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사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오롯이 아이들 생각, 진득이 도서관 펼침 - 조의래 김해 덕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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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1:08 조회 8,205회 댓글 0건본문
그림책 읽어 주는 남자
이은숙 안녕하세요.
조의래 네, 만나서 반가워요.
이은숙 어떻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남자가 되었는지 궁금해요.
조의래 저는 그림책이 일단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그림책은 시각 매체로 다가가니까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장치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각적인 영역이 발달되어 있다고 봐요. 그래서 글로 된 텍스트를 누군가가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실제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니까 좋아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림책은 읽어 주는 책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그림책을 청년들에게 읽어 주어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읽어 드려도 좋았고 의미가 있었어요. 지금은 고등학생들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책을 읽어 주고 있어요.
이은숙 그렇지 않아도 고등학생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신다는 말을 듣고 여쭙고 싶었어요. 특히, 요즘 가출 청소년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 주고 계시잖아요. 어떤 보람을 얻고 있으신지, 또 청소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조의래 매주 목요일에 일을 마치고 여섯시부터 여덟시까지 그림책을 읽어 주러 가요. 가출 청소년들이 한 여덟 명쯤 되는데, 고정적이지는 않고 들쭉날쭉해요. 원래는 국어 선생님, 신부님 등이 계셨는데, 제가 거기 가서 생각을 좀 해 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구요. 그때 제가 마침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림책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의 아이들은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요. 나이로 보면 대부분 고 2, 3학년들이에요. 그중에 대학 진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도 있고 미용사와 같은 직업을 갖고 싶은 친구들도 있고 한데 모두들 자신들만의 꿈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제안을 했어요.
그림책 공부를 할 건데 할 거냐고요. 그 친구들이 하겠다고 했어요. 일부는 도대체 초등학교 선생님이 뭐를 하려고 하는지 의구심도 가졌어요. 그런데 실제로 시작하자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신부님이 더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그림책 속에 인문학적인 요소들을 뽑아서 제 생각도 이야기하고 아이들 생각도 말하게 하고 해요. 그리고 2주 전부터는 아이들 부모님들께서 오셔서 같이 하세요.
이은숙 그러면 아이들이 그 시간을 기다리겠네요.
조의래 기다려 주면 좋죠. (웃음) 4월부터 했으니까 아직 얼마 안 됐어요.
이은숙 아이들이 이야기는 잘하나요?
조의래 아직은 낯설어 하죠. 제가 자기들 속에 동화된 사람은 아직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그림책을 다 읽어 주고 관련 내용을 묻죠. 그리고 처음에는 이야기를 잘 안 해서 게임을 만들어서 진행하기도 하고 책 만들기 같은 것도 했어요. 그러면서 점차 관계가 좋아졌어요.
이은숙 진행자가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조의래 아이들이 저하고 친근감이 생기고 관계도 더 좋아지면, 주변에 영향력 있는 분이 같이 하시면 좋겠죠. 저한테는 의미 있는 시간인데 아이들한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이은숙 당연히 의미 있는 시간이겠죠. 그림책이 접하면 접할수록 매력이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그 그림책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의래 많죠.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큰 세계라는 인식이 확장되어 있어요. 저는 이런 인식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현장에서 그림책 지도를 하면서도 꽤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고 같은 인식을 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에요.
이은숙 어머님들께 “그림책 공부를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실상 어머님들은 겁을 내시는 것 같아요. 생각은 있지만 실제로 그림책 공부를 하려고 하면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조의래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공부를 하려고 하면 시간도 들고 노력도 해야 하잖아요. 또, 공부하는 시간 중에 자기 자신도 드러내야 해서 다들 두려워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우리가 지니고 있는 생각들은 모두 외부로부터 오는 거예요. 저는 이런 외부에서 오는 두려움을 깨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해요. 한번만 생각을 달리하면 사실 공부가 그렇게 대단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함께할 사람 세 사람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부를 하는 데에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도반, 스승, 비겁이에요. 사실 스승과 비겁은 끼워 넣은 것이고요, 도반이 중요하다고 봐요. 같이 공부할 사람이요. 같이 모여서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 것인가,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를 고민하면서 정보를 나누고, 차 마시면서 수다도 떠는 시간을 갖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있는데, 모임의 틀을 확실히 잡고 간다고 생각하니까 모임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을 중심에 두고 함께 걷기
이은숙 아이디가 ‘도서관 사나이’잖아요. 교육계에 입문하셨을 때, 어떤 목표들이 있으셨을 텐데, 선생님께서는 도서관에 큰 의미를 두고 계시잖아요. 어떤 철학이 있으실 듯한데요, 말씀해 주세요.
