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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아닌 건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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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6:04 조회 8,11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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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난하세요?”
일 년 전, 거의 모든 학교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취업규칙 개정이 이루어졌다. 기존 취업규칙 임금 부분에 명시된 연봉기준액(9・10급 1호봉의 21배수)을 준수하지 않고, 연봉기준액을 임의로 삭제하고 기존 연봉에서 4%만을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학교는 보통 4월 말에서 5월에 취업규칙 개정에 대한 의견 서명을 받았는데, 내가 일하는 학교는 발빠르게 3월 중순에 서명을 받았던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이야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서명한 나에게 있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자세한 설명 없이 얼렁뚱땅 서명받아 간 행정실 담당자가 너무도 얄밉고, 인간적인 배신감이 크게 들어 바로 행정실로 내려가 한 말이었다.

중대한 사안을 설마 흐지부지 넘기겠어?
“싸인 좀 해주세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학생진급 처리와 신규학생 등록 및 대출증 제작, 이용자 교육으로 한창 바쁜 3월 중순에 밝은 성격의 행정실 담당자가 도서실로 올라와 웃으며 부탁을 했다. 학교 회계직에 대한 취업규칙이 변경되었으니 ‘동의’하는지, ‘비동의’하는지 서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내용이 변경되었냐고 물으니, 복지 포인트가 전년보다 두 배 인상되고, 병가에 대한 부분이 개선되었고, 다른 건 작년하고 크게 달라진 게 없으며, 자세한 건 메신저로 보냈으니 확인하고 서명만 하면 된다고 했다. 서명을 하려고 보니 영양사, 조리원, 교무보조 등 모두 ‘동의’에 서명을 받고 나에게는 가장 마지막에 온 것 같았다. 새 학기 폭주하는 업무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다른 회계직 선생님들이 서명하신 것처럼 나도 ‘동의’에 서명을 했다. 나중에 메신저를 확인해 보니 자세하다던 내용은 없고 취업규칙 표에 <별표 ○> 삭제, <별표 ○> 개정, 이런 식으로 표시되어 있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그렇게 정신없는 3월과 4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업무가 여유로워졌을 때 교육청 사서연수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는데, 모든 연수가 끝나고 정리하는 자리에서 요즘 학교마다 임금에 관한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거의 강제적으로 ‘동의’에 서명을 받게 하니 절대로 동의하지 말고, ‘비동의’에 서명해서 소송에 참여하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학교에서는 이미 이 문제로 행정실 및 관리자와 갈등이 많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우리 학교는 아직 이런 이야기 없었는데… 조만간 하려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 문득 지난달에 뭔가 서명했던 게 떠올랐다. 평소 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관리자, 선생님들, 행정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인 관계에 큰 문제없이 지내왔는데,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자세한 설명도 없이 유야무야 대충 처리하지 않았을 거라고 여기며, 다음날 출근하면 메신저 내용과 지난달에 서명했던 게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서가 그렇게 정보력이 없어서 어째요…
그러나 메신저의 첨부 파일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니 취업규칙 여러 부분 중 임금에 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었고, 어떤 사항이 삭제되고 재정되었다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래도 설마하는 마음에 카페 관련 글들을 찾아보니 어리석게도 나는 스스로 부당함에 ‘동의’한다고 서명한 것이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솟고,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바로 행정실로 내려가 담당자에게 지난달에 서명받으러 오셨던 게 그 사안이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지금 장난하세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나는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고, 특히 임금에 관련된 사항인데, 본인 일이면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뒤통수치면서 하겠냐, 이 학교에서 8년 동안 생활하면서, 특히 행정실을 가족은 아니어도 한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신감이 상당히 크다, 임금을 더 받고 덜 받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왜 내 문제에 대해서 옳고 그르다는 표현할 기회마저 박탈하냐고 퍼부었다. 그러나 되돌아온 말은, 임금 부분은 정말 몰랐다,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이면, 사서가 그렇게 정보력이 없어서 어떻게 하느냐는 거였다. 순간 나의 인내심은 끊어졌고, 아마도 그 담당자가 남자였으면 멱살을 쥐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 감정적인 말싸움이 이어졌고, 의미 없이 서로에게 감정의 생채기만 남기고 도서실로 돌아왔다.
“아,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마냥 착하고 순종적인 ‘을’은 이제 그만!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일 이후로 나는 행정실과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 물론 지금이야 마주치면 인사하고, 업무를 볼 때도 원만하게 처리를 하지만 뭔가 미묘한 감정의 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근로계약서 상에 나는 명백한 ‘을乙’의 입장이지만 그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착하고 순종적인 ‘을’이 되지 않기로 했다. 바쁘더라도 시키는 일은 군소리 않고 처리하고, 부당한 업무나 지시에도 좋은 게 좋은거니까 ‘예! 예!’ 하며 예스맨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생활하려고 한다.

올해부터 ‘교원업무간소화’가 시작되면서 사서뿐만 아니라 회계직에 있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업무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사서는 책을 관리하니까 교과서 업무를 떠넘기고, 다른 회계직 선생님의 경우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교무실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업무를 맡게 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주 5일제 수업으로 토요프로그램이 이루어지면서, 어느 학교든 빠지지 않고 운영되는 것이 도서실 개방이다. 도서실 개방으로 인해 몇몇 학교에서는 탄력근무제를 실시한다며, 하루 일곱 시간만 근무하게 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토요일에 몰아서 하게끔 하여, 많게는 모든 주말에, 적게는 격주 주말마다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글들을 자주 보게 된다.

업무가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책임도 늘어났지만, 권리와 보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의 현실.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임금체계. 정규직 사서교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반토막인 월급. 최근 몇 년간 공고는 했지만 안 하니만 못한 사서교사 임용 TO. 무기계약이라는 명칭으로 말뿐인 정규직화, 이마저도 예산을 핑계로 2년 이상 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수많은 꼼수들.

트러블메이커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당한 현실에 신세 한탄과 푸념만으로 체념하지 말고, 부당함은 부당하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처우가 개선되기만, 제도가 바뀌기만 기다리지 말고, 계약서 상에 명시되어 있는 ‘학교장이 지정하는 기타 업무’ 문구를 빌미로 부당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도록 교육감직계약제를, 우리가 일한 만큼,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호봉제를, 임용 사서교사 TO를 늘릴 수 있도록!! 계약서 상에 ‘갑甲’인 그들에게,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더 이상 하소연이 아닌 우리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 높여 알려야 한다.
우리 스스로 변화하고 한목소리를 내서 알리고,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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