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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강아지를 좋아하는 수종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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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6:07 조회 6,9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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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이는 작년 학기 말에 전학 온 아이이다. 3월에 개학한 이후, 거의 학교에 온 적이 없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통해 집을 나갔다, 누구를 사귄다, 정말 개념 없는 놈이다 등의 이야기가 계속 전해졌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여러 번 강제 전학을 다녀서 학교에서는 지도가 불가능한 아이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동네에서도 경찰이랑 말싸움 하는 아주 나쁜 놈이라고도 했다. 가출한 상태이니 집으로 찾아갈 수도 없고, 수종이 친구들과는 아직 친해지질 못해서 같이 만나자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 전 수종이를 처음 만났다.

“얘가 수종이에요.”라며 교육복지실 문을 열고 경호가 수종이를 데리고 들어섰다.
수종이는 불만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툭 말을 내뱉었다.
“왜요? 뭐가 궁금한데요?”

“얼굴이… 애들이 하도 잘생겼다고 하기에…”
내가 웃으니 수종이도 같이 웃었다. 웃는 모습이 참 귀엽다. 웃지 않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수종이를 매일 만났다. 수업 중간에도 오고, 아침 일찍 오고, 학교에 오지 않은 날은 늦은 저녁 학교 밖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수종이에게 『마들렌카의 개』 그림책을 들이밀었다.

“책! 저 책 같은 거 안 봐요.”
“이거 그림책이야. 너 그림책 본 적 없어?”
수종이는 그림책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린 시절 아빠가 사준 위인전 몇 권이 이제까지 본 책의 전부였다고 했다. 재미도 없는 책 사주고 안 읽는다고 혼나고…

『마들렌카의 개』를 보여주었다. 글은 읽어주지 않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관심 없는 듯이 듣고만 있더니 들춰보기 밑에 숨어 있는 강아지 사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중 다리가 아주 짧은 종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하자 수종이는 아예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다.
“이 그림책 참 잘 만들었네요. 저도 강아지 키운 적 있어요.”
수종이는 자신이 키웠던 푸들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는 엄마가 있었어요. 갈색 푸들이었는데, 얼마나 똑똑했는지 몰라요. 엄마 회사 사람이 줬는데 진짜 귀여웠어요. 저는 개 안 때려요. 애들은 맞을 만해서 때리는 거지… 개는 아니에요. 제가 목욕도 시켰는걸요. 귀에 물 들어가면 안돼서 얼마나 조심조심 시켰는데요. 그런데 몇 달 못 키웠어요. 아빠가 문을 열어 놨는데 그 사이에 나갔어요. 엄마가 나가버리고 아빠가 일부러 문을 열어 놓은 거 아닌가 싶어요. 강이지 있을 때 좋았어요. 학교 끝나자마자 얼마나 빨리 집에 달려갔는데요. 그리고 그때는 아빠도 요즘처럼 매일 술 마시지 않았던 것 같고, 형도 집에서 웃기도 했어요. 아직도 강아지 기르고 싶어요. 제가 가출을 좀 많이 하긴 했죠. 그래도 개 있을 때는 안했어요. 제가 얼마나 개를 잘 돌보는데요. 다른 애들은 손도 못 대게 했는데요…”

강아지 이야기를 하는 수종이는 더 이상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선생님들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중학교 2학년의 표정이 아닌 무척이나 귀여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모습이었다. 저렇게 귀여웠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내가 애완동물에 대한 책을 살피고 있으니까 옆에 앉아 같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책이 잘 나온다며 웃었다.

수종이가 쉬는 시간에 그림책을 보니 다른 아이들도 신기했던지 수종이가 내려놓은 책을 슬쩍 집어 들었다. 그중 『언제라도 만날 수 있어요』라는 책에 대해서는 여자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다가 울 뻔한 적은 처음이라고 호들갑이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돌아가자 수종이가 슬쩍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 애완동물이 죽은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이 죽은 이야기잖아요. 저도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죽으면 되잖아요. 한 달 후면 재판이 있는데 아마 소년원에 가게 되겠죠? 형이 그러는데 소년원에서도 엄청 때린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가서 아빠한테 맞아 죽던지, 소년원에 가서 맞아죽던지… 그것보다는 그냥 여기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가 생각해도 제가 그냥 개념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죽으면 이렇게 절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들 속 시원해하면 어쩌죠? 그럼 귀신이 되어서라도 때려주려고 와야 할 텐데…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데요. 아빠만 아니면, 담임만 아니면, 옛날 학교 선배만 아니면 저 원래 나쁜 놈은 아니에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남 탓이 아니라 자신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재판을 앞 둔 수종이에게는 어떤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놔두면 점점 더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불안한 것을 짜증이나 비행행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수종이에게 애완동물은 항상 주인보다 일찍 죽는데 키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젠 안녕』에서처럼 아이가 큰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수종이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살다보면 더한 일들도 많으니 한번 이겨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어제 새벽에는 수종이를 만났다. 만나주기만 하면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잘 곳을 찾아서 떠도는 것도 지친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만났다. 집으로 데려다주는 동안 멀미난다며 창문을 잔득 내리고 창밖을 내다보던 수종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플란다스의 개』 기억나세요? 아주 어린 시절 읽어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개 기억이 많이 나요. 그런 개가 곁에 있으면 참 든든하겠죠? 재판 갈 때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요. 엄마가 능력 없는 아빠 대신에 돈 버는 동안 아빠한테 절 맡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판에는 같이 가주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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