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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모 책 읽는 부모]10대, 폭력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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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1:20 조회 6,8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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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겠다면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 지도 여러 달이 지났다. 경찰들은 학교를 들락거리며 ‘일진 리스트’ 확보에 혈안이 되었지만, 일진은 다시 ‘특진’으로 진화·발전(?)하면서 근시안적인 행정을 비웃고 있다. 그 사이, 10대들은 더 깊은 폭력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는 10대들이 경험한 폭력을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주먹다짐이 고작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10대들의 폭력은 상상초월이다. 가정과 학교, 거리에서의 폭력은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연인 간의 폭력은 물론 성적 소수자에 대한 학대, 부모의 폭력적인 체벌, 폭력 집단의 난투극과 협박 등은 막장 드라마나 조폭 영화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는다.

폭력에 대한 청소년들의 가감 없는 고백
첫 장에 등장하는 ‘수’ 이야기부터 충격적이다. 아빠의 폭력과 새엄마들의 폭언, 게다가 뺨으로 시작된 오빠의 폭력은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다. 방황을 거듭하던 수는 갱단에 발을 담는가 하면 약물과 마약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는 자신의 결단으로 폭력과 결별했다. “해볼 테야, 아니면 이대로 포기할 거야? 노력도 해보지 않은 겁쟁이로 죽고 싶어?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노력은 한 사람으로 죽고 싶어?”라는 내면의 울림에 반응한 수는 ‘새 사람’까지는 아니어도 폭력의 수렁에서 스스로를 건지려고 노력했다.

한편 데비는 ‘존’이라는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을 고백한다. 열아홉 살에 만난 남자 친구 존은 잘생기고 매력적이지만 “약간은 거만했다.” 그렇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는 징후는 없었다. 하지만 서서히 본색(?)을 들어냈는데,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잡아당겨 꼼짝 못하게” 만드는 등 난폭함을 드러냈다. 데비는 결혼을 전제로 존과 사귀었지만, 존은 스킵십 등을 폭력의 어색함을 푸는 방법으로만 생각했다. 결국 데비는 어렵게 존과 헤어졌고 “나를 더 사랑해줄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엄마·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가 존재하는 시공간이라면 어디서나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이 말이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를 닮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사는 케이틀린은 엄마와 아빠의 학대로 인해 학교에서도 문제가 많은 학생이었다. 케이틀린의 아빠는 스테이크와 감자 요리가 없다는 이유로 엄마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심지어 냄비와 프라이팬, 맥주병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섰다. 그런데 케이틀린의 새아빠가 된 처크라는 사내는 케이틀린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의 폭력이 시작되었다. 어렵사리 케이틀린은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자신이 당한 폭력에 남동생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할 줄 아는 성숙함을 발휘했고, 지금은 사회복지사가 되어 자신과 같이 암울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그러니 친구들과 엄마에게 “게이라고 고백”한 열네 살 앨런의 시련은 상상 그 이상이다. 조롱 섞인 말뿐이 아니었다. 달걀이 날아왔고, 결국 여러 학교를 전전해야만 했다. 외톨이였던 앨런은 약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앨런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앨런은 “누구에게든 나쁜 일은 생기게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런 일에 대처할 줄 아는 자세이며, 삶에서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성숙해갔다.

무관심이라는 죄가 폭력을 전염시킨다
폭력은 상처를 남긴다. 눈에 보이는 몸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겨,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책 제목처럼 폭력이 침묵, 즉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세상 곳곳으로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이 지금처럼 타락한 이유는 결국 우리 모두가 ‘무관심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다른 나라 사례라고 애써 안심해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 사회 10대들의 폭력도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불행의 씨앗이 된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오래도록 남아 그네들의 삶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를 읽는 일은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한 가감 없는 고백을 듣는 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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