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내 아이의 책터]자장가 대신 책 읽어 주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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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7:42 조회 7,477회 댓글 0건본문
어린 아들과 잠자리 책읽기
어릴 적 책 한 권을 처음으로 선물 받고 기쁜 마음에 잠도 이루지 못하며 품에 껴안고 자던 때가 내가 책을 읽고 좋아하게 된 첫 출발점이다. 내 아이도 나처럼 책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거부감 없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5개월 때부터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엄마의 바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아들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열심히 들으며 자랐다. 그렇게 시작된 아들과의 책읽기 시간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올해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던 책읽기 시간도 아이가 커가면서 서서히 잠자기 전 시간으로 고정되었다. 아들은 잠 잘 시간이 되면 모든 걸 다 준비해 놓고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는 엄마의 책 읽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나라로 간다. 『피터 팬』을 읽어 준 날은 피터 팬이 되어서 날아다니는지 유난히 몸부림을 치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읽은 날은 무서운 호랑이를 만났는지 얼굴을 찡긋거린다.
이렇게 책을 읽어 주는 건 우리가 매일 세 끼의 밥을 먹듯이 일상화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힘들고 귀찮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엄마, 오늘은 심부름도 잘 했으니까, 책 2권 읽어 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는 아들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하면 목이 아파 소리 내는 것조차 힘들 때에도 아들과의 잠자리 책읽기 시간을 포기할 수가 없다. 어느 날은 나의 목 상태를 눈치 챈 아들이 “엄마, 오늘은 엄마가 목이 아프니까 한쪽은 엄마가 읽고, 다른 한쪽은 내가 읽으면 어떨까?”라고 한다. 꼭 책을 읽어야 잠을 잘 수 있도록 습관이 되어 버린 아들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기특하면서도 약간은 얄미운 해결책이었다. 가끔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펭귄 인형을 앉혀 놓고 내가 아들에게 읽어 줬던 것처럼 책을 읽어 주기도 했다.
‘북맘’ 책모임, 엄마들과 함께 읽기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하자 여러 가지가 걱정되었다. 책에 대한 걱정도 그 중 하나였다. ‘어떤 책을 읽어 줘야 될까?’, ‘우리 아이만 책을 조금 읽는 건 아닐까?’, ‘1학년 필독 도서를 모두 읽혀야 하는 걸까?’…… 이런 걱정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방향을 못 잡고 있을 즈음 학교도서관에서 ‘북맘’이라는 책 읽어 주는 모임이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 주긴 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다른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봉사라고 하니 구미에 당겼고, 책모임에 가면 독서에 대한 여러 고민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북맘’에 가입했다. 북맘 활동은 책을 보는 시야도 넓혀 주었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책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한쪽으로 치우쳤던 나의 책을 고르는 방식들도 바꾸게 해 주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조금씩 게을리 하게 된 아들과의 잠자리 책읽기 시간도 다시 불붙었고, 아들이 고르는 책보다는 내 기준에 따라 골라주던 책 선택도 아들의 취향과 뜻을 수용하게 되었다. 내 아이에 머물던 관심이 내가 책을 읽어주는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것과, 아이의 독서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또래 엄마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또한 책모임 활동의 또 다른 수확이다.
잠자리에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모임인 ‘북맘’ 활동에 열심인 이유는 ‘독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놀라운 마법 하나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삶을 아름답게 가꿔 주는 힘, 그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다. 인생을 가꾸는 데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오늘도 난 우리 아이에게 어떤 자장가를 들려줄지 찾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