조의래 사람으로 친다면 박종훈 전 경남교육위원이 저를 그렇게 깨우치게 만들었어요. 저도 학교를 졸업하면서 교육활동을 제 나름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박종훈 위원을 만났어요. 박종훈 위원이 학교에 계실 때 도서관 담당교사였고, 도서관의 중요성과 그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고 그 때문에 교직을 그만두시고 교육위원에 출마하셨어요. 물론 당선이 되셨지요. 그 이후 저도 도서관을 바꾸는 데 한 역할을 맡으면서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제 나름대로 가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지인들과 함께 미국의 도서관을 보러 가게 되었어요. 미국의 공공 도서관, 대학 도서관, 중・고등학교 도서관 등을 보면서 제가 봤던 우리나라 도서관들을 비교하게 되었어요. 그 경험이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돌아와서 제 생각을 정리하면서 모든 활동을 도서관에 두고 평생 걸어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이은숙 아, 그래서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만드신 거네요. 처음에 시작할 때 시작 멤버가 5명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은 정회원이 한 200명 정도 된다면서요.
조의래 정확하게 몇 명인지는 모르겠어요.
이은숙 지금은 많이 늘었고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서관을 일으키는 활동들을 많이 하시잖아요.
조의래 도서관을 중심에 두고 한 길을 걸어가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어떤 변화든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매개가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과 같이할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평생 동안 함께 해야 하니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제가 생각할 때는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분들은 그 나름의 철학이 있을 것이고 그 방향에 맞는 일을 하실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분, 그러니까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시는 분들을 생각하게 된 거예요.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중에서 아이들에게 참 따뜻한 선생님, 동료 선생님들에게 신뢰 받는 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서 한 명 두 명 만나다 보니까 다섯 명이 된 거지요. 다섯 명이 모여서 도서관과 책에 대해 공부하기로 했어요. 도서관, 공부 등에 고수인 분을 초청해서 강의를 들었어요. 저희는 시작이 공부였어요. 1년 동안 진행을 하고 나서 저희 스스로 소모임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분야별로 각자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각각 자신이 맡은 부분을 준비해서 소모임이 형성된 거예요. 그렇게 7, 8년 하다 보니까 소모임이 많아진 거죠.
이은숙 제가 들어가고 나서 한 1~2개월 지나서 2주년 기념을 하셨어요. 그런데 2년 만에 이런 인프라를 구축한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의래 학교도서관에 대한 결의를 다졌어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요.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찾고 그것들을 해결해 나갔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모임이 커진 거예요.
성큼, 도서관을 아이들 곁으로
이은숙 선생님 강의를 듣다보면 미국에 다녀오신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미국 도서관에 대해 열성적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의래 지금,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의 문제 말씀이신가요?
이은숙 그러니까 미국 도서관과 우리나라 도서관을 비교해서요.
조의래 미국 도서관은 사실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제게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해요. 미국 학교의 중심이 도서관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함께 미국에 간 어떤 교사가 학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도서관에 오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미국 교사가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우리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급식실에 가서 밥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서관에 가는 것이 당연한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지요. 미국에서 학교도서관 환경을 만들어내고 학교도서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외치는 사람들이 학교의 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운동본부’라는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자각을 먼저 한 거지요. 제가 강의를 하면서 미국 도서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이제, 학교 선생님, 학교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서 도서관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은숙 제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 중에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학생이 학교에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캐나다에서는 수요일에 모든 학생이 도서관 가는 날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과제를 도서관에서 해결하는데 그것이 아주 재미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캐나다에서도 아이들의 도서관 활용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해요.
조의래 우리의 현실과 다르죠. 제가 도서관에서 아무리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실행해도 끝까지 오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한 20퍼센트 정도라고 봐요. 제가 지금 덕정초등학교에 와서 보니까 접근성이 최악의 상황이에요.
