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도서관은 누가 지키지? - 목포여고 도서부, 문태고 도서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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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8 00:02 조회 14,144회 댓글 0건본문
도서관 키 재기
서가연 — 문태고는 도서관이 넓어서 쾌적해 보여요. 공간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책꽂이도 더 많은 것 같아요. 문태고에 비하면 목포여고 도서관은 많이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아늑함은 더 있는 것 같아요.
이기리 — 목포여고는 책꽂이는 적지만 책이 일렬로 정리가 되어 있어서 책을 더 찾기 쉽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요. 문태고를 둘러보니까 책꽂이가 많고 책들이 일렬이 아니라 자리마다 배치되어 있고, 책을 다 꽂고도 빈자리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정리가 안 된 느낌이 드는 곳도 있었어요.
박유선 — 우리 학교는 도서관 건물이 따로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다른 학교나 저 중학교 때는 건물의 한 층의 한 교실만을 도서관으로 사용했는데, 한 건물의 2층 전체를 도서관으로 써서 좋은 것 같아요.
강아름 — 문태고는 도서관이 별관에 있어서 교실에서 거리가 먼 편인 것 같은데, 그러면 쉬는 시간마다 책 빌리러 오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떤가요?
박유선 — 교실과 도서관 건물이 다르긴 한데, 건물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어서 그렇게 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기리 — 목포여고 도서관의 분위기는 여학교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바탕색이 빨간색이나 노란색 등 밝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기자기한 것 같아요. 반면 문태고는 깔끔하고 공공도서관 같아요. 그리고 도서관이 넓어서 그런 거겠지만, 도서관 수업이라든지 모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서 좋은 것 같아요. 문태고는 책상이 육각으로 되어 있어서 서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지만 목포여고는 공간이 좁아서 일자 책상이라 나란히 앉아야 해요. 그리고 도서관 수업을 할 때 자리가 부족해서 늦게 오는 애들 몇 명은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해요.
김민정 — 문태고는 책꽂이 칸의 높이가 높아서 세로 길이가 긴 책도 잘 꽂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목포여고의 책꽂이는 길이가 긴 책은 눕혀서 넣어야 해요. 그러면 조금 꼴 보기가 싫어요. 긴 책이 시리즈로 있을 때는 난감하죠. 문태고는 시리즈를 일렬로 쫙 꽂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박유선 — 도서관에 기증도서라고 해서 동문이 보내주는 책이 있어요.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 학생들이 잘 안 읽는 책이 많아요. 그런 책들이 서가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조금 더 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책들로 도서관이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너희 도서부 활동이 궁금해
김민정 — 문태고는 도서부가 몇 명인지, 한 학년의 인원과 전체 인원이 궁금해요.
윤은영 — 아직 1학년들은 없어요. 저희가 지금 뽑고 있거든요. 2학년은 13명 정도 되고, 3학년은 10명 정도 돼요.
서가연 — 신입생을 뽑는 기준이 궁금해요.
윤은영 — 우선 저희가 홍보 기간에 1학년 전체 교실을 돌아요. 도서부 하고 싶은 학생들의 인원수를 알아보고, 각각의 신입생으로부터 받을 서로 다른 질문들을 만들어요. 지난해 저희들이 들어올 때는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올해는 자신이 읽어본 책을 다른 사람이 읽고 싶게 만드는 책 소개를 하기로 했어요.
서가연 — 그렇게 뽑는 이유가 뭔가요?
윤은영 — 저희가 작년에는 토론하는 분위기보다는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분위기였어요. 모임은 주로 토요일에 가졌고요. 그런데 올해부터 토요일에는 쉬잖아요. 그래서 외부활동보다는 독서와 토론을 더 활성화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독서와 토론에 관심 있고 의욕이 있는 신입생들을 뽑으려고 2학년들끼리 모여 고민을 했어요. 그 결과 나온 게 읽은 책 소개하는 것이었어요. 책 소개하는 걸 보면, 얼마나 독서를 좋아하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박유선 — 그리고 신입생들이 바라는 진로나 적성이 도서부에 잘 맞는지도 충분히 확인하고 뽑으려 해요.
강은아 — 목포여고는 야외활동을 어느 곳으로 갔었나요?
이기리 — 작년에는 광주 <트릭아트 특별전>, 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영화 <완득이> 등 주로 책과 관련된 문화 활동을 많이 했어요.
