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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사의 시]상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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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7:39 조회 7,8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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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흉터와 꽃 사이
누구나 상처를 두려워한다. 어느 누가 상처 받고 상처 주고 싶어 하겠는가? 상처는 고통을 수반하고 상처가 아문 자리는 흉터가 남든지 아픈 기억을 남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험 요소를 되도록 피하고 안전한 쪽을 택하고 만약에 있을 위험에 대비하기도 한다. 당연히 그러해야 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다보면 아무리 준비하고 피하려 한다 해도 나도 모르게 상처를 입고 때론 남에게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때론 선의로 한 말이나 행동도 상황에 따라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돌아보면 우리 몸에도 몇 개 정도는 상처 자국이 있다. 보이지 않는 마음 저 안쪽에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수많은 상처가 있다.

그런데 그 상처를 흉터로 남기느냐 꽃으로 남기느냐는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내 누나는 젊었을 적 미스 춘향으로 선발될 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었다. 하지만 사고로 큰 화상을 입으면서 그 아름답던 미모는 많이 망가졌다. 세월과 함께 젊음도 사라지고 얼굴과 목에도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흉터가 남게 되었다. 그러나 누나는 그 아픈 시간을 딛고 이제는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한다. 그 아픈 상처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을 준 것이다. 나에겐 누나의 그 상처가 꽃으로만 보인다.

내 안의 상처를 흉터로 남길 것인가? 향기로운 꽃으로 남길 것인가?

복효근 남원 금지중 교사.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시선집 『어느 대나무의 고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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