이은숙 도서관이 4층에 있죠.
조의래 예, 4층 맨 꼭대기예요. 아주 열악한 조건이죠. 제가 보기에는 거의 1년이 다 되도 학생의 40퍼센트는 안 올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잘 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가정에서 부모의 지도를 통해 책을 많이 접한 아이들이 도서관에 더 자주 와요. 그런데 책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은 지도를 잘 받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이 도서관에 많이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도서관은 평등의 공간이 되죠. 저는 그래서 행사를 더 많이 기획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은숙 아이들에게 책은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행사를 할 때,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또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게 이끄는 방법들이 뭘까 하고 고민하게 돼요.
조의래 저도 그게 고민이에요. 일단 책 맛을 보지 않은 아이들은 책의 달콤함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서관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도서관에 오게 만드는 행사를 만들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게 되면 처음에는 많이 시끄럽죠. 그런데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면 앉아서 책을 읽는 분위기가 정착이 되더라고요.
이은숙 저는 교실에서 아침 독서가 잘 안 돼요. 교실에서 아침 독서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의래 도서관이 없는 학교는 학급문고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활용을 해야겠죠. 그런데 저는 도서관이 있는 학교는 학급문고와 아침 독서 시간 등이 오히려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게 하는데 지장을 준다고 생각을 해요. 학급문고가 아무리 양질의 책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오히려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책을 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학급문고를 전부 다 집으로 옮겼어요. 그런 다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도록 하고 있어요.
이은숙 독서 행사를 하다보면 어떤 반 아이들은 많이 오고 또 어떤 반 아이들은 아예 안 오잖아요. 담임선생님의 영향일까요?
조의래 담임선생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봐요.
이은숙 그런데 저도 사실 도서관 담당이 아니면 독서 행사에 가야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하니까 소홀하게 돼요. 업무가 바쁘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도서관 담당자가 되니까 어떤 반은 참여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이 보여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이해는 돼요. 다들 바쁘시잖아요. 그런 바쁜 선생님들이 독서 쪽에 관심을 돌리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조의래 제일 곤혹스러운 질문이네요. 방법이 없어요. 그 말은 지름길이나 왕도가 없다는 거예요. 서서히 젖어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느리게 사는 삶처럼이요. 그런 면에서도 저는 소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책을 권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으로 넓힌 배려–책 읽는 도시, 사할린 동포의 한글 공부
이은숙 사적인 질문을 좀 할게요. 저의 에너지는 어느 정도 한정적이에요. 도서관 일로 바쁘다 보면 어느 부분은 소홀하게 되잖아요. 특히 가장 바쁠 때요. 선생님께서는 어느 부분에 소홀하게 되는지, 어떨 때 아쉬우신지요?
조의래 가정에 제일 소홀하죠.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참 어렵죠. 각종 소모임이 단위 사업을 할 정도로 성장을 했어요. 초창기에는 일주일에 4일을 저녁에 김밥을 먹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김밥을 잘 먹지 못해요. 한 3년 동안 그랬어요. 각 소모임마다 찾아다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죠.
이은숙 지금은 덕정초등학교에서 근무하시지만 선생님하면 수남초등학교가 생각나거든요. 수남초등학교에 계시면서 김해 ‘책 읽는 도시’ 사업, 김해 기적의 도서관 사업 등에 공을 많이 들이셨다고 하는데 이것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조의래 한 도시가 책을 읽게 만드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죠. 흔히 정치하는 사람들은 가시적인 것을 원하잖아요.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 당시에 발령을 받고 오니까 시장님을 중심으로 책 읽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하신 것을 보고 가슴이 뿌듯했어요. 이렇게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열정적이었던 공무원 한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조광숙 팀장님이신데요, 그분 덕분에 많은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책 읽는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고 거기에 정책까지 뒷받침 되었으니까요. 또 제가 근무하던 학교 옆에 기적의 도서관이 생기니까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책을 중심으로 연결되었던 거죠.