정다혜 — 목포여고는 평소에 혹은 축제 때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배은정 — 아침 자습시간에 15분 정도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판넬을 만들어서 홍보하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꾸준히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이기리 — 축제 때에는, 재작년에는 책 소개, 책 인기투표, 선생님에 관한 설문조사 등을 큰 널빤지에 담는 걸 했어요. 작년에는 미니북 만들기라고 작은 다이어리 같은 걸 직접 만들어 보는 걸 했는데요, 도서관에 오는 사람에게 재료를 주고,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이승철 — 문태고는 남녀공학이라 아무래도 힘쓰는 일은 주로 남자들이 하는데, 목포여고에서 힘쓰는 일은 어떻게 하나요?
최예슬 — 다 같이 하긴 하는데, 애들이 대부분 야리야리해서 조금 더 건강한 제가 많이 도와요.
이기리 — 예슬이가 저희보다 책을 몇 권 더 들 뿐이지, 저희가 여학생이어도 웬만한 남자 못지않게 책을 들 수 있어요.
이형연 — 아니… 다 그렇지는 않고요. 저는 세네 권밖에 못 들어요.
도서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박유선 — 보통 학생들은 책을 세 권을 빌릴 수 있어요. 그런데 도서부는 대출을 3권 이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 학교는 연체가 되면 연체료를 받아요. 도서부는 연체를 잘 안 하기는 하지만, 연체가 돼도 돈을 내지 않아요.
이기리 — 저희 학교는 다독반이라고 해서 한 학기에 한 번씩 책을 가장 많이 빌린 반을 뽑아서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가요. 야자를 빠지고요.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반 친구들이 도서관으로 많이 찾아오고, 저도 책을 많이 빌리다 보니까 책 대출 권수가 다른 반이랑 많이 차이가 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다독반 선정이 좀 잘 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전시나 연극 등 문화 체험을 하면서 색다른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어서 도서부가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도서부가 목포여고의 모든 동아리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아요.
강은아 — 작년에 우리가 토요일마다 문학기행을 갔었는데, 다른 동아리들이 학교 안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우리는 밖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배은정 — 도서부 활동은 선후배와 동기들 사이에 친목을 다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저희가 선배 언니들을 잘 모르니까 무서운 것도 있는데, 도서부에 들어와서 언니들하고 친해질 수 있었어요. 다른 반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좋아요.
양소현 — 도서부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대출・반납을 맡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선생님들을 좀 많이 만나요. 평소에는 관심 없던 선생님께서 가끔씩 말도 걸어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좋았어요.
이진슬 — 도서부를 하면 선배들이랑 많이 친해지는데요, 수능 끝나면 선배들한테 거의 새 것 같은 책을 받으니까 너무 좋아요.
김민정 — 도서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기타 행사를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어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다 보면 잘 모르는 다른 반 학생들이랑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인맥도 더 많이 쌓을 수 있어서 좋아요.
윤은영 — 도서부에서 문학기행을 갔어요. 책에서만 봤던 김영랑 시인의 생가를요. 그곳에 가보니까
김영랑 시인이 어떤 분인지 잘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하멜이란 사람은 잘 알지도 못했는데, 하멜기념관을 가보고 누군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문학축제에서 시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좋은 말씀 많이 들었어요. 도서부가 아니면 경험해 보지 못하는 활동들이 많은데요, 다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다혜 — 학교 다니면서는 책만 보고 선생님 말씀만 듣고 다녔는데, 개인적으로 갈 수 없었던 문학기행을 가서 친구들하고 즐거운 시간도 가졌고, 제가 이과라서 문학적인 내용들은 잘 모르는데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도서관에서 책임을 맡게 되는데, 주어진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좀 더 공부도 하면서 더 즐거움을 느꼈고, 행복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사서선생님에게 듣는다
박유선 — 두 분이 사서선생님이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종률 — 저는 대학을 여러 군데 다녔어요. 고등학교 때에 재수, 삼수하다가 잘 안 돼서 조금 원하지 않는 학교를 갔어요. 그 대학을 다니면서 과에 있는 학생들의 독서 실태를 조사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대학생이니까 책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씩을 읽겠지 생각하면서 조사를 했는데, 1년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더라고요. 그 조사 후에 저는 학과 회의실에 작게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 책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교수님이나 선배들에게 기증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일주일에 책 한 권씩 읽고 독서토론 활동도 시작했어요. 그렇게 학교를 다니다가 도서관의 매력에 푹 빠져서 도서관 관련 과로 편입을 결심하게 됐어요.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 특히 학교도서관 같은 곳이 여러분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런 도서관의 매력에 빠져서 이 길을 계속 걸어오게 된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살다보면 그런 계기가 있을 거예요.
