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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책]자유교육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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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7:16 조회 6,83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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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유로운 학교들이 롤 모델로 삼는 영국의 서머힐이 세워진 건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유럽의 지성들이 전쟁을 반성하며 고뇌하던 1920년대 초였다. “왜 사람들은 권력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전쟁터로 나갔을까?”를 묻던 니일이라는 사람은, 권력의 힘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자라게 하는 교육이야말로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배움그림자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서머힐이다. 서머힐은 90년이 넘도록 여전히 아주 작은 학교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 정신은 이후 세계 여러 나라로 번져갔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가 있었다. 특히 그 무렵 한국 사회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며 자신의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줄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지금도 그리 달라지진 않았다.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세상에 짓눌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기르는 배움터를 목표로 1997년 산청 골짜기에 작은 학교가 하나 문을 열었다.

처음 비인가로 문을 연 간디학교는 현재 네 지역에서 초중고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청의 고등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로 인가를 받았고, 비인가로 운영되던 중학교는 경남 교육청과의 갈등으로 제천으로 옮겨가 이후 고등과정까지 열어 6년제 학교가 되었다. 한편 산청 지역에서는 고등과정 외에 다시 비인가 형태로 간디중학교와 초등과정의 간디어린이학교가 새로 생겨났다. 산청의 제도권 학교를 운영하면서 한계를 느낀 양희규 설립자는 다시 비인가 형태로 경북 군위에 새로운 고등학교를 설립했다가 금산으로 터를 옮겼다.

대안학교의 경우 ‘인가’는 양날의 칼이다. 재정 지원과 학력 인정이라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만큼 틀에 매이지 않는 실험 정신과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들의 긴장감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현재 30여 개의 특성화 대안학교들 가운데 비교적 초기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학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간디고등학교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초기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현장 중 하나이다. 설립자가 학교를 떠났음에도 학교 철학이 유지되는 것은 10년차 이상 되는 초창기 교사들이 절반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청 간디고등학교의 15년을 돌아보면서 다양한 모습을 담은 책이 나왔다. 간디학교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간디학교의 참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간디학교 교사들이 엮은 것이다.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와 학부모, 특강을 온 강사의 목소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단소리, 쓴소리를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담았다. 물론 책 한 권으로 한 학교의 실상을 다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를 소개하는 책이나 영상은 아무래도 미화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이라고 해서 그 함정을 아주 비켜 간 것은 아니다. 눈 밝은 독자라면 어디에서 발을 헛딛는지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간디학교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궁금한 이들은 특히 ‘2부–무엇이 간디학교를 만드는가’ 부분을 꼼꼼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일곱 편의 글은 ‘자유냐 책임이냐’ ‘소통이냐 논쟁이냐’ 등 간디학교가 안고 있는 실질적인 고민들을 드러내면서, 배움터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주헌 졸업생이 되묻는 ‘방치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가요’라는 물음은 ‘자발성’을 강조하다 ‘사랑’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뼈아픈 지적으로 들린다. ‘자유’는 간디학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간디학교를 간디학교답게 만드는 교육철학이자 또한 함정이기도 하다. 양희규 선생이 들려주는 고백은 자유학교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자유’는 그 무엇보다도 최대 관심사이자 최고의 과제이었습니다. ‘간디교육은 자유교육인가 아니면 방치교육인가?’ ‘학생들의 고삐 풀린 자유는 정착을 향해 가는 과도기 문화인가 아니면 퇴폐적인 개판 문화인가?’ 자유의 문제(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흡연을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늘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고 서로 갈등해왔습니다.

1부와 3부는 교사와 학생 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교사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졸업생들의 이야기는 간디학교나 대안학교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대안학교 졸업생이 안고 있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모교로 돌아와 교사가 된 졸업생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4부에는 초청 특강 강의록을 실었다. 김규항, 박원순, 도법, 강수돌 같은 이른바 좌파 지식인 위주로 강사를 초청한 것은 간디학교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자기들에게 빨간약만 먹이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성인을 기르고자 한다면 파란약과 빨간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이상적인 학교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맞춤형 학교일 것이다. 대안학교들은 이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학교라는 틀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자칫하면 학교 틀에 학생들을 맞추게 되기 십상이다. 운영의 효율성을 따진다면 그 편이 훨씬 쉽다. 하지만 교육은 효율과 생산성을 따지는 경제적인 잣대로 잴 수는 없다.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라면. 하지만 길게 보면 이런 교육이야말로 진실로 ‘효율적’인지도 모른다. ‘한 영혼이 성장하면 온 세계가 성장한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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