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서로를 마주하는 그 순간, 소통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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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0 17:09 조회 6,069회 댓글 0건본문
연말부터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핫이슈는 ‘십대’다. 성적 압박과 이에 따른 가정 폭력을 참지 못한 고등학생이 엄마 숨을 끊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 고등학생이 스스로 생을 등진 일들 때문에 사회가 발칵 뒤집어진 탓일 거다.
사건도 사건대로 충격이지만 내가 더 충격을 받은 건 페이스북에서 엄마를 죽인 고등학생을 다룬 기사 링크 밑에 달린 댓글이었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런 건데!”
설마 이 말이 그 학생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닐 거야…….” 댓글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학생의 엄마는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걸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고 상상도 가지 않는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이런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한국 사회에서는 비정상적인 교육열을 아직도 사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연이어 학교폭력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가족’을 향한 관심은 다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지금 가족은 애정 공동체가 아니라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 공동체라고. 성적 문제를 빼놓고는 아이와 관계를 맺는 걸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고. 지금부터라도 어른들은 항상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먼저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공감하고, 위로한 뒤에 함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난해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며 만든 책이 있었다. 독일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쓴 『여름방학 불청객』. 2004년에 『교환학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지만 국내에 소개된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다른 작품들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는 중학생들이 갈등 해결과 소통을 위한 읽기 교재로 꾸준히 읽는 스테디셀러라 한다. 숨겨져 있던 좋은 책을 다시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잘 되지 않은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물을 만날 기회가 딱 찾아왔기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이 책을 다시 소개하고 싶다.
『여름방학 불청객』은 에발트 가족과 에발트의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영국에서 온 교환학생 재스퍼가 함께 지낸 여름방학 동안의 대소동을 그리고 있다. 에발트 가족은 오스트리아 중산층 가정으로, 겉보기에는 화목한 가족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엄청난 교육열을 자랑하는 엄마, 가부장적인 아빠, 속으로는 부모님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품고 있는 에발트의 누나 빌레, 속마음을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에발트. 이 평화의 실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거였다.
에발트의 엄마 아빠는 여름방학에도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어 실력이 달리는 에발트 때문에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한 명 불러오는데, 원래 오기로 했던 모범생 대신 문제아 종합선물세트 같은 재스퍼가 오면서 이 집안의 살얼음 같던 평화는 산산조각 나버린다.
재스퍼는 가끔 욕설을 내뱉을 뿐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씻지도 않는다. 거기다가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집안을 돌아다녀서 결벽증이 있는 엄마를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재스퍼를 다시 영국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에발트 부모님과 재스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빌레와 에발트 사이에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고 갈등은 점점 고조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발트 가족은 재스퍼가 부모님이 이혼 하면서 어느 곳에서도 사랑받고 자랄 수 없었고, 유일하게 재스퍼를 사랑해준 새엄마와도 이혼으로 헤어진 사연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에발트 가족은 재스퍼에게 한없이 사랑을 주면서 ‘새로운 가족의 탄생’까지 이끌어내게 된다.
‘소통’이라는 주제를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외국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빌레와 에발트의 말 속에서, 사랑을 받고 솟아난 재스퍼의 웃음 속에서 지금 곁에서 아파하는 십대들의 모습을 본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지만, 내가 이 책을 만들면서 상상했던 장면이 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 물론 이야기가 오고간다면 더할 것 없이 좋겠지만 일단 그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 책이 어른들과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구실을 해주길 바란다. 소통이 시작되는 순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려고 마음먹는 그 순간부터니까.
사건도 사건대로 충격이지만 내가 더 충격을 받은 건 페이스북에서 엄마를 죽인 고등학생을 다룬 기사 링크 밑에 달린 댓글이었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런 건데!”
설마 이 말이 그 학생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닐 거야…….” 댓글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학생의 엄마는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걸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고 상상도 가지 않는 폭력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이런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한국 사회에서는 비정상적인 교육열을 아직도 사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연이어 학교폭력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가족’을 향한 관심은 다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지금 가족은 애정 공동체가 아니라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 공동체라고. 성적 문제를 빼놓고는 아이와 관계를 맺는 걸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고. 지금부터라도 어른들은 항상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먼저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공감하고, 위로한 뒤에 함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난해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며 만든 책이 있었다. 독일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가 쓴 『여름방학 불청객』. 2004년에 『교환학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지만 국내에 소개된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다른 작품들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는 중학생들이 갈등 해결과 소통을 위한 읽기 교재로 꾸준히 읽는 스테디셀러라 한다. 숨겨져 있던 좋은 책을 다시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음만큼 잘 되지 않은 것 같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물을 만날 기회가 딱 찾아왔기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이 책을 다시 소개하고 싶다.
『여름방학 불청객』은 에발트 가족과 에발트의 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영국에서 온 교환학생 재스퍼가 함께 지낸 여름방학 동안의 대소동을 그리고 있다. 에발트 가족은 오스트리아 중산층 가정으로, 겉보기에는 화목한 가족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엄청난 교육열을 자랑하는 엄마, 가부장적인 아빠, 속으로는 부모님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품고 있는 에발트의 누나 빌레, 속마음을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에발트. 이 평화의 실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거였다.
에발트의 엄마 아빠는 여름방학에도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어 실력이 달리는 에발트 때문에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한 명 불러오는데, 원래 오기로 했던 모범생 대신 문제아 종합선물세트 같은 재스퍼가 오면서 이 집안의 살얼음 같던 평화는 산산조각 나버린다.
재스퍼는 가끔 욕설을 내뱉을 뿐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씻지도 않는다. 거기다가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집안을 돌아다녀서 결벽증이 있는 엄마를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재스퍼를 다시 영국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에발트 부모님과 재스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빌레와 에발트 사이에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고 갈등은 점점 고조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발트 가족은 재스퍼가 부모님이 이혼 하면서 어느 곳에서도 사랑받고 자랄 수 없었고, 유일하게 재스퍼를 사랑해준 새엄마와도 이혼으로 헤어진 사연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에발트 가족은 재스퍼에게 한없이 사랑을 주면서 ‘새로운 가족의 탄생’까지 이끌어내게 된다.
‘소통’이라는 주제를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외국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빌레와 에발트의 말 속에서, 사랑을 받고 솟아난 재스퍼의 웃음 속에서 지금 곁에서 아파하는 십대들의 모습을 본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지만, 내가 이 책을 만들면서 상상했던 장면이 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 물론 이야기가 오고간다면 더할 것 없이 좋겠지만 일단 그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 책이 어른들과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구실을 해주길 바란다. 소통이 시작되는 순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려고 마음먹는 그 순간부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