박선미 — 저는 특별하게 사서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도서관에서 근무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문헌정보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 안 하고 책 보고 신문 보고 했던 기억이 많아요. 그런 기억이 영향을 준 것인지 몰라도 어쨌든, 대학을 문헌정보학과로 가게 됐고, 사서교사를 하게 되었어요. 살면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각 단계에서 하고 싶은 일, 닮고 싶은 모습 등을 좇아가다가 만나고 찾게 되는 일도 소중한 것 같아요.
이정현 — 선생님께서는 도서관 행사나 활동에 어떻게 참여를 하시는지요?
김종률 — 도서관 운영에 관한 거라 질문의 폭이 넓은데… 저는 항상 도서부를 이야기할 때, 독수리 오형제 예를 들어요,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고, 도서관은 여러분들이 지킨다고요. 도서관운영 계획을 세울 때 도서부 활동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도서부와 함께 진행할 독서행사를 기획합니다. 독서행사는 대부분의 학교가 다 비슷할 거예요. 다달이 시기에 적합한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준비하죠. 그리고 항상 여러분들이 책을 보러 오기 편하고, 자꾸 오고 싶고,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서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승철 — 책 반납 연체자는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박선미 — 저는 사실 굉장히 엄격한 편이에요. 첫 학교에서는 연체하면 벌금을 받았어요. 그리고 항도여중 학생들은 알겠지만, 봉사활동을 많고 시켰어요. 걸레질도 하게 했죠. 목포여고에서도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도서관에는 꼭 필요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봉사활동을 안하면 연체를 거의 풀지 못할 정도로 엄격하게 봉사활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기리 — 저는 박선미 선생님께 바라는 게 많지 않은데요, 작년에 저희 했던 것처럼 올해도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표소정 — 한 번 연체되면 연체일을 엄청 길게 잡으시는데 줄일 생각은 없으신지요?
박선미 — 대출 시스템 상에서 최대 연체일로 설정할 수 있는 게 99일이어서, 하루 연체되면 99일로 해놨었어요. 풀어줄 의지가 없는 거죠. 그런데 작년에 학생회에서 학생회장단이 그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더라고요. 연체일수를 사서선생님과 얘기를 해서 줄이겠다. 그래서 작년에 합의를 해서 45일로 줄였어요. 저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본인이 약속한 바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목포여고는 저도 졸업했지만, 학교 분위기나 교풍 자체가 다른 학교에 비해서 학생을 향한 선생님들의 인심이 후한 편이에요. 저도 다닐 때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하고 비교할 수 없게 매를 드신 선생님이 한 분도 안 계셨고, 말을 험하게 하시는 선생님이 한 분도 안 계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면에서 꼭 지켜야 될 부분에서도 굉장히 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저는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결정한 거예요.
문주영 — 제가 도서부 부원으로 있으면서도 후배들이나 친구들처럼 자주 오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항상 많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또 제 진로 관련해서도 도움이 되는 게 많았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잘 못했어요. 쑥스러워서. 김종률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제가 좋은 경험을 했던 것처럼 동생들도 좋은 경험을 하면 좋겠어요.
이수진 — 1학년 때 되게 좋았거든요. 2학년 때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정다혜 — 두 선생님께 듣고 싶은데요, 학생들한테 바라는 것이나, 앞으로 도서관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시는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종률 — 여러분 나이에 가장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학교도서관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꿈을 가질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첫째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고, 그게 안 된다면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을 하면서 멘토를 만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자기 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에 저도 특별하게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려운 과정들을 거치면서 꿈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 여러분은 도서부로서 남들을 위해서 봉사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배려하는 마음도 더 있는데, 이런 마음만 갖고 살아간다면 십 년 이십 년 뒤에 다들 훌륭한 사람들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주는 모습 자체만으로 만족합니다.
박선미 — 우선 교육적으로는 학생들이 주인 되게 하는 것을 꿈꾸는데요, 도서부 학생들 스스로 도서관 운영이나 프로그램 기획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차근차근 학생들에게 그런 것들에 대한 권한을 주고, 책임도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나중에 도서관 운영에 대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실천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나중에 도서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도 잘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교육에 있어서는 그렇고,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는, 이 공간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를 제 스스로 물어보곤 해요. 연체일 같은 것도 계속 건의가 들어오고 제가 독재자처럼 하고는 있지만 저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요. 학교라는 곳이 제도와 규범 같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배우는 곳인데 학교행정이나 생활규정상 그렇게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도서관만큼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운영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