요.
김주상 학교에 들어오다 보니까 뒤에 있는 동산에 생활관을 짓고 있던데요, 도시 학교가 아니면 여러 건물을 짓는 것이 어려울 듯합니다. 이런 인프라 구축은 환경 개선을 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학생 유치에도 도움을 많은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선굉 그렇죠, 제 생각은 도서관도 크게 지어서 지역 사회 주민과도 유대 관계를 강화했으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생각대로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김주상 그래도, 구미시청이라든지 지자체에서 도서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인근에 있는 구미시립도서관에 몇 번 가봤는데요, 시설이나 내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많은 콘텐츠가 보급되어 있어서 시각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학교에 도서관을 지었으면 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학교도서관의 지역 사회 개방이라는 문제와 주 5일제 수업 전면 실시로 인한 도서관의 지속적인 개방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선굉 제가, 시골에 있는 단밀중학교에서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만들어서 운영해 봤어요.
김주상 단밀중학교는 소규모 학교인가요?
김선굉 예, 그런데 그 학교에서 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운영을 해 보니까, 주민들이 안 와요. 한 주를 정해서 영화도 상영하고 책도 빌려주고 하는데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도서관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 마을 주민들이 학교도서관에 와서 문화 활동 등을 하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또, 주 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하니까 토요 방과후학교의 열린 공간으로 도서관을 열 생각이에요. 원칙적으로 개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서관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그런데 도서관을 언제 열고 얼마나 여는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해요.
김주상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이라는 시책이 있는데요, 사실 이 정책은 미국에서 빈민가에 우선 많은 지원을 해서 소외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나 인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책의 중점 사업이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이 교수학습의 도움센터인 것이지요. 그래서 도서관에 책을 공급하는 센터가 따로 있고 도서관은 그 자체로 여러 기능을 하는 곳인 것이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처럼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분리되어 있고, 학교도서관은 학교에 부속되어 있잖아요. 또, 하나의 교실로 되어 있고요. 그래서 지역 사회에 개방해도 지금까지 크게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선굉 도서관에 크게 중점을 두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김주상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는 교육복지 투자가 도서관하고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교사 시절에 학생들을 위한 남다른 교수학습 방법이나 학생 지도 방법이 있었나요?
김선굉 분필 놓은 지 오래되었는데요, 한 반에 인원이 많았지만 되도록 일대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국어를 가르치다보니 인문학적인 가치나 감성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했어요. 제가 있었던 학교는 전문계 고등학교이어서 입시에서 많이 자유로웠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폭넓은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학교도서관에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야
김주상 학교도서관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보겠습니다. 2001년 가을쯤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사서교사 22명 채용 공고를 냈는데요. 그때는 전국 도서관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도 많이 놀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도교육청 장학사로 계셨었는데요, 그때 사서교사 채용을 위해 노력하신 이유나 다른 숨겨진 이야기 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선굉 2001년도에 제게 온 업무가 독서교육이었는데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의 순서가 있는 업무 파일을 받는 것이었어요. 그 당시에 경북에 정식 사서교사가 1명이었어요. 저는 목표를 69명으로 잡았어요. 23개 시교육청에서 한 명 이상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마다 23명씩 뽑아서 69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런 다음 시군 규모에 따라 다시 인력 재배치를 하면 학교도서관 운영의 기폭제가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22명의 사서교사 채용 공고를 낼 때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일관된 신념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했어요. 아마 그 때의 일이 학교도서관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 된 듯해요. 그때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조정했는데 아마 초창기 사서교사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의 인프라 구축 면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죠. 아마 그때 학교도서관의 모형이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김주상 지금이 2012년이니까 대략 10년 정도 지났습니다. 학교도서관의 변화를 실감하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학교도서관 현장 사업이나 정책 등의 문제도요.
김선굉 초·중·고등학교에서 도서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46명을 채용하고 나서 학교 현장으로 나왔는데, 그 이후 사서교사가 채용된 적이 없어요. 전부 비정규직인 것이죠. 크게는 교과부, 중간 단계는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교육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봐요. 당시에 제가 갖춘 학교도서관의 틀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필요한 도서를 찾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해요. 교사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아직 문제가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문헌정보학과 교수들에게 불만이 들기도 해요.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헌신해서 문제를 개선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비전공자인 제가 그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주상 지난해 통계를 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사서교사가 배치된 곳이 724곳으로 배치율이 6.5%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350명 정도가 있고, 나머지 시도에 보통 20~30명 정도 있습니다. 경북은 54곳이고요.
김선굉 그럼 경북이 답보 상태네요.