이은숙 수남초등학교에 계실 때 사할린 동포들하고 도서관에서 한글 공부하셨잖아요. 한 2년 가까이요. 보람도 많이 느끼셨을 텐데 그때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조의래 전에 근무하던 학교가 작은 학교였는데 경제 논리에 밀려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도시 중심지로 와서 수남초등학교가 문을 열었는데 도시에는 큰 단지의 아파트도 있고 소규모 단지의 아파트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중에 임대 아파트가 있었어요. 그 임대 아파트 가장 작은 평수에 사할린 동포들이 이주를 해 왔어요. 그분들은 사할린 동포 1~2세대였어요. 사할린에 최초로 강제 이주된 다음 살아남아서 다시 돌아오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우리말과 글에 서툰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 분들이 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쳐 줬으면 하고 찾아오신 거예요. 주민 문화교육 같은 건 원래 동사무소에서 담당하는데, 마침 학교에서 제가 하는 일들이 그런 부분에 연결되어 있어서 제가 하게 됐어요. 글자를 모르는 분들에게 글자를 가르쳐 주는 거니까 초등학교 교사가 딱 맞는 거잖아요. 그래서 두 팀으로 나누어서 글자를 아시는 분들과 모르시는 분으로 나누어서 가르쳐 드렸어요.
그런데 그때 대부분 60대이신 분들, 삶의 지혜와 경험이 충만하신 분들에게 어떻게 가르쳐 드려야 하나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저는 그림책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유는 『그림책의 힘』이라는 책이 생각나서예요. 그 책에는 ‘인생의 노년기야 말로 그림책을 읽어야 하는 시기’라는 말이 나와요. 또 다른 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데요, 우리 인생에서 세 번 그림책을 봐야 한다는 거예요. 어린 아이였을 때, 부모가 되었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년기에 말이죠. 단, 노년기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읽어야 된다는 말이 나와요. 그래서 그림책이 좋은 재료가 되겠다고 생각이 돼서 그림책을 읽어 주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완전히 감동이었어요. 크게 성공했지요. 모두들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책 통째로 한글을 가르쳤던 거죠. 저도 보람이 있었고 배우시는 분들도 아주 좋아하셨어요.
이은숙 글자를 알았다기보다 마음을 크게 위로 받으신 것 같네요.
조의래 그분들하고는 월요일마다 2시간씩 한글 공부를 했어요. 사실은 지루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빠져들 수 있었고 공부가 끝나면 저하고 같이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빌렸어요. 그림책 말고 다른 책을 빌린 분들은 다음 공부시간까지 한 장도 못 읽어 오시는데요, 그림책을 빌려 가신 분들은 다 읽고 오세요. 그래서 저하고 그림책 내용과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어요.
이은숙 저는 지금 1학년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의래 예, 저는 그것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책도 접할 수 있고 글자도 접할 수 있죠. 사할린 동포들과 함께 공부하던 시간 중에 방학이 한 번 있었어요. 사할린 동포들의 방학이요. 그분들이 한 달 동안 사할린에 있는 고향으로 가세요. 그때 저에게 케이크도 사 주시고 편지도 써 주시고 하시는 것을 보면서 제 방법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으로 나누는 소통은 멈추지 않는다
이은숙 요즘은 어떤 일이 제일 재미있으신가요?
조의래 딱히 이렇다는 것은 없고요. 그냥 의미를 두자면 저희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좋고, 학교 밖의 아이들과 오랫동안 소통하고 교감하고 싶어요. 저는 책을 매개로 삼고 있어요. 사실 사회는 학교 밖의 아이들에게 열려 있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학부모 독서토론을 하고 있는데요, 너무 많아요. 지금 열여덟 분이에요. 토론을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은숙 아, 그래요. 그럼 다 오세요?
조의래 그럼요, 다 오세요. 이것도 한 10년 정도 해 왔어요. 수남초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하다가 토요일로 바꾸었다가 하면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여기서는 매주 화요일마다 해요. 2, 3, 4교시에는 학부모 독서토론을 해요. 책 이야기를 하면서 자녀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 학부모 중에는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교직에 있는 한 이 일은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이은숙 저도 학부모 독서토론을 하고 있는데요,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청해야겠네요.
조의래 저도 하다보니까 내공이 쌓이더라고요.
이은숙 경남의 독서환경을 이만큼 이끌어주시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그림책을 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의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