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사 사서의 소리]1인 사서의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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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0:53 조회 7,225회 댓글 0건본문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자’라며 힘차게 시작한 2012년 3월의 다짐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해야 할 일들로 빼곡한 업무노트로 점점 멘붕(사람의 상태나 감정이 평소 같지 않을 때 ‘멘탈붕괴’ 형용사적 의미로 사용한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3년차로 아직도 서툰 부분이 많고, 특히 학년 초에는 진급업무와 도서관이용자교육 그리고 도서부동아리 홍보와 신입부원 선발에 집중하다보면 저녁 아홉 시를 넘겨 퇴근하는 것이 예삿일이다. 유난스럽게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하루에 300명 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기본적인 도서 대출·반납과 참고봉사에 응대하다보면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하고, 진득하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성격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은 이 넓은 도서관에 혼자 있는 나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 물론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1인이라서 겪는 외로움은 학교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그날까지 크든 작든 언제든 있을 것 같다. 대부분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혹은 사서는 1인이기에 도서관운영, 독서교육, 독서행사를 혼자서는 ‘제대로’ 해낼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일 욕심에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근무 경력이 쌓일수록 이전에 겪은 이런저런 시행착오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스레 일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1년차에는 도서관 열쇠와 덩그러니 놓인 데스크탑의 도서관업무 폴더 안에 들어 있는 업무문서를 확인하는 걸로 인수인계를 받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며칠간 멍~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근 학교 베테랑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글을 쓸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도서관 위치는 매점 옆이라 최적이었으나, 이전까지는 국어과 선생님들이 도서관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점심시간 30분만 도서부 아이들이 개방을 하여 많은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 닫혀 있던 도서관 문을 매점에 왔다가 아무 생각 없이 열었는데 열려서 깜짝 놀라고, 나를 보고 한 번 더 놀라 붙잡을 새도 없이 그냥 가버리는 아이들이 첫해 동안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여럿 훌륭한 선생님들이 공유한 카페의 자료들을 참고하여 독서행사(책의 날, 학교도서관축제), 동아리계발활동지도, 2천여 권의 도서 구입을 우여곡절 끝에 할 수 있었다.
2년차 때는 이제는 좀 더 전문가답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에게 계속 채찍질을 가했다. 국어과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1년 동안 1학년 국어 프로젝트 도서관활용수업을 하였으며, 기존 독서행사에 여름독서교실과 가을독서의 달을 추가하고, 동아리계발활동 시간에는 지속적으로 도서관 견학 및 전시회 관람을 하였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했던가! 유령(?) 도서관을 살리고자 노력한 결실들은 사람 냄새 하나 없던 차디찬 공간에 활기찬 온기가 느껴질 만큼 맺히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둘러보면 어느 곳 하나 손 가지 않은 곳이 없어 이곳을 떠나야 할 그 날을 생각하면 먹먹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애틋하게 여겨진다.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학생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시작한 독서상담은 연애상담과 여러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이 되고, 여러 선생님들의 격려와 칭찬을 들을 때마다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교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천여 명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일들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던 든든한 지원군은 흔히 ‘노동부’라 할 정도로 학교도서관에서 어마어마하게 봉사하는 도서부동아리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채는 도서부동아리 학생들은 나에게 함께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혼자서는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사실 지금까지 언급한 학교도서관 업무들은 애정을 지닌 사서선생님들은 다 하고 있는 일들이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학생들이 진정 ‘평생독자’로서 책을 가까이 하여 정신적으로 부유함을 누리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도서관운영에 대한 갈증은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속이 가득 찬 걸 기획–진행–평가까지 하려면 혼자서는 제대로 할 수가 없다. 1인 사서 활약의 절정은 점심시간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도서관에 오는 시간이기 때문에 간단한 도서관이용에서부터 참고질문까지 동시에 여러 학생들을 상대해야 한다.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학생과 대화할 시간이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만족할 만한 대답을 주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도 전에 기다리는 다음 학생들을 위해 아쉬움을 남긴 채 끝마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도서관에 정이 들면 들수록, 근무하는 해가 거듭 될수록 1인 사서로서 감당해야 하는 업무의 양과 책임감의 무게는 점점 더해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1인 사서로도 별 탈 없이 잘 버텨온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도서관의 일상 속에서 생각해보면 아슬아슬 위태위태할 때가 참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재,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임용도 메마른 상태에서 ‘학생 수를 고려한 사서교사 배치’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보·문화·교육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학교도서관의 목적을 실현하려면 학생 수를 고려한 사서교사 배치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외면당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