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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작가는 어떤 빵을 구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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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7:06 조회 11,79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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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J군에게,
오늘은 6년 전 학교 뒤뜰에 너희들과 함께 심었던 매화나무에서 꽃이 핀 날이란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때 졸업한 친구들이 봄손님이 되어 돌아온 느낌이었단다.
오늘은 작가의 길을 걷는 너에게 어울리는 그림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레오 리오니1)의 『프레드릭』이란다. 이 작품은 ‘아하, 그 책!’이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짓게 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림책의 앞면에는 들쥐 프레드릭이 꽃을 든 앞모습이, 뒷면에는 프레드릭이 꽃을 든 뒷모습이 하얀 여백에 그려져 시선을 끈다. 앞표지에 그려진 반쯤 감긴 프레드릭의 졸린 듯한 눈 표정이 정말 압권이라고 할 수 있지.


1) 레오 리오니는 유태인으로서 마흔이 넘어서 그림책 작가로 등단한 후 네 번이나 칼데콧 상을 수상한 저력의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파랑이와 노랑이』, 『으뜸 헤엄이』, 『티코와 황금날개』 등이 있다.

프레드릭은 겨울을 지낼 양식을 모으는 여타의 들쥐들과는 달리, 먹을 양식보다는 햇살,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는 들쥐란다. 나는 프레드릭을 통해서 시를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존재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인과 작가, 화가의 모습을 지닌 프레드릭의 존재는 비록 스스로 먹을거리를 생산해내지 않지만 세상을 보는 눈과, 살아갈 힘,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하는 근원적 존재가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우리의 옛이야기 중 ‘개미와 베짱이’가 프레드릭과 좀 닮아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 방향과 결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벗어나 있지. 베짱이가 자기 먹을 것을 준비하는 부지런한 개미에게 욕을 먹어도 싼 게으른 존재라면, 욕먹던 그 베짱이는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에서 존경받는 들쥐 프레드릭으로 다시 태어났다고나 할까.



프레드릭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렴.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들쥐들이 물었습니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중간생략)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중간생략)
“프레드릭, 너 꿈꾸고 있지?” 들쥐들이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그러나 프레드릭은,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했습니다. (중간생략)
한겨울을 지낼 만큼 먹거리가 풍부한 들쥐들은 이제 그것만으로는 이 추운 겨울을 버틸 수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프레드릭에게 묻는다.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프레드릭?” 프레드릭이 커다란 돌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프레드릭이 햇살 이야기를 하자, 네 마리 작은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간생략)
작가의 길을 걷는 너이기에 스스로 ‘내가 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살까?’ 묻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 같구나. 물론 이 물음은 작가에게만 들려오는 물음은 아니겠지. 그러나 작가가 먹고사는 데 바쁜 이들에게 ‘다른 양식’을 준비해 먹여주어야 하는 존재들임을 스스로 자각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겠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너이기에 나는 네가 프레드릭처럼 햇살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며, 색깔을 모아 이 시대의 엄동설한을 이겨낼 힘을 건네주기를 바란단다.
오늘은 그럼 이만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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