김주상 그런 셈이죠. 선생님께서는 2003년에 미국 학교도서관을 견학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김선굉 선진국의 도서관을 둘러보고,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의 인력 문제 때문에요. 선진국에서는 학교도서관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 기능의 반은 학생들의 지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거예요. 특히 365일 문을 여는 도서관도 있어요. 연중무휴로 도서관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지요. 인력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요. 정규사서가 모두 배치되어 있고 보조사서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초등학교는 가는 곳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코너가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실현 가능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는 교과 담당 교사가 도서관 업무를 맡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업무 과중일 뿐만 아니라 도서관 운영이 거의 잘 안 된다고 봐야죠. 선진국에서는 국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우리의 현실은 정말 안타까워요.
김주상 미국 학교도서관을 보면 도서관이 미디어센터 같은 개념으로 학교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가요?
김선굉 우리나라는 아주 미흡하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의 인력 문제예요. 전문 인력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인력 배치가 잘 안 되어 있잖아요.
창의적이고 감동을 주는 학교도서관 정책 필요
김주상 독서교육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여쭙고 싶어요. 분명히 10년 전까지만 해도 경북의 독서교육 정책은 타 시도 교육청의 모범이 되었는데요, 그 이후에 현재까지 경상북도교육청의 독서교육 정책은 거의 변화된 것이 없거나 후퇴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의 경우는 독서교육과 도서관 관련 정책이 상호 유기적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담당 장학사가 거의 7년 동안 바뀌지 않고 독서교육을 담당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북도교육청에도 제가 이런 유기적인 정책을 요구했는데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습니다. 도서관과 독서교육 관련 정책이 평가 위주로 간다면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정책이 좀 효율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매우 유기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업무 배치 등이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선굉 대구광역시교육청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정책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서 시너지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북은 성과주의로 가다보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오히려 독서교육은 정책이 없는 것이 나을 듯싶어요. 이것이 최고의 정책이라고 봐요. 성과가 계량화되고 이것을 근거로 평가로 이어진다면 업무 담당자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프로그램은 단위 학교에서 만드는 것이 맞는 것 같고, 큰 틀만 도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인적 자원은 사서교사 배치이고, 하드웨어적으로는 도서관 리모델링,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양질의 도서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되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가나 교과부 차원에서 예산 배정을 합리적으로 한다면 도서관 운영이 효율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책 수립 단계에서 교육관이나 철학관이 작용해야지 여론이나 성과주의에 얽매인다면 의미가 없어요. 담당 장학사나 사서교사 혹은 어떤 면에서는 학생 대표들까지 모여 집단 협의를 진행한다면 훌륭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봐요. 큰 틀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서 단위 학교에서 이것을 지역의 특징이나 해당 학교의 실정에 맞게 실행한다면 프로그램이 매우 다채로워질 것이고 굉장히 유의미할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프로그램들이 질적으로도 좋아질 거예요.
김주상 경상북도교육청의 도서관 정책은 예전 수준을 답습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후퇴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정책적인 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선굉 교육행정 시스템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지금은 창의, 혁신 쪽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이는데 진정성이 안 느껴져요. 어떤 교육정책이 현장에 내려오면 감동을 주는 정책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도서관 정책만이라도 새로운 만족이나 감동을 줄 수 있고, 현장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상한 것은 문헌정보 학자나 사서교사 또는 관련자들이 뭔가 구심점을 찾고 정책 제안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루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학교도서관 정책에 대해 정치적인 새로운 공약도 필요하다고 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관련자들이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에도 도서관 정책을 반영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에요. 제가 어떤 국회의원에게 학교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읽어보지도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도서관에 대한 철학도 없는 거예요. 앞에서는 동의하는 것처럼 하는데 뒤에서는 대답도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해요.
김주상 학교도서관 인력을 살펴보면 정규 사서교사보다는 비정규직 사서가 더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규 사서교사가 전부 배치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비정규직 사서라도 교육청에서 예산 지원을 해서 지속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어떤 해는 지원을 했다가 또 어떤 해는 지원을 안 해서 학교의 독서교육도 들쭉날쭉하고, 일을 분담해서 체계적으로 하다가도 갑자기 업무가 폭주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현장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서교사 지원 정책만이라도 일관되게 지속했으면 합니다.
김선굉 도서관 인력 중에는 전공자가 아닌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부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사서교사 지원 정책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주상 예, 지금까지 학교도서관 그리고 그 정책에 관련된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도서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굉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주상 칠곡 약목중 사서교사
사진·정리 서정원 기자
김주상 안녕하세요.
김선굉 예, 반갑습니다.
김주상 바쁘실 텐데 제가 찾아와서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구미 인동고등학교가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지정한 자율학교인데요, 본교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굉 인동고는 신도시에 새로 들어선 학교로 10년 전에 개교했어요. 구미 인구가 13만 명 정도 되는데 이 지역에서는 고등학교가 저희 학교뿐이에요. 비평준화 학교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오는 학교였는데 작년부터 자율형 공립학교가 되었어요. 이 지역에 저희 학교를 중심으로 있는 네 개의 중학교 학생들이 저희 학교에 지원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인동고는 자율형 공립고 2년차, 선진형 교과교실제 1년차가 되었어요. 교육과정도 1학년부터 인문, 자연 집중과정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학교라고 할 수 있어요.
김주상 학교에 들어오다 보니까 뒤에 있는 동산에 생활관을 짓고 있던데요, 도시 학교가 아니면 여러 건물을 짓는 것이 어려울 듯합니다. 이런 인프라 구축은 환경 개선을 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학생 유치에도 도움을 많은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선굉 그렇죠, 제 생각은 도서관도 크게 지어서 지역 사회 주민과도 유대 관계를 강화했으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생각대로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김주상 그래도, 구미시청이라든지 지자체에서 도서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인근에 있는 구미시립도서관에 몇 번 가봤는데요, 시설이나 내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많은 콘텐츠가 보급되어 있어서 시각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학교에 도서관을 지었으면 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학교도서관의 지역 사회 개방이라는 문제와 주 5일제 수업 전면 실시로 인한 도서관의 지속적인 개방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선굉 제가, 시골에 있는 단밀중학교에서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만들어서 운영해 봤어요.
김주상 단밀중학교는 소규모 학교인가요?
김선굉 예, 그런데 그 학교에서 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운영을 해 보니까, 주민들이 안 와요. 한 주를 정해서 영화도 상영하고 책도 빌려주고 하는데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도서관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 마을 주민들이 학교도서관에 와서 문화 활동 등을 하는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요. 또, 주 5일제 수업을 전면 실시하니까 토요 방과후학교의 열린 공간으로 도서관을 열 생각이에요. 원칙적으로 개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도서관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그런데 도서관을 언제 열고 얼마나 여는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해요.
김주상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이라는 시책이 있는데요, 사실 이 정책은 미국에서 빈민가에 우선 많은 지원을 해서 소외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나 인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책의 중점 사업이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이 교수학습의 도움센터인 것이지요. 그래서 도서관에 책을 공급하는 센터가 따로 있고 도서관은 그 자체로 여러 기능을 하는 곳인 것이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처럼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분리되어 있고, 학교도서관은 학교에 부속되어 있잖아요. 또, 하나의 교실로 되어 있고요. 그래서 지역 사회에 개방해도 지금까지 크게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선굉 도서관에 크게 중점을 두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김주상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는 교육복지 투자가 도서관하고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교사 시절에 학생들을 위한 남다른 교수학습 방법이나 학생 지도 방법이 있었나요?
김선굉 분필 놓은 지 오래되었는데요, 한 반에 인원이 많았지만 되도록 일대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국어를 가르치다보니 인문학적인 가치나 감성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했어요. 제가 있었던 학교는 전문계 고등학교이어서 입시에서 많이 자유로웠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폭넓은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학교도서관에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야
김주상 학교도서관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보겠습니다. 2001년 가을쯤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사서교사 22명 채용 공고를 냈는데요. 그때는 전국 도서관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도 많이 놀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도교육청 장학사로 계셨었는데요, 그때 사서교사 채용을 위해 노력하신 이유나 다른 숨겨진 이야기 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선굉 2001년도에 제게 온 업무가 독서교육이었는데 정책을 수립하고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의 순서가 있는 업무 파일을 받는 것이었어요. 그 당시에 경북에 정식 사서교사가 1명이었어요. 저는 목표를 69명으로 잡았어요. 23개 시교육청에서 한 명 이상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마다 23명씩 뽑아서 69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런 다음 시군 규모에 따라 다시 인력 재배치를 하면 학교도서관 운영의 기폭제가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22명의 사서교사 채용 공고를 낼 때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일관된 신념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했어요. 아마 그 때의 일이 학교도서관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 된 듯해요. 그때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조정했는데 아마 초창기 사서교사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의 인프라 구축 면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죠. 아마 그때 학교도서관의 모형이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김주상 지금이 2012년이니까 대략 10년 정도 지났습니다. 학교도서관의 변화를 실감하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학교도서관 현장 사업이나 정책 등의 문제도요.
김선굉 초·중·고등학교에서 도서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46명을 채용하고 나서 학교 현장으로 나왔는데, 그 이후 사서교사가 채용된 적이 없어요. 전부 비정규직인 것이죠. 크게는 교과부, 중간 단계는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교육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봐요. 당시에 제가 갖춘 학교도서관의 틀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필요한 도서를 찾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해요. 교사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아직 문제가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문헌정보학과 교수들에게 불만이 들기도 해요.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헌신해서 문제를 개선하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비전공자인 제가 그런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주상 지난해 통계를 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사서교사가 배치된 곳이 724곳으로 배치율이 6.5%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350명 정도가 있고, 나머지 시도에 보통 20~30명 정도 있습니다. 경북은 54곳이고요.
김선굉 그럼 경북이 답보 상태네요.
김주상 그런 셈이죠. 선생님께서는 2003년에 미국 학교도서관을 견학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김선굉 선진국의 도서관을 둘러보고,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의 인력 문제 때문에요. 선진국에서는 학교도서관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 기능의 반은 학생들의 지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거예요. 특히 365일 문을 여는 도서관도 있어요. 연중무휴로 도서관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지요. 인력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요. 정규사서가 모두 배치되어 있고 보조사서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초등학교는 가는 곳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코너가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실현 가능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는 교과 담당 교사가 도서관 업무를 맡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업무 과중일 뿐만 아니라 도서관 운영이 거의 잘 안 된다고 봐야죠. 선진국에서는 국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우리의 현실은 정말 안타까워요.
김주상 미국 학교도서관을 보면 도서관이 미디어센터 같은 개념으로 학교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가요?
김선굉 우리나라는 아주 미흡하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의 인력 문제예요. 전문 인력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인력 배치가 잘 안 되어 있잖아요.
창의적이고 감동을 주는 학교도서관 정책 필요
김주상 독서교육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여쭙고 싶어요. 분명히 10년 전까지만 해도 경북의 독서교육 정책은 타 시도 교육청의 모범이 되었는데요, 그 이후에 현재까지 경상북도교육청의 독서교육 정책은 거의 변화된 것이 없거나 후퇴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의 경우는 독서교육과 도서관 관련 정책이 상호 유기적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담당 장학사가 거의 7년 동안 바뀌지 않고 독서교육을 담당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북도교육청에도 제가 이런 유기적인 정책을 요구했는데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습니다. 도서관과 독서교육 관련 정책이 평가 위주로 간다면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정책이 좀 효율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매우 유기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업무 배치 등이 그렇지 못하다고 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선굉 대구광역시교육청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정책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서 시너지 효과를 잘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북은 성과주의로 가다보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요. 오히려 독서교육은 정책이 없는 것이 나을 듯싶어요. 이것이 최고의 정책이라고 봐요. 성과가 계량화되고 이것을 근거로 평가로 이어진다면 업무 담당자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프로그램은 단위 학교에서 만드는 것이 맞는 것 같고, 큰 틀만 도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인적 자원은 사서교사 배치이고, 하드웨어적으로는 도서관 리모델링,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양질의 도서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되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가나 교과부 차원에서 예산 배정을 합리적으로 한다면 도서관 운영이 효율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책 수립 단계에서 교육관이나 철학관이 작용해야지 여론이나 성과주의에 얽매인다면 의미가 없어요. 담당 장학사나 사서교사 혹은 어떤 면에서는 학생 대표들까지 모여 집단 협의를 진행한다면 훌륭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봐요. 큰 틀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서 단위 학교에서 이것을 지역의 특징이나 해당 학교의 실정에 맞게 실행한다면 프로그램이 매우 다채로워질 것이고 굉장히 유의미할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프로그램들이 질적으로도 좋아질 거예요.
김주상 경상북도교육청의 도서관 정책은 예전 수준을 답습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후퇴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정책적인 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선굉 교육행정 시스템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지금은 창의, 혁신 쪽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이는데 진정성이 안 느껴져요. 어떤 교육정책이 현장에 내려오면 감동을 주는 정책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도서관 정책만이라도 새로운 만족이나 감동을 줄 수 있고, 현장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상한 것은 문헌정보 학자나 사서교사 또는 관련자들이 뭔가 구심점을 찾고 정책 제안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루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학교도서관 정책에 대해 정치적인 새로운 공약도 필요하다고 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관련자들이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에도 도서관 정책을 반영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에요. 제가 어떤 국회의원에게 학교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읽어보지도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도서관에 대한 철학도 없는 거예요. 앞에서는 동의하는 것처럼 하는데 뒤에서는 대답도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해요.
김주상 학교도서관 인력을 살펴보면 정규 사서교사보다는 비정규직 사서가 더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규 사서교사가 전부 배치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비정규직 사서라도 교육청에서 예산 지원을 해서 지속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어떤 해는 지원을 했다가 또 어떤 해는 지원을 안 해서 학교의 독서교육도 들쭉날쭉하고, 일을 분담해서 체계적으로 하다가도 갑자기 업무가 폭주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현장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서교사 지원 정책만이라도 일관되게 지속했으면 합니다.
김선굉 도서관 인력 중에는 전공자가 아닌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부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사서교사 지원 정책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주상 예, 지금까지 학교도서관 그리고 그 정책에 관련된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도서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굉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주상 칠곡 약목중 사서교사
사진·정리 서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